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헛발질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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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티투스 아르누
저자 티투스 아르누(Titus Arnu) 1966년생. 독일 패션지 「Glamour」의 보도국장을 지냈고, 「쥐트도이체차이퉁」 과학 섹션과 파노라마 섹션의 담당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기고가로서 「SZ-Magazin」, 「Geo Saison」, 「Elle」, 「Brigitte」, 「Vogue」 등의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아르누는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특히 세 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된 『Ubelsetzung(엉터리 번역)』은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목차
-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남자들의 몸부림 - 누가누가 잘하나?
평범한 마라톤은 됐고! - 식도락마라톤 vs. 사막 마라톤
비지땀 흘리는 누드남들 속에서 - 후회막심, 누드요가
이제부턴 '비밀요원 010' - 제임스 본드 뺨치는 추격전
하늘 나는 미쉐린맨 - 스키점프
우린 정말 베프일까? - 지랄견 브루노 길들이기
제발 좀 씻는 걸로! - 남성전용 놀이터에서
상추와 근대는 정말 잘 자라 - 소농으로 살아가기
벌거벗고 바비큐 파티 - 나체족 캠프 체험
간디냐, 핫도그냐? - 인생의 의미에 관한 새로운 생각
책 속으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크리스티안이란 사내는 나보다 열 살이나 나이가 많은데도 나보다 훨씬 더 젊게 살고 있었다. 나는 이 남자의 콧대를 확실히 눌러 주기로 결심했다.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도전에 나서서 내가 한 수 위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맞을까? 그에게 확실하게 보여 줄 더 대단한 일이 뭐가 있을까? 급류타기, 번지점프, 트라이애슬론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터였다. 크리스티안은 이미 다 해 봤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화성에 착륙한 최초의 인간은 어떨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냉장고를 지고 아일랜드 무전여행 하기? 그건 벌써 누군가가 했다.
거꾸로 달리는 마라톤? 이것 역시 이미 한 사람이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뭔가 더 대단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중략) 세심하고 철저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드디어 크리스티안이 나에 대한 존경과 감탄으로 내 발에 입을 맞출 만한 일을 찾아냈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경쟁을 더욱 부채질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일이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단지 예상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알았어야 했다.
17-18p
마치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나는 마라톤을 달린 곳에서 레드와인의 기운을 듬뿍 받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식구들에게 내가 받은 메달을 자랑스럽게 보였다. 와인글라스 모양의 금속으로 된 메달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의 위대한 식도락마라톤에 대해 가족들이 보인 반응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와인 몇 모금 마시자고 거기까지 가서 42킬로미터를 뛸 생각을 해?” 안나가 물었다. 아내는 늘 이해심이 많은 듯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이다. “똑같은 와인을 여기 마트에서 사면 훨씬 가깝고 간단하잖아.”
“더 간단하고 가깝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나는 이렇게 대꾸했지만 진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33p
나는 크리스티안과 맥줏집에서 만났다. 나는 세상을 구원한 대가로 받은 시가를 보란 듯이 피우며 나의 비밀임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로 인해 희생된 무고한 너구리 이야기는 당연히 뺐다. 대신 낙하산 점프, 공기부양선, 적과의 난투극 등을 좀 더 그럴듯하게 과장하여 떠벌렸다.
“그 낙하산 점프 말이야.” 크리스티안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걸 혼자서 했단 말인가?”
“아니… 그렇진 않았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전담교관이 있었어요.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금방 혼자서 하겠어요.”
“그리고 공기부양선 말일세.” 그는 또 캐물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조종한 거지? 초보자한테는 어려웠을 텐데.”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었으니까요. 조종은 노련한 공기부양선 전문조종사가 했어요.”
“아하, 그렇군. 그런데 모토크로스 구간은 어떻게 해낸 건가? 내가 알기로 자네는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을 텐데, 안 그래?”
그의 말은 모두 옳았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나는 아이들 장남감이나 다름없는 전기 스쿠터를 타고 미니 언덕을 조금 오른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끈질기게 나의 미션 이야기를 이어갔고 내가 물리친 많은 적들에 대해 떠벌렸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더 이상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75-76p
하지만 이미 늦었다. 브루노는 백사장 한가운데서 등을 구부리고 엉덩이를 내렸다. 이제 막 식사를 하려던 이탈리아 대가족의 타월 바로 앞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엄마는 고함을 지르고 아버지는 우리를 위협하는 듯한 제스처를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쿵쿵 구르며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나는 멍청한 개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온 멍청한 외국인 행세를 하며 주변의 엄청난 소란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척 했다. 사실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다.
브루노는 주변의 소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히 장을 비웠다. 엄청나게 예민한 동물이라 종이 한 장만 떨어져도 도전의식을 느끼는 브루노지만 일을 볼 때만은 그 어떤 소란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느긋하게 하던 일에 열중했다.
116-117p
출판사 서평
중년의 위기를 단시간에 돌파하려는
한 남자의 무(모)한 도전!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막연한 불안감으로 후반전을 맞는 남자들을 독특하게 웃기고 위로한다.
