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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09년 선정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뜨거운 언어로 담아낸 이옥봉의 사랑 시는 현재 서른두 편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신분의 벽이 높던 조선시대에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시를 사랑하였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한 남자를 사랑하였다. 이 소설은 그녀의 생애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정보
1960년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하였다. 광주문화방송 성우를 거쳐, 《전남매일》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96년 단편 「누에는 고치 속에서 무슨 꿈을 꾸는가」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1999년 단편 「다시 나는 새」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장편소설 『비둘기집 사람들』로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금기시되고 터부시되는 근친 간의 사랑과 동성 간의 사랑 등을 중심으로 인생과 사랑의 어두운 그늘을 다뤘던 『소수의 사랑』으로 지난한 생의 그림자에 대한 고유의 진지한 성찰력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현대판 남사당패라 할 만한 떠돌이 엿장수 공연단의 애환을 그려 낸 『바람의 노래』를 발표했을 때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언론의 시선을 모았다. 그의 여러 단편들을 모아 엮은 첫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는 쓸쓸한 일상을 붙잡고 삶을 이어 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삶의 숭고함을 토로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으로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가 있고, 장편소설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18세, 첫경험』,『바람남자 나무여자』 등이 있으며, 청소년평전으로 『조선의 천재 화가 장승업』, 『창조와 파괴의 여신 카미유 클로델』 등이 있다.
목차
- 1. 매화꽃 지던 날
2. 간청
3. 거문고는 바람 소리로 울고
4. 집을 떠나다
5. 한양살이
6. 방 안의 나비
7. 첫 만남
8. 저 별에게 묻노니
9. 사랑에 젖다
10. 그리워, 또 그리워
11. 사랑, 그 병
12. 연모의 시간들
13. 꽃이 되어 꽃을 보다
14. 사랑아, 내 사랑아
15. 어머니의 병환
16. 어머니의 죽음
17. 운강의 방문
18. 여름을 희롱하다
19. 붉은 비단 너머
20. 죽음의 자리
21. 다시 살다
22. 소문
23. 시를 버리고 사랑을 얻다
24. 베갯머리 사랑에
25. 꿈인 듯 생시인 듯
26. 삼척으로 가다
27. 막례의 해산
28. 편지 한 통
29. 10년 전의 약속
30. 이별
31. 그리워, 그리워, 임 그리워
32. 흰 나비로 날다
33. 슬픔은 피처럼 붉고
34. 당신 곁으로
책 속으로
세상에 사랑보다 더 지독한 것이 있을까?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세상을 이루지만 때로 사랑은 독이 되고 가시가 되어 상처를 입히고 세상을 무너뜨린다.
아, 그 지독한 양면성이라니.
신분의 벽이 높던 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시를 온몸으로 사랑한 조선조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
그녀의 생애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 독성이 어떻게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지 본문에서 발췌해 보았다.
옥봉은 나리처럼 살고 싶었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평생 시나 지으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미움도 증오도 사랑도 다 부질없는 짓. 그저 시로 세상을 보고 시로 세상을 노래하고 싶을 뿐이었다. 여자이기에 더더욱 그러고 싶었다. --- p.26
세상에 태어나 시로 세상을 읊다 가는 것. 아니, 제 스스로가 시가 되는 것.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제 몸이 공명통이요, 제 음성이 활이요, 제 생각이 현이 되어 평생을 살다가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렜다. --- p.30
“나는 말이다. 혼인을 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어요?”
옥봉의 말에 막례의 눈이 동그랗게 벌어지며 흰 자위가 제법 크게 드러났다.
“아니. 아직은.”
“그럼, 그런 사람을 평생 못 만나면 어떡해요?”
“그럼 안 가는 거지. 평생 시나 지으며 살란다.”--- p.39
옥봉은 그저 여자이고 싶었다. 한 여자. 그것도 한 남자를 지극히 은애하고 연모하는 여자이고 싶었다. 생각의 모반, 반란, 역모였다. 옥천을 떠나올 때만해도, 아니, 윤관서의 집에 처음 갔을 때만해도 그저 한 사람이고자 했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람.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고 시를 노래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늙어 가리라 했다. 복사꽃, 매화꽃, 차 꽃 같은 얼굴이 시들어 빛을 잃고 젊음이 허무하게 물러나도 자신이 짓는 시만큼은 시간을 거슬러 아름답고 처연하게 남으리라 생각했다.
