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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안성호
|저자소개| 2002년 『실천문학』소설 부문 신인상. 200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4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저자의 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1998년부터 2003년 사이에 쓴 작품들이다. 당시에 나는 외로웠다. 한 무리의 인파가 쓸고나간 거리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외로웠으면 사랑 타령을 쓸 것이지 불결한 소설을 썼냐며 타박을 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사랑도 해 봤다. 하지만 외로움은 풍토병과도 같은 것이라 사랑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었다. 모니터 앞에만 서면 내 몸에 들붙은 외로움이 엑스레이를 찍은 듯 확연히 보였고, 그 외로움을 빼내기 위해 옆구리에 칼집을 조금 내고도 싶을 정도였다. 이럴 즈음, <세 편의 자기소개서>과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를 썼다. 그리고 <거미인간>은 하루 웬 종일 기르던 강아지와 함께 효창공원을 배회하다가 쓰게 되었다. 효창공원을 산책하던 나에게 친구가 있었으니 효창공원 깊은 곳 벤치에서 독서를 하던 사십대 후반 남자였다. 자주 만나다보니 안면을 터게 된 그는 이마에 대문짝만하게 고독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수상한 외로움을 버리지 않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수상한 고독이 수상한 외로움에게 던진 일갈이었다. 나는 평행봉에 올라가 자주 몸을 흔들었고, 그는 여전히 책을 보았다. 육체의 소리를 들으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그때 만약 나에게 잘 손질된 칼이라도 있었더라면, 그 사람의 육체에 박힌 수상한 고독을 빼내 햇빛 잘 드는 마당에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낱낱이 헤집어 보고 싶었다. 수상한 외로움과 수상한 고독, 그것이 뭔가 하고. 그 해, 속이 아파 병원으로 실려 가서 몸속을 비웠다. 그리고 <나비>와 <육식>을 썼다. 한결 가벼웠다. 몇몇 소설은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고, 몇몇은 환상적인 부분도 있다. 상상이 됐든 환상이 됐든 인간의 살집 그 어느 부위에 박혀 있는 것이고,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변명 같지만 나름대로 그로테스크한 부분을 차용 안 할 수 없었다. 이 책을 내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10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친다.
목차
- 나비
육식
섬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하늘에 떠 있는 저 사내를 보라
거미 인간
움지이는 모래
세 편의 자기소개서
- 해설 :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모래들의 꿈 / 복도훈
- 작가의 말
책 속으로
그런데 내일이면 백일 휴가를 나갈 초병의 눈에 또 한번 나비를 먹는 여자가 보였다. 긴 꼬챙이를 들고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풀숲으로 걸어가는 여자. 그녀는 뽕나무에 매달린 오디를 따먹듯 풀숲에서 나비들을 주워 먹었다. 저항도 없이, 그저 손으로 입으로 배로 들어가버리는 나비였다. 하마터면 그는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여자를 향해서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꿈을 꾸고 있을 나비를 향해서였다. (책 중에서, p 11)
출판사 서평
2002년 『실천문학』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청탁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쓰지 않았을까. 다시 200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신춘문예 특집이 있었으니 발표를 몇 편 했지만 정말 쓰고 싶은 건 ‘이야기’였다. 우리 모두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 그러던 중 2004년 대산창작기금 수혜를 받았다. 여기저기 좋다고 봐주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독특한 너만의 색깔이 있구나. 엄살을 조금 보태서 떨어지는 법을 너무나도 확실히 익힌 뒤였다. 그리고 여기 그간에 쓴 8편의 소설을 한 묶음으로 첫 소설집을 펴낸다. 1998년부터 2003년, 나의 외로움이 활자로 번져 있는 이 책,『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를. 안성호의 소설은 익숙한 듯하나 낯설다. 이게 무슨 역설인가, 하겠지만 이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반쯤 잠든 상태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에 머무르는 몽유병자의 형상을 띠고 있는 것과도 그 맥락이 닿아 있는 듯하다. 아내와 불륜을 벌인 남자를 동시에 살해하여 매장한 프라이드 자동차 밑에서 담쟁이가 자라난다거나(「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나비를 먹는 여자를 보았다고 말하며 휴가를 나와 나비를 먹고 죽어버린 초병의 강렬한 환각을 묘사하는(「나비」) 장면 등, 이 소설집 전체를 두고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거짓인가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묘사들 찾으라면 아마도 책장은 여러 겹의 밑줄로 붉게 번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성호의 소설에서 ‘환각’은 ‘고백’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운 냄새를 풍긴다. 오히려 ‘고백’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묘하고 낯설며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고백으로 고백의 반(反)고백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아이러니를 목도케 한다. 거기에는 악취, 육식과 같은 동물적 감각을 통한 인간의 위선과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가득 준비되어 있다. 조각조각 절단되어 피 흘리며 죽어가는 젖소를 묘사한 「육식」에서 금욕적 채식주의자들이 그토록 감시하고 금지하면서도, 눈두덩의 주름진 그늘 아래 적나라한 욕망의 실체를 감추고 있듯, 그 숨겨진 ‘냄새’들을 끌어다 맘껏 방목할 수 있는 힘, 이는 바로 ‘환각’의 힘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특징은 ‘詩說’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차분한 문체에 있다. 심지어 살해를 저지르는 장면에 있어서도 그는 평상심을 잃지 않은 채 최대한 곱게, 그리고 무슨 큰일이라도 났냐는 듯 되묻는 듯 덤덤한 어조로 서술한다. 다음의 예를 한번 살짝만 보더라도. “저는 교수님 곁으로 걸어갔습니다. 검정 비닐에서 부엌칼을 꺼내 교수님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습니다. 교수님은 내 얼굴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작별 인사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교수님은 의자에 앉은 채 내 쪽으로 방향만 바꾼 상태에서 그대로 머리를 책상에 내려놓았습니다. …”(「나비」중에서) 또한 그의 상상력은 놀랄 만큼 그 진폭이 크고 넓으며 탄력이 있다. 현실과 꿈을 오가는 동안 한껏 오감을 펼쳐놓은 탓인지 그의 전복적 상상력은 수면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점점 확산된다. 그리하여 그의 데이터 안에 걸려든 인간들은 아무리 진한 향수를 뿌리거나 짙은 화장을 했어도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망의 퀴퀴한 썩은 냄새. 그러나 안성호 소설 특유의 미적 형상화와 우화적 현실 인식은 깨어나 보니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는 꿈/현실의 견고한 이원론의 재확인이나 허무주의적 탄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소설들은 깨어나도 깨어나지 않은 것만 같아 개운치 못한 느낌을 주는 낮꿈의 잔재들을 텍스트의 원재료로 삼으며, 꿈과 현실이 마치 비에 젖은 두 가닥의 전선처럼 급작스럽게 맞붙어 단전을 일으키는 찰나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가가 부조리한 꿈같은 소설 속에 펼쳐놓은 애매한 삶의 경계들, 결정과 선택의 순간들, 좌절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소망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생한 부산물들, 이것들이야말로 당신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가장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지나쳐버리지만, 또한 언젠가는 대면해야 할 팍팍한 삶의 진실이 아닐까. (복도훈, 해설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59248797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9월 20일 |
쪽수 | 296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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