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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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불화(不和)하는 삶에서 피어난 20세기 단편문학의 정수
맨스필드는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변방인의 민감한 마음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생이라는 복잡 미묘한 세계를 작품 속에 탁월하게 녹여냈다. 특히 여성, 출신지, 계급 등 삶을 이루는 복잡한 조건들을 가로지르며, 불안, 공포, 우울, 외로움, 혼돈, 절망, 위선, 가식 등 일상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여러 여성들의 내면 풍경을 놀랍도록 섬세하고 현실감 있는 필체로 그려낸다. 이 책에는 그의 대표작 「가든 파티」, 「차 한 잔」, 「어린 가정교사」를 비롯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뜻밖의 사실」, 「서곡」 등, 아홉 편의 작품을 가려 캐서린 맨스필드의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정보
Katherine Mansfield, 1888~1923
1888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애니 버넬 비첨과 해럴드 비첨 사이에서 태어났다. 1898년 웰링턴여자중등학교에 입학해 《하이 스쿨리포터》에 처음으로 글을 발표했다. 1903년 두 언니를 따라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퀸스칼리지에서 공부했다. 학교 신문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프랑스 상징주의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1906년 학업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가지만 고국에서의 생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유럽에서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1908년, 19세 때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 D. H. 로렌스, T. S.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등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잡지 《뉴에이지》, 《리듬》 등에 단편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훗날 남편이 된 존 미들턴 머리가 편집자로 있는 《리듬》의 공동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고향 뉴질랜드를 기억하며 쓰기 시작한 중편 「서곡」은 버지니아 울프가 남편 레너드와 차린 호가스 출판사에서 발간했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 요양을 위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떠돌며 단편, 시, 평론, 일기, 편지 등을 끝없이 쓰고 남겼다. 1920년 『행복과 그 외 단편들』을 펴냈으며, 1922년 20세기 영미 단편문학의 정수인 「가든 파티」를 수록한 세 번째 단편집이자 생애 마지막 책인 『가든 파티와 그 외 단편들』을 출간했다. 1923년 프랑스 퐁텐블로에서 34세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 머리가 사후에 유고들을 모아 『비둘기 둥지』, 『뭔가 유치한 것』, 『알로에』, 『시집』, 『일기』 등을 발간했다. 맨스필드의 묘비에는 셰익스피어의 『헨리4세』 1부 2막 3장의 구절이 새겨져 있다. “내 말을 믿게, 어리석은 사람아, 우리는 이 위험이라는 쐐기풀에서 안전이라는 꽃을 딸 수가 있다니까.” 캐서린 맨스필드는 20세기 탁월한 모더니스트로 평가받고 있으며, 의식의 흐름, 다중 시점, 자유간접화법 도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법으로 영미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불어불문학을, 프랑스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한국과 프랑스 정부 기관에서 문화 정책을 연구했고 이후 출판사를 운영했다. 지금은 비영리 단체 ‘다시입다연구소’에서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목차
- 차 한 잔
죽은 대령의 딸들
어린 가정교사
가든 파티
항해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
뜻밖의 사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서곡
옮긴이의 말
수록 작품의 원제명
캐서린 맨스필드가 걸어온 길
책 속으로
“평생 한 번인데 나약해지면 안 되는 거야, 언니? 그래도 괜찮잖아. 약해지자. 약해져, 언니. 강한 것보다 약한 게 훨씬 나아.” 그런 다음 콘스탄티아는 평생 두 번 정도밖에 해본 적이 없는 놀라울 만큼 대담한 일을 했다. 옷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열쇠를 돌려 잠근 후 열쇠를 빼냈다. -「죽은 대령의 딸들」에서
