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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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11년 선정
작가정보
저자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는 1844년에 태어나 1924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소설가 겸 평론가. 지적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광신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주로 썼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와 유럽을 뒤흔든 드레퓌스 사건 때에는 에밀 졸라, 앙리 푸앵카레 등과 함께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했고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평화주의를 강조했다. 1896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었고 192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1881), 『타이스』(1890), 『붉은 백합』(1894), 『신들은 목마르다』(1912) 등이 있다.
번역 김지혜
역자 김지혜는 충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68, 세계를 바꾼 문화혁명』(공저)이 있고, 『차에 치인 개』, 『폴 리쾨르, 삶의 의미들』 등을 번역했다. 현재 여러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과 예술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목차
- 제1장~제29장
작품해설
후주
책 속으로
“나는 그 오스트리아 여자[마리 앙투아네트]를 진짜 싫어했다. 너무 거만하고 너무 낭비가 심했거든. 왕은 말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왕이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나서야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만. 결국, 내 비록 얼마간 행복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긴 하지만 구체제가 그립지는 않아. 하지만 대혁명이 평등을 정착시킬 거라고는 말하지 마라. 사람들은 결코 평등하지 못할 거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거든. 그러니 아무리 나라를 뒤집어엎어봤자 소용없어. 큰 사람과 작은 사람,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은 언제고 있을 테니.” (26쪽)
검사실에서 나온 가믈랭은 법원의 회랑을 가로질러, 온갖 종류의 물건이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가게들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여시민 테노의 진열대에서 역사·정치·철학 서적을, 『노예들의 굴레』, 『전제군주제론』, 『왕비들의 범죄』를 뒤적였다. “좋아! 공화파 책들이로군!” 하고 중얼거리고는 책방 주인에게 그런 책들이 계속 팔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가요집하고 소설책밖에 안 나가요.”
그러면서 그녀는 서랍에서 얇은 책 한 권을 꺼내더니 덧붙여서 말했다.
“이게 뭔가 재미있는 책인가 봐요”
『속옷 바람의 수녀』라는 제목이 에바리스트의 눈에 들어왔다. (110쪽)
혁명재판소는 귀족과 부자들에게 그러하듯 인부와 하녀들에게도 엄격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평등을 확립해갔다. 가믈랭은 민중체제하에서는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않았다. 민중을 형벌에서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민중에 대한 멸시와 모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민중을 징벌받을 자격이 없는 자로 간주하는 것이었으리라. 귀족 전용 단두대가 그에게는 일종의 불공평한 특권처럼 보였을 것이다. 가믈랭은 징벌에 대해서 종교적이고 비의적인 관념을 갖기 시작했으며 징벌에 어떤 효력,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죄인들에게는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벌을 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69쪽)
사형의 광란에 자살의 광란이 응수하고 있다. 여기, 파리 고등법원 부속 감옥에는 잘생기고 강건하며 사랑받는 한 젊은 군인이 잡혀 있다. 그는 “저를 위해 살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사랑스러운 애인과 감옥에서 결별했다. 그녀를 위해서도, 사랑을 위해서도, 영광을 위해서도, 살기를 원치 않는다. 그는 자신의 기소장으로 담뱃불을 붙였다. 그리고 공화주의자인 그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기에, 죽기 위해 왕정주의자가 된다. 혁명재판소는 그에게 무죄선고를 내리려고 애쓰나, 피고가 하도 강경해 재판관과 배심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주장을 인정하고 만다. (177~178쪽)
“그렇다면 신부님, 현재의 혁명 속에서,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하느님, 그분의 처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영감님.”
