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2005): 언니의 폐경

Name: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2005): 언니의 폐경
Author: 김훈 외

김훈 외 지음 | 중앙일보 | 2005년 09월 23일 출간

국내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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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9249190(895924919X)
쪽수	3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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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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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비롯하여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등 총 열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수상작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여동생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50대 두 자매가 겪어가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촘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풀어냈다.

수상작｜김훈ㆍ언니의 폐경
최종후보작｜구효서ㆍ소금 가마니
김연수ㆍ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박성원ㆍ인타라망
성석제ㆍ잃어버린 인간
윤대녕ㆍ탱자
은희경ㆍ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임철우ㆍ나비길
하성란ㆍ웨하스로 만든 집
수록 작품 해설｜김치수ㆍ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한국 소설의 얼굴

출판사 서평

중앙일보사와 문예중앙이 21세기를 맞아 제정한 미당?황순원문학상이 5회를 맞이하였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 서정주 선생과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어와 한국정신의 아름다움?깊이를 심화?확산시키기 위해 제정된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시와 중?단편을 대상으로 한다. 그 해의 가장 좋은 중?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황순원문학상 당선작에는 5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는데 이는 중?단편 소설 한편에 주어지는 것으로 국내 최고의 상금이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에게는 3천만원... 더보기

중앙일보사와 문예중앙이 21세기를 맞아 제정한 미당?황순원문학상이 5회를 맞이하였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 서정주 선생과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어와 한국정신의 아름다움?깊이를 심화?확산시키기 위해 제정된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시와 중?단편을 대상으로 한다. 그 해의 가장 좋은 중?단편 소설에 주어지는 황순원문학상 당선작에는 5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는데 이는 중?단편 소설 한편에 주어지는 것으로 국내 최고의 상금이다. 미당문학상 수상자에게는 3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지난 1년간 발표된 시와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선고?심사위원 22명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한 결과 최종 선정된 수상작은 문태준의 시 「누가 울고 간다」와 김훈의 중편소설 「언니의 폐경」으로 결정되었다.

섬세하고 정교한 서술, 「언니의 폐경」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의 영예를 얻게 된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노년에 접어든 50대에 혼자 살게 된 두 자매의 이야기로서 인생의 황혼기를 여성적 감각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서술한 뛰어난 작품이다.
언니는 2년 전 추석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다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고 있다. ‘나’는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딸 연주가 미국 유학을 떠난 뒤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자는 제안을 받고 혼자 산다. 남편에게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을 남편의 옷에 묻어온 머리카락을 보고 알았다. ‘나’는 연주의 부탁을 받고 남편의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입사 동기인 인사부장의 도움을 받는다. 남편은 전무에서 대표이사 사장이 되자 제일 먼저 인사부장을 정리 해고한다. ‘나’는 그 인사부장과 사랑을 하게 된다. 이 두 자매에게는 삶의 모든 사건들이 담담하게 지나간다. 남편을 잃은 언니는 결혼 부조금과 회사 보상금을 자식들과 시댁 식구들에게 뺏기고도 남은 돈으로 동생의 살림을 장만해주고 ‘나’는 남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갈라지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선선히 이혼에 응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신경이 무디어서 느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남편의 옷에 묻어온 머리카락을 보고도 젊은 여자의 생김새를 알고 있고, 언니는 ‘나’가 남자의 흔적을 아무리 감추어도 ‘나’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남자 옷에 털이 묻는다고 앙고라 옷을 입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조용히 관조만 하는 인물들인 것은 아니다. 언니는 손자가 가이바시라에 목이 막혔을 때 한 손으로 아기를 거꾸로 쳐들고 등을 세게 쳐서 토해내게 만드는 민첩한 행동을 한다. 그들은 50대 여성으로서 인생의 황혼기를 예민하지만 조용하게 받아들이는 교양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물과 인간의 심정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사물을 바라보는 50대 여성의 내면세계를 잔잔하고도 치밀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한강 하구의 묘사가 생성과 소멸의 보이지 않는 운동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모든 사물들이 그들의 내면 풍경과 연관되고 있는 점은 이 작품의 탁월한 문학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지난 세기에 우리 소설을 대표해온 황순원 선생과 우리 시를 대표해 온 서정주 선생의 이름으로 제정하는 문학상이 공명정대하게 운영돼 한국문학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섯 번째 수상작을 배출한 황순원문학상과 미당문학상에 독자와 문단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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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js**55 | 2022-01-01 | 추천: 0 |

