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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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다른 자아 속으로 숨어드는 여인 모레나. 자신의 욕망만이 소중했던 두 남자 조르조와 클라우디오. 이 소설에서는 모레나의 변형된 삶을 중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모레나가 연인들에게 알려준 모든 것은 거짓이었지만, 그녀가 떠나온 연인들 또한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인물들이었다.
그녀와 그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세계에서 독백하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환영의 대상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극단으로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해 편지와 자서전, 시나리오, 정신과 상담의 형식을 빌려 현실적인 만남과 어긋남 뒤에 숨겨진 환상과 망상,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그렸다.
작가정보
소설가이자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인 빈첸초 체라미는 1940년 11월 로마에서 태어났다. 1966년에 중학교 시절 스승이자 영화감독 겸 소설가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조감독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 창작뿐 아니라 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능을 발휘했다.
1976년에 발표한 첫 소설 『소시민』으로 비평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으나, 체라미는 시나리오 창작에만 열중한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호랑이와 눈〉을 비롯해 〈작은 악마〉 〈자니 스테키노〉 〈피노키오〉 등이 그가 시나리오를 써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한동안 영화 작업에만 몰두하던 체라미는 2001년, 오랜 침묵을 깨고 8년 만에 완성한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로 다시 소설가의 자리로 돌아온다. 움베르토 에코의 인상적인 서평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프랑스에도 번역, 소개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사랑스런 존재』 『유리 소년』 『산토끼』 『위선자』 등이 있으며, 2002년에는 『소시민』 『젋은 작가에게 고함』 등으로 구성된 빈첸초 체라미 전집이 출간되기도 했다.
번역 한리나
문학의 심연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소통하기를 꿈꾸며, 이탈리아 소설과 동화를 우리말로 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만들기』 『정말 그럴까?』 『어디 있니, 앨리스?』 『따라와 볼래?』 『그대로 있어줘』 등이 있다.
목차
- 제1악장
제2악장
제3악장
제4악장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나리오 작가 빈첸초 체라미가
소설가의 자리로 돌아와 8년 만에 완성한 사랑과 자아에 관한 아름다운 성찰!
이 책은 페이지를 앞으로 넘기게 한다. 단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수많은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이 책이 4악장의 소나타 리듬으로 이뤄진 독특한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_움베르토 에코
경쾌한 웃음 속에 진한 슬픔의 메시지를 담아 전 세계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감동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나리오 작가 빈첸초 체라미의 소설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빈첸초 체라미는 1966년 영화감독 겸 소설가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조감독으로 일을 시작해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 창작뿐 아니라 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능을 발휘했는데, 1976년 발표한 첫 소설 『소시민』은 비평가들에게 큰 호평을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체라미는 한동안 영화 작업에만 몰두하며 시나리오 창작에 힘써 〈인생은 아름다워〉 〈호랑이와 눈〉 〈자니 스테키노〉 〈피노키오〉 등의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그가 2001년 오랜 침묵을 깨고 8년 만에 완성한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 문학 특유의 환상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짧지만 강렬한 움베르토 에코의 서평이 인상적이다. 사랑을 의심하며 끊임없이 다른 자아 속으로 숨어드는 여인 모레나, 오직 자신의 욕망만이 소중했던 두 남자 조르조와 클라우디오. 이탈리아의 생생한 거리를 배경으로,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이들의 자아 찾기 여행이 지금 시작된다.
자라지 못한 마음의 비밀이 환영처럼 우리를 사로잡는다
연인이었던 여자가 갑자기 떠난다. 사라진 여자를 쫓아가며 알게 되는 사실은 그녀의 이름도 말도 행동도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체라미는 완벽한 여인 모레나를 창조하면서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범한 듯한 연애 이야기 속에 놀라운 비밀을 감춰둔다.
진짜 삶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점점 뒷걸음쳐 사라지는 건지도 몰라. 반면에 우리가 기억하는 삶은 언제나 그랬듯 이야기 법칙에 따라 지어낸 얘기에 불과해! 그래서 우리는 마법과 속임수가 판치는 거대한 게임 속에 있는 것이겠지.(386쪽)
모레나의 손에 들려진 원고 뭉치, 의문의 자서전, 날짜가 뒤섞여버린 편지들은 그녀가 떠나온 연인들 또한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고,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세계에서 독백만 하는 존재들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체라미는 소나타 형식을 차용해 소설을 구성함으로써, 영원히 환영의 대상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 어떻게 극단으로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한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심리와 그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위해 편지와 자서전, 시나리오, 정신과 상담 형식을 빌려 현실적인 만남과 어긋남 뒤에 숨은 집요한 환상과 망상, 트라우마를 매우 리얼하게 그려내며, 그 원인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해 들어간다. 또한 결국 스스로를 통찰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레나라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인의 보편적인 심리를 다룬 일종의 성장소설로 작품을 완성한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일 뿐이다
분명히 어딘가에 내 의지를 초월하는 의지가 있어. 그것은 매번 나를 출발선에 몰아세우며 ‘떠나!’라고 말하지.(27쪽)
영화감독 클라우디오의 연인이었던 안젤라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의 자기 집으로 돌아와 다시 모레나가 된다. 완벽한 연인으로 행동해왔던 모레나는 곧이어 머리 모양을 바꾸고,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모든 게 다른 여인 가브리엘라를 창조한 뒤 그 인물 속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클라우디오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써내려간 시나리오가 모레나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서술된다. 모레나는 이 시나리오를 읽으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클라우디오의 숨겨진 자아와 무의식을 발견한다.