“에피쿠로스가 말했죠, 신은 악을 막기를 원하나 그렇게 할 수가 없든지, 막을 수는 있으나 그러기를 원치 않든지, 막을 수도 없고 막기를 원치도 않든지, 그것도 아니면 막기를 원하며 막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막기를 원하나 막을 수가 없다면 신은 무능력한 것이고, 막을 순 있으나 그러길 원치 않는다면 사악한 것이며, 막을 수도 없고 그러길 원치도 않는다면 무능력하고 사악한 것이지요. 막길 원하며 막을 수도 있다면, 왜 신은 그리하지 않는 겁니까, 신부님?” (186쪽)
신분과 성격이 각양각색인?한쪽은 유식하고 다른 한쪽은 무식한?배심원들은 비열하거나 관대했고, 순하거나 거칠었으며, 위선적이거나 솔직했다. 하지만 다들 조국과 공화국이 처한 위험상황 속에서 똑같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느끼는 체하고, 미덕 또는 공포로 잔인해져서 같은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체하며, 자신의 당연한 직무 수행을 통해 마음껏 죽음을 양산해내는 단 하나의 존재, 귀먹고 성난 단 하나의 얼굴, 단 하나의 영혼, 광신적인 한 마리의 짐승을 형성하고 있었다. 감성적으로 너그럽거나 잔인한 그들은 난데없이 솟구치는 연민에 불현듯 사로잡혀, 한 시간 전에 빈정거리며 유죄판결을 내렸던 피고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196쪽)
검사 측은 모든 혐의자에 대해 사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브로토가 제일 먼저 심문을 받았다.
“음모를 꾸몄나?”
“아닙니다. 저는 음모를 꾸미지 않았습니다. 방금 들은 기소장의 모든 내용은 거짓입니다.”
“그것 봐, 피고는 이 순간에도 또 혁명재판소에 대해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은가.” (269쪽)
출판사 서평
내가 공화국과 함께 죽는 건 당연하다.
나는 적들의 피를 아꼈다.
그러니 내 피라도 쏟아야 한다!
- 본문에서
오, 눈먼 단두대여! 피투성이 혁명이여!
피를, 더 많은 피를 신들에게 바쳐라!
가장 순수하고 가장 찬란한 순간,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의 이상적 사회를 자유·평등·박애라는 고귀한 구호로 남겼지만, 피를 피로 씻는 ‘공포정치’(1793~1794)라는 어둠도 남겼다. 『신들은 목마르다』는 바로 이 공포정치가 펼쳐지던 1793년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나톨 프랑스의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은, 순수한 열정으로 대혁명에 환호하던 가난한 화가가 혁명과 정치의 과정 속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혁명재판소의 배심원이 되어 “공정하고 인간적인 행동”으로 반혁명파를 단죄하고자 한 주인공은 재판을 거듭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숱한 희생자들을 서슴없이 단두대로 보내는 잔혹한 냉혈한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가 “인간이기를 단호히 거부”하게 된 것은 권력이나 출세가 아니라 오로지 조국과 민중, 정의를 위해서였다. 그가 누구보다도 정의로웠기 ‘때문에’, 그의 따뜻한 심성과 순수한 영혼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와 유럽 전역을 들끓게 한 드레퓌스 사건에 ‘드레퓌스파’로서 참여하여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치적 선동과 집단적 광신에 맞섰던 작가 아나톨 프랑스. 그는 참으로 순수한 인간이 자신의 이념과 열정을 스스로 정의라고 믿을 때 얼마나 무서운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동요하며 특히 전쟁·혁명 같은 혼란의 상황에서는 쉽사리 극단에 빠질 수 있는 존재라고 경고한다.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 군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냉철하게 묘사한 세밀화
『신들은 목마르다』는 프랑스 대혁명, 공포정치가 배경이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보다는 오히려 그 시기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보통사람들의 ‘보잘것없는’ 일상을 더 비중 있게 다룬다. 대혁명 자체의 의미보다는 ‘민중’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혁명 속 삶과 심리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는 이 소설을 ‘혁명심리’에 관해 여느 정치학 교과서보다 더 귀중한 암시를 주는 문학작품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작품은 “빵 아니면 죽음”, “자유 아니면 죽음”을 외치며 왕정을 무너뜨린 ‘열정으로 불타오르던 시절’의 4년 뒤인 1793년에서 시작한다. 혁명은 몇 년에 걸친 ‘폭력과 불확실성’ 속에 지쳐갔고, 더욱이 빵도 자유도 아닌 ‘죽음’의 위협만을 가져온 공포정치는 자유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억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혁명과 반혁명이라는 극단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순수한 정의감으로 혁명 쪽에 선 주인공 가믈랭은 대혁명을 ‘숭배’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금은 반혁명분자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이들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숭배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는 건망증이 있었다.’ 이 건망증은 정치적 혼란에 휩쓸린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가믈랭은 처음에는 혁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녔다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하며 동요하는, 평범한 보통사람일 뿐이다.
