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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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설 속의 페데리코는 아내가 바람이 났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걸 숨기기 위해 소설가에게 저항하는 전쟁을 한다. EMF 단원인 프로기는 실수로 애인 샌드라의 아버지를 죽이는 바람에 샌드라와 헤어지게 되고, 종이로 만들어진 여인 메르세드 데 파펠은 그녀의 몸을 핥다가 날카로운 종이 모서리에 혀가 베이자 그녀를 차버린 남자 때문에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게 된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세계를 오가며 전개된다. 소설가이자 토성인 플라센시아가 쓰고 있는 소설 속 꽃마을 엘몬테 사람들의 세계. 그리고 소설 밖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플라센시아의 세계. 그리고 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을 읽는 독자의 세계.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형태적 변화는 소설 속의 허구와 소설 밖의 허구를 서로 바라보게 한다. 〈양장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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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파격적인 본문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페이지는 여러 개의 세로 단으로 배열되어 있고, 각각의 글상자들 위에 토성, 꼬마 메르세드, 산토스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 또한, 검은 상자로 글자를 가리고 심지어 책에 구멍을 내기까지 하면서 다채로운 비주얼을 선보인다. 이는 실험으로서의 형태 파괴가 아니라, 소설의 서사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한 필연적 장치로, 기묘한 효과를 연출해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1976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해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엘몬테에 정착했다. 휘티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소설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국립문화재단으로부터 소설 창작 지원 기금을, 2000년에는 피터 나고에 소설상을 받았다. 2001년에는 폴 앤드 데이지 소로스 장학재단이 주는 장학금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는 최초 수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에 펴낸 첫 장편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로 가르시아 마르케스, 움베르토 에코, 이탈로 칼비노, 오르한 파묵, 오에 겐자부로 등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이 소속된 와일리 에이전시 작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 책으로는 〈레오나르도의 유혹〉, 〈공포의 헬멧〉,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클림트〉, 〈이성과 감성〉, 〈미들섹스〉 등이 있다.
목차
- 서문
1 엘몬테 플로레스
일장
이장
삼장
사장
오장
육장
칠장
2 흐린 하늘과 외로운 아침
팔장
구장
십장
십일장
십이장
십삼장
십사장
3 하늘이 무너지다
십오장
십육장
십칠장
십팔장
십구장
이십장
이십일장
이십이장
이십삼장
이십사장
이십오장
이십육장
이십칠장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기발하고 매혹적인 삼차원 메타판타지
멕시코 이민자로 미국에서 성장한 76년생 작가 살바도르 플라센시아가 쓴 처녀작 『종이로 만든 사람들』은 소설을 웬만큼 읽었다는 독자들도 사뭇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기발하고 엉뚱한 소설이다. 주인공 페데리코 데 라 페는 야뇨증 때문에 밤마다 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그걸 참다못한 아내 메르세드가 어린 딸 ‘꼬마 메르세드’와 그를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슬픔에 빠진 페데리코는 실연의 고통과 야뇨증을 치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라스토르투가스 강가를 떠나 꼬마 메르세드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가기로 결심한다.
페데리코와 꼬마 메르세드가 정착한 마을 엘몬테는 꽃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꽃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카네이션과 장미 따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EMF(엘몬테 플로레스) 갱단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페데리코는 엘몬테에서 꼬마 메르세드를 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꽃 수확꾼으로 일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페데리코를 괴롭히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늘에 있는 고리 달린 행성인 토성이다. 토성이 사람들을 늘 감시하고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심지어 사람들의 삶에 개입해 자유의지를 앗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엘몬테는 토성의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페데리코 데 라 페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EMF 단원들과 함께 토성에 맞서는 항쟁을 결의한다.
