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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턴 대학교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그랜트 부부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갈라파고스를 찾아 진화의 아이콘 ‘핀치의 부리’를 통해 진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핀치들을 잡아 몸무게를 재고 부리 크기를 측정하고 누구와 짝짓기를 하는지 모두 기록했다. 그리고 2009년 마침내 다윈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새로운 종이 지구상에 등장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저자 조너선 와이너는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화를 추적·조사 중인 숱한 연구자들을 만나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여 책을 썼다. 이 책은 ‘핀치의 부리를’ 통해 생명 진화를 통찰하고 자연계의 기본적인 힘,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항생제 및 제초제 저항성, 슈퍼박테리아, 어업 관행의 문제, 멸종위기종, 기후 변화 등 2017년 지금도 활발히 논의 중인 여러 쟁점들도 앞서 이야기한다. 이와 동시에 150년 전 진화론을 처음 등장시킨 다윈의 ‘비글호 향해기’와 ‘종의 기원’에서 언급한 내용을 파헤치고 그 시절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을 분석한다.
- 퓰리처상 수상작,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도서상
작가정보
저자 조너선 와이너는 미국에서 저명한 대중 과학 저술가이다. 대표작 『핀치의 부리』는 퓰리처상Pulitzer Prize, 전미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Prize, LA 타임스 도서상LA Times Book Prize을 받았다. 와이너는 《사이언시즈The Sciences》의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프린스턴 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작문 교수직을 역임했다. 《뉴요커》, 《슬레이트》, 《타임》, 《뉴욕타임스 매거진》, 《워싱턴포스트》, 《뉴 리퍼블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스미소니언》을 비롯한 신문과 잡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핀치의 부리』, 『초파리의 기억』, 『과학, 죽음을 죽이다』, 『DNA 딜레마』, 『다음 백 년간The Next One Hundred Years』, 『시간, 사랑, 기억Time, Love, Memory』, 『행성 지구Planet Earth』가 있다. 뉴욕에 살며 컬럼비아 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과학 저술을 가르친다.
역자 양병찬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지식리포터 및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이런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진화론의 교과서로 불리는 『센스 앤 넌센스』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다룬 화제작 『자연의 발명』을 번역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후보에 올랐다. 옮긴 책으로는 『물고기는 알고 있다』, 『곤충 연대기』, 『가장 섹시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등이 있다.
목차
- 20주년 기념판 추천사 _최재천
초판 추천사 _최재천
20주년 기념판 서문
1부 신체의 진화
chapter1. 대프니메이저
chapter2.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본 것은?
chapter3. 무한한 다양성
chapter4. 0.5밀리미터가 중요하다
chapter5. 특별한 섭리
chapter6. 경쟁하는 힘들
chapter7. 2만 5,000다윈
2부 지상의 새로운 존재들
chapter8. 프린스턴
chapter9. 변이에 의한 창조?
chapter10. 계속 회전하는 칼
chapter11. 보이지 않는 해안
chapter12. 우주의 분열
chapter13. 분열인가, 융합인가?
chapter14. 새로운 존재의 등장
3부 G.O.D.
