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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이 예술이 된다’
평소 이들의 예술을 즐겨 감상해온 박지호는 에디터로서 그들만의 세계에 좀 더 깊이 들어가보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청해 듣고, 그 이야기와 ‘사진 작품’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덕분에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첨예한 영감의 세계에 함께 깊이 빠져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작가정보
박지호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글을 통해 세상을 배우며 그럭저럭 청년 시절을 버텨나간 끝에 이십대 후반에 이르러 우연히 ‘에디터’라는 천생의 직업과 조우하게 되었다. 매거진은, 글로만 세상을 배운 절름발이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취향을 쌓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안겨주었다. 컬처, 패션, 스페이스, 여행, 푸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실감했고, 여전히 읽고, 보고, 체험하고, 소비하며 ‘공부하는 삶’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를 거쳐 《아레나》 피처 디렉터로 일했으며, 현재 《아레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펴낸 책으로는 남미 여행기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와 브랜드 밀착 관찰기 『인사이드 현대카드』가 있다.
박찬욱은 영화감독. 대표작으로 단편 〈쓰리, 몬스터?컷〉 〈파란만장〉 〈청출어람〉, 장편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스토커〉 〈아가씨〉 등이 있다.
하시시박은 포토그래퍼. 《바이스 매거진》 영국판을 시작으로 국내외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Casual Pieces 1: 눈을 감고 마음을 감다〉(갤러리팩토리), 〈강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유연하게〉(아티스트 프루프 숍) 등의 전시를 열었다.
김종관은 영화감독. 대표작으로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등 이 있고, 산문집 『사라지고 있습니까』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등을 펴냈다.
백영옥은 소설가. 대표작으로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장편소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 산문집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등이 있다.
김동영은 여행작가. ‘아마도 이자람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고, 라디오 음악작가로도 활동했으며, 여행산문집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장편소설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등을 펴냈다.
더콰이엇은 래퍼 & 프로듀서. 여덟 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해 다수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2007년 정규 2집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앨범’을 수상했다.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유영규는 산업디자이너. 시애틀과 서울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미국 나이키 본사, LG전자, 아이리버를 거쳐 201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으며 개인 스튜디오 클라우드앤코를 설립해 월트디즈니, 무인양품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왜 하필 라이카였을까?
박찬욱 시선/영감
하시시박 눈/결
김종관 일상/산책
백영옥 들어보기/비우기
김동영 여행/만남
더콰이엇 취향/감성
유영규 감각/디자인
출판사 서평
라이카, 통찰과 영감의 도구 - 일상의 기록에서 영감을 얻다
이들 아티스트에게 ‘사진’은 머리를 비우기 위한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은 말한다. “난 좀 심각해요. 또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을 점점 더 많이 내려 하고 있어요.” 그가 사용하는 M모노크롬은 “디지털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좀 이상한 물건”이다. 디지털 시대에 흑백 필름 사진의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인 하시시박은 화보 같은 상업 사진에는 니콘을 쓰지만 개인 작업과 가족을 사진으로 찍을 때는 수동 필름 라이카(M6)를 사용한다. 자기 내면의 욕심마저 다 드러나게 하는 이 카메라와는 마치 “애증의 관계”와 같다고 말한다. 김종관 감독은 색감을 확장하고 과장하지만 지나치지 않으며 적정선을 유지하는 그 독특한 매력에 현혹돼버렸다고 고백한다. 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 사이에서 묘하게 연결 지점을 느끼지만 단절된 개별 작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쌓인 극한의 심정을 토해내듯 폐허와 빈 터를 찍는 백영옥 작가에게 라이카(TL)는 자신의 눈(필터)을 통과한 세계를 가장 비슷하게 복원해주는 카메라다. 김동영 작가의 라이카(TL)는 포커스를 일일이 맞추고 생각하며 찍게 만들기 때문에 마치 한 장 한 장 아껴 찍는 옛날 필름 카메라 느낌이다. 그것은 또한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순화시켜주는 여행과도 같다. 어릴 때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더콰이엇은 아이폰으로 일상을 찍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가 라이카(Q)를 경험하고 사진에서 뭔가가 살아 있는 듯 묘한 생명감이 느껴져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어 새로운 기종들에 도전해보고 있다. 유영규 디자이너에게 사진은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지막 완성의 단계이다. 이때 라이카(Q)가 매우 가치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진 작업은 이처럼 이들의 삶 속에서 ‘영감’의 순간들을 포착해 일상과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넘나들게 하는 하나의 문이 되어주고 있다.
7人의 아티스트, 자신의 장르와 경계를 뛰어 넘어 사진 예술의 세계에 도전하다
이렇게 얻어진 일상 속 사진이 또 하나의 예술이 되었다. 이 책 안에는 7인의 예술가들의 사진 100여 컷이 들어 있다. 하시시박을 제외하고 모두 직업 사진가가 아니지만 그들이 남긴 사진들은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동안 자주 시선을 멈추게 하고, 빠져들게 하는 깊은 매력을 발산한다.
