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사람 정창한의 인정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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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75년 부산 출생.
부산 광남초등학교와 부산 대천중학교, 부산 금성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2005년 도쿄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미합중국 American University의 School of International Service(SIS) 동아시아관계학 석사과정에서 수학하다가 2007년 귀국하였다.
경력사항으로는 1996년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대침투작전을 수행한 바 있으며, 2000년 일본국 청봉장학재단(이사장 故 이근식)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4년간 은혜를 입었다.
기타 경력사항으로는 2000년 일본국 Japan Center for International Exchange(JCIE)의 Program Associate와 2003년 일본국 오자키배 쟁탈 전국청년연설대회 우승, 2004년 대한민국 전국 UN 논문경연대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상을 받았다.
2007년 국회의원 김무성 정책특보와 2010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실 정책전문요원을 지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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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세월은 말없이 흘러간다. 어느덧 내 나이 여덟, 아홉 살이 되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말끔히 새 옷으로 갈아입혀주었다.
“조용히 놀고, 옷 버리면 못 쓴다.”
“예.”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낚싯대를 가지고 나갔다. 우리 집 뒤를 돌아가면 갈밭이 있다. 가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수문을 잠그고 물고기를 잡고 있다. 물고기가 펄떡대고 있다. 나는 낚싯대를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송사리만 대여섯 마리 잡았다.
갈대에다 송사리를 꿰어 집으로 향한다. 나는 어린 마음에 우쭐댄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고 있다.
“엄마! 나 고기 잡아왔다.”
어머니는 잠자코 뒷간으로 들어간다.
‘아, 큰일 났구나! 엄마가 뒷간에 드시면 반드시 회초리를 가지고 오신다.’
내가 대문밖에 서서 살그머니 보니 틀림없이 손에 회초리를 가지고 나온다. 나는 겁이 나서 그만 도망을 치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이 없는데 엄마는 왜 저렇게 화를 내시나…….’
- 본문 12페이지
우리 집은 남자 아이만 사는 곳이라 어머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큰형님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석유깡통을 사와서 물동이를 만들었다. 세매(샘)가 멀어서 큰형님은 뒤에서 메고 작은형님은 앞에서 멘다. 나는 두레박을 가지고 그 뒤를 따른다. 그리하여 우리 집은 물 걱정은 없다.
그런데 큰형님과 작은형님은 종종 물동이를 메고 올 때 실랑이를 벌인다. 그 이유는 큰형님이 작은형님에게 “딱부리!” 하면, 작은형님은 큰형님더러 “촛대!”라 대꾸한다. 그리하여 작은형님은 앞으로 가지 않고 벋댄다. 큰형님은 민다. 마침내 작은형님은 메고 있던 물동이를 버리고 도망간다. 물동이에 구멍이 나고 물은 사방에 흘려진다.
“큰형님, 왜 작은형님을 자꾸 놀립니까”
“심심해서.”
큰형님은 웃고 만다.
- 본문 15페이지
세월은 참 잘 흘러간다. 벌써 내 나이 열네댓 살이 되었다.
공장에서 돌아오니 어머니가 순산하였다. 막냇동생 창제가 태어난 것이다. 나는 기쁨을 참지 못하였다. 계속 집에 있었던 동생 창민이에게 물었다.
“고추가”
“네, 형님. 고추입니다.”
“우리 집에는 남자만 여섯 명이다.”
“아니요, 일곱 명입니다.”
“아무리 내가 손을 꼽아 세어보아도 여섯 명이 틀림없다. 동생은 여동생 순이를 남자라고 아는 모양이다.”
“아니요, 아버지도 남자 아니요? 그러니 일곱 명이지요.”
“뭐라고? 네 말이 옳다. 맞다. 하하!”
동생 손을 잡고 둘이서 한참 웃고 있으니, 동생 창수가 고추를 내보
인다.
“나도 고추 있다.”
“오냐, 니 고추 참 맵다. 아기 고추하고 똑같다.”
어머니 말씀에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본문 37∼38페이지
1945년 6월 그리운 내 고향 통영에 안착하였다. 집은 통영군 용남면 무전리에 있는 과수원이다. 어머니와 창수, 창제 두 동생들을 보니 참 반갑다. 집은 아직 완성되지 못하였고, 큰형님과 나, 두 동생들이 집 안팎을 대강 정리하였다. 안채, 아래채가 있고, 집 둘레가 참 넓다.
그 후 곧 8월 15일에 드디어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었다.
나는 해방된 이날, 통영 시내를 둘러보았다.
“해방 만세!”
“우리 독립만세!”
여기저기 사람도 많고 기쁨의 눈물까지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나도 기쁨과 감격에 만세 부르며 시내로, 군청으로, 충렬사로, 세병관
으로, 사람 물결을 따라 온종일 돌아다녔다.
- 본문 93∼94페이지
아침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는 쌍방에 치열한 총소리다. 대포소리, 기관총소리, 박격포소리 등 큰 소란이다. 우리들은 방공호에 들어가 벌벌 떤다. 중대본부는 제1선, 대대본부는 제2선, 연대본부는 후방에 위치한다.