이 작품집에 평점을 별 하나만 주는 것은 오로지 <언니의 폐경> 덕이다. 지 작품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은 좋았다. <언니의 폐경>은 다른 좋은 소설들의 평번을 깡그리 까먹을 정도로 쓰레기다. 평생 동안 월경을 해온 여자가 폐경기가 되나다고 해서 이토록 서툴고 희한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월경이 쏟아지는 장면을 아주 자세히 묘사해놨는데 완전 구라다. 이렇게 하는 여자 아무도 없다. 그냥 생리대를 팬티에다 붙이면 끝나는 일을 무슨놈의 손톱깎개가 등장하고 오버나이트가 등장하고 아... 더보기

이 작품집에 평점을 별 하나만 주는 것은 오로지 <언니의 폐경> 덕이다.
지 작품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은 좋았다.
<언니의 폐경>은 다른 좋은 소설들의 평번을 깡그리 까먹을 정도로 쓰레기다.
평생 동안 월경을 해온 여자가 폐경기가 되나다고 해서 이토록 서툴고 희한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월경이 쏟아지는 장면을 아주 자세히 묘사해놨는데 완전 구라다. 이렇게 하는 여자 아무도 없다. 그냥 생리대를 팬티에다 붙이면 끝나는 일을 무슨놈의 손톱깎개가 등장하고 오버나이트가 등장하고 아주 웃기지도 않는다.
여자를 아주 잘 알기라도 한다는 듯, 자신감있게 써놓은 문투가 구토 유발이다.
이런 삼류소설을 보고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한 드물게 좋은 소설이라고 떠들고 상을 준 평론가들도 웃긴다.
구토 유발 소설이다. 닫기
언니의 폐경 ne**ul01 | 2006-07-26 | 추천: 0 |

언니의 폐경 아아 야릇한 기분, 처음 느껴본 심정 그이를 봐도 그렇고 초경을 해도 그렇고 폐경이 와도 그럴 것이다. 정기적으로 달거리를 하는 젊은 처자가 폐경이 온 여자의 얘기를 이해한다거나 깊이 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가능하고도 불가능한 일이다. 김훈이 중년 여자들의 습성을 잘 읽어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의 기막힘은 아니겠지만 소설하기에는 매력적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상상력 아닌가. 나의 폐경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어머니의 폐경... 더보기

언니의 폐경

아아 야릇한 기분, 처음 느껴본 심정
그이를 봐도 그렇고 초경을 해도 그렇고 폐경이 와도 그럴 것이다.

정기적으로 달거리를 하는 젊은 처자가 폐경이 온 여자의 얘기를 이해한다거나 깊이 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가능하고도 불가능한 일이다.
김훈이 중년 여자들의 습성을 잘 읽어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의 기막힘은 아니겠지만 소설하기에는 매력적으로 썼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상상력 아닌가.

나의 폐경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어머니의 폐경을 지켜보면서도 어딘가 심드렁했다. 우습지만 여자로서의 우월감 같은 것을 느낀 적도 있다. (딸 맞아?) 언니의 폐경을 어느정도 그런 견지에서 보았을 법도 하다. 어머, 저 쑥 빠지는 느낌 알지 알지 해가면서 결국 남편의 외도나 다른 남자의 출현, 자식과의 미스커뮤니케이션 부분에 가서는 또 심드렁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였을까, 정말 공감할 수 없는 not there yet의 여성들에게는 이런 정도의 심드렁함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라구.. 라고 할 만큼 작가의 눈도 건조했기 때문이다. 옆에서 무릎치고 박수칠 이야기가 있고, 조용히 들으며 한 귀로 흘려도 되는 이야기가 있다. 보통 전자의 이야기가 소설이 된다지만 그려려니 하는 이야기들도 작가의 눈과 손에서 또 다르게 탄생되니까 이런 접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하지 못하니 심드렁할 수 밖에 없잖아요. 닫기
최고의 소설들만 모아 보는 재미! si**erella | 2006-01-27 | 추천: 0 |

그동안 몇 번 읽어봤던 ㅇㅇ문학상 수상 작품집들은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수상작 한편만 재미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내 편견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몇 년전에 몇 권 읽었던 것이 전부였다. 최근 도서검색을 하다 우연히 김훈의 [언니의 폐경]이 2005년도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의 노래] 이후 김훈의 글쓰기를 흠모(?) 해 왔던 터라 게다가 제목의 [언니의 폐경]이라는 게 눈에 띄어 궁금함에 당장 읽어보게 되었다. 물... 더보기

그동안 몇 번 읽어봤던 ㅇㅇ문학상 수상 작품집들은
항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다.
수상작 한편만 재미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별로였기 때문이었다.
내 편견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몇 년전에 몇 권 읽었던 것이 전부였다.

