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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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되고 파편화되어 공감보다는 불화를 느끼게 하는 작금의 시편들과, 현장 평론에서 멀어져 단순히 교수 임용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는 강단 비평의 한계를 지목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흐리게 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시단, 평단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저자는 단순히 난해함만을 목표로 창작되는 시들과 어려운 서양 이론들을 끌고 오는 것으로 끝나는 비평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수사 없이 핵심만을 찌르는 책의 제목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대로 책에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문학계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을 통해 한국 문단의 전반을 조망하는 말을 꺼내기도 한다. 문예지 발간 지원기금의 폐지에 의해 부딪치는 한국 문단의 어려움과, 이후의 문예지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점에 관한 이야기까지, 문단의 최전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 외에도 소통과 공감을 중심으로 둔 여러 시편들에 대한 비평을, 난해하지 않은 언어로 적어내고 있다.
작가정보
목차
- 책을 엮으며 … 4
제1부
시의 본질에 관한 우문과 현답 … 14
시의 새로움에 대하여―시의 독창성과 창작방법 … 35
문학이 철학과 만나는 몇 가지 방식 … 65
타자를 환대하는 시인들 … 102
비평, 미혹적인 것과 매혹적인 것―비판과 소통을 위하여 … 109
코라의 노래를 부르는 시인들―현대시와 여성 주체의 탄생 … 123
마중물조차 없는, 문학의 타는 갈증―우수문예지 지원 사업의 부활을 위하여 … 142
시 문예지를 말한다 … 158
제2부
시인의 말, 시인의 노래―신경림의 시적 자의식 … 170
‘역동적 고요 : 가이아 명상’의 (생태)시학―정현종의 시 … 183
시인과 자연과 동화―정희성의 시 … 199
자연 감각과 유머 감각―오탁번의 시 … 207
메트로폴리탄 매트릭스와 서정시의 틈새―오규원의 시 … 216
슬프지 않은, 슬픔의 노래―정호승의 시 … 226
주변인의 초상과 고요한 풍경의 시―문인수의 시 … 237
칼끝 위의 둥근 모음―황학주의 시 … 249
되새김 넘어 되살림의 시―이은봉의 시 … 259
사랑의 춤을 위한 파반느―홍성란의 시조 … 270
‘꽃의 시’가 ‘시의 꽃’이 되려는 순간―김영남의 시 … 284
리비도, 에로티시즘, 그리고 시―김선태의 시 … 294
푸른 은유의 숲을 찾아서―배한봉의 시 … 303
고향과 사랑과 타자와 시―고영민의 시 … 317
제3부
시의 함축미에 대하여―이시영의 『호야네 말』, 최동호의 『수원 남문 언덕』 … 334
슬픈, 운명의 알레고리―오세영의 『바람의 아들들』 … 344
바람의 감각과 실재의 탐구―김영석의 『바람의 애벌레』 … 356
다른 우주로의 여행―김길나의 『시간의 천국』 … 372
‘맨 앞’의 아포리아와 ‘수리’되는 에피그램
―이문재의 「지금 여기가 맨 앞』, 안현미의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389
시의 윤리, 삶의 윤리―곽효환의 『슬픔의 뼈대』, 유병록의 『목숨이 두근거릴 때』 … 399
낙타와 화사와 고래의 시―이영식의 『휴休』 … 411
이성을 넘어서, 이상을 찾아서―김원중의 『문인 줄 알았다』 … 427
책 속으로
그러나 인간적, 사회적 공감이 없는 시를 진정한 의미의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자가 일찍이 시를 ‘사무사思無邪’라고 정의한 까닭은, 시의 본질로서의 순수한 마음과 시를 읽는 독자들도 그러한 마음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와 사람들이 모두 ‘사무사’에 이르게 되면 사회나 국가도 순수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도 문학의 기능으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제시하면서 인간적 공감을 추구하는 문학 작품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문학의 본질이 감정의 정화라고 하는 인간적 공감이나 그 확장으로서의 사회적 공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이렇듯 공감은 오래전부터 문학의 본질 가운데 하나로서 인식되어 왔기에, 시가 공감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시의 오랜 전통이자 시의 본질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평론집을 내면서 유독 공감이라는 말에 마음이 머무는 이유는 그와 같은 맥락에서 시의 근원적 문제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는 지금도, 시가 시인들만의 리그에 그치거나, 자폐의 그늘에 빠지거나, 시대의 변방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들이 종종거린다.
―저자의 서문 [공감의 사학을 위하여] 중에서
출판사 서평
충남대학교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이형권의 새 평론집 『공감의 시학』이 발간되었다. 저자는 계간 문예지 『시작』의 편집주간, 현대문학이론학회 회장 등으로 문단과 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번 평론집은 제목부터 색다른 느낌과 울림을 전해준다. 『공감의 시학』이라니, 오늘날 우리 시단이 회복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를 되새겨 주는 말인가? 이 책의 글들을 오늘날 우리 사회와 시단이 소통 부재와 독자 부재의 상황에 빠져든 원인은 공감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저자의 진단에서 출발한다.
표제가 암시하는 대로, 이 책은 최근의 시와 문학 평론들이 지닌 공감과 소통의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다룬다. 자폐적 주관과 비시적 이성의 과잉으로 공감보다는 불화를 더 많이 느끼게 하는 오늘의 시편들과, 작품 중심의 현장 감각보다는 현학적인 이론 추수에 머물고 있는 강단 비평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시와 시 평론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시대적 적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기금의 폐지 때문에 부딪치는 한국 시단의 어려움과, 이후의 문화 정책이 추구해 나가야 할 지향점에 관한 이야기까지, 문단의 최전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제1부는 [시의 본질에 관한 우문과 현답], [시의 새로움에 대하여] 등 원론비평문이 8편, 제2부는 [시인의 말, 시인의 노래-신경림의 시적 자의식] 등 시인론이 14편, 제3부는 [시의 함축미에 대하여] 등 시집평 8편이 실려 있다. 이들은 모두 오늘날 우리시가 보이는 충만한 것들과 결여한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들이다. 저자는 정치한 분석력과 예리한 비판 정신, 그리고 특유의 단아한 언어 감각을 통해 최근 우리 시단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단언컨대 『공감의 시학』은 최근에 나온 시 평론집 가운데 시에 관한 가장 깊은 통찰력과 가장 높은 정신성과 가장 넓은 확장성을 보여준다. 시 작품이든 시 평론이든 진실한 공감을 결여하는 순간, 그것은 박제된 주검처럼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우리는 기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평론집은 이처럼 튼실한 주장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공감되는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언컨대 이 책은 우리 시와 시단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가장 쉬운 언어로 전달해 주는 공감의 평론집이다.
저자는 현재 계간 문예지 『시작』 주간, 『애지』 편집위원, 현대문학이론학회 회장, 어문연구학회 부회장,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문단과 학계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문화재단 자문위원장으로서 지역 문화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자들, 에움길에 서다』, 『한국시의 현대성과 탈식민성』, 『발명되는 감각들』외 다수가 있다. 저자는 1998년 『현대시』 문학평론 부문 우수작품상, 2010년 편운문학상 문학평론 부문 본상 등을 수상 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0213159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2월 27일 | ||
쪽수 | 444쪽 | ||
크기 |
152 * 225
* 28
mm
/ 64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시작비평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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