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 제니 홀저》 는 예술의 언어를 통해 보다 확장된 공공의 장소이자 공론의 장으로 미술관을 위치시키고자 마련되었다. 제니 홀저는 지난 40 여 년간 텍스트를 매개로 사회와 개인, 정치적 이슈를 다루며 지속적으로 공적 영역에 관여하여 예술의 가능성을 실천해온 예술가이다. 혼돈의 시대 속에서 예술은 실질적인 삶의 문제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 공공의 미술관은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담론 형성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동시대 미술관은 주변화되고 열외되었던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역사를 현재로 가져와 시각 생산물의 세계를 동원하여 예술이 역사의 바른편에 서야 하는 필연성을 이끌어 내는 공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클레어 비숍 (Claire Bishop ) 1 의 제안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홀저는 급진적인 예술의 최전방에서 언어를 통해 다성적인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과 논쟁으로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조형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우리가 직면한 ‘삶의 문제’를 용기 있게 다루고 현실에 개입함으로써 예술의 공공성을 극대화해 온 홀저와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이현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하여』, 13p

국립현대미술관 로비 벽을 채운 〈경구들〉과 〈선동적 에세이 ( Inflammatory Essays ) 〉 포스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언어적 지시에만 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우선 그 언어들은 책처럼 읽히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형태의 전시를 통해 공간에 개입하고 공간을 변형한다. 공간에 예기치 않은 문맥을 부여함으로써 그 의미를 변형한다.
이광호(문학평론가), 『여성의 증언은 전시될 수 있는가?-제니 홀저와 여성 언어의 재정치화』, 27p

제니 홀저는 지난 40 년간 일상적인 사물에서부터 공공의 장소에 이르기까지, 사적인 개인성부터 공공성에 이르기까지, 개념으로 배포되는 정보의 확산부터 장소특정적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의 안팎에서 텍스트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녀는 때로는 익숙한 언어부터 낯선, 공격적인 언어, 선동적인 언어나 익히 널리 알려진 경구 등을 기반으로 한다. 콘돔의 포장지나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옥외의 익숙한 광고판을 사용하는가 하면, 대도시의 공공 건물, 택시와 같은 대중 교통, 기업의 건물 등의 파사드에 정치성을 띤 텍스트들을 라이트 프로젝션으로 비춘다.
정연심(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제니 홀저의 컨(텍스트) 작업 : 그들의 목소리로 받아쓰기』, 69p

제니 홀저는 문화 권력의 주변부에서 활동하기를 선택한 동시에 문화 권력의 중심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는 1982년(퍼블릭아트펀드의 후원으로) 〈경구들〉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스펙타컬러 전광판을 이용해 상영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홀저는 다른 텍스트를 사용했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양한 관객들이 넘쳐나는 공간의 스펙타컬러 전광판을 이용하는 일은 작업 내용과 관람 경험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전광판은 읽는 속도와 생각의 속도에 맞춰 글자의 속도를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는 그 속도를 넘어설 수도 있으며, 단어들을 깜박거리게 하여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거나 스크롤하여 텍스트로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낸시 프린센탈 (미술평론가), 『제니 홀저 : 언어 수업』, 101p

제니 홀저는 이처럼 빛을 통한 언어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기 훨씬 전인 1991 년부터 공공장소에 텍스트를 투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가 이러한 프로젝션 표현 방식을 예견했다거나 그의 방식이 지금의 활동가들에게 널리 퍼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오늘날의 프로젝션 작업처럼 홀저의 작업은 익명성과 일시성을 담고 있다. 그는 관객이 부지불식간에 우연히 프로젝션을 마주하게 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처럼 빛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지만, 홀저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다른 프로젝션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홀저는 순수하게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시적이고 모호한 글을 투사한다.
니콜라스 치텐덴 모건 (작가, 미술사학자), 『제니 홀저-프로젝션의 예술』, 1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