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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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지하, 김민기와 비어만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한 글들은 비어만뿐 아니라 김지하와 김민기를 재확인하는 기회를 준다. 제3부 ‘저항의 노래, 노래의 저항’은 2005년 비어만 한국 콘서트 리뷰, 지은이와 비어만의 대담,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 수상 연설문 등 부록 성격을 띠면서도 비어만의 진면목을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이다. 책의 말미에 삽입된 연보에서는 연보 형식의 짧은 평전을 통해 비어만과 그의 시대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 류신은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현대 독일시와 볼프 비어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200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저서로 ?다성의 시학?(2002), ?Ikarus, Da?dalus, Sisyphus. Drei mythische Modelle des Widerstands bei Wolf Biermann?(2005), ?수집가의 멜랑콜리?(2010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가 있고, 공저로 ?통일독일의 문화변동?(2009)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독일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 노재명
목차
- 서문 실패한 혁명가, 승리한 시인
제1부 분단의 상처, 통일의 징검돌
. 혁명의 이카로스 ― 동독 붕괴의 신호탄 <비어만 시민권 박탈사건>
. 호네커 동무여, 나무에 관해서는 내가 이야기하겠노라 ― 서정성의 정치성
. 홀로코스트와 분단과 통일, 그리고 죽음의 정치학
제2부 현대독일의 음유시인
. 브레히트여, 그대의 후손이!
. 전통의 약탈자인가 수호자인가? ― 비어만의 브레히트 시작(詩作) 수용
. 분단독일의 겨울동화 ― 비어만의 하인리히 하이네 수용
. 유토피아 없이 사는 다이달로스 ― 김지하와 비어만의 저항의 미학
. 한국의 밥 딜런, 동독의 김민기 ― 김민기와 비어만의 1960·1970년대 작품 비교
제3부 저항의 노래, 노래의 저항
. 변하는 자만이 변하지 않는다 ― 비어만 <한국 콘서트 2005>
. 통일은 미친 짓이다. 통일 안 하는 건 더 미친 짓이다 ― 비어만과의 대담
. 역사의 잔혹한 숙명 속의 섬광 ―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 수상 연설문
볼프 비어만 연보
책 속으로
비어만 추방조치는 동독에서도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동독문단을 대표하는 저명 작가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대규모 구명운동을 펼친 사건은 동독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 사건은 정치적 망명의 엑소더스(Exodus)로 이어졌다. …… 비어만 시민권 박탈사건이 동독 붕괴의 도화선인 근거는 여기에 있다. (10쪽)
비어만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했고, 독일 전체를 “붉은 땅”으로 물들이려고 했던 이 신념이 시인으로서 자신의 존재근거를 규정짓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원칙이었다. 비유하자면 그는 사회주의 이상을 견지한 ‘혁명의 이카로스’였던 셈이다. (57쪽)
그는 연극무대를 잃었지만 그 대신 기타라는 “6연발 자동소총”(?마르크스의 혀로? 72쪽)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극장이라는 중화기 “대포” 대신 노래와 시라는 가벼운 “휴대 화기”를 얻은 것이다. 이는 비어만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였지만 당수뇌부에게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었다. 당의 우둔한 검열조치가 없었다면 동독의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실망과 분노, 사회주의통일당의 전횡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주를 이루는 비어만의 노래와 시는 불법으로 복사 혹은 복제되어 동독 대학생들과 체제 비판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지하 유통되지 않았을 것이다. (161쪽)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활한 이카로스 김지하가 칼 대신 생명의 연꽃을 치켜들었다면, 다이달로스 비어만은 여전히 “한 손에는 기타를, 다른 한 손에는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시대의 현실 위를 저공비행한다. “깊이 감동되는 건 무언가 아름다운 일/ 더 나은 건 스스로 움직이는 것”(?거꾸로 돈 세상? 65쪽)이라는 시구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이 그의 시에서는 여전히 직관보다는 인식이, 예찬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노래하기에 앞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고 요구한다. (300쪽)
비어만에게 절망적인 현실은 오히려 그것의 극복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어만과 김민기의 노래는 하나로 만난다. 그러나 절망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은 서로 갈라진다. 지식인적인 자의식이 강하게 투영된 김민기의 노래에서 시대의 고통을 바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몫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거친 광야로 나가겠다는 영웅적 비장미가 느껴진다면, 비어만의 노래에서는 시대의 어려움을 홀로 견뎌내기보다는 서로 함께 연대해 극복해 나가자는 촉구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318쪽)
출판사 서평
“내 기타는 행복에 겨워 환호하고, 비애에 잠겨 신음하며,
시대의 불의 앞에 저항한다.”
