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심리학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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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로 듣는 심리치료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꼽히지만 사회 속에서 위축된 현대인의 정신적 병리현상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은 더욱 와 닿는다.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심리치료 이야기가 생생하게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소설적인 진지함과 모험이 어우러져 심리상담 스토리가 갖는 현장성을 충분히 전달하며 한 편 한 편 흥미롭게 들려준다. 타인의 내면을 들어다보는 것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치유할 수 있게 안내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문수
저자는 1971년에 태어난 남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메이슨대학에서 심리학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임상상담학을 전공했다.
미국 워싱턴 지역의 병원에서 카운슬러로 일하다가 美 국가인증 카운슬러 자격증과 클리닉 전문 카운슬러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이 생기자 병원 내에서도 클리닉 테라피스트로 직종이 바뀌었다. 말하자면 병원에서 테라피스트가 되는 데 모든 지원을 해준 셈이다. 그런 덕에 다른 사람들처럼 직장을 옮기지도 못하고 10년째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상담과 치료가 끝나면 개인 클리닉으로 다시 출근한다. 거기서 또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개인 클리닉을 운영한지는 3년 정도 됐다. 하루하루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에 행복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묶어 첫번째 책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를 펴낸 바 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제1부 사랑에 대한 질문들
Sessino 01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Session 01_상처받는 여자들
Sessino 02 난감한 스타일과의 만남
Sessino 03 되살아난 호모포비아의 기억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Session 02_쿨리지 효과
Sessino 04 너무나 시니컬한 이기주의자
Sessino 05 섹스 탐미주의 혹은 의존성
Sessino 06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감정
제2부 한없이 갈라지는 마음
Sessino 07 레닌그라드에서 온 슬픈 천재
Sessino 08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남편과 아들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Session 03_기대 심리와 집단 최면
Sessino 09 세상의 모든 악마들
Sessino 10 전직 아나운서의 네번째 남자
Sessino 11 두 여자와 한 남자의 동거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Session 04_행복이라는 말
Sessino 12 마틴 루터 킹을 증오하는 남자
제3부 너의 꺼질 듯한 마음불빛
Sessino 13 미국에서의 백수생활
Sessino 14 유리로 만든 가슴을 가진 아이
Sessino 15 어쨌든 웃기만 하면 된다
Sessino 16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마법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Session 05_자살과 논리
출판사 서평
세상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36.5 Mhz
당신의 지친 귀와 눈을 어루만지는 심리학 라디오
지난 10여년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치유한 상담치유 전문가가, 사랑·가족·시대에 상처받은 이들의 리얼 스토리 21편을 한국의 젊은 남녀들이 공감할 수 있게 라디오 생중계처럼 잔잔히 들려준다.
여자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병원에 입원한 두 남자의 이야기, 임종을 앞둔 어머니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아들, 이기심을 버리면 살 수 없는 여성 편력가, 레닌그라드의 수학천재가 미국에 와서 고통을 겪는 이야기, 만화주인공이 천국을 다스린다는 환상에 빠진 터키인 기독교신자, 남편의 애인과 동거를 시작한 전직 아나운서,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든 가슴을 가진 아이, 마틴 루터 킹을 증오하는 남자 등 그가 만난 클라이언트들의 이야기가 단편소설처럼 소개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직접 겪은 영어 면접시험의 공포, 스승으로부터 사랑고백을 받은 일, 머나먼 이국땅에서 겪은 백수로서의 추억들도 클라이언트들의 사연과 병렬되면서 심리적인 교감과 치유의 기본 방정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현장 심리학’의 차원에서 명쾌히 해명했다.
