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리야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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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승용차는 신제품 출시 경쟁을 한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이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다시 돌입한다. 사람들은 기존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이 여전한데도 신제품을 구매한다. 보드리야르가 말한 소비사회의 풍경이다. 소비사회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고 럭셔리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는 ‘차이의 욕구’ 때문인데, 이 차이의 욕구로 사회적 위세를 드러내려고 한다. 누구나 명품 브랜드를 선호한다. 누구나 고급 외제차를 선호한다. 아이들조차 브랜드 있는 옷이 아니면 입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서 명품은 ‘실체 없는 가공의 이미지’로,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선전되면서, 어느 날 ‘실재’로 자리 잡는다. 명품이 바로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이며, 명품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는 과정이 ‘시뮬라시옹’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누구나 명품을 선호하는 문화가 새로운 실재로 자리 잡게 되면 이것이 ‘하이퍼리얼’이다. 하이퍼리얼은 환상의 층위에 있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현실로써 리얼리티를 지닌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자본과 미디어에 길들여져 자발적으로 시뮬라크르가 되어 소비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게임이 열풍이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또래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게임을 잘해야 하고, 그래야만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친구들과 동급 레벨은 되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소재는 게임으로 시작해 게임으로 끝난다. 다른 대화 소재는 게임이 모두 삼켜 버린다. 말하자면 게임이라는 매체는 다른 대화마저 차단하고 증발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말한 의미의 ‘함열’ 혹은 ‘내파’이다. 대화가 점차 사라진다면, 이는 결국 게임의 종말, 매체의 종말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일자리의 사라짐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점점 ‘쓸모없는 기능’으로 전락하면서, 현대사회가 ‘인간의 사라짐’을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보드리야르는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을 해부한다. 이 책은 현대사회와 대중문화에 숨겨진 원리를 탐구하려는 모두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정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비교문학) 학위를 받았다. 17년간 경향신문 기자로 일했다. 2007년부터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재임 중이며 학부대학 우수강사(2010)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선정한 ‘한국의 저자 300인’에 선정되었다. 〈한국수필〉 신인상(2015)에 뽑혔고, 경기도 제안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보드리야르 연구서로는 『일상과 공간의 미디어』(2008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를 비롯해 『하이퍼리얼의 쇼크: 이미지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장 보드리야르』(커뮤니케이션이론총서)를 출간했다. 논문으로는 「하이퍼리얼 ‘저지기계’로서의 스캔들 그리고 아이러니: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질서를 중심으로」, 「시각적 감응에 의한 억압과 배제: 장 보드리야르의 미디어론을 중심으로」를 〈비교문학〉에 실었다. 이 외에도 『테러리즘과 미디어』, 『서울대 권장도서로 인문고전 100선 읽기』(전 3권) 등 다수가 있다.
작가의 말
[편집자의 말]
가상(假像)으로 가득찬 현대사회,
그 민낯을 들추기 위한 보드리야르의 여정을 읽다
“쓸모없어서 구입합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값비싼 외제차나 명품을 구입한다.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감성’을 느끼기 위해 특정 브랜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제는 단순히 ‘필요’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보드리야르의 소비이론은 현대 소비사회를 분석하는 가장 정확한 이론으로 손꼽힌다. 이제는 익숙한 이론이지만, ‘기호가치’가 ‘사용가치’를 넘어선다는 보드리야르의 통찰은 여전히 우리 소비습관에 끊임없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연예인의 스캔들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다른 연예인이다.”
아이돌 A가 예능 방송에 출연했다. 그런데 당일 방송 태도가 불성실하여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떴다. 얼마 후, 아이돌 B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뜬다. 그러자 아이돌 A의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다.
‘욕 좀 그만 하자. 얘는 그래도 음주운전은 안 했잖아?’
실제로 아이돌 A가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동정여론이 생기는 것, 바로 ‘스캔들 효과’다. 뉴스에는 수많은 부정과 부조리가 연일 보도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부정부패가 과연 전부일까? 오히려 보도된 사건 1개 때문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 99개가 그대로 은폐되는 건 아닐까?
보드리야르는 거대한 비밀을 감춘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눈을 가리는지, 그 작동 원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일까?”
‘대학생이라면 해외여행을 반드시 가 봐야 한다.’
‘한국인은 민족의식이 강해서 단합이 잘 된다.’
‘유럽은 자유로운 곳이다.’
‘이슬람교는 테러의 종교다.’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이 나와 해외여행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 군중이 운집한 화면을 지속적으로 송출한다. 유럽의 모습이라며 풀밭에 앉아 쉬는 사람들과 자유분방한 건축물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아랍계 범죄자가 테러를 계획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삽입된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이 사실은 미디어에 의해 주입된 ‘남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우리가 너무나 쉽게 ‘내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들, 정말 내 생각일까?