실패한 혁명가 승리한 시인, 볼프 비어만
늘 시대의 전위에 서 있는 그의 삶과 문학 여정을 평하다
볼프 비어만은 독일 분단사의 상징이다. …… 비어만 문학의 본적은 서독도 아니고 동독도 아니다. 그의 문학의 거점은 동서독 분단의 장벽 위이다. 베를린 장벽이 그의 운명을 잔인하게 실험했고 그의 문학을 풍요롭게 분만했다. 요컨대 그의 시와 노래는 분단시대를 통과한 값비싼 증언이다.
_ 서문 중에서
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학교 독일어문학과 교수인 류신이 ‘독일의 김민기’라 불리는 볼프 비어만의 문학과 사상을 연구해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저항시인이자 가수인 비어만의 시와 노랫말을 분석하고 비어만 문학을 에워싸고 있는 미학적?정치적 맥락을 좇아가며, 성공한 시인의 텍스트에 음각된 실패한 혁명가의 비애와 내상을 들추어 분석하고 풀어낸다. 시 평론이면서 시인에 대한 평전으로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깊이와 재미를 담고 있다.
▶ 이 책은
독일 분단사의 한가운데 던져진 통일의 징검돌 볼프 비어만은 현대독일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음유시인이다. 2005년 방한한 그는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조언했다. “통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통일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통일 안 하는 건 더 미친 짓이다. 다른 길이 없다. ‘나 이제 가노라’라는 김민기의 노래처럼 여러분은 그 길을 가야만 한다.”
프로이센의 이카로스 혹은 살아남은 다이달로스를 찾는 여정
비어만의 동독 출현은 스캔들이었고, 그의 체류는 파란의 연속이었으며, 그의 퇴출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요컨대 비어만은 하나의 현상이다.
구동독의 대표적인 반체제 저항시인 볼프 비어만은 자신이 지은 시를 작곡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비어만은 민요풍의 서정성과 쟁론적인 정치성을 결합시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시인일 뿐 아니라 독일분단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타락한 현실사회주의를 비판해 미운털이 박힌 비어만이 동독에서 추방된 일은 비어만을 살아 있는 신화로 만들었지만, 그 신화에 가려 정작 그의 문학은 실종되기 일쑤였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학교 독일어문학과 교수인 류신이 시인이기 이전에 영웅적 투사로, 작가라기보다는 노래쟁이 악동으로, 문인이기 앞서 정치적 동물로 수용되었던 비어만의 문학을 되찾으려 한 시도이다.
장벽 위에 선 음유시인을 위하여
독일 표현주의 다리파 화가 카를 슈미트 로틀루프는 다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다리가 지향하는 것 중 하나는 혁명적이고 끓어오르는 모든 요소들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다리의 의미이다.” 비어만은 장벽 위의 시인이자 다리 위의 시인이다.