chapter15. 보이지 않는 문자들
chapter16. 거대한 실험
chapter17. 이방인의 힘
chapter18. 저항운동
chapter19. 창조과정의 동반자
chapter20. 형이상학적인 '꼬인 부리'
에필로그
감사의 글
옮긴이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현대과학의 기원을 설명하는 고전적 교과서에서 ‘다윈과 핀치’는 ‘뉴턴과 사과’, ‘갈릴레오와 피사의 사탑 실험’과 같은 유명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설로웨이는 말한다. 설로웨이는 다윈 서거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다윈과 관련된 신화들을 모두 깨뜨리려 노력한 바 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편의 연속된 논문을 통해 다윈이 개종改宗하고, 전설이 진화된 과정을 파헤쳤다. 그러나 다윈을 둘러싼 전설은 아직도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세 세대에 걸쳐 생물학자들은 핀치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서도 ‘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 같다’라고 느꼈다. 그것은 다윈이 그들로 하여금 진화과정에 눈을 뜨게 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느낌과 실제는 다르다. 충분한 인내, 강인함, 육상지원, 해상지원, 컴퓨터, 비행기, 지구력으로 무장하고 진화과정을 실제로 지켜본 과학자는 그랜트 부부가 처음이었다. / 82쪽
본래 그랜트 부부는 몇 개월 동안만 다윈핀치를 연구한 뒤, 되도록 많은 데이터를 챙겨 귀가할 예정이었다. 그런 다음 새의 모습을 형성한 요인이 뭔지를 찾아낼 계획이었다. 요컨대 그랜트 부부는 새의 스냅사진을 찍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진화는 서서히 일어난다’라는 다윈의 생각이 옳다면, 어느 누구라도 스냅사진 이상의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진화학자가 새를 관찰하는 것은 천문학자가 별을 관측하거나 지질학자가 산맥을 관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갈라파고스에서 100년간 관찰해봤자 얻을 것은 스냅 사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감에 따라 그랜트 부부와 연구팀은 ‘뭔가 관찰할 가치가 있다’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새들의 부리는 극도로 다양한데, 새들은 이런 변이에 극히 민감할 뿐만 아니라 극도로 충실하게 후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윈과정에 필요한 각각의 요구사항들과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에 필요한 각각의 전제조건들은 다윈핀치를 통해 거의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낱낱이 드러났다. 그들은 갈라파고스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 134-135쪽
우리는 여기서 ‘다윈이 넓은 세계에서 봤던 것’의 한 가지 사례를 보고 있다. 다윈은 자신의 단순한 과정이 다양성과 변이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그것이 무척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그에 의하면, 다양성과 변이의 근저에 깔린 원동력은 모든 생명체의 발전을 이끄는 일반원칙(‘증식하고 변화하며, 최강자는 살아남고 최약자는 죽는다’)의 결과만큼이나 단순하고, 평이하고, 상식적이라고한다. 구피의 실험이 엔들러에게 준 교훈은 거의 같은 시기에 다윈핀치들이 갈라파고스의 핀치 관찰자들에게 준 교훈과 똑같다. “자연선택은 빠르고 확실하게 진행될 수 있다. 자연선택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다윈이 꿈꿨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 179-180쪽
분열fission과 융합fusion이라는 두 힘은 새들을 사이에 놓고 영원히 싸운다. 분열의 힘은 완전히 새로운 계통, 즉 ‘새로운 종을 향해 튀어나갈 수 있는 계통’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에 반해 융합의 힘은 그들을 다시 합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랜트 부부가 봤던 것은 분열 직전의 아메바처럼 허리가 잘록해진 개체군이었으며, 그 분열이란 새의 부리가 겨우 1밀리미터 변하는 것이었다. / 303쪽
다윈핀치들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아담과 다르다. 아담은 진흙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빚어진 후 땅에서 반쯤 일어나 아래로 뻗은 신의 손가락과 맞대기 위해 맥없이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다윈핀치들은 오히려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상 〈노예들〉과 더 비슷하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반쯤 조각하고 반은 내버려둔 듯하여, 오늘날 우리가 다윈핀치들을 바라보면 아직도 조각가의 끌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윈핀치들은 살아 숨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완성이다. 조각가는 지금도 갈라파고스에서 작업 중이며, 그랜트 부부는 그 작업과정을 측정하고 증명하고 있다. / 347쪽
출판사 서평
진화는 살아있다
다윈의 후예가 전하는 “생명진화의 생생한 현장”
150년 전 갈라파고스를 다녀간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과 진화이론은 생물학 범주를 넘어 경제학, 사회과학, 심지어 음악과 미술 등 여러 학문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진화는 통상적으로 영겁의 시간을 전제로 하여 서서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진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이전에는 말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갈라파고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두 과학자는 진화의 아이콘 ‘핀치의 부리’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진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랜트 부부는 지난 40여 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 대프니메이저에서 다윈핀치와 함께 지냈다. 매일 아침 핀치들을 잡아 몸무게를 재고 깃털의 색을 살피고 부리 크기를 측정하며 무엇을 먹는지 누구와 짝짓기를 했는지 모두 기록했다. 그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여 수십 세대를 따라가며 변화를 추적했다. 그리고 2009년, 마침내 두 사람은 다윈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새로운 종이 지구상에 등장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핀치의 부리(The Beak of the Finch)』 20주년 기념판은 다윈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와 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의 헌신과 열정을 기록했다.