그의 연인 엘로디는 혁명에는 관심 없고 자신의 삶과 현재의 사랑에 몰입하는 열정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가믈랭이 점점 광신적이고 잔인한 사람으로 변해가자, 오히려 그 모습에 공포와 함께 쾌감까지 느끼며 더욱더 사랑에 몸을 내맡긴다. 연인을 위해 목숨도 바칠 듯하지만, 그런 그녀도 가믈랭이 죽자 이내 또 다른 사랑에 빠진다.
또한 가믈랭의 이웃 대부분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정치적 깃발을 바꿔 달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 대혁명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혁명이건 반혁명이건 ‘수차례에 걸쳐 사람들의 조건을 변화시키지 못한 채 정부의 형태만이 변한’ 것에 불과하니, 그들 개개인의 삶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런 보통사람들, 때로는 목숨을 던져 불의에 맞서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사악할 만큼 이기적인 존재, 쉽게 들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바로 이들이 살아 있는 민중이다. 광기와 광신의 시대에 휩쓸린 그들에게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은 이도, 죽인 이도, 살아남은 이도, 모두가 희생자다. 또 그렇기에 가믈랭을 비롯한 이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을 단순히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피에 목마른 것은 ‘흡혈귀’ 가믈랭이나 ‘폭군’ 로베스피에르가 아니라, ‘식욕에 관해서는 따를 자가 없는 신들’이 아닌가.
신들은 목마르다. 그런데 왜 신‘들’일까?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 신이 된 인간들을 일컫는 게 아닐까. 혁명은 인간의 이상이 현실 속에서 가장 극적으로 발휘되는 순간이지만, 그 찬란함에 눈멀고 열정에 잡아먹히게 되면 우리도 언제든 가믈랭처럼 피에 목마른 신이 되고 마는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 브로토의 입을 빌어 말하듯, 인간은 자신의 한계와 나약함, 삶의 허무함을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현재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리라.
[책속으로] 추가
가믈랭은 갑자기 그 아이를 두 팔로 번쩍 안아 올렸다.
“꼬마야! 너는 자유롭게, 행복하게 자랄 것이야. 그건 이 파렴치한 가믈랭 덕분일 게다. 이 아저씨가 잔인한 것은 네가 행복해지게 하려고 그러는 거란다. 네가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잔혹한 것이야. 앞으로는 모든 프랑스인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 포옹할 수 있게 하려고 몰인정한 거란다.”
그는 아이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얘야, 네가 어른이 되면 네 행복, 네 순수함은 이 아저씨 덕분일 게다. 그런데 말이다, 언젠가 내 이름을 듣게 된다면 너는 그 이름을 증오하고 말 게다.” (283쪽)
마부가 야윈 말을 채찍으로 때리자 야유 속에서 마차행렬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가믈랭을 알아보는 아낙들이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 꺼져버려! 흡혈귀 같은 놈아! 일당 18프랑짜리 살인자야! …… 저놈이 이제야 웃지 않는구먼. 보세요, 저 비열한 놈이 얼마나 창백한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믈랭과 그의 동료들이 단두대로 보낸 음모자와 귀족, 과격파와 관용파들을 모욕했던 바로 그 아낙들이었다. (300쪽)
기본정보
ISBN | 9788964620120 |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4월 16일 | ||
쪽수 | 339쪽 | ||
크기 |
145 * 220
* 30
mm
/ 47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뿌리와이파리 알알이
|
||
원서명/저자명 | Les dieux ont soif/France, Anato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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