아, 어떡해, 밤 시간이 아니기를 얼마나 바랐는데. 낮 여행이 훨씬, 정말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여자 가정교사 소개소의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녁에 배를 타고 간 다음 기차에서 ‘여성 전용’ 칸에 타면 외국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할 테니 그 편이 나아요. 전용 칸에서 나가지 말고, 복도에서 돌아다니지도 말고, 화장실에 가거든 문이 잠겼는지 꼭 확인해요. (…) “그리고 나는 항상 여자들에게 누군가를 믿기보다는 처음에는 의심하는 게 더 낫다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악의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게 선의를 품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말해주곤 해요… 좀 너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린 영악하게 세상물정을 아는 여자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렇죠?” -「어린 가정교사」에서
중앙 테이블 머리맡에 신랑과 신부가 앉아 있었는데, 신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띠 장식을 휘감은 채 알록달록한 리본을 달고 있었다. 신부는 금방이라도 예쁘게 잘려서 옆에 있는 신랑에게 바쳐질 달콤한 케이크 같았다. 신랑은 너무 헐렁한 흰 양복을 입고 깃을 반쯤 세워 하얀 실크 타이를 매고 있었다.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에서
사납고 끔찍한 아침, 미친 듯 바람이 불었다. 모니카는 거울 앞에 앉았다. 창백한 얼굴. 하녀가 검은 머리를 뒤로 빗겨주었다. 윤곽이 날카로운 얼굴에 뾰족한 눈매, 짙은 붉은색 입술이 가면 같았다. 어둑하고 푸르스름한 거울을 바라보고 있던 모니카는 갑자기, 아, 난생처음 느껴보는 크나큰 흥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마침내 팔을 쭉 뻗고 웃으면서 사방을 휘젓고 마리가 깜짝 놀랄 만큼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난 자유로워. 나는 자유야. 바람처럼 자유라고.” 그러자 이제 이 떨리고, 요동치고, 신나고, 펄럭이는 세상이 모두 그녀 차지였다. 그녀의 왕국이었다. 그래, 그렇지,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야. 오직 인생의 것이지. -「뜻밖의 사실」에서
집이 가까워질 때면 항상 공포 같은 것이 엄습했다. 대문 안으로 다 들어가기도 전에 보이는 대로 아무에게나 소리치곤 했다. “아무 일 없어?” 그런 뒤에도 “여보! 당신 왔구나?” 하는 린다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 그랬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존중했지만 또한 혐오했다.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는 얼마나 유순하고 얼마나 순종하고 얼마나 사려 깊었던가. 린다를 위해 뭐든 하려 했다. 그녀에게 기꺼이 봉사하려고 했다… -「서곡」에서
방 안의 햇빛이 너무 눈부셨다. 린다는 블라인드가 끝까지 올려져 있는 상태가 항상 싫었지만 아침에는 더더욱 견딜 수 없었다. 벽 쪽으로 돌아누워서 한 손가락으로 벽지의 양귀비를 슬슬 따라 그렸다. 정적 속에서 손가락을 따라 그 양귀비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사물은 저렇게 살아나는 습성이 있었다. 가구처럼 크고 중요한 것뿐만 아니라 커튼, 물건들의 무늬, 이불과 쿠션 가장자리의 술도 살아났다. (…) 이렇게 살아난 물건들이 하는 일을 보면 정말 이상했다. 물건들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고, 신비롭고 중요한 것들로 불룩하게 스스로를 채우는 것 같았다. -「서곡」에서
출판사 서평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
그 여자가 온다.
사슬을 끊고 감옥을 벗어나서
왕관을 벗고 영광을 걷어차고서
그저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온다.
-샬럿 퍼킨스 길먼
에디션F 시리즈는 주제와 작가들을 좀더 세심하게 나누어 궁리출판만의 색깔 있는 문학선집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에디션F의 ‘F’는 ‘feminism, female, friendship’을 상징합니다. 이 시리즈는 여성 작가가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품들을 골라 여성 번역가가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변방인의 시선으로
인생의 뜻밖의 진실, 여성들의 불안을 그려내다
표제작인 「가든 파티」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가든 파티를 준비하던 로라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소식을 통해 몰랐던 세상을 열어젖힌 소녀의 낯선 감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20세기 단편소설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어린 가정교사」는 밤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여성의 불안과 악몽 같은 경험을 그리고 있으며,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는 정신없는 외출 준비 끝에 참석한 결혼식에서 고단하고 절망적인 결혼생활의 현실을 보는 여성의 내면을 스케치한다.