지은이 조너선 와이너는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화를 추적·조사 중인 숱한 연구자들을 만나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여 책을 썼다.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과학적·철학적 개념을 명료한 산문체로 서술하여 정확하게 전달해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도록 서술하여 마치 에세이와 탐험기를 읽는 듯한 재미까지 더했다.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은 “다윈이 만일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피터 그랜트,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를 제일 먼저 찾을 것이라 확신한다. 두 과학자는 다윈의 이론을 가장 완벽하게 증명해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핀치의 부리』는 실례를 들어 진화론의 각종 핵심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 최고의 진화론 개념서이자 생물학 현장 연구의 지침서이다.
퓰리처상 수상작,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도서상, 《뉴욕 타임스》올해의 책
“최고의 책! 다년간 과학책을 읽어왔지만 이런 책은 처음이다!” _《네이처》
『핀치의 부리』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의 에너지와 자연의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자연선택의 힘을 세세하고 정밀하게 기록했다. 책은 ‘핀치의 부리’를 통해 생명 진화를 통찰하고 자연계의 기본적인 힘,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핀치의 부리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책 역시 20년의 세월 동안 호흡하며 성숙했다. 『핀치의 부리』는 옛날 옛적 과학자들의 무용담을 펼쳐놓은 오래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항생제 및 제초제 저항성, 슈퍼박테리아, 상아 없는 코끼리의 진화, 어업 관행의 문제, 멸종위기종, 인류세, 기후변화 등 책 속의 이야기는 갈라파고스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2017년 지금 활발하게 논하고 있는 여러 쟁점들을 한발 앞서 이야기한다. 이와 동시에 150년 전 진화론을 세상에 처음 등장시킨 다윈과 닿아 있다. 다윈이 『비글호 항해기』와 『종의 기원』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샅샅이 파헤친 후 그 시절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을 분석한다. 다윈이 보았던 갈라파고스핀치(왕중왕핀치라고 언급된다)는 이미 멸종되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자연선택은 다윈 이후의 시대를 살았던 인류에게 진화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진화는 이처럼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다. ‘핀치의 부리’로 이어진 역동적인 과학사는 진화를 거듭한 지구에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보지 못했던 것을 생생히 증언한다.
다윈과 핀치의 부리는 뉴턴의 사과, 보어의 원자와 함께 현대 과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핀치의 부리』는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LA 타임스》 도서상·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199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모든 세대, 모든 개체를 추적하며 기록한 진화의 현장과 종의 탄생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는 이미 ‘최고의 진화 입문서’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진화론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에
종지부를 찍다
진화는 우리 사회에 생경하면서도 불편한 개념이다. 종교와 과학의 대립 최고 정점에 위치해 있다. 2014년 8월 (사)교과서진화론개청추진회에서는 핀치의 부리 변형은 진화의 증거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과학교과서 인증기관인 서울시 교육청과 감수기관인 (사)한국과학창의재단에 개정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크리스천투데이》, 2014. 8. 5). 다윈을 그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순간적인 재치로 진화를 떠올렸던 영국의 생물학자 정도로 평가절하하며 특정 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불경한 이론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핀치의 부리’에 쓰인 진화의 증거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엄밀한 사실이다.
그랜트 부부와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레이프 안데르손 박사가 기고한 2015년 《네이처》논문에서는 ‘핀치의 부리’를 형성하는 ALX1이라는 유전자 서열을 비교·분석하여 핀치의 부리에 얽힌 진화의 역사와 부리모양의 변화, 종 분화의 증거들을 입증했다(출처: Evolution of Darwin’s finches and their beaks revealed by genome sequencing, 《네이처》 518, 371?375 (19 February 2015)). 연구진은 종 간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가 모두 200만 년 전 처음 유입된 단일 종에서 분기된 것이며, 분기는 100만 년 전후에 본격화 되었다고 말한다. 다윈을 따라다니며 괴롭힌 논쟁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다. 그랜트 부부의 끈질긴 연구는 진화적 변화에 대해 생생하고 귀중한 교훈을 제공하는 진화론 연구의 랜드마크이다.
