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세계 2(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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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황태연(黃台淵)
1955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1984년 〈헤겔의 전쟁 개념〉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9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대학교에서 마르크스를 재해석한 〈지배와 노동(Herrschaft und Arbeit)〉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이 논문에서 발췌하여 전문지에 발표한 몇 테제는 한때 독일학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기도 했다. 1989년부터 한동안 〈한겨레신문〉 프랑크푸르트 통신원으로 활동했고, 1994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초빙되어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정치철학 전반에 대한 연구에 헌신해 왔다. 동양학 분야에서는 〈사상체질과 리더십〉(2003), 〈공자의 주역관〉(2005) 등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실증주역〉(2008)을 출간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양 및 한국정치 분야에서는 〈Herrschaft und Arbeit im technischen Wandel〉(1992), “Verschollene Eigentumsfrage”(1992), “Habermas and Another Marx”(1998), “Knowledge Society and Ecological Reason”(2007) 등 독, 영문 저술 외에도 〈환경정치학〉(1992), 〈지배와 이성〉(1994), 〈지역패권의 나라〉(1997), 〈계몽의 기획〉(2004) 등 수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민주화운동과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하여 그람씨와 미테랑의 지역테제를 한국에 적용한 ‘지역연합론’으로 ‘DJP연합’의 물꼬를 터 1997년 정권교체에 기여했고,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1998-2003),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2003-4), 재단법인 민주당연구소장(2007-8)을 역임했다.
최근 수년간은 동서철학을 하나로 꿸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서 패치워크문명론을 세우고 다듬어 공자철학의 재해석, 공자와 서구 계몽주의의 관계, 서양철학 전반의 공자주의적 해부에 적용하여 동아시아 시대에 적합한 공자주의를 재창조하는 데 매진해 왔다. 이 〈공자와 세계〉 시리즈는 그 연구의 결과물이다.
목차
- 제2장 서구 합리주의와 공자의 계몽
제1절 라이프니츠의 중국관과 유학 연구
1.1. 라이프니츠의 중국 열광과 유럽중심주의
1.2. 적응주의적 선교론의 변호와 유학 해석
1.3. 이진법적 <주역> 해석 시도와 그 오류
제2절 크리스천 볼프의 공자주의와 독일 계몽의 시작
2.1. 볼프의 <연설>: 국외추방과 영웅의 개선
2.2. <연설> 전후 볼프철학의 개요
2.3. <연설>의 요지: 기독교의 질곡과 ‘신 없는 도덕론’
2.4. 평가와 영향: 유스티와 헤겔의 복지국가론
제3장 ‘유럽의 중국’ 프랑스와 공맹철학의 혁명화
제1절 몽테스키외의 유럽중심주의적 반발과 중국 비방
1.1. 몽테스키외의 중국 비판: 중국전제론과 자가당착
1.2. 중국인 비방: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국민”
1.3. 자기부정
1.4. 중국의 규범혼합론과 중국선교 불가론
제2절 볼테르의 ‘중국이상국가론’과 혁명적 공자철학
2.1. 중국의 경제, 기술에 대한 볼테르의 정보 부족
2.2. 볼테르의 중국 예찬과 몽테스키외 비판
2.3. 볼테르의 공자주의와 공자 숭배
2.4. 볼테르의 유신론적 중국 변호
2.5. 볼테르의 중국선교 폐지론과 혁명적 유럽 비판
2.6. <중국의 고아>와 중국문명 예찬
2.7. 영향: 디데로, 엘베시우스, 다르장송, 골드스미스, 실루에트
제3절 ‘유럽의 공자’ 케네와 중농주의적 자유경제론의 탄생
3.1. 근대경제학의 창시자 케네
3.2. 공맹의 무위, 양민론과 욕망의 해방
3.3. 사마천과 중국 역대 정부의 자유경제철학
3.4. 케네의 중국모델과 중농주의적 자유경제론
3.5. <경제표> 분석
3.6. 케네의 중국론과 유럽 대개혁의 주창
제4절 친중국 무드와 루소의 편승
4.1. 루소의 중국 찬양
4.2. <백과전서>에서의 찬양과 회의
4.3. 루소의 자기분열증적 측면
제4장 공자의 ‘무위이치’ 사상과 서구 자유시장론의 형성
제1절 할러의 무위국가론과 ‘리틀 차이나’ 스위스의 탄생
1.1. 스위스의 친중국 그룹과 할러의 정치소설 <우송황제>
1.2. 스위스의 자유경제 확립과 경제 번영
제2절 영국 지성계와 공자의 계몽
2.1. 영국의 공자주의와 친중국 무드
2.2. 영국의 이른바 ‘중영가든’과 유럽적 확산
제3절 공맹의 영향과 데이비드 흄의 경험주의 철학
3.1. 흄의 공자 흠모와 중국 예찬
3.2. 흄에 대한 중국과 공자주의의 영향과 그 경로
3.3. 흄의 공자주의적 도덕철학
3.4. 공자의 무위이치와 흄의 자유상공업론
제4절 아담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와 자유시장론