헌데 이제는 사랑이었다. 여자이고 싶었다.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었고, 한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 남자의 품에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노래하며 늙어가고 싶었다. 원앙이 수놓인 베개보다는 남자의 팔베개를 하고 아침을 맞고 싶었다. --- p.127
버들 언덕 강 머리 임 오시는 수레 소리
취한 술 언뜻 깨시어 다락 앞에 내리실 때
임 기다려 시든 얼굴 거울보기 부끄러워
매화 핀 창가에서 반달 눈썹 그립니다.
柳外江頭五馬嘶, 半醒愁醉下樓時
春紅欲瘦臨粧鏡, 試畵梅窓却月眉
-임을 맞으며, 원제:卽事 --- p.158
운강의 살과 뼈를 더듬고 안을 때 제 안에 숨어있던 또 다른 옥봉이 잠을 깼다. 그 옥봉이 운강을 물었다. 그 옥봉이 운강을 핥았다. 요분질을 해대고 이불이 밀리도록 뒹굴었다. 촛농보다도 뜨거웠고, 밤보다도 깊었다. 그 깊고 은밀하고, 격렬한 몸짓에 시간도 멈추었다. 시만 짓고 살겠습니다. 옛 맹세는 유효했다. 다만 시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그 시는 곧 운강이었다. 그게 시였다. 노곤해 죽을 만큼 몸으로 쓴 시였다. --- p.240
행여 운강이 올까봐 대문 열어두고 몸단장하고 기다렸지만 끝내 그는 오지 않았다. 춘심에 못 이겨 한번쯤 찾아줄 법 한데도 운강은 무정했다. 무정해도 너무 무정했다. 햇빛은 저리 오지게 푸진데, 저 오지게 푸린 햇빛은 땅속 얼어있는 생명들을 간질여 깨우는데 운강의 마음만은 여전히 혹독했다. 눈이 아프도록 운강이 있는 쪽을 더듬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독한 설움뿐.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살리라, 아니, 죽으리라. 죽고자 하면 행여 운강이 올까 싶어 살고 싶었고, 살고 싶으면 이 생이 끔찍해 죽고 싶었다. --- p.295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다시 올 수 없으리라. 아니 육신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혼백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그때 운강의 곁에서 머물리라. 한 결의 바람으로, 한 점의 푸른 불빛으로, 한 송이의 붉은 동백으로, 한 마리의 나비로, 한 마리의 접동새로 운강의 주변을 맴돌리라. 아무리 차가운 운강이라지만 어느 순간 행여 나인 듯 돌아볼지도 모를 일이다. --- p.302
출판사 서평
황진이를 뛰어넘는 조선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
그가 온몸으로 사른 사랑의 불꽃
조선 중기 황진이, 허난설헌과 더불어 동시대를 호흡하며 시와 사랑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의 삶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화려한 필치로 그려낸 역사 소설이다.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거운 언어로 뽑아낸 이옥봉의 사랑 시를 통해 파란 많은 생애를 읽을 수 있다.
■ 추천사
나는 영혼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영혼의 실체에 대한 것은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약 4백여 년 전 조선 땅에 살면서 영혼의 발자취를 남긴 한 여자에게 홀려 두 편의 시를 바쳤었다.
이옥봉(李玉峰)이었다. 그의 ‘내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 그대 문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으리(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便成沙)’의 싯귀를 보는 순간 나는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황홀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거운 언어로 뽑아낸 그의 사랑 시는 기록으로 전해지는 서른두 편 어느 것을 들추어도 황진이, 매창 등 조선조의 여류 시인 뿐만아니라 사랑 시에 있어서는 어떤 남정네도 견줄 이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는 것이라고는 없이 짝사랑한 내 여자를 은미희 씨가 소설로 부활시켜서 내 눈길과 손길에 닿게 해주었다. 잠들었던 내 영혼에 불을 붙여 준 은미희 씨가 고맙다. 나의 옥봉이시여. 이제 그만 사랑의 불길 거두고 이 나라 사내들을 더는 울리지 마시라. - 이근배 (시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기본정보
ISBN | 9788943103552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4월 20일 |
쪽수 | 315쪽 |
크기 |
145 * 20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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