진화론 교양서의 고전 『핀치의 부리』
20주년 기념판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1. 두 번의 가뭄과 한 번의 엘리뇨
40년을 넘게 이어온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의 연구는 진화 연구에 여러 이정표를 세웠다. 대프니메이저에는 세 종류의 땅핀치가 산다. 이 새들은 부리의 크기로 구분된다. 큰 부리를 가진 큰땅핀치, 중간 크기 부리를 가진 중간땅핀치, 작은 부리를 가진 작은땅핀치이다. 큰땅핀치는 큰 씨앗을 먹고, 중간땅핀치는 중간 크기 씨앗을, 작은땅핀치는 가장 작은 씨앗을 먹고 산다. 각 부리는 각 핀치가 먹는 씨앗의 크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랜트 부부가 갈라파고스 대프니메이저에서 40년을 지내는 동안, 핀치들은 두 번의 가뭄과 두 번의 엘리뇨를 겪었다. 큰 기후변화는 부리 크기에 의해 핀치의 생사를 결정했다. 그랜트 부부가 갈라파고스를 방문한 지 4년째 되던 1976년, 대프니메이저는 최악의 가뭄을 맞는다. 1976년 3월부터 1977년 12월까지, 약 18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극심한 가뭄은 대프니메이저의 식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극심한 가뭄으로 넝쿨식물은 씨앗을 만들지 못했고, 넝쿨식물이 만드는 중간크기 씨앗을 먹는 중간땅핀치에게 자연선택의 칼날이 향했다. 1977년 초에는 약 1,200마리의 중간땅핀치가 있었는데, 그해 말에는 200마리만 살아남았다. 그해에만 85퍼센트의 핀치가 굶어 죽었다.
그랜트 연구팀은 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가뭄이 식생을 어떻게 바꿨는지, 살아남은 핀치의 부리가 어떠한지, 살아남은 핀치는 무엇을 먹고 사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핀치를 관찰한 결과 몸집이 크고 부리가 큰 핀치가 살아남았고, 그중에서도 수컷핀치가 더 많이 살아남았다. 1980년, 대프니메이저에는 또 한 번의 가뭄이 찾아왔고 이번에도 자연선택의 칼날은 중간땅핀치에게 가혹하게 작용했다. 중간땅핀치는 가뭄이 반복되고, 세대가 거듭할수록 몸집과 부리는 점점 커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자연선택이 중간땅핀치와 큰땅핀치의 경계를 허물던 중에 대프니메이저는 다른 큰 변화를 맞았다. 이번에는 폭우였다. 1982년, 극심한 엘리뇨가 발생하여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고 대프니메이저의 생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넝쿨식물이 번성하여 씨앗이 지천에 널렸고 작은 부리를 가진 핀치들 역시 먹고 사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몸집이 큰 핀치들이 그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큰 씨앗을 먹거나, 작은 씨앗을 많이 먹어야 했으므로, 큰 몸집은 살아남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다. 1977년, 1980년, 1982년 두 번의 극심한 가뭄과 한 번의 홍수를 거친 핀치들의 분포는 표1과 같다.
흔히 새로운 종은 잠잠했던 유전자 풀gene pool에 생긴 순간의 돌연변이로 인해 탄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화는 역동적이다. 자연선택은 한 번은 이쪽 방향으로, 한 번은 저쪽 방향으로 서로 밀고 당긴다. 그 누구도 진화의 순간을 지켜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진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를 통해 자연선택은 언제나 회전하는 칼날이며 선택의 밀고 당김이 쌓여 진화를 이끈다는 것이 밝혀졌다.
