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윅 클럽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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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사후 150주년 기념 선집
초기 · 후기 대표작과 초역의 첫 장편소설까지
19세기 영국을 재현할 디킨스 문학의 정수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 사후 150주년 기념 선집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천재 소설가이자 대중문학의 일인자, 찰스 디킨스의 선집이 시공사에서 출간됐다. 찰스 디킨스 사후 15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기획된 ‘찰스 디킨스 선집’은 국내 초역으로 소개되는 디킨스의 첫 장편소설 《픽윅 클럽 여행기》, 초기 대표작이자 대중소설의 원형이 된 《올리버 트위스트》, 후기 대표작이자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역사소설이라 일컬어지는 《두 도시 이야기》로 구성하여 디킨스 문학의 정수를 한데 담아냈다.
약 20여 년의 작품 활동 동안 열다섯 편의 장편소설, 다섯 편의 중편소설, 수백 편의 단편소설을 남긴 디킨스는 대문호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영국 최고의 소설가이지만,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비평가이기도 했다. 수많은 강연과 강독뿐만 아니라, 매춘부들의 독립을 위한 자선단체 ‘우라니아 코티지’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이처럼 천재 이야기꾼이자 활동가였던 디킨스는 동료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레오 톨스토이부터 조지 오웰, G. K. 체스터턴, 윌리엄 새커리, 카를 마르크스 등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이자 비평가로 알려진 해럴드 블룸은 디킨스를 두고 “영어로 소설을 쓴 천재 작가에 대해 말하라면, 그 시작도 끝도 디킨스다”라고 평한 바 있다.
지금도 영미 문화권에서 ‘디킨스적’이라는 표현은 그가 작품 속에서 자주 사용했던 끔찍한 사회 환경이나 코믹하게 그려지는 인물을 묘사할 때 흔히 쓰인다. 찰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난 지 15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찾아 읽고 있으며, 끊임없이 영화, 연극, 뮤지컬로 재생산되고 있다. 2020년 찰스 디킨스 사후 150주년을 기념하여 한 시대의 현상이자 문화였던 디킨스를 기리고 그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업이다.
“가장 디킨스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다”
디킨스 붐을 일으킨 연재소설의 시작
1812년에 태어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작품 활동을 펼친 찰스 디킨스는 소외 계층의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작품을 통해 빈곤층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묘사하고, 공공 기관의 무능과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단행본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신문에 작품을 연재했고, 신문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디킨스의 인기는 대단했는데, 디킨스의 연재물이 실린 신문을 빨리 구입하기 위해 항구에서부터 영국에서 들어오는 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연재 형식은 디킨스가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주었다. 디킨스는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캐릭터와 플롯을 수정하여 발전시키는 등 더욱 짜임새 있고 섬세한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노력했다. 천재 작가의 이면에는 단 한 명의 의견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챙기는 노력들이 숨겨져 있었다.
디킨스가 전례가 없는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히 대중의 시선에서 글을 썼기 때문이다. 경제관념이 부족했던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채무자 감옥에서 지내야 했던 시절, 학업을 중단하고 열두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경험은 그의 수많은 작품 속 배경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작품 속 인물들도 허구가 아닌 디킨스의 가족, 친구들, 혹은 런던 거리를 걸으며 관찰한 대중 속에서 찾았기 때문에 그토록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디킨스의 소설은 서민뿐만 아니라 빅토리아 여왕까지 사로잡았는데, 빅토리아 여왕이 디킨스의 소설을 밤새 읽으며 토론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이처럼 연재소설의 붐을 일으키며 스타 작가로 발돋움한 디킨스는 출간하는 작품마다 크게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고전들을 탄생시켰다.