또한 쿨리지 효과의 허와 실, 상처받는 여자들의 특징, 기대 심리와 집단 최면,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 자살과 논리 등을 소재로 현실과 잘 들어맞지 않는 심리학 이론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이어진다.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 상식을 제공한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된 저자처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사연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이 책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물드는 방법을 통해 내 마음의 진실과 평화를 찾아나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먼저 철저한 ①현장중심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책 제목 〈생중계 심리학 라디오〉에서 잘 드러나듯이 저자는 자신의 상담실에서 환자와 나눈 내밀한 대화들, 그들의 인생 내력을 듣고 치료의 계기를 찾아 함께 내면의 빛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한 편의 소설처럼 구성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 이론이 현실과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상처받은 심리를 치유하는 일은 환자와의 정신적 교감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며, 이미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환자 자신으로부터 치료의 방법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심지어 금기시되어온 환자와의 개인적인 감정교류라는 경계를 넘나들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②인간감정의 보편성이라는 주제를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마친 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전문가 과정을 밟고 심리상담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는 미국인 환자들을 대하면서 항상 한국인의 심리필터로 걸러내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접점을 찾아나간다. 미국인 환자들이 그에게 새로움과 참신한 감정,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발견하는 이유는, 그가 한국인으로서 미국인을, 그것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고도의 센서티브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속한 문화와는 별로 상관없는 상처받고 위로받는 인간 마음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소통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③경험분석의 희귀성이다. 처음부터 정신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상과 부딪히면서 정신은 굴절되고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대할 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그 사람이 겪은 경험의 성격, 그 경험의 개인적인 차원과 시대적인 차원을 골고루 스며들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겪어온 인생내력을 충분히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이런 상황에 처했었는데!”라거나 아니면 “저런 상태라면 이런저런 충고나 처치가 효과적일텐데!”와 같은 마음을 갖게 만들어준다. 그 과정을 통해 경험이라는 것의 개인적 차원과 보편적 차원을 단계적으로 만나보면서 자신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이 책이 테라피스트인 ④저자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자주 되돌아보게 된다. 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고 아직도 자신이 헤어나오지 못한 트라우마를 발견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환자들의 닫힌 마음의 통로를 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환자와 테라피스트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서로가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의지하고 이끌어주는 관계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소설적인 진지함과 모험이 어울려 심리상담 스토리가 갖는 현장성을 충분히 감싸안으면서 독자들에게 한편 한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기 때문이다.
〈내용 요약〉
사랑은 소유인가 소유가 아닌가
제1부 사랑에 대한 질문들 편에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들을 모았다. 모두 세 가지의 사랑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사랑으로 인해서 마음을 다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으로 인해서 정신질환을 견뎌내는 사람도 있다.
세션1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편에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조슈아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이자 정신분열증세가 있는 헬렌, 그리고 헬렌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남자 티모시가 등장한다. 대략의 이야기는 이렇다. 조슈아는 정신치료를 받던 병원 로비에서 만난 헬렌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둘 사이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조슈아의 생각과는 달리 헬렌은 그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헬렌은 어릴 때부터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데 그 때문에 그녀는 조슈아를 연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인다.
헬렌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남자 티모시도 조슈아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단지 다른 점은 티모시는 헬렌에게 이별 통지를 받고 오랜 세월을 그녀의 주위에서 맴돌고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헬렌은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다. 조슈아는 병상을 지켰고, 티모시는 그러지 못했다. 헬렌을 열렬히 사랑하는 이 두 남자는 헬렌이 죽자 같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조슈아는 평소 앓고 있던 조울증세가 극도로 악화되어서였고, 티모시는 헬렌의 묘지에 이틀 동안 몰래 기거하다가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된 두 연적은 헬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치유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은 헬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왜 그토록 헬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치료능력이라는 말 들어봤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치료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헬렌은 함께 있기만 해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그런 여자였어요.”
세션2 난감한 스타일과의 만남과 세션3 되살아난 호모포비아의 기억 편은 동성애자인 토니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테라피스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토니는 경계선 성격장애, 우울증,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환자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과 아버지의 마초적 억압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더구나 동성애자를 백안시하는 사회와 이웃집 아저씨의 성추행으로 인해 정신장애와 마약중독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신치료를 받아오면서, 여러 명의 남자 테라피스트를 사랑했다가 상처를 받았다. 그러면서 토니는 테라피스트들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게 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찾아오게 된 테라피스트인 저자에게는 무슨 일인지 아끼없는 신뢰를 보낸다. 그가 이 한국인 테라피스트를 신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테라피스트는 토니를 상대하게 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에 시달렸다. 그는 아직까지도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 테라피스트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자기 인생에서 매우 소중했던 세 사람을 한꺼번에 잃게 된 일이 있었다. 그리고 토니를 상대하게 되면서 그때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테라피스트는 토니에게 그러한 사실을 모두 털어놓게 됐고, 토니는 테라피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여 주었다. 환자와 테라피스트의 위치가 역전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토니는 이 한국인 테라피스트의 진실된 고백에 마음을 움직였다. 토니는 테라피스트의 고백이 궁극적으로 환자인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성실하게 치료에 임해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던 것이었다.
