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 지리산 둘레길이 등장했다. 그 후로 한동안 여행사에서는 지리산 둘레길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상품을 이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후 걷기 열풍이 몰아닥쳤고 전국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이 다수 조성됐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각 지자체가 앞 다투어 산책로를 조성하고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다. 아직 서울 안의 길도 다 걷지 못했음에도 다른 지역을 탐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은 둘레길만 다룬 책이 결코 아니었다. 둘레길 코스를 알아보려 택했는데, 책 안에 포함된...
더보기
몇 해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 지리산 둘레길이 등장했다. 그 후로 한동안 여행사에서는 지리산 둘레길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상품을 이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후 걷기 열풍이 몰아닥쳤고 전국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이 다수 조성됐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각 지자체가 앞 다투어 산책로를 조성하고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다. 아직 서울 안의 길도 다 걷지 못했음에도 다른 지역을 탐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리산 감성 여행>은 둘레길만 다룬 책이 결코 아니었다. 둘레길 코스를 알아보려 택했는데, 책 안에 포함된 내용은 실로 방대했다. ‘지리산의 모든 것을 담았다!’는 저자의 외침이 허풍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지리산은 구례, 남원, 산청, 하동 그리고 함양까지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거대한 규모의 산이었다.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겼기에 같은 지리산임에도 결코 같지가 않았다. 동시에 어느 계절에 산을 찾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을 터였다. 2008년경부터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녔다. 비록 여행사를 따라 다니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경험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지역을 수박 겉핥기 정도일지라도 어쨌건 한 번씩은 다 가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책을 읽으며 이미 방문했던 지역들을 떠올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구례는 산수유 피는 계절이면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지역이다. 처음 내가 구례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관광지로서의 면모보다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시골 동네의 이미지가 강했다. 식사를 즐길 만한 식당을 찾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지만 지역 문인회에서 나와 눈인사와 함께 따스한 차 한 잔을 건네는데 어디서도 그런 호의를 받아본 적이 없어 머쓱함을 느꼈다. 여러 해 연이어 축제를 개최해 이제는 ‘산수유’하면 구례가 떠오를 정도가 됐으니 그 때와 같지는 않을 듯하다. 남원은 춘향이의 동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에 널려 있는 추어탕집 이름 앞에 붙은 지명이기도 하다. 춘향과 몽롱의 사랑을 재현해 놓은 광한루원을 비롯하여 그 일대가 온통 춘향과 몽룡이었던 기억이 강렬하다. 산청은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올라가느라 무척이나 고생했다. 웬만해서는 멀미를 하지 않는 나도 “아이고” 소리를 내뱉었을 정도였다. 한약재를 테마로 한 전시시설만 들렀는데, 책을 보니 대원사, 내원사 등의 절을 비롯하여 남명 조식 선생의 마지막 흔적인 남은 공간이라는 산천재가 있었다. 다시 갈 엄두는 나지 않으나, 사진 속 풍경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봄철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하동 지역과 최치원에 의해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이 위치한 함양까지, 지리산 일대가 품은 이야기는 실로 풍성했다.
이제까지 기억을 헤아려가며 독서를 즐겼다면, 이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차례다. 애초에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한 둘레길 관련 내용을 접하면서 나는 무척이나 설렘을 느꼈다. 지인 중 일부는 별로 볼 것도 없고 밋밋했다며 가지 말라 내게 말하기도 했지만 어찌 그런 평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다. 화려한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 둘레길을 걷는 이들이 그와 같은 것을 기대했을 리는 없다. 남원 주천 운봉, 인월, 금계 등을 지나 다시 주천으로 돌아오기까지 구간은 총 20개로 구성됐다. 한 구간은 15km 내외. 모든 구간을 몰아서 걷는 건 불가능하기도 할뿐만 아니라 체력에 적잖이 무리가 될 것이다. 몇몇 구간은 차도를 끼고 걸어야 해 매력이 덜 할 수도 있는데, 순간을 견디면 평범하면서도 따스함이 깃든 풍경과 만날 수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에선 그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는 사람만이 안다는 살아 있는 보물. 그저 속도 내어 걷는 데만 급급한 이들은 알지 못하는 보물을 걸으면서 발견할 수 있다. 과연 나에게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까.
먹거리, 잠을 잘 수 있는 장소, 주변에 관광할 만한 곳까지. 지리산은 도 닦으러 들어가는 장소만은 아니었다. 이제 한동안은 덥지도 춥지도 않을 것이므로, 시선을 지리산으로 돌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닫기
![[이북]매일 500원 북돋움캐시](https://simage.kyobobook.co.kr/ink/images/prom/2021/banner/210120/bnH_w04.jpg)
![[앵콜]코코도르 설날박스 [디퓨저3개+명절기프트백]](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809/hot1611122991495.jpg)
![[겐지아] 고양이 식기홈세트 12PCS (3종 택1)](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780/hot1603436109889.jpg)
![[10개 세트] 마스크걸이 다용도 자석 후크 4size](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148/hot1600153752404.jpg)
![[2/2출고] 아에르 어드밴스드 KF94 30매 (박스제공)](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797/hot1611019243490.jpg)
![스타벅스 리저브 에디션 [마이더치 콜드브루 메이커]](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077/hot1602721465892.jpg)
![[이경제] 황제천용단 진 30환](http://image.kyobobook.co.kr/newimages/giftshop_new/goods/400/1515/hot15735230532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