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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허수경 에세이

걸어본다 5: 뮌스터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10월 20일 출간 (1쇄 2015년 08월 15일)
| 5점 만점에 5점 리뷰 2개 리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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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54635455(8954635458)
쪽수 244쪽
크기 141 * 213 * 17 mm /404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인 허수경이 깊숙이 들여다본 뮌스턴과 독일의 시인들.

두 편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혼자 가는 먼 집》으로 한국 시단의 주목받고 있던 시인 허수경은 1992년, 돌연 독일 뮌스터라는 소도시로 홀연히 떠나버린다. 고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돌아오고 말 거라 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뮌스턴에 머물고 있는 저자 허수경이 책『너 없이 걸었다』로 돌아왔다. 허수경이 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 독일 뮌스터를 배경으로 그네가 천천히 걷고 깊숙이 들여다본 그곳만의 사람들과 그곳만의 시간들을 독일 시인들의 시와 엮어 풀어낸 책이다.

총 열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산문집에는 하이네, 드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시편뿐만 아니라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등 낯선 이름들도 두루 등장하며 독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한다. 또한 매 챕터마다 수록된 독일 시인의 시들은 모두 저자 허수경이 번역한 것으로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에 허수경의 유려한 문장이 더해져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깊은 사유와 미려한 문장으로 과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나라를 객관적으로 설명해내는 저자 허수경. 이 책은 한 권의 에세이로 지칭되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시집이자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일이라는 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독일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의 총서

저자소개

저자가 속한 분야

허수경 저자 허수경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를 하는 것을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박하』 등을 펴냈다.
뮌스터라는 독일의 어느 오래된 도시를 걸으면서 나는 이 도시에 살던 이들의 영혼이 보고 싶었다. 도시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므로 그들이 없었다면 이 도시는 없었을 것이므로. 그들의 영혼이 독일어로 쓰인 시들과 겹쳐질 때 현대의 도시는 차갑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시들은 이미 이 세계에 더이상 살지 않는 시인들이 쓴 것이었다. 시라는,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영혼을 동반하고 걸은 셈이었다. 그 너머에는 고향에 두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이 에세이에 담고 싶었지만 의욕은 앞서고 필력은 뒤쳐졌다. 이 에세이는 어느 도시의 초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지상에 있는 사라진 것들이 남긴 영혼의 어른거림을 붙잡으려고 한 기록이다. 헐겁고 느슨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에 있는 많은 창문처럼 빽빽한 글은 어쩌면 그 도시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그 창문 뒤에는 너도 있을 것이므로 나는 이 에세이가 창문 뒤에 사는 너를 조금 더 닮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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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냥 한번 들르세요. 일부러 오기까지는 못하겠지만 이 근방을 지나가신다면 마치 기약 없는 나그네처럼, 훌훌 털어버린 가벼운 어깨를 하고,

그냥 한번.

이렇게 바쁜 세상에,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만일, 정말 만의 만의 하나라도 시간이 난다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열 시간 거리를 날아오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의 역인 프랑크푸르트 페른반호프Fernbahnhof에서 기차로 약 세 시간 반 혹은 네 시간을 달리면 뮌스터에 도착하지요. 오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시차 여덟 시간(겨울), 혹은 일곱 시간(여름)을 통과하고 난 뒤 당신의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시간은 저녁 무렵이에요. 여름이라면 아직 독일의 저녁은 밝습니다. 이곳의 여름 저녁은 놀라울 정도로 천천히 옵니다. 뭐 자동차를 빌릴 수도 있고 당신이 원한다면 아주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며칠씩 쉬엄쉬엄해서 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차를 타고 오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직접 탈 것을 몰지 않으니 편한데다가 무엇보다도 기찻길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온 여행의 피곤함 속에서 당신은 앉아 있기만 하면 됩니다. 프랑크푸르트 역을 지나 마인츠와 코블렌츠, 그리고 쾰른을 지나는 이 길은 라인 강의 길이에요.
(……)
해가 지고 있는 라인 강을 기차 너머로 바라보며 겁을 잔뜩 먹으면서도 가야 하는 길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여행은 그런 것입니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인간을 동반하는 것은 설렘과 고독이지요. 모르는 모든 것들 앞에서 설레지만 그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고독에 속합니다. 처음 도착하는 비행장이나 역에서 짐을 지켜줄 사람을 찾지 못해 꾸역꾸역 그 짐을 끌며 급히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순간, 고독은 아주 구체적인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지요. 그리고 도착하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요?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아주 평범하고도 당신이 여행으로 선택한 곳이라 아주 특별한 한 장소.

