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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시리즈 『16세기의 무신앙 문제』. 이 책은 6세기의 작가인 프랑수아 라블레가 무신론자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한다. 역사학도 문제를 제기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신생 사회과학과 대등한 ‘과학’의 대열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역사 방법론적으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 뤼시앵 페브르(Lucien Febvre, 1878∼1956)은 프랑스 동부의 낭시에서 태어나 프랑슈콩테 지방의 주도인 브장송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1899년 파리의 고등사범(Ecole Normale Superieure)에서 수학했으며, 1911년 〈펠리페 2세와 프랑슈콩테: 1567년의 위기. 기원과 결과. 정치·종교·사회적 연구〉로 소르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어 여기에서 평생의 학문적 동지인 마르크 블로크(1886∼1944)를 만났으며, 함께 〈경제사회사 아날(Annales d’Histoire economique et sociale)〉을 창간했다. 1933년에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프랑스 백과사전》의 편집자가 되어 철학자 앙리 베르와 함께 꿈꾸었던 학문적 ‘종합’을 실천했다. 페브르의 주요 저서로는 《펠리페 2세와 프랑슈콩테》(1911), 《땅과 인간의 진보》(1922), 《하나의 운명, 마르틴 루터》(1928), 《16세기의 무신앙 문제》(1942), 《오리게네스와 데 페리에 혹은 ‘세상의 해조(諧調)’의 수수께끼》(1942), 《신성한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1944)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그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강의한 것들을 묶은 《미슐레와 르네상스》, 《명예와 조국》, 《유럽. 문명의 발생》 등이 출판되었다. 페브르는 자신의 잡지인 〈아날〉에 무려 2천여 편의 글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독려했는데, 그의 주요 논문들은 《역사를 위한 전투》(1953), 《16세기의 종교적 심장에서》(1957), 《완전한 역사를 위하여》(1962), 《르네상스 프랑스에서의 삶》(1977) 등에 수록되어 있다. 페브르는 16세기 전공자로서도 국제적으로 학문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대역사가이지만, 그의 명성은 현대 역사학의 흐름을 선도한 ‘아날학파’의 창시자로서 더욱 높다. 아날학파는 구조주의 역사학을 ‘새로운 역사학’으로 제시했는데, 물질적인 구조주의 역사학이 페르낭 브로델의 역사학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면, 정신적인 구조주의 역사학은 페브르의 역사학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다. 《16세기의 무신앙 문제》에서, 프랑수아 라블레 같은 뛰어난 인물도 자기 시대의 정신적 한계(“믿기를 원하던 시대”)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주장은 바로 그 같은 구조주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역자 김응종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했으며(1978), 프랑스 프랑슈콩테 대학교에서 뤼시앵 페브르의 역사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1987). 1988년부터 충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날학파》(1991), 《오늘의 역사학》(공저, 1998), 《아날학파의 역사세계》(2001),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2005), 《페르낭 브로델》(2006)을 썼으며, 프랑수아 퓌레와 드니 리셰의 《프랑스 혁명사》(1990), 뤼시앵 페브르의 《16세기의 무신앙 문제: 라블레의 종교》(1996), 퓌스텔 드 쿨랑주의 《고대도시》(2000)를 번역했다. 초기에는 ‘아날학파’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 사학사적인 연구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17세기의 회의주의자들과 무신론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뤼시앵 페브르의 ‘16세기의 무신앙 문제’를 계승한 ‘17세기의 무신앙 문제’라는 주제로 연구서를 쓸 계획이다.
목차
- 해설
지은이에 대해
머리말
서론
제1장
삶을 장악한 종교
1. 개인적인 삶
2. 전문적인 삶
3. 공적인 삶
4. 선구자의 문제
제2장
무종교의 받침대: 철학?
1. 심성적 도구
A. 없는 단어들
B. 구문과 원근
C. 라틴어의 항변
D. 하나의 예: 무한
2. 두 개의 사상
A.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 신앙. 충돌?
B.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신앙의 교류
제3장
무종교의 받침대: 과학?
1. 르네상스의 옛 신화
2. 인쇄술과 그 결과: 소문
3. 도구와 과학적 언어의 결핍
4. 유동적인 시간과 고정된 시간
5. 가정과 실제: 세계의 체계
6. 코페르니쿠스의 관점
7. 세계의 체계, 확신? 두려움?