2012 대한민국, 중년이 대세긴 한가 보다. 독일 통일을 자기가 시켰다는 뽀글머리 중년남 김정운 교수와 그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동네아저씨, 누구의 아버지인 줄만 알았던 40대 남자들이 로코 드라마의 주인공을 꿰찼다.
도서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청춘만 아프냐고 항변하듯이 마흔을 주제로 한 책들이 출간의 꼬리를 물었다. 심지어 모 대형문고에서는 “쫄지 마, 마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관련 책들을 소개하는 행사를 다 했다. 걱정하는 마흔, 소통하는 마흔, 공부하는 마흔, 치유하는 마흔, 즐기는 마흔.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는 마흔(정확히는 마흔으로 대변되는 중년)에 주목하는 걸까?
어떤 책의 제목처럼, 중년은 정말 아플 수도 없을 만큼 책임막중한 시기, 지금까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적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중년들의 삶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중년의 위기를 비교적 단시간에 겪어 내려는 보통남자의 무모한 도전기다.
이 책, 불혹을 넘긴 남자들을 엉뚱하게 웃기고 위로한다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면 남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보디빌딩을 시작하고, 두 층만 계단으로 올라가도 헉헉대는 주제에 용감하게 8천 미터 봉우리 정복을 계획한다.
그 나이엔 인생의 후반전이 어떻게 펼쳐질지 몰라 더 불안감을 느낀다. 혹은 후반전은 참패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점점 더 기이한 행동을 한다. 일상이 지루해서, 아직은 고집불통의 늙다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어서, 이제부턴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그러므로 이젠 결코 젊다는 얘길 들을 일이 없는 남자들이 쓸데없는 짓을 벌이더라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중년에 찾아든 위기를 단시간에 겪어 내려는 나름의 몸부림일 수 있으니.
이 책을 쓴 저자는 대다수의 40대처럼 빨래판복근과는 거리가 멀고 다리는 짧은, 아내와 자식이 딸린 보통남자다. 자유로운 싱글처럼 신사니 품격이니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런 그가 모든 심리적 저항과 체면 구길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극단적인 도전에 나섰다. 중년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거센 급류에서의 래프팅이나 번지점프? 그런 건 애들 장난이다. 제임스 본드 뺨치는 추격전을 벌이고, 먹으면서 완주하는 식도락마라톤에 참가하고, 스키점프대에서 몸을 던진다. 심지어 나체촌에서의 바비큐 파티 같은 해괴한 경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도전은 모두 성공했을까? 지금 그 답을 말할 순 없지만, 그의 도전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후반전을 기다리는 남자들을 독특하게 위로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엉겁결에 벌인 일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자의 상황과 속마음에 배꼽을 잡다 보면, 그게 남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새 마음 한켠이 뻥 뚫린 듯 시원해져 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지고는 못사는 남자들.
그들의 허세와 심리, 기상천외한 도전들이 펼쳐진다
“남자는 여자들보다 더 심각하게 다른 사람과 자기를 비교한다.”
저자는 남자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그렇다고 우사인 볼트와 같은 세계챔피언과 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핑을 해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자기가 따라잡을 만한 경쟁자를 골라잡을 수밖에.
결국 자기만큼 왜소하고 엉뚱하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잡고는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쯤 건성으로, 반쯤 꾸준히 목표를 추구하는 이웃집 남자를 경쟁자로 찜했다. 그러고는 서로를 의식하지만 않았어도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들을 경쟁적으로 펼치며 누가 더 센가, 누가 누가 잘하나를 증명하려 한다. 남자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고(남성전용 놀이터에서. 에계!), 내키지 않으면서도 누드요가를 시작하고, 스키점프에 도전했다가 어린 ‘꿈나무’에게 체면을 구긴다.
후회를 거듭하면서도 지고 싶지 않은 남자의 심리. 그 허세. 팽팽한 긴장감. 그로 인해 날로 익스트림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남자의 심리가 궁금하거나 못마땅하거나 이해하고 싶거나 크게 비웃어 주고 싶은 여자들이 읽어도 좋다.
글로 밥 먹고 사는 남자의 호쾌한 입담
저자 티투스 아르누는 독일 패션지 「Glamour」의 보도국장을 지냈고,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일간지 중 하나인 「S?ddeutsche Zeitung」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베스트셀러인 『?belsetzung엉터리 번역』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쓴 책답게 이 책, 『남자는 헛발질이 필요해』는 온통 유머로 넘쳐난다. 피식 웃다가 크게 빵 터졌다가 시종일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저자와 이웃남의 헛발질들이 찌질하거나 형편없음보다는 흥겨움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장면묘사뿐 아니라 툭툭 튀어나오는 감정표현이 매우 생생하면서도 실제적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 등을 옮긴 번역가 박규호의 자연스럽고 맛깔 나는 문장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번역서의 이질감이 싫은 사람도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073963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10월 17일 | ||
쪽수 | 214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Nackt am Grill/Arnu, Titus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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