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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1982년 고금중학교(전남 완도)로 첫 발령을 받았다. 지도를 보니 남쪽 끝 섬이었다. 이불 보따리 하나 들고 먼 길 나섰다.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강진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강진에서 마량까지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마량 선착장에서 고금도까지 철부도선을 타고 가교리 선착장에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소재지에 도착하니 벌써 땅거미 지고 있었다. 교단생활 33년, 되돌아보니 첫 발령지로 가던 하루처럼 짧기만 하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지나온 학교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함께 했던 선생님, 아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이 시집은 전교조 교사로 살아왔던 교단의 기록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타파하고 교육민주화를 염원했던 시대의 에너지였고 학교를 학교답게 하고자 했던 검붉은 지층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교육운동 할 때만해도 힘써 싸우면 옥죄는 교육모순이 곧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에서 꿈꾸는 세상을 열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학교는 불야성이고 아이들은 대학 가는 동아줄에만 매달려 있다. 이 시집이 이루지 못한 자의 풀씨였으면 한다. 힘써 이루려는 자의 노래였으면 한다. 꿈꾸는 선생님들에게, 깨어있는 학부모들에게, 별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나무나루에서
최기종
목차
- 시인의 말_4
제1부
은어 떼_13
바닷가 학교_14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_16
안반데기_18
하늘말라리아_19
대한의 선생들은 춥다_20
만만한 선생_22
교실에서 1_24
교실에서 2_26
아이들을 하느님이라고 하네_27
교사라면 첫째로_28
농부와 교사_30
분필_32
철갑상어 1_34
철갑상어 2_35
제2부
기침 소리_39
사과도 노동한다_40
감성노동자_41
물에 빠진 아이들_42
예전의 선생들은 그래도_44
하루해_46
선생도 사람이다_48
교육노동자_50
19세기 교육 관료_52
종이비행기_53
이 땅의 헤엄 못 치는 선생이 되어_54
밥과 양심_56
명동 단식_58
다시 전교조_60
반공이라는 것_62
제3부
첫 발령지_65
장래 희망_66
공부해서 남 주자_68
빵꾸_69
공부가 참외라면_70
이런 농담_71
결점_72
일제고사_73
편애_74
성적표_76
칭찬 아닌 칭송_78
뽐뿌질_79
유리창_80
졸업식장에서_81
고구려를 배우는 시간_82
제4부
바람 부는 날_87
김진아_88
작은 소영이_89
양주라_90
한은경_91
강수자_92
정반화_94
채미선_95
김신순_96
정유연_98
시원이_100
최주현_101
최숙종 교사_102
국어샘 김명희_103
곰팽이 선생님_104
제5부
45분_109
깨기 싫은 꿈_112
차마 가르치지 못한 것_114
이불 한 채 보내노라_116
물망초_118
풍등 하나_120
아직 눈물을 거둘 때가 아니다_122
진실이라도 돌아오라_124
발문
이루지 못한 꿈,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 박일환_129
책 속으로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긴급 뉴스 타전하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발 동동 구르면서 지켜보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구조선도 고깃배도 달려가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잠수부도 다이링 벨도 달려가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되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부표도 달고 공기도 주입하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생명선 설치하고 수색에 나서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구조선도 띄우고 밧줄도 내리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리본도 달고 편지도 쓰고 문자도 보내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집집이 대문 언저리 등롱을 내걸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우왕좌왕 늑장부리는 정부 독려하고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고 미안 미안하지만 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하지만
?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먼저 돌아와서 미안해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실종자들 이름도 부르고 메밥도 차리고
부디 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맹골수도 찾아가서 들꽃 던지고 절규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특별법 서명하고 리본도 달고
부디 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풍등도 날리고 종이배도 띄우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천막을 치고 농성도 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생업도 팽개치고 식음을 전폐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청와대로 향하고 면담 요청을 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릴레이 단식을 하고 문화제도 열고
부디 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십자가를 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교황도 노란 리본 달고 희생자 가족 위로하고
부디?시신이라도 돌아오라고 그런데도 이제 그만 경제 살리자고 딴지나 거니
?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분향하고 헌화하고 포스티지를 붙이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대통령이 약속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책임자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라 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국가가 국민을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팔찌도 차고 다짐도 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하루빨리 온전한 선체 인양을 주장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안산에서 진도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진도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에 나서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에 수궁을 하고
부디?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제발 알려나 달라고
―「진실이라도 돌아오라-세월호 참사 315일」 전문
출판사 서평
교단 생활의 고백과 성찰,
참회와 희망의 기록이자
아득한 절망을 넘어 사라진 신화처럼 들려오는
작은 희망의 노래!