8. 16세기에서의 의심
9. 16세기에서의 진실
10. 수공업적인 심성
제4장
무종교의 받침대: 비학(秘學)
1. 선구자들의 세기
2. 냄새·맛·소리
3. 음악
4. 시각의 지체
5. 불가능에 대한 감각
6.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7. 악마가 사는 우주
8. 비학과 종교
결론
옮긴이에 대해
책 속으로
근대 세계를 만든 대다수 사람들의 깊은 종교심. 나는 데카르트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러한 표현이 한 세기 전의 라블레에게도, 그리고 그가 ‘깊은 신앙심’을 멋지게 표현해 준 사람들에게도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출판사 서평
6세기의 작가인 프랑수아 라블레가 무신론자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한다. 뤼시앵 페브르는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그것은 역사학의 시작이요 끝이다. 문제가 없으면 역사가 없다”며 ‘문제사’를 제창했는데, 랑케의 역사학에서는 “사료가 없으면 역사가 없다”는 원칙이 지배했음을 상기하면, 바야흐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역사학도 문제를 제기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신생 사회과학과 대등한 ‘과학’의 대열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역사 방법론적으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페브르는 라블레가 무신론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라블레를 무신론자라고 비난하던 동시대인들의 글과 라블레의 글을 살펴본 다음 라블레를 무신론자라고 비난하던 당시의 그 말이 오늘날 사용하는 무신론자라는 말의 의미와 다르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라블레는 무신론자가 아님을 증명한다.
페브르는 라블레를 당시의 인문주의자(특히 에라스무스)와 종교개혁가(특히 루터)와 비교해 그가 인문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나아가 라블레의 ‘시대’는 무신앙을 가능하게 해주었는지, 16세기의 철학이나 과학은 라블레가 무신론을 전개할 수 있는 “심성적 도구”를 제공해 주었는지를 검토한다. 이것은 독창적이고 야심적인 문제 제기였다. 페브르에 의하면, 16세기는 그러한 도구를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무신앙적인 견해를 표명할 수는 있었지만 체계화시킬 수는 없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난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라블레도 마찬가지였다. 페브르는 16세기의 삶, 철학, 언어, 과학, 나아가 음악, 감각, 마녀, 비학(秘學) 등 시대의 심성적 한계를 검토한 후, 16세기는 “믿기를 원하던 시대”라는 결론을 내린다. 라블레는 무신론자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라블레는 무신론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무신론자가 될 수도 없었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
무신론 연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책은 페브르가 제시한 ‘심성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우리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이 ‘심성(心性, men talites, 망탈리테)’이라는 개념은 ‘집단정신 자세’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심성이 집단의 심성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개인 심성이라는 것은 역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농민들, 부르주아들, 시민들과 같은 집단, 혹은 페브르식으로 16세기인(人) 전체의 집단 심성이다. 집단 심성은 페브르가 제시한 심성적 도구(논리적 사고, 언어, 수학)의 수준을 통해서 파악될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목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려움, 의심, 불안과 같은 심리, 감각, 지각 등을 통해서도 파악된다. 이렇게 감성적인 세계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페브르의 심성사는 전통적인 심리사보다 포괄적이다. 페브르의 심성사는 구조주의적이다. 역사가에게 구조는 ‘한계’를 의미한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바로 구조다. 페브르는 16세기인들은 심성적 도구의 결여로 무신앙을 체계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신론자가 될 수 없었다고 증명하는 것이니, 그가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달리 말하면, 역사가들의 중요한 문제인 개인의 창의력과 구조의 관계인 것이다. 페브르를 계승해 아날학파를 이끈 페르낭 브로델이 고심했던 문제 역시 개인과 구조였으며, 페브르를 이끈 철학자 앙리 베르가 《16세기의 무신앙 문제》에 대한 서평에서 지적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구조주의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페브르의 이 책에서 구조주의를 발견했음을 언급하는 것도 이 책의 사학사적 위치, 나아가 당시의 인문학적인 지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시대의 심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페브르는 이 책에서 심성사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에서의 감수성〉, 〈마술, 어리석음인가 심성적 혁명인가〉, 〈대략에서 정확까지〉, 〈느낌의 역사, 대공포〉, 〈역사에서의 죽음〉 등과 같은 논문을 발표하며 심성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아날학파 내에서는 조르주 뒤비, 필립 아리에스, 미셸 보벨 같은 역사가들이 페브르의 뒤를 이어 심성사 연구를 심화시켰다.
이 책은 1962년 알뱅 미셸(Albin Michel) 출판사에서 출간된 《Le probleme de l’incroyance au 16e siecle: La religion de Rabelais》를 원전으로 삼았다. 문제를 제기하고 증명해 나가는 책의 구조는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내용은 너무나 전문적이고 복잡하며, 표현 방식도 너무나 개인적이고 문학적이어서 정확한 해독이 어렵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의 약 26%에 달하는 분량(한국어 번역서 588페이지 가운데 156페이지)인데, 이 책에서는 가독성에 역점을 두어 15% 정도를 발췌, 번역했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반복되는 이야기, 모호한 이야기, 군더더기 표현들을 삭제해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지만, 옮긴이가 첨가한 표현은 하나도 없음을 밝혀둔다.
기본정보
ISBN | 9788966805334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8월 06일 | ||
쪽수 | 155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
||
원서명/저자명 | (Le)probleme de l'incroyance au 16e siecle : la religion de Rabelais/Febvre, Lucien Paul Victor | ||
이 책의 개정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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