“우리는 이미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을 둘러싼 모든 욕구와 필요는 ‘실체 없는 허상’에서 비롯되었다. ‘명품’은 사용가치가 없고, ‘스캔들’은 실체를 가리며, ‘내 생각’도 온전히 내 생각이 아니다. 허상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점점 허상이 실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허상이 ‘새로운 실재’가 된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하이퍼리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어, 우리 주변을 둘러싼 허상을 고발한다. 우리는 허상으로 가득찬 가상세계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가상세계에 파묻혀 종말을 기다리게 될까?
이 책은 현대사회와 대중문화의 이면을 들추고, 새롭게 직면한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노력했던 보드리야르의 삶과 이론을 소개한다. 과연 보드리야르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목차
- 머리말 ·7
1장 보드리야르 생애와 사상
1. 보드리야르 사상의 흐름과 저서들 ·15
2. 마르크스주의에서 탈마르크스주의로 ·23
2장 보드리야르 사상의 이해
1. 보드리야르 사상의 3가지 토대 ·43
1) 포틀래치에서 새로운 소비사회를 읽다 ·43
2) 가제트에서 시뮬라시옹 질서를 읽다 ·44
3) 68혁명에서 대중매체를 읽다 ·69
2. 보드리야르의 핵심 사상 읽기 ·80
1) 차이표시기호 ·80
2) 향유의 강제 ·93
3) 여가는 자유시간이 아니다 ·102
4) 메시지의 전체주의 ·110
5) 시뮬라시옹 질서 ·123
6) 하이퍼리얼 저지기계 ·141
7) 차가운 유혹의 유혹 ·147
8)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157
9) 시뮬라크르의 상징적 죽음 ·164
10) 인공지능 혹은 불가능한 교환 ·180
3장 보드리야르 깊이 읽기
1. 하이퍼리얼 저지기계 ·195
1) 시뮬라시옹 질서와 저지기계 ·195
2) 하이퍼리얼의 저지기계 사례 ·210
3) 외설스러운 성문화의 저지기계로서 포르노그래피 ·224
4) 섹스 스캔들을 감추는 스캔들 효과 ·230
5) 스캔들 효과와 아이러니 ·234
6) 우리 모두 스캔들의 공범이다 ·238
2. 시뮬라크르의 유혹과 하이퍼리얼의 리얼리티 ·240
1) 소설 『화이트 노이즈』와 하이퍼리얼의 현실 ·243
2) 샹그릴라와 티베트의 시뮬라크럼 ·252
3) 보바리 부인의 낭만벽과 불륜의 기원 ·262
4) 편력기사 소설에 빠져 편력기사가 된 돈키호테 ·265
5) 하이퍼리얼은 가짜가 아니다 ·271
4장 보드리야르의 급진적 사유와 허무주의 사상의 의의
1. 세계는 근본적으로 환상이다 ·277
2. 의미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 ·289
참고문헌 ·297
책 속으로
p.79 보드리야르는 소비사회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로 ‘뉴스항목의 보편성’을 든다. 미디어는 충격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러한 충격을 다소간 완화할 수 있도록 동질적이고 동일한 형식으로 정보를 축소?왜곡하기 때문이다. 곧 주체는 겉보기에 사건들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지만, 이러한 세계는 현실과 거리를 유지하는 기호들을 통해 소비될 뿐이다.
p.91 처음부터 명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와 광고 매체에 의해 선전과정을 거치고 여기에 고객들의 선호도를 얻으면 명품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p.173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은 건축적 대상인 동시에 금융의 힘과 세계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상징적 대상이다. 그래서 쌍둥이빌딩 그 자체가 빌딩들의 상징적 붕괴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p.184 어쩌면 유명하지도 않은 커피집이 명소로 둔갑해 실재의 영역을 갈취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온통 시뮬라시옹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p.252-253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중국 도연명이 상상 속의 선경인 무릉도원을 그려 냈듯이 ‘샹그릴라’라는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영국 소설가가 창안해 낸 샹그릴라는 히말라야에 실제로 존재하는 어느 지명인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사실 소설 속 가상공간일 뿐이다.
p.265 일부 여행객들은 미디어로 가공된 유럽의 시뮬라크르를 소비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가불해 사용한다. 이는 영화와 같은 미디어가 만들어 낸 과잉이미지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보드리야르가 말한 향유의 강제, 여가의 강박적 소비인 것이다.
p.288 미디어가 독해체계의 제국주의를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는 우리의 일상을 뚫고 들어오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그것의 상징성, 그리고 그 메시지를 파악하는 ‘미디어 독해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5865783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1월 29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28 * 175
* 21
mm
/ 29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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