우리 중대는 제1선에서 매일 소대원을 전방과 교대시킨다. 큰 트럭으로 대원을 싣고 약 20~30리 간다. 적과는 약 1킬로미터 거리다. 내 눈에는 저 멀리 인민군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잘 보인다. 우리 중대에는 6개 소대가 있다. 인원은 280명 이상이다. 1개 소대에 보통 40~50명이다. 중대본부에는 의무대, 행정실, 보급실, 취사장이 있다. 매일 1~2명 정도 부상자가 생긴다. 매일같이 대포소리, 총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후방까지는 수백 리나 떨어져있다고 생각된다. 어찌하면 8개월을 무사히 근무하고 고향으로 가겠는가. 이대로 최전방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는, 부상당하는 것은 십중팔구이다. 입대한지 어느덧 1개월이 지났다.
- 본문 135∼136페이지
하루는 고랑포와 고왕리, 두일리 근방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각 고지에는 인민군과 중공군이 물밀듯이 밀어닥쳤다. 산 밑이 온통 불바다다. 아군 헬리콥터가 여러 대 날아온다. 고지의 아군을 싣고, 탱크도 물고 날아갔다. 적군은 고지까지 올라가 점령하고 만다.
몇 시간 있으니 아군 폭격기 대여섯 대가 날아와서 고지를 폭격한다. 불바다다. 산이 까진다. 푸른 산이 몇 시간 후에 붉은 산이 되어버렸다. 시체는 산더미다.
각 고지는 이리하여 아군이 도로 점령하였다. 참 겁이 난다. 우리 부대는 총동원되어 영국부대를 따라다니면서 모든 것을 운반하여 준다. 부상자도 많이 생겼다. 여기저기 탄환이 날아와 박힌다. 우리 부대는 복귀하였다. 부상자도 많다.
- 본문 143∼144페이지
황령산에 오른다. 먼발치 광안리를 내려다본다. 나는 한숨 쉬며 소일한다.
해가 바뀐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늘 자리를 지키며 매일같이 나를 맞는다. 산정(山情)은 이토록 무한한데, 인정(人情)은 왜 이리도 유한하단 말인가.
- 본문 250페이지
출판사 서평
‘1919년생 통영사람 정창한’의 파란만장 인생역정기
‘통영사람 정창한’의 파란만장 인생역정기. 소설 《통영사람 정창한의 인정유한(人情有限)》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 3?1운동 때 통영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귀국 후 통영과 부산에서 살다 1988년 88서울올림픽 때 생을 마감했던, 정이 많은 사람 정창한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가난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이주하여 살면서 벌어지는 일상사와 첫사랑, 일제 패망 후 귀국하여 맞이한 해방의 기쁨과 해방 정국의 혼란한 정세, 한국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 전쟁 발발 후 노무부대 징용 이야기 그리고 전쟁 후 생계를 위해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와 가족 간의 갈등 등을 연대기 순으로 기록한 전기소설(傳記小說)이다.
주인공의 생애와 행적을 중심으로 쓰인 ‘전기소설(傳記小說)’,
국내외 사건에 대한 실증적인 묘사로 사료적 가치 또한 높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설 《통영사람 정창한의 인정유한》은 경남 통영과 부산에 대한 자세한 묘사로 당시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으며, 당시 국내외 주요 사건에 대한 실증적인 묘사와 재조명으로 사료적 가치 또한 높다.
소설을 보면, 나이 열네 살 때 혼자서 일본 땅을 밟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소년의 여정은 마치 치열한 전장을 보여주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필사적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7남매를 둔 가정의 셋째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본행이었다.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하여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은데, 특히 일본에서 결혼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부모의 결정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부분이다. 주인공이 직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너 모레 결혼할 것이니 하루 휴가를 받아오라”고 하여 결국 결혼을 하게 되는 등 나름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얘깃거리들도 담겨있다.
주인공이 일본에서 생활할 때는 한창 태평양전쟁 말기였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징용자들이 많이 들어오던 때다. 그는 목욕탕의 보일러공부터 미츠비시중공업의 기술자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함이었다.
일본 생활 중 주인공은 1938년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물난리인 일명 ‘한신 대수해(阪神大水害)’와 1945년 3월 미군이 고베 지역 주요 전략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베대공습(神戶大空襲)’도 겪어봤다.
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에서 고스란히 이겨낸 삶을 통해
‘자리 잡지 못한 혼돈의 시대’를 가감 없이 들추어낸 소설
주인공의 나이 스물일곱 살인 1945년 6월, 일본 생활을 마치고 고향 통영으로 귀향한 그는 6·25 한국전쟁 시 통영까지 내려온 인민군과 조우하여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이후 한국군 해병대의 작전을 돕고, 포탄이 빗발치는 전방 노무부대(일명 보국대)에 징용되어 복무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에서 고스란히 자신의 삶을 이겨낸 것이다.
보국대 복무 후 그는 고향 통영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살았지만 형의 섭섭함이 갈등이 되어 고향 통영을 떠나 큰아들이 있는 부산으로 이동, 생계를 위해 노점상 생활 등을 하며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통영사람 정창한의 인정유한》의 무대가 되는 경남 통영의 멘데마을이 최근 도시재생 국책사업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이 소설의 출간으로 멘데마을에 대한 과거의 향수와 역사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밖에도 이 책은 통영의 옛 지명과 통영상륙작전, 6?·25 직전과 후의 보도연맹 관련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을 포함한 통영 내 유명한 인물들의 등장,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시초가 되었던 살아있는 군작전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한 인물을 통해 우리의 ‘자리 잡지 못한 혼돈의 시대’를 가감 없이 들춰낸 이 소설은, 기성세대에게는 지난 역사를 회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흘러가버린 역사가 아닌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의 새 시대를 여는 동기를 부여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64951415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9월 05일 |
쪽수 | 255쪽 |
크기 |
152 * 225
* 21
mm
/ 47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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