비어만의 시와 삶을 좇는 지은이의 시선과 글쓰기는 비어만의 그것과 닮아 있다. 텍스트를 분석할 때는 대상에게서 한걸음 거리를 두고 치밀하게 분석하고 냉철하게 비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어만의 풍자와 해학, 비애와 열정이 담긴 언어들을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애쓴 흔적이 책 곳곳에 역력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비어만의 활동처럼, 지은이는 평론과 평전, 리뷰와 대담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비어만의 삶과 문학, 더 나아가 당대 독일의 상황을 독자들이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해준다. 희망과 절망이 길항하고 무례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비어만이라는 비평 대상에 대한 애정의 깊이만큼 지은이의 글은 약동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분단의 상처, 통일의 징검돌’에는 비어만의 대표작들을 분석한 글 세 편이 실려 있다. 문학 밖에서 그의 시세계를 감상하기보다는 문학 텍스트 안에서 그가 추구하는 저항의 미학을 해명하는 데 주력한 글들이다. 제2부 ‘현대독일의 음유시인’은 비용, 헤겔, 마르크스, 하이네, 브레히트로 이어지는 비어만 문학의 사상적 계보를 추적했다. 또한 김지하, 김민기와 비어만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한 글들은 비어만뿐 아니라 김지하와 김민기를 재확인하는 기회를 준다. 제3부 ‘저항의 노래, 노래의 저항’은 2005년 비어만 한국 콘서트 리뷰, 지은이와 비어만의 대담,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 수상 연설문 등 부록 성격을 띠면서도 비어만의 진면목을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이다. 책의 말미에 삽입된 연보에서는 연보 형식의 짧은 평전을 통해 비어만과 그의 시대를 함께 엿볼 수 있다.
▶ 신간 출간의의
저항의 예술마저 상업용으로 도금되는 오늘날
초국적 자본주의의 위력 앞에 맞선 최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
볼프 비어만은 자기 자신을 쓰면서 그의 시대를 기록하는 공중의 서기이다. 시대의 부조리와 추악함에 저항할 때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상처를 노래할 때나,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 고희를 훌쩍 넘기고 희수를 목전에 둔 나이에도 비어만은 여전히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세상을 비판한다. 이 책은 세상의 모순에 맞선, 그리고 맞서고 있는 최후의 음유시인을 소개하는 친절하고 속 깊은 평론이면서, 또한 시인의 노래에 대한 답가이다.
* 볼프 비어만에 대하여
볼프 비어만 Wolf Biermann
독일 분단사 한가운데 던져진 통일의 징검돌로서 현대독일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음유시인이다. 1936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 때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해 건너갔다. 동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앙상블에서 연출공부를 했다. 1960년부터 시 쓰기와 작곡을 시작했으며, 1962년 동독예술원이 주최한 ‘서정시의 밤’에 출연했으나 동독체제를 맹렬히 비판하는 노랫말 때문에 출연금지 조치를 당하고 사회주의통일당에서 제명되었고 1965년부터 가택연금되었다. ‘마르크스-엥겔스 광장에서 노래하는 디노사우르스’에서 ‘사회주의 지하세계에 감금된 오르페우스’로 전락한 셈이다. 1976년 동독정부는 서독 쾰른에서 공연 중이던 비어만의 재입국을 불허하고 동독 시민권을 박탈했다. 이 추방조치는 동독 지식인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망명을 촉발해 동독붕괴의 도화선이 되었다. 서독에서도 사회주의자로서의 신념을 꺾지 않고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반핵 ? 환경 ?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참여시인의 면모를 견지했다. 통일 이후 ‘다른 시대의 영웅’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학과 정치를 잇고 서정과 이성을 접붙이는 가수시인으로서 왕성히 창작과 공연을 하고 있다.
시집으로 ?철삿줄 하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혀로?, ?독일. 겨울동화?, ?나의 동지들을 위하여?, ?유고 1?, ?프로이센의 이카로스?, ?거꾸로 돈 세상 ? 나 그것 보기 즐겁네?, ?원숭이바위와 바리케이드?, ?지상낙원?, ?고향?, ?베를린, 그대 독일 독일 여인이여?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혼돈 속의 원문?, ?다이달로스의 추락?, ?어떻게 시와 노래를 짓는가?, ?독일인들 아래서 독일에 대하여? 등이 있다. 폰타네 문학상(1969), 독일음반상(1973/1975/1979), 프리드리히 횔덜린 문학상(1989), 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1991), 하인리히 하이네 문학상(1993), 레싱 문학상(2008) 등을 받았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44838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9월 20일 |
쪽수 | 448쪽 |
크기 |
152 * 225
mm
/ 669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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