최근 도서검색을 하다 우연히 김훈의 [언니의 폐경]이
2005년도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의 노래] 이후 김훈의 글쓰기를 흠모(?) 해 왔던 터라
게다가 제목의 [언니의 폐경]이라는 게 눈에 띄어 궁금함에
당장 읽어보게 되었다.
물론 나의 처음 생각은 [언니의 폐경]을 읽기 위함이었다.

무심코 다음 소설, 그 다음 소설을 읽어나가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예전의 문학상 수상집들이 월등한 수상작과
약간 차이가 나는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이번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심사위원이 밝힌 바대로
수상작 외 다른 작품들도 너무 재미있고 훌륭했기 때문이다.
독특한 화자의 설정,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여 풀어내는 이야기
독특한 상황 설정, 톡톡 튀는 문장들, 그리고 상상력.
작품마다 저마다의 모양새를 뽐내는 듯
건방진 독자인 나를 그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삶의 진실을 담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그러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기존의 소설들과 차별화된 형식과 내용의
이런 소설들은 정말
내 스타일이야~~

내 스타일의 소설들을 모아 놓은
이번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정말 소장가치 있는 책이다. 사고 싶다.

《목차》

김 훈 [언니의 폐경]
구효서 [소금 가마니]
김연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박성원 [인타라망]
성석제 [잃어버린 인간]
윤대녕 [탱자]
은희경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임철우 [나비길]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닫기
그 하찮은 것들의 무게 YO**IK | 2005-12-05 | 추천: 2 |

1 아니 또 김훈이야? 2005년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 김훈의「언니의 폐경」이라는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짜증스런 비명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김훈 이외에 다른 소설가는 없나?『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사서는 최종 후보작부터 읽기 시작했다. 최종 후보작에는 9편이 올라있었다. 구효서의「소금가마니」, 김연수의「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박성원의「인타라망」, 윤대녕의「탱자」, 은희경의「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위 다섯 편 중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 더보기

1
아니 또 김훈이야? 2005년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 김훈의「언니의 폐경」이라는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짜증스런 비명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김훈 이외에 다른 소설가는 없나?『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사서는 최종 후보작부터 읽기 시작했다.

최종 후보작에는 9편이 올라있었다. 구효서의「소금가마니」, 김연수의「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박성원의「인타라망」, 윤대녕의「탱자」, 은희경의「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위 다섯 편 중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2
그럼, 김훈의「언니의 폐경」은 이보다 더욱 뛰어난 작품이란 말인가? 한 순간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수상작을 맨 마지막에 읽은 것도 처음이었다. 다 읽고 난 뒤에, 숨을 길게 뱉어냈다. 일종의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동시에 강한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언니의 폐경」은 50대에 든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김훈도 50대이긴 하지만, 남자인데? 그런데, 왜 여자가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까?

3
《한강은 하구에 이르러 아득히 넓어졌고, 저녁 썰물에 드러난 갯벌 위에 새들이 모여 있었다. 서해 쪽으로 물러가면서 낮아지는 산들의 잔영이 저녁 어스름에 가물거렸다. 구름이 없는 날, 노을은 아무 거칠 것 없는 빈 하늘에 가득 차 있고, 가득 찬 노을은 오히려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들여다보면 깊어서 시선은 한없이 빨려 들어갔다.》

김훈의『자전거 여행-2』에서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 장소가 김포인 것과도 맞아 떨어진다. <하구><저녁 썰물><노을> 등의 단어가 인생의 하반기에 들기 시작한 50대라는 시기와 절묘하게 융합된다. 공간이 시간에 섞여 들고 시간이 공간에 섞이면서, 그 경계선이 까마득하게 멀어지기 시작한다.

