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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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21년 선정
21세기를 전후하여 문명 간 갈등의 조짐이 목도되는 가운데 이슬람에 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에서도 이에 관한 저서들이 출간되었다. 그 책들은 주로 정교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이슬람의 특성에 주목하여, 그것이 정치·사회적으로 투사된 데에 따른 이슬람 세계의 현실 문제와 그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다루었다. 이에 반해 아랍인의 삶의 내면을 살펴보는 인문학적 연구는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아랍인의 사고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 내면의 의식까지 이해하려 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배경에서 집필되었다. 아랍인이 남긴 문학작품들은 당대 그들의 삶과 사회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들의 종교관, 가치관, 삶에 대한 인식, 역사와 관습 등 문명적 요소들이 투영되어 있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할 수 있다. 이 책은 이슬람 이전 시기(4~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기간 동안 쓰인 주요 아랍문학 텍스트를 활용하여 아랍인의 삶에서의 인문학적 주제들을 다루었다.
작가정보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부 아랍어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아랍어문과를 졸업하였다. 수단의 국제 카르툼 아랍어연구소에서 아랍어교육학 석사학위를, 요르단 대학교(University of Jordan)에서 중세 동부 지역 아랍인의 전쟁시(戰爭詩)에 관한 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랍시(詩)의 세계』, 『한국어-아랍어 사전』(공저), 『무알라까트』(주해), 옮긴 책으로 『야쿠비얀 빌딩』, 『중세 아랍시로 본 이슬람 진영의 대(對)십자군 전쟁』(역주), 『성찰(省察)의 서(書)』(역주) 등이 있으며, 「아랍 가잘(연애시)의 발전과정 연구」, 「십자군 전쟁 당시 아랍 시인들의 이슬람 진영에 대한 비판」, 「중세 아랍시에 나타난 ‘몽골과 이슬람 세계와의 충돌’에 관한 연구」 등을 비롯한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중세 아랍시를 중심으로, 아랍 문학작품에 나타난 문화와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고 있다.
목차
- 머리말
일러두기
제1장 고대· 중세 작품을 통해 본 아랍인의 삶
1. 이슬람 휴머니티의 보고(寶庫), 하디스(무함마드 언행록)
2. 옛 아랍 시인들, 사랑을 노래하다
3. 이슬람 규범에서의 일탈을 시도하다: 술과 동성애의 시인 아부 누와스
4. 몽골의 이슬람 세계 침입과 바그다드의 비극
제2장 민담을 통해 본 아랍인의 삶
1. 호모 에로티쿠스[성애적(性愛的) 인간]를 용인하는 이슬람
2. 아랍인에게 알라(하느님) 외에 또 하나의 두려운 존재 진(마신)
3. 무슬림과 유대인의 갈등
4. 이집트 내 무슬림과 콥트 기독교도의 갈등
5.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족과 아랍인의 갈등
제3장 현대 작품을 통해 본 아랍인의 삶
1.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은 왜 일어났을까?: 소설 『야쿠비얀 빌딩』에 나타난 무소불위의 권력과 정치 부패
2. 재미(在美) 이집트인들이 바라보는 이집트와 미국: 알라 알아스와니의 소설 『시카고』
3. 아랍 가부장제 권력의 허식을 파괴하다: 나왈 알사으다위의 단편 「전직(前職) 장관 나리의 죽음」
4. 주변화된 아랍 여성에 연민을 느끼다: 살와 바크르의 소설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5. 강대국과 결탁한 이집트 정부를 고발하다: 살와 바크르의 소설 『쿠쿠 수단 카바쉬』
에필로그: 아랍문학과 그 사회· 문화적 함의
참고문헌
본문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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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총서 발간사
책 속으로
이 일화를 통해 우리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예언자의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보통의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한 남자를 두고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사랑 경쟁이 그렇고, 달콤한 꿀물로 비유되는 세속적 욕구에 마음이 기우는 남성의 모습이 그러하며, 권력 있는 자에게 복종하는 인간 심리 또한 그러하다. 이처럼 성(聖)스러움과는 다소 동떨어진 일화가 하디스에 전해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 만일 이슬람이 성스러움만 추구하는 종교였다면 이런 이야기는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후대에 삭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32쪽)
작품을 통해 볼 때 아부 누와스는 음주로 인한 죄악을 금하는 이슬람에 대해 반란을 시도하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나아가 부활, 최후의 심판, 천국, 지옥을 믿지 않는다. 그가 진디끄(zind?q, 자유사상가)였다는 일반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의 여러 시편에서 발견되는 시행들은 그가 종교 교리를 외면하고 조소하며 신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그가 종교 규범에서 일탈해 있음을 보여 준다. (57쪽)
중세 시대 바그다드에서 마그립, 안달루스에 이르는 이슬람 세계에서 유대인들은 딤미의 신분으로 상인, 장인(匠人), 학자, 의사, 관료 등으로 일하며 전문직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필자가 조사한 모로코 민담 「딸의 미모를 시기한 엄마」에는 여주인공이 유대인 보따리 상인을 통해 어머니에게 선물과 소식을 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러한 예는 오래전부터 마그립 지역에서 유대인의 상업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111쪽)
앗잠은 최고 권력자의 측근인 카말을 통해 정계 진출을 꾀한다. 앗잠이 그렇게 하려는 데에는 그 어떤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권력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 결국 앗잠은 ‘어르신’에게 거금의 뇌물을 바치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일찍이 마약 거래로 부자의 대열에 오른 앗잠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금권정치에 가담하는 것이다. (152쪽)
사진사가 구타당하고 욕설 듣는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물러나 있다가 조심스럽게 돌아와 벌어진 일에 대해 함구하고, 대통령은 그런 징벌에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소설은 그 어떤 언행으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측근 세력의 가혹한 응징이 뒤따른다는 점 그리고 본보기 징벌을 통해 국민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 여론을 차단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166쪽)
이집트에서는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주도한 쿠데타가 성공한 뒤 혁명정부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여성의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다. 20세기 중엽부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일부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아랍의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 여성의 자유와 평등 요구 등의 주제를 표출했다. 그러한 작가 중 나왈 알사으다위는 남성 권위에 도전하는 데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페미니즘 의식을 지녔고, 그것을 자신의 여러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175쪽)
전반적으로 살와 바크르는 작품에서 주변화되고 짓눌린 사람들에 집중한다. 그는 자신 역시 주변화를 겪은 한 여성으로서 사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자들의 삶에 관한 탐구, 그들의 비참한 삶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든다. 그는 그러한 문제점을 다루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아랍 여성 작가들이 기피하는 세 가지 터부 사항인 종교, 성, 정치 문제를 건드리는 데 주저하지 말 것과 더 나아가 남성의 언어가 아닌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세계를 표현할 것을 주장한다. (205쪽)
이 자료가 증언하듯 서구 제국주의의 야욕은 끝이 없고, 그것에 편승한 당시 이집트 정부의 파병 결정 또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칼리다는 그러한 역사적 진실을 처음 접한 뒤 충격을 받고 분노한다. 이집트 정부는 서구 강대국의 앞잡이로 전락해 선량한 자국의 젊은이들을 전쟁의 불길로 내몰았다. … 그렇게 그들은 강대국의 총알받이가 되어 목숨을 내걸어야 했고,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만 했다. 작가 살와 바크르의 분신인 칼리다는 인권을 도둑맞은 그 흑인 청년들에게 연민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224쪽)
기본정보
ISBN | 9788952119285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30일 | ||
쪽수 | 256쪽 | ||
크기 |
149 * 211
* 21
mm
/ 36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명지평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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