세션 4?5?6 너무나 시니컬한 이기주의자 편부터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감정 편까지는 대단히 이기적인 남자 톰에 대한 이야기이다. 톰은 마약중독?성격충동조절장애?정동성장애?경계선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강하고, 잘생긴 외모 때문에 여성 편력도 상당히 심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을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친구의 아내 일레인을 빼앗는다. 그러나 일레인 역시도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어 둘은 시도 때도 없이 격렬하게 싸웠다가 다시 화해하는 것을 반복한다. 결국 톰의 이기적인 성격 탓에 헤어지게 되지만 둘은 그 뒤에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일레인이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통보를 하자 톰은 그제야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는 일레인이 다른 남자를 사귀어도 자신은 항상 그녀를 생각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대단히 이기적인 성격의 톰으로선 획기적인 변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기심이 톰을 지탱하는 힘이었을까? 이기심을 버린 톰은 점점 야위어가고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 이기심을 되찾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테라피스트는 톰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정신분석을 통해 톰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나의 사랑스러운 정신분열증 환자들
제2부 한없이 갈라지는 마음 편에는 4명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다룬다.
세션 7 레닌그라드에서 온 천재와 세션8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남편과 아들 편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미국으로 망명한 여성 과학자의 아들의 문제를 다룬다. 리처드는 공부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지만 그가 살던 레닌그라드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정신분열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 온 그는 교통사고와 대낮에 당한 강도 사건으로 인해 그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진다.
세션 9 세상의 모든 악마들 편은 세상에는 악마가 우글거리며 자신을 공격한다는 환상을 가진 애드리안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자신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주장하는데, 아파트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악마의 소리라면서 시도 때도 없이 소동을 피우고, 세상 사람들에게 악마를 알려야한다며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을 출판하는 기행을 계속한다. 그녀의 이런 4차원을 넘어서는 망상은 결국 상담시간에 테라피스트의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다.
“이 우주는 세 단계로 나누어져 있어요. 1단계는 이 지구입니다. 2단계는 하느님이 만들고 있는 다른 우주 입니다. 3단계는 바로 천국입니다. 그 천국의 가장 중심이 되는 윗자리에 가보면 바로 거기에 그분이 있더라구요. 그분요…… 호머 심슨.”
세션 10 전직 아나운서의 네 번째 남자와 세션 11 두 여자와 한 남자의 동거 편은 남자 문제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는 미모의 전직 아나운서 엘리자벳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사랑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점점 심약해진다. 사귀던 남자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충격을 받거나, 친구의 애인을 사귀다가 헤어졌으며, 내연의 관계였던 직장 상사가 그의 부인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사랑인 라이언을 만나 결혼하게 됐으나 그에겐 전처소생의 자식이 있었으며, 낸시라는 여자가 있었다. 엘리자벳은 낸시가 함께 있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라이언이 간절히 원하는 바람에, 더구나 그가 병을 얻으므로 해서 결국 세 사람은 기이한 동거를 시작한다.
세션 11 마틴 루터 킹을 증오하는 남자 편은 격변의 시대인 미국의 1960대 학생운동의 경험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 헨리의 이야기이다. 헨리는 당시 학교 앞의 시위 현장을 지나다 머리에 총을 맞고 폐인이 된다. 그에게 총을 쏜 자는 그가 알던 사람이었다. 그는 극심한 정신분열증을 보였고 마약에 찌들어 살았다. 그리고 40여 년을 복수심을 억누르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테라피스트에게 원수를 죽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찰을 포함해 그 누구도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시 정황으로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사건 이후 헨리의 증세가 조금씩 호전됐을 뿐이다.
