쉼이 있는 짬을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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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노희영
저자 노희영은 1946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64년 서울중앙고등학교, 1972년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 졸업, 같은 해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독문학 수학, 1975년에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전산학 전공, 1982년에 귀국하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1984년부터 2011년 8월까지 강원대학교 IT대학 컴퓨터학부 교수로 재직, 2011년 8월 정년퇴임하였다. 현재 강원대학교 IT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며, 춘천 중앙감리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2011년 8월 정년퇴임기념 산문집 『기억의 틈새에 서서』를 출간하였고, IT분야에서 『원리가 보이는 C프로그래밍』, 『Java프로그래밍언어의 이해』, 『자바로 배우는 자료구조론』, 『컴파일러 구성론』등 10여 권의 전공서적을 저술하였다.
목차
- 책을 내며
격려에 붙여서 | 권오서 목사
프롤로그 | 생각의 속살들
1편 그늘나무의 향기
만년필 / 승강기에서 / 행운목, 꽃 피우다 / 누가 보냈을까, 한라봉 / 만남, 행운의 심지 뽑기 / 내가 먼저 친절해 버리면 / 카톡 새해인사 / 비빔밥과 젓가락 / 커피믹스 예찬 / 누군들 그곳으로 오고 싶었겠는가 / 응급실에서 / 거스름돈으로 우유나 사서 드시지요
2편 생각이 머무는 사람들
아내 / 엄마가 된 막내딸 / 우리 예원이 / 군자란이 피기를 기다리며 / 아들네를 떠나보내며 / 내 아버지 / 아버지의 지팡이 / 어머니의 열쇠 꾸러미 / 전화벨 소리 / 내가 만난 지용수 목사님 / 정말 오길 잘했다 / 이춘옥 권사님께 / 권오서 담임목사님께 1 / 권오서 담임목사님께 2
3편 생활 가운데
코스요리와 같은 하루 / 하루에 거는 기대 / 정원수 가지를 치며 / 담쟁이 / 잡초 / 채송화 / 대추나무 꽃향기 / 눈 덮인 선자령
4편 생각에 날개를 달면
간식과 공짜 / 우리 모두 생각하며 살자 / 잘못된 분노 / 꼭두새벽 / 아들과 십일조 / 나는 악한 사람이 아닌가? / 오늘을 사는 까닭 / 부탁과 거절 / 아무거나 / 늘그막에 / 죽음은 축복의 문 / 어차피 지나왔을 시간 /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 네 기도의 분량을 채워라
5편 나다움
사는 게 재미있으십니까? / 나다운 하룻길 / 틀을 바꾸려 한다면 / 행복의 맛 / 네가 없다면 / 내일은 있는가? / 오늘의 나를 사랑하며 / 진실로 가는 길 / 부족한 듯 모자란 듯 / 불면증 / 하고 싶은 것들
시간과 거리의 곡예사 / 변화로 가는 길 / 말을 이기는 길
에필로그 | 쉼이 있는 짬
책 속으로
나는 누에가 실을 토하여 고치를 짓듯 속마음을 줄줄이 풀어내어 글을 입히고, 생각을 낳고, 색색이 물감을 들이고 때로는 덧칠도 한다. 마음의 앙금을 토설한 속풀이나, 한풀이나, 하소연 같은 푸념일지라도 세월에 차곡차곡 쟁여놓고 보면 모두가 아름다운 회고요, 냉엄한 자성이요, 눈물겨운 참회고, 버리기 아까운 사념들이기 때문이다.
한번만 돌이키면 그 안에는 진실과 해학이, 남들이 넘보지 못할 진솔한 얘기가 아침 이슬처럼 송골송골 맺혀나기 때문이다. 나는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를 비커에 모아 하나님과 연결된 마음의 여과기로 정제해 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내 생각 중의 속살이고, 진중한 혼잣말이고, 평소에 내가 과연 누구인지 담아내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위해 세상을 닦고 들여다보며 생채기가 덧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뇌의 겉살을 덧입혀왔다.
줄느런히 둥근 잎사귀가 달린 아카시아 가지를 꺾어들고 매일 가위바위보하며 세월의 이파리를 하나씩 손가락으로 튕기어 떼어내는 놀이에 빠져 깽깽이걸음으로 껑충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 끝에 다다른다. 마침내 나는 마지막 잎사귀 하나를 눈앞에 두고 저승사자와 “가위바위보!” 하며 결전의 손을 내민다. 결코 이길 수 없는 놀이인 줄 뻔히 알면서 조금이라도 세상에 지체하는 시간을 벌어보고자 안간힘을 다해 생명의 샅바를 움켜쥔다.
