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슈카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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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낯선 이에게 다가가기
피셔가 직쩝 찍은 사진들과 피셔에 관한 잘못된 표상들
1 세상을 뛰쳐나와 세상 안으로
유년기와 청소년기
2 유익했던 시행착오들
프랑크푸르트 시절
3 제도권 안에서의 반란-피셔와 녹색당
본 시절
4 외무상 그리고 정치세계 내부로 떠나는 여행
베를린 시절
5 외로운 사람의 독백
어느 영원히 거듭나는 자의 미래에 부쳐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원고 없이 연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독일 정치인 중 하나인 요슈카 피셔. 대학 문턱에도 가지 않았던 거리의 투사였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서구 고전을 ABC순으로 독파하며 내공을 쌓은 독서광이었다! 내 본명은 요제프 피셔, 그러나 나는 요슈카 피셔로 불리길 원한다 1998년 10월 말, 새롭게 구성된 독일 내각의 취임선서식장, 연방의회 의장이 신임 외무상이자 부총리 피셔를 호명했다. ‘요제프 피셔’. 공식적인 행사에서 예명을 부를 리가 없다면 분명 요제프가 피셔의 본래 이름이긴 한데 왜 모두들 하나같이 그를 요슈카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의 가족이 2차 대전 종전 직후 헝거리에서 독일로 이주해 왔을 때 동네 사람들이 그와 그의 아버지를 함께 요슈카로 불렀던 게 그 유래였다. 마을 사람들은 꼬마 요제프를 헝거리 이주민의 자식을 나타내기 위해서 왠지 슬라브어식의 강한 억양이 들어간 요슈카로 불렀던 것이다. 이렇게 아주 보수적인 지방의 동네 사람들이 반은 이주민의 조롱에서 반은 멸시와 천대로 불렀던 그 이름은 이제 전직 국무부장관 콜린 파월도 피셔를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UN에서도 그는 보통 요슈카로 통한다. 외무상 집무실 책상 명패의 이름도 요제프가 아닌 요슈카로 명기되어 있다. 아마도 코흘리개 꼬마였을 때 동네 아줌마들이 불렀을 그 이름은 이제 고관대작들의 세계에서도 통하는 이름이 되었다. 연방총리도, 유엔 사무총장도, 미 국무장관도 그리고 이웃 신문가판대 아저씨도 어물전 아주머니도 모두 똑같이 그를 요슈카로 부르는 것이다. 몸을 세우고 이름을 얻게 되면 더 이상 어린 시절 천대의 이름으로 불리길 싫어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이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높은 인지도를 누리게 되었을 때 그는 분명 그의 본명을 관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의식적으로 요슈카라는 이름을 고집했는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에 그만 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확실히 보통 사람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상을 뛰쳐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다 얼마전 독일 녹색당 총선 꼴찌의 책임을 지고 2선 후퇴를 선언한 요슈카 피셔. 고별사에서 그는 "큰 짐을 벗어던진 것 같다. 30여 년 전 나는 정치권력과 개인의 자유를 맞바꿨다. 이제 내 자유를 다시 찾고 싶다"는 소회를 풀어놓았다. 68운동에 앞장섰던 거리의 투사, 공장노동자, 택시운전사를 거쳐 부총리 겸 외무부장관에 오른 피셔. 빌리 브란트 이후 독일 국민들이 마음속에 가장 간직하고 싶어하는 정치인 요슈카 피셔. 과연 그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독일 국민들은 깊이 공감하고 대리만족감을 느끼는가? 독일 정치사에서 피셔 같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피셔는 정말 밑바닥에서 출발했다. 그는 2차대전이 끝난 뒤 헝가리에서 독일로 이주해 남부 독일 슈바벤 지역의 도축장에서 일했던 한 도축공의 아들이었다. 피셔는 일반적인 교과과정을 중도에서 포기했고,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그는 공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성장기를 보낸 것이다. 그는 혁명투사를 자처하면서 거리에서 돌팔매질을 해댔고, 한때 시민사회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피셔는 무정부주의혁명, 인민민주주의혁명, 생태혁명, 여성혁명 등을 추구하는 일로 젊은 날을 보냈다. 그에게는 내세울 만한 공인된 어떤 타이틀도 없다. 그는 방랑자였으며, 한때 젊은 혈기로 폭력혁명을 표방했던 정치 철부지였고, 또 공장에서 육체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6년 간 프랑크푸르트 밤거리를 누빈 택시운전사였고, 중고 서적상이었으며, 음란서적 번역가이기도 했다. 마치 흑인 민권운동가 말콤x에게 교도소가 곧 대학이었던 것처럼 프랑크푸르트의 밤거리는 피셔에게는 ‘곧 대학’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인간의 군상들을 이해하게’되었고 그 군상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그의 과거들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출세를 위한 가장 빠른 길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로스쿨이나 경영학코스에 앉아 자신만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을 때, 그는 거리에서 돌을 던졌고, 음악에 심취했고, 음란서적을 번역하면서 영어를 익혔으며, 술집 작부들을 싣고 프랑크푸르트 밤거리를 누볐다. 그는 공장에서, 이런저런 평화운동 집회에서, 밤거리에서, 줄여서 일상적인 사람들의 실천생활세계에서 인간들을 이해해 나갔다. 