4.1. 아담 스미스의 공맹철학 수용 경로
4.2. 공자와 사마천의 ‘무위, 자연지험’과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4.3.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국
4.4. 중국의 ‘무위, 자연’: 케네의 ‘완전한 자유’와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
4.5. 스미스의 공자주의적 공감도덕론: 인이 먼저냐, 의가 먼저냐
책 속으로
“이 책은 오늘날 패치워크문명 시대에 동아시아문명의 비전과 공자철학의 부활을 다룬다. 이 점에서 이 저작은 동서문명의 역전과 재역전의 문명사적 관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비교철학적 관점, 그리고 공자철학에 대한 재해석의 관점 등 세 가지 기본 관점을 견지한다. 따라서 이 저작은 이 관점들의 근본성, 논의의 보편성, 규모의 방대성 등에서 학문사적으로 매우 새로운 것이다.”(p.7)
“르네상스에 이어진 18세기의 계몽주의는 중국의 철학사상과 지식, 교육제도, 예술, 특히 공자철학을 받아들여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을 비판하고 밀어낸 일대 사상, 문예혁명이었다.”(p.41)
“케네의 ‘자연적 질서’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사상의 새롭고 획기적인 점은 자연법사상을 ‘사심과 빈곤에 찌든 경제영역’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경제적 적용은 두 가지 앎, 즉 첫째는 경제적 사익의 자유로운 추구 속에서 개인들의 부가 최대로 증대된다는 것에 대한 앎과, 이 증대된 개인적 부가 국부(공공복리)의 증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에 대한 앎에 기초했다. 이 두 가지 앎이 바로 ‘중국산’이다.”(p.861)
“북한과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 계열의 서구 합리주의 공산철학을 버리고 분단된 다른 쪽 땅과의 유교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해 나간다면, 분단국가들 간의 완전한 정치적 신뢰와 통일의 날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고, 통일국가의 정치사상적 기반 구축도 그만큼 손쉬워지는 것이다.”(p.68)
출판사 서평
패치워크문명 시대,
동아시아문명의 비전과 공자철학의 부활!!
2011년 1월 11일 천안문광장에 우뚝 세워진 ‘공자상(孔子像)’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중국에서 공자가 부활하고 유교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날, 서양 정치철학 연구자로서 최근 유가와 주역 등의 텍스트를 소재로 통섭적, 학제적인 연구성과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황태연 교수(동국대, 정치학)가 공자사상을 ‘유교문명권’으로 통칭되는 동아시아문명권 및 세계사적 연관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공자와 세계>(청계출판사) 다섯 권을 펴냈다. 부제는 ‘패치워크문명 시대의 공맹 정치철학’이다.
10년 간 준비하고 3년 간 집필한 200자 원고지 1만 매가 넘는 분량의 방대하고 치밀한 대작으로 총 4부작(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 제2권 <서양의 지식철학>, 제3권 <공자의 덕치철학>, 제4 <맹자의 혁명철학>) 중 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 3책(상ㆍ중ㆍ하)과 제2권 <서양의 지식철학> 2책(상ㆍ하)을 먼저 펴낸 것이다.
지은이는 지난 200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서양 정치철학을 다 해야 한다는 지적인 의무”감이 늘 있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서양 사상가들과 공자의 정치철학 간에 우연적인 유사점 이상의 공통분모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궁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저작 <공자와 세계>를 통해 그러한 지적 의무 이행과 지적 발견의 전모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책은 오늘날 패치워크문명 시대에 동아시아문명의 비전과 공자철학의 부활을 다룬다. 이 점에서 이 저작은 동서문명의 역전과 재역전의 문명사적 관점,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비교철학적 관점, 그리고 공자철학에 대한 재해석의 관점 등 세 가지 기본 관점을 견지한다. 따라서 이 저작은 이 관점들의 근본성, 논의의 보편성, 규모의 방대성 등에서 학문사적으로 매우 새로운 것이다.”(p.7)
2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중국고대사, 공자의 철학과 평전, 동서문명교류사, 서양철학사, 사회경제사 및 정치사, 그리고 동서양 비교철학 등이 일관된 흐름 안에 포괄되어 있고 치밀하고 광범위한 문헌연구와 주석으로 뒷받침된다. 지은이는 백화점식 나열과 교과서적 정리가 아니라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모색하는 꼼꼼한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패치워크문명’이라는 독창적인 신개념과 거대담론을 제기한다.
