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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는 1964년 일본 시마네 현에서 태어났고, 교토 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쓰지 유키토 등과 함께 교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출신이자, 신본격파 1세대의 작가다. 본명은 야마다 준야山田純也. 필명은 요시카와 에이지의 『나루토 비첩』에 등장하는 첩자 ‘노리즈키 겐노조’에서 따왔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88년 『밀폐교실』로 에도가와 란포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데뷔했다. 2002년 「도시전설 퍼즐」로 제5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 2005년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 제5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수상했다. 구축성을 중시하는 작풍, 느린 집필 속도, 작품 후기를 통해 본인의 작품에 대해 자학적으로 토로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엘러리 퀸과 로스 맥도널드의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탐정이자 추리작가인 아들 노리즈키 린타로와 아버지인 노리즈키 사다오 경시가 등장하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는 퀸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작가의 대표 시리즈다. 추리소설의 존재 의의나 밀실 구성의 필연성에 관련한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고뇌하는 작가’인 그는 현재도 소설과 평론 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눈밀실』『1의 비극』『또다시 붉은 악몽』『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2의 비극』『왕을 찾아라』 등의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와 『수수께끼 풀이가 끝나면』 등의 평론집이 있다.
역자 이기웅은 1975년 제주에서 태어나,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일본 소설을 소개하다가 번역에 이르렀다. 『사우스포 킬러-본격 야구 미스터리』 『불야성』 『나와 우리의 여름』 『MOMENT』 『가모우 저택 사건』 『통곡』 『유코의 지름길』 『은폐수사』 『제복수사』 『체인 포이즌』 『우행록』 『신들의 봉우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1부 니시무라 유지의 수기 7
2부 여파 69
3부 재조사 Ⅰ 81
4부 재조사 Ⅱ 203
5부 진상 289
작가 후기 347
작가에게 온 편지 351
책 속으로
요리코가 죽었다. 요리코는 우리의 외동딸이었다. 상냥하고 현명한 딸이었다. 씩씩하고 명랑한 소녀였다. (9쪽)
갓 열일곱 살이 된 요리코가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체안치소에 누운 아이의 싸늘한 뺨의 기운이 펜을 쥔 이 손 안에 지금도 생생하다. 납처럼 파르스름한, 가차 없는 한기였다. (10쪽)
정당하고도 유일한 죗값은 죽음뿐. 나는 그자를 기필코 죽일 것이다. (34쪽)
자, 이걸로 끝내자. 안녕. 나는 이제 요리코의 곁으로 간다. 난 당신과 요리코, 두 사람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 가족을 사랑해. (68쪽)
“무지몽매한 대중은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이름을 언론에서 본 것만으로 즉시 이렇게 믿게 되지. 아, 이 사건에는 뭔가 괴상망측하고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게 틀림없구나. 그렇지 않으면 저 명탐정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어, 라고.” (85쪽)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101쪽)
새장 속에 갇힌 상처 입기 쉬운 작은 새. 반신불수로 침대에 갇혀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금세 떠오른다. 종이 새들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가족의 행복을 가시적인 형태로 붙들고자 했던 소녀의 불안한 기도로도 보였다. (149쪽)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그냥 놔두면 사라지기 마련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 소문을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물론 애초에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럴싸한 소문은 꼭 사실이 있어야 필요는 없지 않나? 증명하려는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소문은 진실이 돼버리곤 하니까. (252쪽)
물론 그것뿐이라면 극히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어. 단순한 기억착오거나 오기 같은 거고, 수기 전체의 신빙성을 흔들 만한 실수는 아니야.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기 마련이잖아. 날짜 착각 정도는 충분히 있을 수 있어. 트집 잡을 만한 것도 아냐. (272쪽)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아까 말한 시나리오 속 자네의 역할을 그대로 니시무라 씨로 치환해봐. 모든 의문에 납득이 가는 설명이 가능할 거야.”
“전 믿을 수 없습니다.” (279쪽)
인간의 대뇌는 과거의 불쾌한 기억을 무의식이라는 두꺼운 베일로 덮어버리기 십상이다. (292쪽)
“제가 당신을 말리지 않는 건 요리코를 위해서입니다.”
“요리코를 위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까? 십사 년 전 요리코가 차도로 튀어나온 이유를 말입니다.” (339쪽)
당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렇다, 당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344쪽)
출판사 서평
교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선정 2008 미스터리 1위
‘본격미스터리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수상작가의 강렬한 역작
딸의 죽음, 아버지의 추적과 단죄, 남겨진 충격적 수기…
“악몽은 반드시 당신의 상상 너머에 있다.”
『요리코를 위해』는 1988년 『밀폐교실』로 데뷔해 2004년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로 각종 미스터리 문학상을 석권했던 노리즈키 린타로의 장편 미스터리다. 이 작품은 탐정이자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와 그의 아버지 노리즈키 사다오 경시가 콤비로 나오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 3작이자, 『1의 비극』 『또다시 붉은 악몽』으로 이어지는 ‘비극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본격미스터리의 원형을 제시하는 듯한 정밀한 구성과 전개, 드라마틱한 반전과 결말, 여기에 하드보일드의 풍미까지 두루 갖춘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까지도 본격미스터리 순위 집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많지 않은 노리즈키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하고 문제적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랑했던 딸의 죽음에 절규하는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노리즈키 린타로가 교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에 몸담았던 시절 동인지에 발표했던 중편을 장편으로 개작한 것이다. 스물다섯 나이에 의욕적으로 다시 완성한 이 소설은 평단으로부터 “첫 작가적 전기를 알리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고, 작가 스스로도 “이 이후의 책은 읽어보면 같은 얘기만 되풀이 쓰고 있는 느낌” “확실히 이 소설을 통해 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고 했을 만큼 젊은 시절의 노리즈키가 시도했던 소설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족의 평화로운 정원에 다시 울려 퍼지는 울음…
“모든 것은 요리코를 위해, 그리고 요리코 때문이었다.”