이야기는 EMF의 배신자 스마일리로 인해 토성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제대로’ 흥미진진해진다. 스마일리는 토성에 대항한 전쟁에 회의를 품고 주술사이자 치료사인 아폴로니오에게 토성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자인 토성을 만나기 위해 종이로 된 자기 세계의 하늘을 뜯어내고 토성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토성은 『종이로 만든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살바도르 플라센시아의 예명이고, 페데리코와 EMF는 소설가가 쓰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소설가 소설에다 액자소설 형식을 결합시킨 소설이지만, 그렇게 정의하는 순간 소설은 우리의 예측을 또 한 번 배반한다. 왜냐하면 저자인 토성은 스마일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스마일리는 주인공이 아니고 언뜻 스쳐 지나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애인 리즈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 자신을 버리자 소설을 쓰고 있던 토성은 슬픔과 분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기 소설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소설 안의 세계와 소설 밖의 세계가 서로 분리된 전혀 다른 세상이 아니므로, 토성은 자기 마음대로 소설을 쓸 수가 없다. 또 이 소설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는 리즈의 요청에 따라 소설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 저자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플롯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독재자 같은 존재일 것 같지만, 실상은 자기에게 반항하는 등장인물들과 힘겨운 전쟁을 벌여야 하고,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아기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각은 아예 읽을 수도 없으며, 자기 소설 속에서조차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
소설은 세 개의 세계를 오간다. 소설가이자 토성인 플라센시아가 쓰고 있는 소설 속 꽃마을 엘몬테 사람들의 세계. 그리고 소설 밖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플라센시아의 세계. 그리고 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을 읽고 있는 우리들의 세계. 작가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형태적 변화를 통해 소설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생동하게 만든다. 즉 소설 속에서 종이로 만든 인간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되듯이, 소설 속의 허구와 소설 밖의 허구가 조응하면서 ‘지금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소설이 된다. 소설에 대한 보편적 상식을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판타지에 대한 판타지조차 깨부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타지가 되어버린, 메타판타지 소설이랄까?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다 보면 불현듯 소설 속 플라센시아와 소설 밖 플라센시아가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책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흥미로운 까닭은 읽는 사람들마다, 그리고 매번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뭔가를 다시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독자의 수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소설이다.
SF? 사이코드라마? 러브스토리!!
『종이로 만든 사람들』의 중심 테마는 사랑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실연’이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실연의 상처를 갖고 있다. 소설가 살바도르 플라센시아는 소설에 골몰하다가 애인을 딴 남자에게 뺏기고, 그런 그를 사랑한 카메룬은 옛 애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살바도르에게 상처를 입는다. 또 소설 속의 페데리코는 아내가 바람이 났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걸 숨기기 위해 소설가에게 저항하는 전쟁을 한다. EMF 단원인 프로기는 실수로 애인 샌드라의 아버지를 죽이는 바람에 샌드라와 헤어지게 되고, 종이로 만들어진 여인 메르세드 데 파펠은 그녀의 몸을 핥다가 날카로운 종이 모서리에 혀가 베이자 그녀를 차버린 남자 때문에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게 된다.
실연을 극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페데리코는 무한한 충실함으로 아내 메르세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집을 나갔던 여자들 중에는 후회하며 자갈밭과 아스팔트 위를 무릎으로 기어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메르세드가 집 앞에 왔을 때 편하게 무릎으로 길 수 있도록 마당에 잔디를 심고 계단에는 깔개를 깔아둔다. 심지어 무릎으로 기었을 때 가장 부드러운 잔디 깊이를 연구하고, 잔디 위의 작은 돌멩이를 모두 손으로 골라내고, 풀물이 들지 않는 비료를 주어 그녀의 원피스가 더러워지지 않게 하려 한다. 메르세드가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독자들은 그러한 그의 노력에 한없는 측은함과 연민을 느낀다.
이와는 반대로 소설가가 보여주는 옛 애인에 대한 집착은 유치하고 어리석고 치졸하기까지 하다. 그는 여자에게 매달리고 사정하고 쫓아가서 질질 짠다. 그래도 마음을 바꾸지 않자 그녀를 모욕하기 위해 소설 속에서 그녀의 배반을 폭로하고, 모든 배신자들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리며, 심지어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 분풀이한다. 편지를 해대고 전화를 걸고 욕을 하는 소설가의 초라함. 그는 소설 속에서 제왕의 지위를 누리고자 하지만, 나폴레옹이나 삼손이 그랬듯이 여자 때문에 모든 걸 망치고 만다. 그는 아무것도 정복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하며, 고작 한 권의 소설책만을 완성시키는 소설가에 불과하다.
하나의 실연이 불러일으킨 절망과 고통이 세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하고, 그에 맞서기 위해 또는 그것을 부인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 영원히 메울 길 없는 공허감과 상실을 곱씹어야 하는 외롭고 슬픈 존재들이 꾸는 꿈. 허구를 통해 허구를 위로하는 러브스토리. 이것이 이 기묘한 소설 『종이로 만든 사람들』을 요약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090985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3월 15일 | ||
쪽수 | 319쪽 | ||
크기 |
164 * 262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people of paper/Plascencia, Salvador | ||
이 책의 개정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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