「죽은 대령의 딸들」에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자매에게 감도는 슬픔 아닌 공포의 감정을 통해 자매의 지난 억압된 생활을 짐작하게 된다. 이 외에도 자선을 베푼 여인의 불안한 마음을 블랙코미디처럼 그린 「차 한 잔」, 가난한 젊은 작가의 외로운 자아를 실험적인 필체로 담아낸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밤바다를 건너는 어린 소녀의 여행을 묘사한 「항해」, 서로 다른 인생의 고통을 저마다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뜻밖의 사실」이 실려 있다.
「서곡」은 버지니아 울프의 출판사 호가스에서 처음 발간된 작품으로, 출간 당시 버지니아 울프가 식자를 맡기도 했다는 중편이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 없이 전개되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캐서린 맨스필드의 작품 세계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브레헨마허 부인, 결혼식에 가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뜻밖의 사실」, 「서곡」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된다.
작고 작은 것, 보이지 않는 것을 포착하는 예민한 마음으로
모든 것들의 목소리를 감싸 안다
“약해지자, 약해져. 강한 것보다 약한 게 훨씬 나아.”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단 한 번의 결정도 못하고 살아온 「죽은 대령의 딸들」 속 콘스탄티아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렇게 말한다. 「뜻밖의 사실」에서 아라비아 출신의 모니카는 옆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편이 있지만, 아침시간마다 끔찍한 불안에 시달린다. 「서곡」의 린다는 남편에게 존경과 혐오의 양가감정을 느끼는데, 정원에서 보는 알로에에게 위안을 받는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알로에의 저 길고 예리한 가시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의 남성 화자(생물학적 성으로 남성)는 사랑 앞에서 도망치는 자신을 허세와 조소로 포장하고 만다. 자신의 삶과 어딘지 모르게 불화(不和)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인생 그 이면의 이야기에 한층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영국 런던 퀸스칼리지에서 유학했다. 유학 후 뉴질랜드로 돌아가지만 고향에서의 생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시 런던으로 건너가 블룸즈버리 그룹 인사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하였다. 생전 남동생의 죽음을 겪었고 낙태, 이혼을 경험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성적 취향을 지니는 등 결코 순탄했다고 할 수 없는 삶을 살았지만, 34세에 결핵으로 이른 죽음을 맞기 전까지 80여 편의 단편소설과 시, 에세이, 평론 등을 기어코 써내었다. 결핵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도 쉼 없이 글쓰기를 계속하였다.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일기에 남긴 캐서린 맨스필드는 드러나지 않는 진실,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그리고 말 없는 사물들의 묘사까지도 아름다운 시(詩)적 언어로 담아내었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과 함께 탁월한 모더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의식의 흐름 기법, 다중 시점, 자유간접화법 도입과 같은 혁신적인 기법으로 관습적 감수성에서 벗어나 사건과 플롯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감정을 중시하여 내면을 탐구하고 독창성을 확보한 것으로 영미문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대표 작품을 가려 모은 이 책에서 파도의 일렁임처럼 우울과 생이 반복되는 복잡 미묘한 인생사의 여러 순간들을 세밀한 언어로, 때로는 현실을 풍자한 블랙유머로 만나보길 바란다.
* 에디션F 시리즈
에디션 F 01 『내가 깨어났을 때』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 1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임현정 옮김
에디션 F 02 『허랜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 2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임현정 옮김
에디션 F 05 『제인의 임무』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가
이디스 워튼 지음 | 정주연 옮김
에디션 F 06 『가든 파티』 20세기 단편문학의 정수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 정주연 옮김
(계속 출간됩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207085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20일 | ||
쪽수 | 264쪽 | ||
크기 |
141 * 210
* 22
mm
/ 34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에디션 F
|
||
원서명/저자명 | The Garden Party/Katherine Mansfield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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