2. 자연적 이종교배 목격
이종교배 이슈는 지금 학계의 뜨거운 감자이다. 자연적 이종교배는 종에게 가해지는 극단적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며, 인류는 인공교배을 통해 이종 간 교배를 시도하고 목격했다. 라이거, 노새와 같은 인공교배에 의한 이종교배 생명체들만이 알려져 있었다.
갈라파고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랜트 부부보다 50년 먼저 갈라파고스를 찾았던 데이비드 랙David Rack(데이비드 랙 교수는 핀치의 부리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혹자들은 다윈핀치를 랙핀치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은 다른 종의 핀치가 서로 짝짓기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고,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의 로버트 오어Rober Orr는 두 종을 한 새장 안에 집어넣어 인위적으로 교배시키려 해봤으나 한 번도 그 사례를 목격한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랜트 부부는 대프니메이저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한다. 1982년, 앞서 말했던 것처럼 엘리뇨는 대프니메이저에 많은 비를 내렸고, 큰 비가 그치자마자 핀치들은 정신없이 짝짓기를 했다. 뒤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핀치들은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를 모두 동원하여 같은 종을 알아본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짝짓기 환경에 처하자 이상한 커플이 등장했다. 작은땅핀치와 중간땅핀치가 짝을 이루었다. 이종 간 자연적 교배가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의 자손들 역시 생식에 아무 문제가 없어 두 커플의 자손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번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수는 중간땅핀치와 보통선인장핀치 커플도 만들었다. 그것도 다섯 커플이나 말이다. 심지어 이 커플의 자손들은 대프니메이저에서 가장 긴 수명을 가진 가문이 되었다.
다윈 역시 이종 간 교배산물인 ‘잡종’에 관심을 가졌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잡종」이란 장은 잡종의 불임성을 주로 논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로도 잡종은 불임이다(노새나 라이거를 떠올리면 쉽다). 하지만 그랜트 부부가 관찰한 핀치 커플은 이종 간에 교배를 했음에도 그 자손들이 번창하여 다음 세대를 낳았다. 극단적인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유전자 풀이 바뀐 것이다. 그랜트 부부의 이종교배 관찰은 ‘종의 기원’에 풀리지 않는 그 지점, 다윈이 그토록 염원했던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를 푸는 퍼즐의 한 조각을 맞췄다.
3. 형질 변이, 형질 분기 데이터 분석
그랜트 부부의 갈라파고스핀치 유전체 연구에 따르면 갈라파고스에 서식하는 핀치는 에콰도르 메인섬에서 날아 든 한 종의 핀치가 각 섬의 생태에 적응하여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그랜트 연구팀은 갈라파고스핀치의 유전체 흐름을 계통도로 그렸다(그림5). 그랜트 연구팀은 40년 간 갈라파고스에 있는 핀치들의 혈액을 채취하여 프린스턴으로 가져왔고, 혈액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종별 유전자 변이와 더불어 개체별 유전자 변이를 추적했다. 여태까지 그 어떤 연구자도 생물체의 수십 세대를 따라가며 유전자가 변하는 전체 과정을 추적한 사람은 없었다. 그랜트 연구팀은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근연관계에 있는 종 내 개체별 유전자 변이를 추적했다.
호메오 도메인 서열은 생명현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 서열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동일 속(屬)내에서는 거의 서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 데이터를 비추어 볼 때 단백질 서열 하나의 변화는 DNA의 결정적 서열이 변했음을 알 수 있고, 형질 변이에 의한 종 분기의 증거가 된다.
그랜트 연구팀이 그린 갈라파고스핀치 분기도와 밝혀낸 단백질 서열만 보더라도 종의 분기에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일어나 먼 훗날 화석에나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진화는 매일 매시간 숨 가쁘게 일어난다. 핀치의 유전자는 매시간, 매순간 변하고 있다. 그랜트 연구팀은 핀치 유전자에 기록된 진화의 흔적을 발견해냈다.