작가정보
(1812. 2. 7~1870. 6. 9)
1812년 2월 7일 영국 포츠머스에서 존 디킨스와 엘리자베스 디킨스의 여덟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호인이었으나 다소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버지 때문에 가족은 이사를 반복해야 했고, 결국 1824년 빚 때문에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기에 이른다. 열두 살의 디킨스는 홀로 하숙을 하며 구두약 공장에서 병에 라벨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매일 10시간씩 일하며 주당 6실링을 받았던 이때의 혹독한 경험은 후일 여러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집안 형편으로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속기술을 배워 의회 기자로 일했으나 문학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고, 1833년 《먼슬리 매거진》에 첫 단편 〈포플러 거리의 만찬〉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어렸을 때 불리던 애칭 ‘보즈’를 필명으로 사용하여 런던의 일상을 그린 단편들을 연재, 1836년 《보즈의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묶어 출간했다. 이듬해 디킨스의 첫 장편소설 《픽윅 클럽 여행기》가 크게 주목받았고, 연이어 《올리버 트위스트》(1838)가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당대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니컬러스 니클비》(1839), 《오래된 골동품 상점》(1841), 《바너비 러지》(1841) 등 초기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모순과 서민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을 계속 발표했고, 1843년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출간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종소리》(1844), 《화롯가의 귀뚜라미》(1845), 《생의 전투》(1846), 《유령의 선물》(1848)까지 네 권의 크리스마스 서적을 더 출간했다. 1850년 발표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비롯한 《블릭 하우스》(1853), 《어려운 시절》(1854) 등의 후기작에서는 사회의 여러 계층을 폭넓게 다룬 이른바 파노라마적인 사회소설로 접근했다. 잡지사 경영, 자선사업, 공개 낭독회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사이에도 《두 도시 이야기》(1859), 《위대한 유산》(1861) 등 선이 굵은 작품들을 계속 발표했으며,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1870년 열두 권으로 기획된 대작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집필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 문인 최고의 영예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시인 묘역에 안장되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친구들과의 대화》, 《시간의 틈》, 《황금방울새》, 《작은 친구들》, 《런던 필즈》,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택시》, 《미라마르》, 《지하실의 검은 표범》 등이 있다.
목차
- 저자 서문
1장 픽윅 클럽 회원들 /
2장 첫 날의 여행과 첫 밤의 모험, 그리고 그 결과 /
3장 새로운 지인, 순회공연자 이야기, 불쾌한 방해와 언짢은 만남 /
4장 열병식과 야영, 새로운 친구들과 시골로의 초대 /
5장 픽윅 씨가 마차를 몰고 윙클 씨가 말을 타게 된 사연을 설명하는 짤막한 장 /
6장 고풍스러운 카드 파티, 목사의 시, 죄수의 귀환 이야기 /
7장 윙클 씨가 비둘기를 쏘고 까마귀를 죽이는 대신 까마귀를 쏘고 비둘기에게 상처를 입히다, 딩리 델 클럽과 머글턴 클럽이 시합을 벌이고 머글턴 클럽이 딩리 델 클럽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받다, 그 밖의 흥미롭고 교훈적인 이야기들 /
8장 진실한 사랑은 철도처럼 순탄한 길을 가지 못한다 /
9장 발각과 추격 /
10장 징글 씨에 대한 의혹을 밝히다 /
11장 또 다른 여행과 고고학적 발견, 선거를 지켜보겠다는 픽윅 씨의 결심과 노목사의 원고 /
12장 픽윅 씨의 삶에서 획기적인 사건이 된 중요한 행위를 설명하다 /
13장 이턴스윌과 그곳의 당파, 역사가 깊고 충성스러우며 애국적인 이턴스윌 의원 선거에 대한 설명 /
14장 피콕 여관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외판원 이야기 /
15장 두 유명인과 그들의 집에서 열린 공개 조찬회에 대한 정확한 설명, 공개 조찬회에서 옛 지인을 알아보다, 또 다른 장의 시작 /
16장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모험 /
17장 때로는 류머티즘 발병이 천재성을 촉진한다 /
18장 히스테리의 힘과 환경의 영향력에 대한 짤막한 설명 /
19장 유쾌한 날, 불쾌한 결말 /
20장 도슨과 포그는 수완가, 변호사 서기는 난봉꾼임이 밝혀지다, 웰러 씨가 아버지와 감동적인 대화를 나누다, 맥파이 앤드 스텀프 여관에 모인 사람들, 다음 장이 얼마나 중요한 장이 될지 알리다 /
21장 노인이 괴상한 의뢰인 이야기를 들려주다 /
22장 픽윅 씨가 노란 컬페이퍼를 만 중년 여인과 낭만적인 사건을 겪다 /
23장 새뮤얼 웰러 씨가 트로터 씨와의 설욕전에 정력을 쏟다 /
24장 피터 매그너스 씨가 질투하고, 중년 여인은 걱정하고, 픽윅 클럽 회원들이 법률의 통제를 받다 /
25장 너프킨 씨가 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행동하고, 웰러 씨가 잡 트로터 씨의 강한 일격을 똑같이 받아치다 /
26장 바델 대 픽윅 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
27장 새뮤얼 웰러가 계모를 만나러 가다 /
28장 유쾌한 크리스마스와 결혼식, 그리고 결혼만큼이나 어엿한 관습임에도 요즘처럼 통탄스러운 시대에는 확실히 지켜지지 않는 또 다른 놀이들 /