문명론의 새 패러다임, ‘패치워크문명론’
지은이는 책의 서론에서 오늘날의 동아시아를 ‘짜깁기문명’으로 정의한다. “동아시아는 유교의 토착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일찍이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와 서구 기독교문명권에서 최근에 들어온 갖은 ‘양물洋物들’을 ― 절충이 아니라 ― 짜깁기해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다문화 문명권’이다. … 외부 문명권에서 들어온 모든 인간들과 모든 문화조각들을 유교적 바탕 위에서 유교적인 실로 꿰매고 유교적인 접착제로 붙여 더욱 강력한 완전품으로 재생산된, 그리고 매일 재생산되고 있는 ‘짜깁기문명’인 셈이다.”(p.27)
그리고 이 다문화적 ‘짜깁기문명’을 용어에서부터 짜깁기 냄새를 풍기기 위해 영어 ‘패치워크’와 동아시아어 ‘문명’을 짜깁기한 ‘패치워크문명(patchwork civilization)’으로 명명한다. ‘패치워크’는 원래 헝겊 조각들(patches)을 모아 꿰매고 이어 붙여 만든 완제품의 옷이나 보자기, 우산, 텐트, 이불 등 섬유제품을 말하는데, 오늘날은 문화 분야에 전의되어 기존의 여러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일이나 그 작품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오늘날은 이혼과 재혼의 증가로 심지어 ‘패치워크가족’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지은이는 이 용어를 문명론에 적용해 현대문명뿐만 아니라 구래의 유력한 문명들을 모두 ‘패치워크문명’으로 정의하는 한편, 근대 이후 교통통신과 문물교환에 의해 문명들이 서로 혼합되어 보편적 세계문명으로 수렴되리라는 라이프니츠류의 융합모델, 미국 중심의 서구화론인 세계화 담론이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 등의 갈등모델을 모두 비판, 부정한다. 예컨대, 9.11테러를 탈냉전시대 서구 기독교문명권과 회교문명권 간의 ‘문명의 충돌’로 해석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불과한 테러를 문명 갈등의 ‘필연적’ 현상으로 격상시켜 정당화해 주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 많은 ‘융합모델’과 ‘갈등모델’에 맞서, 문명현상 일반의 설명에 진정으로 타당한 일반모델로서 ‘패치워크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적절한 자기비판적 개방성을 전제할 때, 문명들은 때로 오해와 마찰이 없지 않을지라도 ―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낮은 곳에 모인 물은 수증기로 증발하여 다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순환을 반복하듯이 ― 서로 도움과 영향을 주고받는 교류협력 속에서 고유한 전통에 새로운 수입문물을 짜깁기하여 자기정체성을 새로운 형태로 확대재생산하는 순환적 패치워크 과정을 거쳐 보다 복합적이고 보다 세련되고 보다 고차적인 문화를 창조해 나간다.”(p.35)
이처럼 성공적인 패치워크를 통해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명들이 덜 폐쇄적이고 덜 배타적이어야 하고 더 개방적이고 더 자기비판적이어야 한다. 개방성과 자기비판능력이 많은 문명은 강력하고 수준 높고 복합적이고 창조적인 가운데 계속 번영하는 반면, 개방성과 자기비판능력이 적은 문명은 허약하고 수준 낮고 퇴행적인 가운데 결국 타락하고 영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패치워크의 매우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17-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였고, 그 반대사례가 서세동점 시기의 동아시아였다.
유럽의 근대문명은 공자주의를 받아들인 패치워크의 결과
그런데 이 책의 주안점 가운데 하나는 이와 같은 패치워크가 서세동점(西勢東占)의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 역사적 실례와 증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지은이는 “르네상스에 이어진 18세기의 계몽주의는 중국의 철학사상과 지식, 교육제도, 예술, 특히 공자철학을 받아들여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을 비판하고 밀어낸 일대 사상, 문예혁명이었다.”(p.41)고 단언하고 수학이라든가 화약과 무기 등과 같은 문명 요소의 미시적 동세서점(東勢西占) 양상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어, 18세기 서구의 계몽주의가 공자의 영향 아래 이루어졌다는 가설에 대한 비교철학적 논증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시도한다. 공자와 맹자의 철학이 18세기 유럽에 세계관적 일대 충격을 가하면서 서구 사상계를 혁명적으로 뒤엎고 서구 계몽주의의 태동과 형성을 촉진했음을 라이프니츠, 크리스천 볼프, 볼테르, 케네, 흄, 아담 스미스 등 주요 계몽철학자들의 원전 및 이 주제에 관한 서구인들의 최근 저작에 근거하여 밝히고 논한다.