대학교수인 니시무라 유지는 십사 년 전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아내, 외동딸 요리코와 함께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과거의 사고가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부부는 딸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고, 아내는 이후 동화 작가로 새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요리코가 한적한 공원에서 살해되어 유기되는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진다. 아버지는 미해결 연쇄살인으로 성급히 수사를 종결지으려는 경찰에 강한 의혹을 품고 직접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끝끝내 범인을 찾아내 복수한 뒤,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죽음으로 살인의 죗값을 치르고자 했던 그의 바람은 예상치 못한 전개의 물살을 탄다. 숨지기 직전, 몸이 불편한 아내를 돌봐주는 간병인에게 발견돼 조속한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그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 있는 동안, 사회는 발칵 뒤집힌다. 그가 딸이 살해되고 난 직후부터 범인에게 복수하기까지, 자신의 모든 행적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낱낱이 기록해두었기 때문이다.
딸에게 바치는 절절한 애가哀歌이자 범행일지이자 유서와도 같은 수기가 공개되자, 이미지 추락과 스캔들 비화를 막기 위해 학교 및 이해관계로 얽힌 지역의 유력 정치가가 배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경찰과 별도로 사건 재조사에 투입된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과정에서 니시무라 유지의 수기를 읽게 되고, 그동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수기 속에 감춰진 트릭과 오류를 눈치채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니시무라 유지가 다시 의식을 차리기까지 며칠 동안, 복수의 장막 뒤에 가려져 완전히 봉인될 뻔했던 비극의 가족사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비극의 정원을 만든 자, 걸어 들어간 자, 그리고 도망친 자
“내가 알았던 요리코. 내가 몰랐던 요리코. 어느 쪽 요리코지?”
『요리코를 위해』에는 지적 추리와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 외에도 독자의 흥미를 강력히 잡아끄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사건의 주체이자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요리코’가 처음부터 죽은 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래보다 성숙했고 아버지를 무척 따랐다는 소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파악되지 않는 존재로 등장한다. 독자는 그저 아버지의 수기, 학교 친구들이나 교사, 남자친구의 짧은 증언을 통해서 그녀를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철저히 타자의 시선에 비친 상像이다. 요리코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독자는 처음부터 한 조각 한 조각 그녀의 행적을 좇아 허상을 진상으로 갈음하면서 경찰과 아버지에 이어 탐정과 함께 제3의 조사자가 된다.
나와 우미에의 하나뿐인 딸. 저 홍갈색 눈동자. 가여운 요리코. 죽은 우리 딸. 누구보다 사랑했던 딸이 죽어서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관 속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요리코. 내 딸. 내가 알았던 요리코. 내가 몰랐던 요리코.
관 속의 싸늘한 몸은 대체 어느 쪽 요리코지?
둘째, 이 소설의 1부 약 60페이지는 전적으로 아버지의 수기로 채워져 있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당황하고 분노하고 절규하다 복수를 이룬 뒤, 자신에게도 응당한 죄의 대가를 묻고 죽음을 택한다. 이 모든 일이 열흘 안에 이루어진다. 독자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펼쳐지는 아버지의 비장한 모놀로그에 즉각 몰입하게 되고, 모든 일을 마친 그가 마지막 선택을 앞뒀을 때는――열흘간 그를 몰아세운 고통과 분노, 망설임, 결단, 불안과 회의, 자기 고백과 문답, 그리고 실행이 순식간에 뇌리를 스치면서――마치 무대에 선 배우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순간에 동참하게 된다. 배우는 약을 마신 뒤 딸의 책상을 안듯이 쓰러지고, 씁쓸하고 극적인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비장한 “한여름의 열흘”은 막을 내린다.
셋째, 예리한 추리력을 가진 탐정이 등장해 사건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탐정의 추리가 계속해서 어긋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독자들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탐정, 그러나 그 탐정마저도 종국에는 드러난 진실 앞에서 공포에 질려 고개 돌려버리고 싶어진 마지막 반전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본문 마지막 세 페이지에서 다시 한 번 뒤엎어지면서 충격을 안긴다. 숨겨졌던 악몽 뒤에서 모든 열쇠를 쥔 인물이 등장하고 그의 무섭도록 잔인한 정념의 파장은 우리를 본능적인 공포에 빠트린다. 비극의 정원을 만든 자는 누구이고, 걸어 들어간 자는 누구이며, 거기서 가까스로 도망친 자는 누구인가. 강렬하고 파괴적인 결론이 주는 의외성은 이 작품을 노리즈키의 대표작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 추천사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묵직한 테마를 지닌 걸작. 모든 것이 이 소설의 단순한 제목이 상징하는 진실로 완벽하게 수렴돼가는 라스트가 압권이다._와세다 대학신문
트집 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작품이다.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상기체 같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대단히 빼어난 소설이다._호시오 사나에(소설가)
로스 맥도널드 식 주제에 의한 니콜라스 블레이크풍 변주곡. 번득이는 재능이 느껴진다._이케가미 후유키(문예평론가)
기본정보
ISBN | 9788954618625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7월 15일 | ||
쪽수 | 362쪽 | ||
크기 |
128 * 188
* 30
mm
/ 40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賴子のために/法月綸太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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