29장 교회지기를 훔쳐 간 고블린 이야기 /
30장 픽윅 클럽 회원들이 젊은이 두 명과 친해지고, 얼음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딩리 델 방문을 마치다 /
31장 법률과 그것에 정통한 위대한 권위자들 /
32장 밥 소여 씨가 하숙집에서 개최한 독신자 모임을 자세히 설명하다 /
33장 아버지 웰러 씨가 문학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이야기하고 아들 새뮤얼의 도움을 받아 딸기코 목사에게 작은 복수를 하다 /
34장 인상적인 바델 대 픽윅 재판의 완전하고 충실한 보고 /
35장 픽윅 씨가 바스에 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다 /
36장 블래더드 왕자 전설의 진실과 윙클 씨에게 닥친 재난 /
37장 웰러 씨가 야회에 초대받다, 픽윅 씨가 까다롭고 중요한 비밀 임무를 웰러 씨에게 맡기다 /
38장 윙클 씨가 프라이팬에서 뛰쳐나와 불 속으로 온화하고 편안하게 뛰어들다 /
39장 새뮤얼 웰러 씨가 사랑의 임무를 맡아 실천에 옮기다,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아래에 밝혀진다 /
40장 픽윅 씨가 위대한 인생극에서 새롭고 흥미진진한 장면에 접어들다 /
41장 플리트에서 채무자들과 보낸 첫날 밤 /
42장 역경은 원치 않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게 한다는 오랜 속담을 보여주다, 픽윅 씨가 새뮤얼 웰러 씨에게 깜짝 놀랄 통고를 하다 /
43장 새뮤얼 웰러 씨가 곤경에 처하다 /
44장 플리트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소한 일과 윙클 씨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 가련한 대법원 죄수가 마침내 풀려나다 /
45장 새뮤얼 웰러 씨와 가족의 감동적인 만남, 픽윅 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세상을 둘러보고 최대한 멀리하기로 결심하다 /
46장 도슨 씨와 포그 씨가 약간의 장난과 함께 자상한 마음으로 감동적인 행동을 하다 /
47장 도슨과 포그의 일시적인 이익에 관하여, 놀라운 상황에서 윙클 씨가 다시 등장하다, 픽윅 씨의 인자한 마음이 완고한 마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다 /
48장 픽윅 씨가 새뮤얼 웰러 씨의 도움을 받아 벤저민 앨런 씨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로버트 소여 씨의 분노를 달래다 /
49장 외판원의 숙부 이야기 /
50장 픽윅 씨가 임무를 수행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조력자와 합류하다 /
51장 픽윅 씨가 옛 지인을 만나다, 위대한 두 사람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다, 이야기가 기록되다 /
52장 웰러 가문의 중대한 변화와 딸기코 스티긴스 씨의 몰락 /
53장 징글 씨와 잡 트로터의 마지막 퇴장, 그레이즈인 스퀘어의 바쁜 아침, 퍼커 씨의 사무실을 두드리는 두 번의 노크 /
54장 문 두드리는 소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스노드그래스 씨와 젊은 숙녀와 관련된 흥미로운 발각 /
55장 솔로몬 펠 씨가 엄선된 마부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웰러 씨의 문제를 해결하다 /
56장 픽윅 씨와 새뮤얼 웰러 씨가 아버지 웰러 씨의 도움을 받으며 중요한 회의를 하다, 코담배색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예상치 못하게 방문하다 /
57장 마침내 픽윅 클럽이 해산하고 모든 일이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끝나다
작품 해설
찰스 디킨스 연보
책 속으로
본 회의는 픽윅 연합 클럽에 픽윅 클럽 통신회라는 새로운 소모임을 신설하자는 픽윅 클럽 회장 새뮤얼 픽윅 귀하 및 이하 언급할 회원 3인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였다. 본 회의는 상기의 제안을 재가하고 승인하였기에 이에 따라 픽윅 클럽 통신회를 구성하는 바이다. 회장 겸 회원 새뮤얼 픽윅 귀하, 회원 트레이시 터프먼 귀하, 회원 오거스터스 스노드그래스 귀하, 회원 너새니얼 윙클 귀하를 통신회 회원으로 추천 및 임명한다. 상기 4인은 그들이 관찰한 분위기와 관습, 여행 전체에 대한 설명을 런던에 위치한 픽윅 클럽 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본 회의는 통신회 회원들이 모든 여행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는 원칙에 적극 찬성하며, 같은 조건으로 해당 회원이 원하는 만큼 오랜 기간 동안 탐구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_18쪽
웰러 씨의 품행을 알아보니 어느 견습 하녀와 관련된 사랑스럽고 무분별한 사건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가 없었으므로 픽윅 씨는 그날 밤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했다. …… 다음 날 아침, 환골탈태한 웰러가 이턴스윌행 마차 바깥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내가 하인인지 마부인지 사냥터 관리인인지 씨 뿌리는 사람인지 모르겠군. 넷을 다 합친 것 같잖아. 뭐 어때, 기분 전환도 되고 볼 것도 많고 할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이래서야 불평할 것도 없지. 픽윅 가문 만만세다!” _262~263쪽
우리는 픽윅 씨의 기록에 따라 터프먼 씨가 윙클 씨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침착하게 전진했다고 기술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냥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서 윙클 씨의 권위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픽윅 씨가 멋지게 표현했듯이 먼 옛날부터 이론적으로는 과학의 완벽한 빛이었던 가장 뛰어나고 유능한 수많은 철학자들이 실행 면에서는 완전히 무력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_412쪽