내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포기하고 양보하는 행위가 배려인가? 어찌된 영문인지 평소에 갖고 있었던 소신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파고들었다. 이 감정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평소에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서 벗어날 때 오는 미묘한 뉘우침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승강기에서 내려야 할 층의 버튼을 누른 게 남들에게 이기적인 생각으로 비추어진 것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행운이란 우연한 것이거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순간에 오랜 노력과 의지의 결정체로 찾아오는 것이고, 오랫동안 무한정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가 바로 행운의 꽃이자 향기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불운이란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부족하고, 연약하고, 소외당하고, 못 배우고, 어리석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을 다 쏟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 찾아드는 욕정의 그림자였다.
가늘고 길이가 같은 두 개의 꼬챙이 끝에 적당한 힘을 가하여야만 올바르게 작동하는 젓가락은 사람 인자(人)를 이루고 있어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지혜에서 얻어낸 산물임에 틀림없다.
나에게 응급실이란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사람들이 절망 가운데 소망을 가지고 회생의 차례를 기다리는 대합실이라면, 세상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기 위해 치유와 회복을 보장하고 구원을 이루어 가는 생명의 방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또한 하나님이 창조한 동산에서 그의 뜻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접붙여진 나뭇가지에 불과한 것. 내가 정원수가지를 자르고 다듬듯이 하나님 또한 그가 가꾸는 세상에서 인간들이 바르고 겸손하게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가지치기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담쟁이를 닮자. 뿌리를 내린 한 가닥 줄기에 온 힘을 다해 곁가지를 뻗으며 가파른 담벼락을 덩굴손으로 붙잡고 어떤 시련도 고난도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가야할 길을 우직하게 가는 담쟁이, 세상의 담벼락에 흡착하여 뜨거운 태양과 동풍의 시련을 견딜 수 있도록 그늘지우는 담쟁이를 닮자. 주어진 세상의 시간이 소진될 때까지 혼신을 다해 곁눈질하지 않고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올곧게 오르고 또 오르는 담쟁이를 본받자.
젊은이들은 결코 나이를 먹거나 늙지 않을 것처럼 노인을 가증스런 눈으로 산불 보듯 대한다. 그러나 청년은 이미 노년의 실상이고, 노년은 청년의 거울이다. 그리고 젊음이 일구어낸 열매이고, 누구나 통과해야 할 터널이다.
노년의 시간은 좌절과 포기로 단순히 잊히고 버려질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미숙한 시간을 완성해 가기 위해 남은 기회이고,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을 이루기 위한 시간임을 기억하자.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다. 그로인해 하등 슬퍼할 이유도 없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행운의 열쇠를 쥐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늙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죽기로 다하는 힘이야말로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죽음은 삶과 통째로 맞바꿀 수 있는 숨겨진 마지막 힘이다. 때문에 죽음이야말로 힘의 극치이다. 죽음은 삶의 모든 각오와 희생으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하루가 열리면 어김없이 나의 죽음도 함께 눈을 뜬다. 그러나 나는 맞닥뜨리
출판사 서평
노희영 교수가 깊은 통찰로 써내려간 생각의 속살들
노희영 교수가 두 번째 산문집 『쉼이 있는 짬을 사랑하며』를 출간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이 있는 저자는 ‘오늘’이라는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을 새로운 눈으로 응시한다. 커피믹스, 비빔밥, 행운목, 담쟁이… 등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소재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색하며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과 해학을 그만의 담백하고 깊은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은 삶의 신앙고백이요, 오만과 편견의 가시를 뽑아내고, 자신을 좀먹는 고뇌로부터 벗어나 망상을 털어내는 길이고, 생명이 붙어있는 동안 회개하고 성찰하는 마지막 양심’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 될 것이다.
품격 있는 삶의 성찰과 겸손한 신앙고백
저자는 이과대 교수이면서도 냉철한 이성과 풍부한 감성이 어떻게 조화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거미줄에 걸린 거미 한 마리도 마음의 여과기로 정제해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 글은 생각의 속살이고, 진중한 혼잣말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세상을 닦고 들여다보며 생채기가 덧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뇌의 겉살을 덧입혀왔다. 이른 새벽, 만물이 고요히 잠들어 있는 시간에 깨어 기도하고, 한 자 한 자 글을 써내려가며 삶을 깊이 관조한다. 겸손한 신앙고백과 인생의 다짐과 선언이 진솔하게 묻어나는 그의 글은, 그래서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처럼 영롱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6782024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0월 19일 |
쪽수 | 292쪽 |
크기 |
152 * 225
* 17
mm
/ 53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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