4. 성선택 결정인자
유전자는 교배에 의해 섞인다. 따라서 짝짓기를 하는 상대방을 결정하는 인자는 유전적 변이를 이끄는 데에 결정적 요소이다. 비슷하게 생긴 핀치들, 근연종 간에 있는 핀치들은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까? 핀치들의 성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랜트 연구팀은 짝짓기 상대방을 찾는 핀치의 결정적 요소들을 파헤쳤다.
첫째, 핀치는 원거리에서도 노래로 서로를 알아본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에도 자세히 나온다. 노래를 부르며 구애하는 것은 수컷의 몫이다. 보통선인장핀치의 노래가 있고, 중간땅핀치에게는 중간땅핀치의 노래가, 휘파람새, 작은땅핀치에게도 각자의 노래가 있다. 그랜트 부부는 번식기 핀치들의 노래를 녹음하여 상대 핀치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암컷 핀치들은 같은 종의 수컷 핀치의 노래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선택을 이끄는 데에 청각적 요소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핀치는 시각적 요소로 서로를 구별해낸다는 점도 밝혀냈다. 그랜트 부부 연구팀은 암컷 핀치의 사체로 머리와 몸을 여러 가지로 조합(보통선인장핀치의 머리+중간땅핀치의 몸과 같은)하여 해당 핀치의 수컷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이런 실험을 통해 그랜트 연구팀은 핀치 성선택의 결정적 요소들을 밝혀냈다.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5mfcsfP-RU)
5. 유전자 발견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1994년만 해도 두 사람의 연구는 미완성이었다. 대프니메이저에서 보낸 21년간의 세월은 종의 기원을 밝혀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마침내 지난 2004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하버드 의대 클리프 타빈Cliff Tabin 연구팀과 함께 핀치의 부리에 변이를 만드는 유전자(BMP4)를 발견했다. 초판이 나오고도 10년이란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이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압력에 영향을 받아 핀치의 부리에 변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BMP4 유전자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서열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유전자는 사람의 얼굴을 형성하는 유전자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유전자 수준의 미시적인 증거뿐만 아니라 실제 성선택에 의한 종격리를 지켜보는 거시적인 확증으로 이어졌다. 2009년, 그랜트 부부는 대프니메이저에서 변이된 핀치와 변이 이전의 핀치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생식적 종격리를 관찰한 것이다. 이는 곧 종분화를 의미한다. 드디어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이다. 강인한 인내로 무장한 그랜트 연구팀의 진화 연구는 40년의 시간을 견디어 마침내 정점을 찍었다.
재능 있는 과학자의 끈기 있는 헌신과, 다윈이라는 든든한 어깨에 서서 종의 기원을 목격한 생생한 이야기. 『핀치의 부리』 20주년 기념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고의 진화론 입문서
『핀치의 부리』는 눈에 보이는 핀치 부리의 크기 변화만을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화를 입증하는 확증적 근거를 찾아 나섰다. 와이너의 저술이 빛나는 시점이다. 와이너는 진화론에 관한 근거를 하나씩 수집한다. 다윈핀치뿐만 아니라 자연선택을 제시한 연구로 유명한 맨체스터 나방, 진화학자 스캇 캐롤의 무환자나무딱정벌레 연구, 벤저민 월시의 산사초파리 연구, 레드야드 스테빈스의 우점종 연구, DDT로 인한 살충제 저항성, 항생제 저항성 연구, 존 앤들러의 구피 실험 등 자연선택설과 진화론에 관련된 각종 연구사례들을 제시한다. 솔잣새의 꼬인 부리를 통해 작은 변이가 후대에 어떤 결과를 냈는지 보여주며 다시 갈라파고스로 돌아와 선인장핀치들의 행동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어떤 자연선택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핀치의 부리』는 150년 전 다윈이 던졌던 오래된 질문의 대답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더 발전된 질문을 다시 던지고 그 위에 새로운 지식을 덧붙인다. 『핀치의 부리』는 ‘지구상에 왜 이토록 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존재하는지, 이들은 어디서 왔는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가장 명쾌한 답을 전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62621754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3월 08일 | ||
쪽수 | 528쪽 | ||
크기 |
148 * 206
* 29
mm
/ 63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Beak of the Finch/Weiner, Jonat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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