뮌스터 역에 도착하면 어쩌면 이렇게 못생긴 역이 어디 있나, 당신은 어둠 속에서 혼자 묻겠지요. 아닌 게 아니라 이차대전으로 거의 폐허가 된 뮌스터에는 이렇게 못생긴 건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어느 입구입니다. 낯선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아, 사람들이 사는 곳은 똑같네, 식으로 말한다면 아주 익숙한 별의 입구입니다. 이 도시는 나그네들에게 친절하여 벌써 역 앞에 여관들이 보입니다. 이 여관들도 어쩌면 역 건물처럼 볼품없이 보일 겁니다. 하지만 하루 잘 만한 곳은 되지요. 하지만 조심할 것 하나. 쏜살처럼 달리는 이 도시의 자전거들! 자동차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것은 바로 이 도시의 자전거입니다. 그러니 조심. 자전거가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면 그냥 눈웃음을.

목차

prologue
1│어느 우연의 도시
2│기차역에서
3│칠기 박물관 앞에서
4│뮌스터의 푸른 반지
5│츠빙어Zwinger에서
6│소금길, 그리고 다른 길들─멀고도 가까운 전쟁?
8│중앙시장과 옛 시청
9│대성당과 그 주변
10│루드게리 거리와 쾨니히 거리에서
11│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1
12│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2
13│아호수에서
14│쿠피어텔에서 프라우엔 거리
epilogue

추천사

박찬일(요리사·칼럼니스트)

우리는 그녀에게 뎅크말일까, 만말일까.(*독일어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기리는 기념물을 뜻하는 말로 뎅크말Denkmal이 있고, 어떤 부정적인 사건을 경고하는 기념물이라는 뜻을 가진 만말Mahnmal이라는 말이 있다.)... 더보기

책 속으로

김밥은 잘 정돈된 혼돈을 뜻한다. 김밥에 말려진 재료들은 강, 바다, 들판에서 온 것들이다. 채소, 어묵, 햄, 그리고 간을 한 밥. 이 모든 것들은 소금에 섞이면서 혼동을 갈무리하며 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김밥은 소금이 몰고 오는 혼동이 자물린 차가운 시간을 뜻한다. 소금을 친 음식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운 시간 속, 소금은 그냥 널브러져 있다가 음식이 차가워지면 진면목을 드러낸다. 절여진 시간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 얼마나 짜고 쓴지 우리는 알지만 그 유혹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삶의 짠맛을 보기 위해 우리는 기차역... 더보기

출판사 서평

너 없이 걸었다.
시를 읽으며 걸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 안에서 걸었다.

당신과 나와 시詩, 그리고 뮌스터!

책소개
*
난다의 걸어본다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허수경이 독일로 이주하여 23년째 살고 있는 뮌스터를 배경으로 그네가 천천히 걷고 깊숙이 들여다본 그곳만의 사람들과 그곳만의 시간들을 독일 시인들의 시와 엮어 술술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매 챕터마다 그네가 번역한 독일 시인들의 시가 한 편씩 실리는데, 이는 그네가 알고 있고 알게 된 독일만의,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꽤 요긴하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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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 이어 읽은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로, 1992년 유학을 떠난 허수경 시인이 20년 넘게 생활한 독일의 도시 뮌스터를 무대로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서 활동한 시인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뮌스터는 독일 북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중소규모의 도시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열 시간 거리를 날아오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기차로 약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을 달리면 뮌스터에 도착한다. 인구는 30만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학... 더보기
  • 멀고도 아득한 산책 19**rain | 2015-11-20 | 추천: 2 | 5점 만점에 4점
    ‘이곳에서는 누구도 고향을 보는 사람은 없다. 고향은 멀리 있고 삶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중이다.’ (49쪽)    모어(母語)를 잊고 사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설령 모어를 잃어버렸다 해도 말이다. 어쩌면 말은 음식과 같아서 그 맛을 영원히 간직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잊을 수 없어 언제나 그리워한다. 독일 뮌스터에서 23년째 살고 있는 시인 허수경도 그럴까? 타국에서의 삶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뮌스터의 산책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혼자라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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