가끔 생각에 빠져 우울해지는 스노드그래스 씨는 지금까지도 친구들과 지인들 사이에서 위대한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그가 그러한 믿음을 얻을 만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문학이나 철학, 그 밖의 어느 분야에서든 비슷한 상황에서 높은 이름을 얻은 인물들을 많이 알고 있다. _1254쪽
픽윅 씨는 이제 약간 노쇠했으나 여전히 예전처럼 젊은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덜위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거나 날씨 좋은 날 기분 좋게 동네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근처의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유명하고, 이들은 그를 지나칠 때 반드시 크나큰 존경심을 드러내며 모자를 벗어 인사한다. 아이들은 픽윅 씨를 우상으로 여기는데 사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 매년 픽윅 씨는 워들 씨의 집에서 열리는 떠들썩한 대규모 가족 모임에 참석한다. 픽윅 씨는 항상 충실한 샘의 보필을 받으며, 둘 사이에는 죽음 외에는 갈라놓을 수 없는 서로에 대한 확고한 애정이 있다. _1255~1256쪽
출판사 서평
영국판 돈키호테 미스터 픽윅과
산초 판사 샘 웰러의 등장
《픽윅 클럽 여행기》(1836)는 국내 초역으로 소개되는 찰스 디킨스의 첫 장편소설이다. 대부분의 디킨스 작품이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1836년 4월부터 1837년 11월까지 신문에 연재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픽윅 클럽’의 설립자이자 종신 회장 새뮤얼 픽윅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충실한 회원 트레이시 터프먼, 너새니얼 윙클, 오거스터스 스노드그래스와 함께 런던에서 출발하여 외딴 전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언뜻 보면 일련의 모험들을 나열한 이 평범한 여행기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디킨스를 본격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은 단연 캐릭터의 힘이다. 늘 점잖은 대부 역할을 자청하지만 왕성한 혈기를 자랑하는 부유한 노신사 픽윅 씨, 온갖 스포츠에 뛰어난 척하지만 사실 허당인 윙클 씨, 매사에 감수성이 넘치지만 막상 작품을 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스노드그래스 씨, 언제 어디서나 여성에게 관심을 쏟아붓는 터프먼 씨로 구성된 픽윅 클럽의 매력은 1,268쪽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 안에서 단 한 순간도 빛을 잃지 않는다.
픽윅 씨를 보좌하는 충실한 하인 샘 웰러도 빼놓을 수 없다. 픽윅이 영국판 돈키호테라면 샘 웰러는 당연히 산초 판사가 되겠다. 샘 웰러는 10장 〈징글 씨에 대한 의혹을 밝히다〉 편에 등장하자마자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탄생 이후 《픽윅 클럽 여행기》가 완결되기도 전에 각종 해적판과 연극 각본이 등장했고, 샘 웰러의 농담을 모은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샘 웰러의 엉뚱하고 독특한 화법을 가리키는 ‘웰러리즘’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픽윅 씨와 샘 웰러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즐길 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유머와 풍자의 대가
디킨스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
《픽윅 클럽 여행기》를 단순히 유머러스한 여행기라고 치부하기는 성급하다. 픽윅 씨가 엉뚱한 오해 때문에 세 들어 사는 집주인 바델 부인에게 고소를 당하자, 픽윅 클럽은 뜻밖의 위기에 접어들게 된다. 디킨스는 픽윅 씨의 재판 과정과 소송에 패한 후 플리트 감옥에 수감되는 장면들을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당시 영국 사회의 부패와 제도의 부조리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때부터 유쾌한 여행기는 날카롭고 매서운 사회 풍자와 뒤섞인다. 청년 디킨스의 이러한 통찰은 이후 그가 쓴 사회소설의 전조가 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 사회의 본질적인 단면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픽윅 클럽 여행기》는 디킨스가 스물넷에 쓴 작품이다.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대한 풍자를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엮어 넣은 작가의 탁월한 구성은 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디킨스는 이 책의 목표를 “독자들에게 인물과 사건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능력이 닿는 한 생생하게 색칠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듯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서문에 밝혔다.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야기에는 조금의 모자람이나 빈틈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꼼꼼하게 직조된 아름다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2751096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3월 24일 |
쪽수 | 1268쪽 |
크기 |
141 * 195
* 71
mm
/ 132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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