인간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그를 통해 인간이해를 넓히는 것. 이것은 출세와 성공으로 인도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피셔에게 확실히 올바른, 적어도 오늘보다는 나은 정치를 위한 길게 보는 투자였다. 어쩌면 그는 보통 사람들이 순전히 시간 낭비라고 여길 만한 일에 15년 이상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망나니 같은 젊은 날을 보낸 그가 독일 부총리이자 외무상이다. 부총리가 되었다는 것보다 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가 현재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피셔’라는 이름 뒤에는 전후 독일에서 유례가 없는 한 정치인의 삶이 숨어 있다. 젊은 날 못 다했던 지식 습득을 위한 끝없는 달리기 80년대 중반부터 그는 해마다 책을 한 권씩 출간하고 있다. 그의 책들은 매우 익살스럽고 요점이 분명하다. 그는 책을 쓰는 데에도 말하는 것처럼 달필이다. 그러나 그의 책은 아무리 잘 나가도 공식적인 학문서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많은 학자들이 그의 책에 학문적인 공신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자신의 책에서 보여주는 성과가 어떤 것이든 그에게는 박사라는 공식 인증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셔에게는 자신의 책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는지 그렇지 못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젊은 날 못 다했던 지식 습득을 위한 끝없는 달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가방끈’이 짧다는 일종의 지적인 불안 상태는 그의 끊임없는 호기심에 오히려 불을 지펴왔다.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는 못했지만, 피셔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니체, 마르크스, 아도르노, 그리고 하버마스를 차례로 독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이 철학자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었다. 세계의 해석에서, 그리고 현상의 이해에서 그는 매우 절충적이다. 세계가 한 권의 텍스트일 수 없고, 한 권의 텍스트가 세상일 수 없는 현대에, 현상의 이해를 위해서 때로는 하버마스의 이론에 따라야 하고, 때로는 니체에, 때로는 마르크스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절충적 독해 방식이다. 그는 결코 한 철학자에만 매료되지 않는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도 아도르노의 부정적 변증론도 단지 거대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철학자의 생각일 뿐이다. 이런 절충적인 독해로 그는 한 이론에 매몰되는 위험을 없앴다. 피셔는 자신의 지성을 실용적으로 절충해가는 방식으로 쌓았다. 그는 어떤 특정한 이론의 심오함에 빠져 그 이론이 말하는 대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적이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정치학 개론서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 정치와 권력에 대한 그 어떤 환상도 없이 매우 건조하게 정치권력의 문제를 피셔의 정치인생을 서술하는 가운데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은 권력을 실천의 중요한 매개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권력은 원래 그 자체로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나쁜 것이라거나, 또는 반대로 공익을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권력은 언제나 양자일 수 있으며, 또 둘 중 그 어느 하나도 아니다. 만약 권력이 전적으로 전자라면 세상은 아마도 벌써 여러 차례 뒤집어졌을 것이고, 반대로 권력이 전적으로 후자라면 우리는 정의사회를 이미 수십 차례 경험했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표기되고 명기된 권력은 실제로 작동하는 실천적인 권력과는 다르다. 저자들이 쓰고 있는 것처럼 때로는 무명의 빈민운동가가 연방총리보다 더 큰 권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피셔는 이 권력의 역동적 발생논리를 아주 일찍부터 깨친 사람들 중 하나이다. 저자들은 요슈카 피셔라는 한 현실정치인을 통해 실천권력의 다양한 분광들을 보여준다. 여기서 권력은 개인들의 욕심이며, 마초들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상징들의 조합놀이이다. 그것은 일정한 게임의 규칙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각과 비전들을 하나로 묵어내는 환상을 지시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번역된 책은 확실히 단순한 전기를 뛰어넘어, 실천적으로 작동하는 권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정치학 개론서이기도 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200420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10월 31일 |
쪽수 | 472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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