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합본 특별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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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 애썼고,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며 엄격히 길에 대해,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에는 우리 삶의 생생한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 우리네 삶의 모습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작가정보
사진 이강빈
1958년 덕적도 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주부생활』 『TV저널』 등의 사진작가를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중.
목차
- 1
프롤로그
꽃 피는 해안선 · 여수 돌산도 향일암
흙의 노래를 들어라 · 남해안 경작지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 여수의 무덤들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 양양 선림원지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 태백산맥 미천골
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 소백산 의풍마을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 안면도
다시 숲에 대하여 · 전라남도 구례
찻잔 속의 낙원 · 화개면 쌍계사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 · 광릉 숲에서
나이테와 자전거 · 광릉 수목원 산림박물관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 · 광릉 숲 속 연못에서
한강, 삶은 지속이다 · 암사동에서 몽촌까지
강물이 살려낸 밤섬 ·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한강의 자유는 적막하다 · 여의도에서 조강까지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 · 조강에서
고기 잡는 포구의 오래된 삶 · 김포 전류리 포구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 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
노령산맥 속의 IMF · 섬진강 상류 여우치마을
시간과 강물 · 섬진강 덕치마을
꽃 피는 아이들 · 마암분교
빛의 무한 공간 · 김포평야
만경강에서 ·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도요새에 바친다 · 만경강 하구 갯벌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자전거 · 남양만 갯벌
멸절의 시공을 향해 흐르는 ‘갇힌 물’ · 남양만 장덕 수로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 · 선재도 갯벌
시간이 기르는 밭 · 아직도 남아 있는 서해안의 염전
에필로그
2
프롤로그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 경주 감포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 경기만 등대를 찾아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 영일만
산하의 흐름에는 경계가 없다 · 중부전선에서
10만 년 된 수평과 30년 된 수직 사이에서 · 고양 일산 신도시
유토피아를 그리는 사람들의 오래된 꿈 · 가평 산골마을
고귀한 것은 마땅히 강력하다 · 여주 고달사 옛터
길들의 표정 · 덕산재에서 물한리까지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 하늘재, 지름재, 소조령, 문경새재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도산서원과 안동 하회마을
지옥 속의 낙원 · 식영정, 소쇄원, 면앙정
고해 속의 무한강산 · 부석사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 · 남한산성 기행
전쟁기념비의 들판을 건너가는 경의선 도로 · 파주에서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진도대교
마음속의 왕도가 땅 위의 성곽으로 · 수원 화성
가마 속의 고요한 불 · 관음리에서
망월동의 봄 · 광주
그리운 것들 쪽으로 · 선암사
인간의 마을로 내려온 미륵의 손 · 안성 돌미륵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 · 광주 얼굴박물관
권력화되지 않은 유통의 풍경 · 모란시장
산간마을 사람들 · 도마령 조동마을
원형의 섬 · 진도 소포리
에필로그
다시 펴내며
출판사 서평
김훈 산문의 정수
『자전거여행』을 다시 만난다
김훈 산문의 정수, 『자전거여행』이 새로운 장정의 합본 특별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그가 자전거 풍륜(風輪)을 끌고 전국의 산천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1999년이니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가 세상의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은 세월이 지나 혹은 변하고 혹은 사라졌지만,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새긴 문장과 사유는 세월을 단숨에 건너 생생한 빛을 발한다.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된 『자전거여행』을 한 권의 양장본으로 선보이는 이번 한정 특별판은 오래 두고 되새길 김훈 산문의 엄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프롤로그」)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 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春瘦)다.(「꽃 피는 해안선」)
죽음이, 날이 저물면 밤이 되는 것 같은 순리임을 아는 데도 세월이 필요한 모양이다.(「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빛 속으로 들어가면 빛은 더 먼 곳으로 물러가는 것이어서 빛 속에선 빛을 만질 수 없었고 태백산맥의 가을빛은 다만 먼 그리움으로서만 반짝였다.(「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봄은 이 산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이 산을 떠나는 것도 아니었다. 봄은 늘 거기에 머물러 있는데, 다만 지금은 겨울일 뿐이다.(「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꿰맨 자리가 없거나 꿰맨 자리가 말끔한 곳이 낙원이다. 꿰맨 자리가 터지면 지옥인데, 이 세상의 모든 꿰맨 자리는 마침내 터지고, 기어이 터진다.(「찻잔 속의 낙원」)
언젠가 그는 “나는 몸이 입증하는 것들을 논리의 이름으로 부정할 수 있을 만큼 명석하지 못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산문이 명문인 것은, 상념이 아닌 몸으로 쓴 글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글 속에서, 오징어 고르는 법, 광어 고르는 법을 이야기하고, 좋은 소금을 채취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시 쓰는 “김용택씨”가 가르치는 섬진강 덕치마을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들을 이야기한다.
인수는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인수네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인수는 많이 울었다.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마음은 슬프다. 나는 정말로 슬프다’라고 인수는 그날 일기에 썼다. 인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좀 시무룩한 아이가 되었다.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밥을 먹는다. (…)
은미네 할머니 무덤은 학교 가는 길 산비탈에 있다. 학교에서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은미를 지분거리고 귀찮게 굴면, 은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무덤에 들러서 그 못된 녀석들의 소행을 다 할머니한테 일러바치고 막 운다. 요즘엔 은미의 마음이 좀 열렸다. 슬픔이 다소 누그러졌는지 친구들하고 잘 놀고 아이들도 이제는 은미를 지분거리지 않는다. 은미는 그동안 정말로 고생 많았다.
일체의 평가나 감상 없이, 있는 그대로를 서술한 후, 그는 덧붙인다.
마암분교 이야기는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전교생 17명인 이 작은 학교에서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매일매일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샘솟아오른다. 날마다 새로운 날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다. 삶 속에서 끝없이 이야기가 생겨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나는 일인가. 봄에는 봄의 이야기가 있고 아침에는 아침의 이야기가 있다. 없는 것이 없이 모조리 다 있다. 사랑이 있고 죽음이 있고 가난과 슬픔이 있고 희망과 그리움이 있다. 세상의 악을 이해해가는 어린 영혼의 고뇌가 있고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성장의 설렘이 있다. 여기가 바로 세상이고, 삶의 현장이며,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터전이다.(「꽃 피는 아이들」)
그가 길과 풍경과 계절을 이야기할 때,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다. 풍경과 우리의 삶이 그의 문장 안에서 일대일로 대응한다.
인문학자 박웅현의 말처럼,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들이 넘쳐”날 뿐 아니라, 책을 펴들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그의 문장을 이 책에서 다시금, 확인한다.
★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강물이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버리면서 거느리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생사는 자전거 체인 위에서 명멸한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_본문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54655750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4월 05일 |
쪽수 | 524쪽 |
크기 |
152 * 218
* 39
mm
/ 90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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