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세계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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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선희는 이화여대 철학과에 입학해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줄곧 철학을 공부했다. 공부하는 과정이 특별히 즐겁거나 기쁘지 않았고 그리하여 성실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읽고 쓰는 것은 아직 이해하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테오 리치와 주희 그리고 정약용』을 비롯해 여러 책을 썼고 『하빈 신후담의 돈와서학변』을 번역했으며 마테오 리치,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등에 관한 여러 논문을 썼다. 이화여대 인문과학원의 HK연구교수로 일했고 지금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HK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목차
- 책머리에
1장 풀이하는 글: 실實을 둘러싼 논쟁들
1. 동아시아 지성사에서의 실
2. 공자의 실
3. 맹자의 실
4. 노자와 장자의 실
5. 순자의 실
6. 묵가의 실
7. 공손룡과 혜시의 실
8. 성리학의 실
9. 왕양명의 실
10. 명청대 유학의 실
11. 당견의 실
12. 대진의 실
13. 조선 유학의 실
14. 퇴계와 율곡의 실
15. 정제두의 실
16. 홍대용의 실
17. 정약용의 실
18. 근대 전환기 조선의 실
19. 20세기 조선학 운동에서의 실
2장 원전으로 읽는 실實
3장 원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실리實理, 실심實心, 무실務實……
어떻게 사유해야 삶이 실해질 것인가
그 오래된 고민의 궤적을 그리다
‘실’에 연결된 다양한 개념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아마도 ‘실학’일 것이다. 실학은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담헌 홍대용, 다산 정약용 등으로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특정한 사상적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의 지배 담론이었던 성리학이 이기론과 같은 근원적이고 추상적인 사변적 담론에 몰두해 있을 때 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지적 전환이 조선 후기에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였던 20세기 초반, 조선의 학술적 자원을 발굴해 시대를 바꿀 담론을 창조하고자 했던 일군의 학자는 자신들이 발견한 조선 후기의 지적 경향을 특별히 ‘실학’이라고 불렀다. 그런 의미에서 ‘실학’이라는 개념에는 18~19세기 조선의 학문적 전환뿐 아니라 그 시대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20세기 조선의 자기 극복의 의지와 열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실학’은 학문의 이름으로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본래 실은 이름과 대비되는 실제이자 실질이라는 의미로 혹은 비어 있는 것에 대비되는 열매이자 내용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던 표현이었다. 다시 말해 ‘실’이란 그 자체로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일종의 형용사적 표현인 셈이지요. 물리학이나 수학, 윤리학 같은 용어가 학문적으로 다루는 대상이나 주제를 드러내고 있
다면 실학은 사실 학문의 방법론이나 학문적 태도를 담고 있는 말로 보아도 될 것이다.
실학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學’을 줄인 말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의 사물 혹은 사태에서 진리를 구한다는 실사구시 역시 학문의 대상이나 내용이 아니라 학문의 방법 혹은 태도를 의미하니까.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실학에 대한 질문은 다시 시작된다. 실학은 그 자체의 학문적 대상이나 내용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바로 그 점이 ‘실학’이라는 학풍 혹은 지적 지향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준다. 실제에서 실질적 방법으로 실용적 지식을 구하는 것이 곧 학문의 목표인 그런 지적 탐구가 가능하고 또 의미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실학에는 학문적 방법 뿐 아니라 학문의 목표와 지향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실학 뿐만이 아니다. ‘실’이라는 개념에 학문적 방법과 목표, 지향을 담으려 했던 것은 이름과 실제에 관해 고민했던 전국시대 학자들부터 자신들의 학문을 불교와 구분 짓고자 했던 성리학자들, 실증과 실용을 강조했던 근세 조선과 청의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문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실’에 대한 강조가 언제나 모종의 긴장 속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성사 안에서 ‘실’이 적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언제나 비판적 전환에 대한 요구와 함께였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명名, 즉 이름을 세워 실질을 그에 합당하게 맞추어야 한다는 공자의 주장도, 이름과 실제를 일치시켜야 정치가 안정된다는 전국시대 명가名家들의 이론도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분화와 그에 따른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제안이었고 불교, 도교와 이론적으로 대결하고자 했던 성리학 역시 유학을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국가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實理, 실심實心, 무실務實 같은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성리학의 사변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조선 후기의 실학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실’은 언제나 전환의 논리이자 변화의 지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실’이라는 개념에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여 당대의 학풍을 전환하려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신념과 자기 학문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을 통해 “직업으로 공부를 택해 철학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나의 학술적 작업에 저러한 의지와 신념, 지향을 담아내고 있는가 반성이 되었다”고 한다. 대체로 유학사 안에서 일관되게 전개되어 온 인仁, 의義, 지知 등 다른 개념에 비해 실實은 유가, 도가, 명가, 성리
학, 양명학, 고증학 등 시대와 성격이 다른 학문들 안에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개념이기 때문에 서로 층위가 다른 이론들을 함께 다루어야 했다는 점도 어려웠지만 학자들마다 큰 변별점을 찾기 어려운 일반론이 반복되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고 후기를 밝히기도 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7354718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2월 26일 | ||
쪽수 | 244쪽 | ||
크기 |
154 * 218
* 22
mm
/ 43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국학진흥원 교양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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