왕따, 불안 장애, 강박증에 시달리는 데니스와 테라피스트의 트라우마
제3부 너의 꺼질 듯한 마음불빛 편에는 정체성 장애와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10대 청소년 데니스의 이야기가 네 개의 장에 걸쳐 펼쳐진다. 정체성 장애, 불안장애, 강박증에 시달리는 데니스는 신과 여성에 대한 강렬한 증오심을 갖고 있다. 더구나 그는 미국의 사회적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포스터 캐어foster care 제도에 보호받고 있다. 포스터 캐어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일반 가정에서 주 정부의 지원으로 18세까지 양육을 대신하는 제도인데,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 여기로 보내진다. 데니스는 포스터 캐어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또래 아이들에게 심한 왕따를 당하면서 점점 정신장애가 심해진다. 저자는 이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주 정부의 소셜 워커(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왕따 문제를 해결하고 일종의 최면치료를 통해서 정신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저자는 데니스의 상담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꽤 오랜 기간 동안 백수생활을 해야 했는데, 지원한 병원마다 인터뷰를 통과하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다. 그 어느 병원도 이 한국인 청년을 상담사로 고용하지 않았다. 당시 저자는 자신을 분석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써놓았던 일기장까지 뒤지고 노트에 하나씩 정리해나갔는데, 그동안 정체성 위기와 강박증, 불안장애에 알게 모르게 시달려 왔음을 깨닫게 됐다. 그러한 트라우마들이 취업을 학수고대했던 그를 괴롭혀왔던 것인데, 말로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상담사를 뽑는 인터뷰에서 번번이 말을 더듬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한 저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인터뷰를 하러 갔고, 그 자리에서 그는 담담히 자신의 정신적인 상처에 대해 고백을 했고 곧 일자리를 잡았다. 당시 그를 인터뷰한 사람은 후일 저자가 자신을 왜 고용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아파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도 왜 번번이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지 곱씹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지 않는 보통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각 장의 사이사이에 나뉘어 삽입된 [인터메조: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는 모두 5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가 일반 독자, 즉 정신장애를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을 엮었다.
첫번째 이야기 ‘상처받는 여자’들은 연애 심리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에 대해 말하면서 왜 항상 여자들은 바람둥이에 유혹되어 상처를 받게 되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바람둥이에 항상 쉽게 유혹되는 것이 결코 여성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오히려 자신이 정상적이고 건강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쿨리지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쿨리지 효과란 수컷들은 동일한 상대와 계속 관계를 하다보면 어느새 지쳐버리고 성적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새 암컷을 만나면 바로 힘을 내서 교미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론을 남성들이 ‘악용’해서 자신들의 무책임한 ‘본능’을 변호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노년까지 금실 좋게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은데, 이 이론대로 하자면 그런 부부들은 극히 예외의 사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냐고 역설한다. 저자는 오히려 이 이론은 역으로 여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서, 정말 남녀의 성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격의 없는 대화라고 귀띔하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 ‘기대 심리와 집단 최면’에서는 사회에서 여자와 남자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연히 차이가 있어 윤리적인 문제에 있어서 남자들에게는 상당히 관대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여성은 가정을 잘 지키지 못하면 상당히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남성의 경우, 특히 성공한 남성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켜도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미국 정치계의 사례들을 들어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기대 심리가 집단적으로 얽히게 되면 상당히 극단적인 현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기대 심리가 개인적인 문제, 특히 특별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음에도 대인관계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고 덧붙인다. 자기 자신에게 기대 심리가 너무 높거나 반대로 상대에 대한 기대 심리가 너무 높거나 하면 대인관계에서 종종 문제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 ‘행복이라는 말’에서는 행복에 대한 기준이 과연 있는 것인지를 성찰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나쁜 상태에서 좋은 상태에 이르더라도 그 기준점을 나쁜 상태에 두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태에 두기 때문에 행복의 순간이 지속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돈이 많다고 해도 그게 지속적인 행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며, 당연히 돈이 너무 없다면 삶 자체를 위협하는 순간들을 늘 겪어야 하기에 행복이라는 사치를 누리기 힘들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 경제적으로 보통 수준의 사람들이야말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행복을 누릴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견해를 피력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 ‘자살과 논리’에서는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살률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신과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간혹 치료에 임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 이런 풍토가 만연되어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의료보험 혜택은커녕 상담사 자격증 제도 또한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매우 오랜 시간 동안 환자와 상담할 수 있는 테라피스트가 필요한 것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과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다수의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데, 자살의 이유들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곁에 있는 누군가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 그것은 잠재의식적으로 살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넘기지 말라고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07049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11월 10일 |
쪽수 | 319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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