아파트 창밖에선 조르조의 아내 알레산드라의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에서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끊이지 않고 울려퍼진다. 낡고 유서 깊은 이탈리아의 도시는 모레나에게 연옥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순서가 뒤섞인 첫사랑 조르조와 주고받은 연애편지뿐이다. 지고한 순정과 경멸, 분노가 뒤섞인 자신의 편지, 넘치는 열정과 사무적인 냉담함이 깃든 잔인하기까지 한 조르조의 편지를 읽어나가는 모레나.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조르조와 조르조가 사랑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사랑한 게 진정 서로였을까.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인물들의 행동, 그리고 관련 없어 보이는 텍스트의 나열이 독자들의 은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파편처럼 흩어진 개인의 심리적 질곡을 하나씩 드러낸다. 조르조의 아내 알레산드라는 냉정한 남편과 모레나에 대한 질투로 서서히 미쳐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를 괴롭히는 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와 자기 열등감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쫓으며 고통받지만,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는 못한다. 제각기 환영을 쫓을 뿐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찾아 떠돌 뿐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을 상상해내고, 하나의 피조물을 연기하는 거야.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말야. 그러면 달라진 너를 발견할 거야. 그러고 나선 예전의 네 모습을 잊고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겠지. 누가 될지는 너의 손에 달려 있어.(423쪽)
진정한 ‘나’와 ‘당신’의 세계를 찾아 여행을 시작하다
과거와 단절하고 완벽하게 가브리엘라로 변신해서 살던 모레나 앞에 선량한 이웃 촐리 교수와 만니 부인이 나타난다. 그들은 모레나에게 알 수 없는 친절을 베풀며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면서도, 이유 없이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아보고자 했던 모레나는 평범한 듯 보였던 그들 안에 내재한 상반된 욕망의 실체를 깨닫고 경악한다. 그 자각은 정의로운 촐리 교수가 실은 동성애자이자 살인자였다는 점에서 극에 달한다. 모레나는 단지 일상의 삶을 동경했을 뿐인데 만니 부인은 그녀를 탈출구로 여기며 다른 삶에 대한 동경으로 그녀에게 환상을 덧씌우고, 촐리 교수는 소통이 막힌 세계 안에 갇혀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른다. 자신의 변신이 결국 완전하지 못하다는 자각을 하면서 모레나는 가브리엘라로서의 삶을 끝맺는다.
사람들은 악을 피해 도망치고 선을 찾아나서지. 그러니 항상 어딘가로 떠나야 할 거야. 이곳저곳 흘러다니면서……(281쪽)
마지막 제4악장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 무엇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모레나 앞에 첫사랑 조르조의 자서전 원고가 던져진다. 조르조의 회상 속에서 모레나는 또 한번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르조 역시 자신에 대해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겪은 친구의 죽음과 빈곤 때문에 강박에 시달리는 조르조. 신분 상승 욕구, 실패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작곡가 스승인 모레나의 아버지 코스탄치로 상징되는 아버지에 대한 갈구, 사랑과 보호를 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일에 파묻혀 살았다. 모레나에게 이러한 조르조의 모습은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괴로워하다가 자살한 어머니의 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환영의 정체가 위로하고 감싸주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인물들은 어린 시절 좌절된 자신의 욕망과 불안으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환영에 사로잡힌 채 자신 안에 갇혀, 다른 인물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나이 든 조르조와 해후한 뒤에야 모레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가면을 쓰고 떠도는 일을 멈춘다. 모레나는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며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빈첸초 체라미의 재능은 여주인공 모레나의 인물 묘사와 모놀로그 형식의 내적 독백, 그리고 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빛을 발한다._코리에레 델라 세라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는 스스로 다양한 운명을 만들어내는 모레나의 사랑 이야기다. 오직 모레나만이 닻을 내리고 정착할 땅을 찾아낸다._라 레푸블리카
기본정보
ISBN | 9788954606257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9월 08일 |
쪽수 | 439쪽 |
크기 |
140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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