“17세기 말에 스피노자, 커드워쓰, 컴벌랜드 등 서너 명의 유럽 철학자들이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의 중압 속에서 공맹철학의 ‘일부분’을 ‘훔쳐 쓴’ 것과는 대조적으로, 18세기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기독교신학과 그리스철학을 뒤로 밀어내고 공자를 ‘공공연하게’ 찬양하며 공자철학과 중국문화 ‘전반’을 유럽화하고 공자를 ‘수호성인(the patron saint)’으로 삼아 동서패치워크 철학운동으로서의 계몽주의 사상운동을 일으켰던 것이다.”(p.389)
또한 공자의 인식이론을 해석적 경험론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베이컨에서 흄에 이르는 계몽시대 영국경험론과의 친화성을 규명하는 한편 플라톤에서 칸트에 이르는 서양 합리론을 공자의 관점에서 정교하게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존 로크 이후 영국 경험론을 대표하는 샤프스베리, 허치슨 등 18세기 서양 경험론자들은 도덕철학 분야에서 공자철학의 영향을 비교적 정통적으로 수용했다. 경험론과 마찬가지로 18세기 서양 합리론도 공자주의의 세례를 받았다. 라이프니츠, 크리스천 볼프 등 18세기 초의 합리론자들은 공자철학을 합리적으로 굴절시키고 본질적으로 오해했을지라도 공자철학의 많은 자극을 수용했다. 반면 볼테르, 케네, 미라보 등 18세기 중후반의 철학자들은 공맹철학을 숭상하고 이로부터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 시장의 자유 등 무위이치(無爲以治)와 관용의 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수적 데카르트주의의 독기를 해독하고 합리주의 철학을 혁명적 계몽철학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케네는 경제학 분야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제도와 철학을 대변했고 이를 통해 근대 정치경제학을 창시했다. 케네는 고유한 유럽적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단순히 공자와 중국의 현실을 사례로 쓴 것이 아니라 중국의 농본주의와 자유상업론을 바탕으로 삼아 서양 고유의 자연법사상을 중국적으로 패치워크하여 공자의 무위이치 사상에 기초한 자연적 질서의 정치경제 철학으로 변형해 중농주의를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케네의 중농주의를 통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탄생했다.
“케네의 ‘자연적 질서’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사상의 새롭고 획기적인 점은 자연법사상을 ‘사심과 빈곤에 찌든 경제영역’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경제적 적용은 두 가지 앎, 즉 첫째는 경제적 사익의 자유로운 추구 속에서 개인들의 부가 최대로 증대된다는 것에 대한 앎과, 이 증대된 개인적 부가 국부(공공복리)의 증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에 대한 앎에 기초했다. 이 두 가지 앎이 바로 ‘중국산’이다.”(p.861)
이처럼 서구 계몽주의 전반에 대한 공자철학의 영향을 살펴보는 일은 일부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부정했던 공맹철학의 세계적 보편타당성을 반사적으로 입증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19세기 동아시아문명의 퇴락과 21세기의 무도동기(無道東器)
이와 반대로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걸친 동아시아문명의 퇴락과 사상적 퇴조의 원인을 지은이는 ‘양이洋夷’라는 말로 집약해 설명한다. 17, 18세기 내내, 그리고 19세기 중반까지도 동아시아는 서양 사람들을 ‘서양오랑캐’로 깔보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동아시아를 거대한 ‘지리산 청학동’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서양이 17-18세기에 패치워크에 성공한 반면, 동아시아는 활짝 열린 이 패치워크의 기회를 스스로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17-18세기에 벌어진 이 역사적 과실의 참혹한 후과는 중국의 1차 아편전쟁의 패배와 조세주권의 양도를 처음 법제화하는 치욕스런 남경조약(1842)으로 현실화된다. 이때부터 1970-80년 독자적 국가발전에 성공하여 주권을 굳건히 하기까지 무려 130여 년 동안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압박과 설움의 역사’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은이는 20세기 중반 이래 시작된 동아시아의 부흥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치열한 ‘서구 배우기’와 패치워크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한다. 