4
《언니의 삶은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하찮은 것들이 늘 언니의 삶을 짓누르고 언니는 거기에 걸려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언니가 내 머플러에 붙은 앙고라 털을 떼어줄 때 나는 그 하찮은 것들의 무게를 생각했다.》

남자들의 담론은 거대하나 공허하다. 여자들의 수다는 사소하나 유용하다. 사소한 동작 하나에서조차 하찮은 것들의 무게를 알 정도가 되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5
《몸이 보내오는 그 난폭한 신호가 모두 헛것을 불러대는 복받침이며, 그 거친 충동의 대상은 풋오이도 날고구마도 황토 흙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 헛것의 헛됨이 명료할수록, 헛것을 향한 몸의 충동은 더욱 간절했다.》

임신했을 때를 묘사한 장면이다. 『칼의 노래』나『현의 노래』에서처럼 적막할 정도로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가 아니다. 오히려 장황할 정도로 축축하고 산만한 문체이다. 문체를 완전히 바꿈으로써, 여자가 쓴 것 같은 여자의 이야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6
자신의 생애 앞에 펼쳐지는 시간의 풍랑을 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자의 고요함이 공감대였나? 출세한 남편의 입사 동기이면서 구조 조정 대상이 된 남자를, 아무 조건 없이 끌어안는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그곳이 이 지상에 존재하건 말건, 그이가 그 어딘지 모를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깐 동안 저 자리에 저렇게 한쪽 다리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슬프고 거북했다. 내 슬픔에는 인연이 없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고 안정기도 건너고 나면, 원인을 알 필요가 없는 애잔함에 잠기게 되나?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일까? 그것이 단지 폐경이라는 생리적 작용 때문만은 아니리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7
아, 아직도 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50대의 남자들이 가여워진다. 이제는 조용히 마무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폐경이라는 뚜렷한 몸의 신호조차 없다는 것이, 남자들이 받아야 할 운명적인 형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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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김동주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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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발전하였는가 ha**0829 | 2005-11-27 | 추천: 0 |

언니의 폐경 / 김훈 소금 가마니 / 구효서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김연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 박민규 인타라망 / 박성원 잃어버린 인간 / 성석제 탱자 / 윤대녕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 은희경 나비길 / 임철우 웨하스로 만든 집 / 하성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좋다는 것. 이상문학상 수상집보다 이번 황순원 문학상 수상집은 그 해설에 실려있듯이 다른 해 어느 수상집보다 작품들이 좋다. 이야기들이 알차고 살아있다. 그리고 문체와 상징, 의미들도 모두... 더보기

언니의 폐경 / 김훈
소금 가마니 / 구효서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김연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 박민규
인타라망 / 박성원
잃어버린 인간 / 성석제
탱자 / 윤대녕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 은희경
나비길 / 임철우
웨하스로 만든 집 / 하성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좋다는 것.
이상문학상 수상집보다 이번 황순원 문학상 수상집은 그 해설에 실려있듯이 다른 해 어느 수상집보다 작품들이 좋다.
이야기들이 알차고 살아있다.
그리고 문체와 상징, 의미들도 모두 좋다.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이 중년의 남자가 어찌 이렇게 잘 이해해낼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공감을 자아내고 50대들이 느낄 수 있는 차분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당시의 지식인의 괴로움, 어이없는 답답함,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쫒김등을 잘 표현해 낸 김연수의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과 주목받는 작가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까는 비스무리한 시대를 이야기하고는 있다. 그 중 독특한 이야기의 박성원의 인타라망이나 중단편소설로는 소화하기 버겨울 법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성석제의 잃어버린 인간도 괜찮았고,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구효서의 소금 가마니는 구효서라는 고정 틀에서 약간 벗어나지 않았는가 싶다. 윤대녕의 탱자 역시 은어낚시통신에서 보았던 지리함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어머니들을 바라보는 중년의 평범한 사내로 돌아간 듯 했고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이나 하성란의 웨하스로 만든 집 역시 지나는 이야기들을 그들만의 특유한 어법으로 잘 풀어냈다. 임철우의 나비길은, 재미있다. 라고 순간 화들짝 놀랐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80년대와 90년대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이제 중년줄에 접어들면서 회상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어쨌거나 그 시대를 살고 있고, 우리와 같은 시대를 걸어가고 있으니까.

30-40대에 걸쳐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연령대의 정서를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황순원 문학상이 특히나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요즘 들어 맘에 드는 한국문학들을 자꾸 더 많이 만나는데, 이건..그 간 진도를 따라잡지 못한 나의 만족인지, 아니면 진정한 발전인지, 좀 두고봐야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온전히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아서 말이지.

2005. 11. 26.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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