이 시집은 최기종 시인이 첫 발령을 받은 완도군 고금도의 바닷가 학교생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벌어진 전교조 탄압, 그리고 지난 해 4월에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간절한 마음까지가 큰 서사의 물결을 이룬다. 다시 말해 그 기본 뼈대를 중심으로 교사 생활에 대한 갈등과 고뇌, 그리고 학생들과 동료 교사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그 속살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 시집이 서사시적 스케일을 갖는다는 뜻은 아니다.
조창익 전교조 전남지부장의 말마따나 “교육의 거대담론이 시인과 아이들의 눈을 통해 촘촘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시인의 눈에 포착된 학교의 현실은 “세상사가 관심 밖이다./꽃이 피고 지는 것도/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도/지구촌이 아파하고 갈등하는 것도/홍수가 일어나고 빙하가 녹는 것도/다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하루해」)
어쩌면 교육이 어떤 울타리 안에 갇힘으로써 근원적인 위기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교육이 사회의 울타리 안에 갇힐 때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진부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가르치기 싫을 때가 있다./어깨를 넘어오는 아이들이 미워지고/거듭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가 있”으며(「기침 소리」) “아이들의 꿈에는/도무지 땀 흘리는 게 없다.”(「장래 희망」)
이렇게 울타리 안에 갇힌 교육은 교사나 학생들에게 전도된 가치를 심어준다. 이 전도된 가치의 전파야말로 현재 우리의 교육이 처한 가장 심각한 딜레마이다. 돌이켜 보면 이 전도된 가치를 재생산하는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한 최기종 시인의 인식은 명징하다. 그래서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못한 지난날을 아프게 되짚는데 그것은 깊은 회한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에게/가만히 있지 말라고/바닥에서 어서 탈출하라고/그렇게 가르쳐야 하는데/그렇게 알려줘야 하는데/아무래도/학교를 깰 수는 없었다./세상을 깰 수는 없었다.”(「차마 가르치지 못한 것-세월호 참사 30일」)
최기종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러나 비극적 현실인식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맞는 학생들에 대한 긍정적이고 또 유머러스한 시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는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긍정적 세계를 간취하려는 자세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것이 또 의지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표제작인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학교에서 고래는 사라졌을까?
고래를 찾는 아이들의 눈들이
외눈박이 집어등이 되어서
장생포구를 환하게 밝혔지만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고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른들이 마구 포획해서 씨를 말렸다고도 하고
크릴새우를 따라서 남극으로 갔다고도 했으나
아이들은 고래를 기다렸다.
학교에서 고래는 사라졌을까?
고래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들이
청어 떼가 되어서
저 멀리 수평선까지 넘나들었지만
고래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은 고래를 탈 수 없을까?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는데
아이들의 난바다에는
물을 품는 고래가 있다는데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고 그리운 남방은 보이지 않는다.
책상에 엎드린 아이들이
고래 소리를 타전한다.
“고래”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 속뜻은 “수평선”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울타리가 되어버린 학교 교육을 역설적으로 환유한다. “수평선”은 “아이들”의 삶을 수평선 안쪽으로 가둬두려는 교육 혹은 길들여진 길을 가길 바라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정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청어 떼가 되어서/저 멀리 수평선까지”만 허락하는 것이다. 거기에 반해 “고래”는 “수평선” 너머를 상징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은 고래를 기다”리며 “책상에 엎드린 아이들이/고래 소리를 타전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암흑 같은 교육 현장에 희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눈에게만 보이는 ‘진실’이다. 여기에 이 시집의 의미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6550517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6월 15일 |
쪽수 | 152쪽 |
크기 |
128 * 205
* 20
mm
/ 23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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