서구문명이 오만한 합리주의 사조를 신봉하며 침략과 착취, 무자비한 인간학살과 무분별한 자연파괴로 멍들어 가는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서구 따라잡기에 열중하여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구의 과학기술, 즉 서기(西器)를 따라잡아 동기(東器)를 이루었지만 동도(東道)는 온데간데없는 무도동기(無道東器)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동도재건(東道再建)’의 길은 “서구철학의 경험주의 사조와의 긴밀한 연대와 합리주의와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공맹철학을 패치워크화하여 재창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패치워킹을 통해 리폼된 공자철학을 전통적 ‘유교’나 ‘유학’과 대비시키고자 ‘공자주의(Confucianism)’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 저작은 동서고금의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공맹철학의 모든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일신하여 심화시키고 현대화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문명적 굴욕을 모르는 양 낡은 해석들을 패치워크문명 시대에도 그대로 답습하고 반복하는 기존 동양학의 공맹 이해와 본질적으로 차별된다.”(p.65)
공자주의에 입각한 동아시아 연대론과 통일론
지은이에 따르면 이러한 창조적 재해석의 패치워크 과업을 수행하기에 한국은 매우 유리한 문화적 지형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유교적 전통문명과 공자철학을 정면 부정했고, 전통의 파괴에 따르는 쓰라린 고통과 손실을 뼈저리게 느낀 후에야 입장을 선회해 전통으로 돌아왔는데, 오직 한국만이 자신의 유교 전통과 토속문화를 부정하지 않고 개화, 서구화, 근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국은 험난한 근대화 과정에서도 유교문화 전통을 보듬어 안고 갱신하면서 새로운 외래문명을 받아들이는 패치워크문화를 추구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패치워크국가론의 시각으로 볼 때 최근 이주노동자 급증에 의한 다문화 현상도 ‘문제’가 아니라 번영의 ‘기회’다.
“한국은 험난한 근대화 과정에서도 일본의 ‘탈아입구론’에 매혹된 친일개화파의 갑신정변을 ‘삼일천하’로 끝낸 뒤 유교문화 전통을 보듬어 안고 갱신하면서 새로운 외래문명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패치워크문화를 추구했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어와 사는 이주민들의 급증으로 다시 한 번 다문화의 ‘패치워크국가’로 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문화 현상에서 ‘문제’가 아니라 ‘번영의 기회’를 보는 밝은 지혜를 갖게 한다.”
한국은 ‘자기부정’보다는 열린 자기비판을 통해 유교문화의 전통과 동양의학 등을 중국보다 오히려 더 잘 보존, 갱신해 왔고, 따라서 동아시아 유교패치워크문명의 부상과 동아시아인들의 자존심 회복에 걸맞은 공맹철학의 혁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나아가 지은이는 동아시아에 상존하는 유교적 생활문화의 전통적 동질성과 공감대를 다시 활성화하고 선용(善用)하여 ‘동아시아문화경제공동체(CECEA: Cultural and Economic Community of East Asia)’와 같은 연대구조를 만들어 상호간의 선린유대와 공동번영의 항구적 틀을 강화해 나간다면 남한과 북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한과 북한의 일대일 통일, 중국과 대만의 일대일 통일이라는 전통적 통일노선은 동아시아의 대립적 이데올로기 지형 속에서 특정 국가들의 실존적 불안을 야기하는 엄청난 세력변동과 안보위험을 초래하고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와 저항’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 계열의 서구 합리주의 공산철학을 버리고 분단된 다른 쪽 땅과의 유교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해 나간다면, 분단국가들 간의 완전한 정치적 신뢰와 통일의 날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고, 통일국가의 정치사상적 기반 구축도 그만큼 손쉬워지는 것이다.”(p.68)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저작의 가장 큰 장점은 지은이가 실제로 자신이 주장하는 창조적 패치워크와 공자철학의 재해석 작업을 직접 시도하고 있으며, 그 작업이 매우 방대하고도 정교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주로 문학에서 일찍이 제기된 동아시아 담론은 비평과 창작 부문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지만 철학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외래사상의 백화점으로 전락한 한국 사상계에서 이 저작이 갖는 의의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다종의 언어장벽과 연구자를 압도하는 체계의 규모와 위세에 눌리지 않고 동서양 고전의 텍스트 속으로 직접 들어가 성실하고 우직한 사유를 감행한다면 국내 학자들도 독창적인 노작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61270229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2월 15일 |
쪽수 | 911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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