박찬욱의 사진은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혹은 보통의 관광객들은 잘 가지 않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접한 느낌과 이미지 들을 담아냈다. 아주 잘 알려진 일화로 그가 산책길에 찍은 ‘고양이’ 사진은 영화 〈아가씨〉의 히데코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시시박의 사진은 전문 사진가답게 단연 예술성이 돋보인다. 필름을 두 번, 세 번 되감아 찍는 레이어 기법의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가히 환상적이다. 김종관의 사진에도 산책길 혹은 작업실 내부나 창밖 풍경이 많다. 그의 영화처럼 소박하지만 그윽한 생활의 풍경이 삶의 아름다움을 반추한다. 백영옥이 집착적으로 찍어낸 설경은 마치 동화 속 배경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 자신은 자신에게 들어 찬 너무 많은 것들을 비워내기 위해 텅 비고, 폐허 같은 곳을 찾아간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데굴데굴 굴러도 춥지 않을 것만 같은 눈밭의 따뜻한 역설적 느낌이 인상 깊다. 김동영이 여행지에서 찍어낸 사람들은 그와 많이 닮아 있다. 순수하고 순박한 웃음을 머금은 사람들은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하는 놀라운 힘을 발산한다. 더콰이엇의 사진도 놀랍다. 이제 1년 남짓 사진에 집중해보았다고 하는데, 본인의 감성과 취향이 분명하게 담긴 사진들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한다. 유영규의 사진은 본인의 감각을 정확하게 ‘디자인’해내는 능력만큼이나 밀도 높고 치밀하다.
그들이 낚아챈 영감은 이렇게 사진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남았다. 그리하여 다시, 이 책 『라이카, 영감의 도구』를 만난 여러 독자들에게 새로운 뮤즈가 되어준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상상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라이카를 좋아하는 이유요? 라이카는 색깔이 유난스럽거나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이 아니잖아요. 그냥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방해되는 것들을 배제해 미니멀한데 그 어떤 스타 디자이너의 작품보다 우월하죠. 물건에 대한 존경심이 아니라 물건을 만든 장인들에게 존경심을 갖게 하는 제품이에요.” _ 박찬욱
“사진이란 나에게 무엇일까, 사실 대답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요즘 드는 생각은 그냥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수호신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뭔가 도움만 주는 건 아닌 것 같고, 혼란스럽게도 하고 채찍질도 하고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_하시시박
“무엇보다 라이카는 특유의 색감 때문에 처음 써보자마자 무언가 다르구나, 라고 느꼈죠. 색감을 과장시키는 요소가 있는데 그게 적당한 선에서 멈추면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해요. 물론 보디를 잡았을 때 현혹되는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이나 무게감에 사로잡히는 지점도 분명히 있어요.” _김종관
“사실 라이카 TL을 쓰게 된 건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예요. 저는 기계를 잘 모르지만 쥐었을 때 물성이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손에 쥐었을 때 그 디자인이 완결되는 느낌이랄까요. 지난겨울, 홋카이도와 미국에 갔을 때 주로 눈[雪]을 찍었거든요. 눈에 담긴 색깔을 가장 비슷하게 복원하는 카메라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_백영옥
“여행 가서 큰 미술관보다는 작은 갤러리들을 많이 다니는데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이 거의 라이카로 찍은 것들이었어요. 특히 흑백으로 찍힌 사진들은 중압감이 엄청났어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아무리 포토샵을 많이 하더라도 라이카로 찍은 사진만의 질감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꼭 라이카를 갖고 싶었죠.” _김동영
“라이카는 딱 색감이라고만 얘기할 수 없는 따뜻한 느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뭔가 살아 있는 듯한 묘한 생명감이 사진에서 풍겨 나오거든요. 평소에는 밖에 잘 안 나가기 때문에 아예 외국에 갔을 때가 아니면, 집에 있는 물건, 새로 산 물건들을 주로 찍어요. 공연할 때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서 찍어보기도 했는데 기분이 참 짜릿했어요.” _더콰이엇
“라이카만의 사진 느낌이 좋아서 내가 디자인한 제품 사진을 찍을 때도 라이카 Q를 많이 활용하고 있고요. 디자이너에게 사진이 중요한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만든 것을 한 장에 모두 담는 과정이야 말로 디자인 작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서예요.“ _유영규
에디터로서 가장 아끼는 장르가 인터뷰다. 일정 경지에 오른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짧은 시간에 모아 듣는 재미가 쏠쏠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심화되면서부터 인터뷰는 서로 불편한 이야기는 삼가고 다소 뻔한 근황만 담는 재미없는 장르로 전락해가는 것 같다. 좀 더 색다른 인터뷰를 기획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라이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단순한 브랜드 스토리를 넘어 긴 역사와 분명한 자기중심을 갖고 있는 ‘라이카’라는 필터를 통해 특별한 영감을 얻거나, 색다른 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는 의도였다. 항상 라이카를 소지한 채 산책하고, 영감을 잡아채는 박찬욱 감독에게서 그 모티프를 얻었다. - 박지호
기본정보
ISBN | 9788950972929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1월 27일 |
쪽수 | 318쪽 |
크기 |
174 * 224
* 22
mm
/ 77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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