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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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15년 7월 2주 선정
인도의 경우 영국의 지배를 벗어났으나 지배자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한 엘리트들이 포스트콜로니얼 시대에도 식민주의 여파 속에서 살아간다. 난디는 그들에게 내재된 식민주의, 곧 서구지배자에게 봉사하고나 인정받은 서구 방식의 개념, 문화적 우선순위, 계층화, 지배적 자아를 ‘우리 안의 적’, 곧 ‘친밀한 적’이라고 불렀다.
2015년 7월, 대한민국은 광복 70주년을 자축하는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만을 강조한 나머지 식민지 시기와 식민지배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외국 문물에 대한 맹목적 선호와 지각없는 혐오가 일맥상통한다고 일러주는 이 책을 읽으며 단선적 사고와 진영논리가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 빗대보길 권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아시스 난디
저자 아시스 난디Ashis Nandy는 1937년 영국령 인도의 바갈푸르(Bhagalpur)에서 태어나 히슬롭대학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구자라트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치심리학자, 사회이론가,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 저서로 A Very Popular Exile 등이 있다. 2007년에는 아시아 문화의 보존과 창조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후꾸오까아시아문화상’을 수상했다.
번역 이옥순
역자 이옥순李玉順은 인도 델리대학에서 인도사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 교수와 연세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사)인도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인도는 힘이 세다』『인도 현대사』『위대한 영혼, 간디』『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등이 있다.
번역 이정진
역자 이정진李廷進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불한당들의 미국사』『축구의 세계사』가 있다.
목차
- 개정번역판을 내며·이옥순
서문
제1장 식민주의적 심리: 영국령 인도의 성과 연령, 그리고 이데올로기
제2장 식민화되지 않은 정신: 인도와 서구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관점
『친밀한 적』 출간 25년을 맞이하여: 일종의 후기
역자후기·이정진
주
사항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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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해방 이후 다시 찾아온 ‘두번째 식민화’
난디의 통찰에서 역사 논쟁의 해법을 찾는다
『친밀한 적: 식민주의하의 자아 상실과 회복』(The Intimate Enemy: Loss and Recovery of Self under Colonialism)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과 이에 대한 인도인의 저항을 사회학·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식민지배를 다룬 많은 책들이 식민지배의 정치적·경제적 수탈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식민지배를 겪은 식민주의자와 피지배자의 정신적 궤적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인도의 사회이론가인 저자 아시스 난디(Ashis Nandy, 1937~)는 1983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포스트콜로니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세계에서 식민주의 연구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이 책을 이해하기에 앞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모두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한반도는 정말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일까? 아시스 난디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난디는 제국의 식민지배는 어떤 사회를 외부 세력이 통치하는 것으로는 시작되지 않으며, 그 세력이 식민지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는 무언가라고 말한다. 심지어 난디는 제국의 식민지배는 외적(外的)인 식민지배가 끝난 시점에 비로소 시작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난디가 제시하는 ‘두번째 식민화’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 식민주의는 식민지배가 공식적으로 끝난 뒤에도 그 지배를 받은 사람들의 정신에 남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인도가 1947년에 공식적으로 영국의 지배(첫번째 식민화)에서 벗어났어도, 지배자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한 엘리트들이 인도를 새로운 식민주의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배를 받은 사람들의 정신에는 과거 지배자의 가치관이 강하게 각인된다. 피지배자에게 남은 지배자의 자아가 바로 ‘우리 안의 적’, 제목이 의미하는 ‘친밀한 적’이다.
정치·경제가 아닌 심리·정신으로 읽어낸 식민지배
이 책의 주장은 여러모로 논쟁적이다. 제1장 식민주의적 심리에서는 식민주의를 바라볼 때 경제 수탈 등 기존 정치적·경제적 메커니즘에서 눈을 돌려 식민주의자와 식민지인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식민주의는 실질적인 정치적·경제적 이득 없이도 이루어졌다. 제국주의가 횡행하던 시기 일본은 만주에서 줄곧 경제적 손실을 보았으며, 프랑스와 뽀르뚜갈은 인도차이나 및 알제리와 앙골라를 지배하면서 정치적 힘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쇠퇴했다. 이는 식민주의 분석에서 ‘정치경제학’보다 ‘정치심리학’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가 정치심리학을 통해 분석해낸 것이 바로 ‘식민주의적 심리’다. 식민주의자들은 피지배자들에게 이 식민주의적 심리를 부여하기 위해 성적(性的) 위계와 연령적 위계를 설정했다. 인도를 지배하던 당시 영국의 상층계급은 금욕과 자기통제라는 남성성을, 하층계급은 성적인 능력을 드러내는 남성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영국 지배계층은 이와 같은 본토의 위계를 식민지에 들여와, 브라만(Br?hma?)의 금욕주의가 아니라 크샤트리아(K?atriya)의 과잉남성성이 인도인의 특질이라고 규정했다. 즉 영국인들은 인도인을 본국의 하층계급과 동일시함으로써 스스로를 문화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올려놓은 것이다. 연령적 위계는 유아적 상태에 있는 미성숙한 식민지를 성숙한 근대 사회로 만들기 위해 식민지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이슈가 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런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에게 ‘마하트마 간디’로 알려진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다. 그는 지배자들이 규정한 위계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지배자들이 규정한 위계는 모두 대립항으로 이뤄져 있었다. ‘금욕적인 남성’에 대한 ‘공격적인 남성’, ‘성숙한 제국’에 대한 ‘유아적인 식민지’처럼 말이다. 간디는 이 대립항을 넘어서는 개념들을 제시했다. 그는 인도문화의 양성적인(bisexual) 특질을 제시하며 기존의 남성성 관념을 붕괴시켰다. 또한 ‘과거를 포함하는 현재’라는 생각에서 ‘새로운 과거’의 개념을 창안해, 식민주의자의 결정론적 시간개념과 역사적인 발전단계론에 저항했다.
제2장 식민화되지 않은 정신에는 세 인물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영국인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인도인 요가 수행자 오로빈도 고세(Aurobindo Ghose), 그리고 간디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서로 다른 세가지의 ‘식민화되지 않은 정신’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도의 독특한 저항방식인 비폭력주의의 기원을 설명한다.
키플링은 영국인이지만 인도에서 태어났다. 생김새도 인도인 같았던 그는 어릴 적부터 인도인과 친했고 인도문화에 매료됐다. 하지만 당시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인 아이는 다시 영국 학교에서 교육받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에 키플링은 원하지 않게 영국으로 보내졌다. 군인이었던 영국의 친척 집에서 키플링은 학대를 당했다. 또 식민지배를 위해 군사적 덕목을 강조하던 학교에서 정적이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키플링은 적응하지 못했다. 식민주의의 폭력을 온몸으로 경험한 키플링이 죽을 때까지 이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된 자아로 고통스러워했음을 난디는 그의 작품과 전기를 통해 밝혀낸다. 난디는 이를 통해 식민주의자의 정신마저 파괴하는 식민주의의 폭력성을 읽어낸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키플링 같은 존재는 끝내 영국인일 수도 인도인일 수도 없었던 식민주의적 비극의 희생양이었다.
오로빈도는 키플링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인도인이었지만 영국 양식을 맹목적으로 좇는 인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영국적인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의 전통인 요가를 수행하는 정신적인 삶을 통해 제국에 저항했다. 그는 세속을 떠나 요가를 수행하는 집단을 조직했고 자신의 정신주의가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어찌 보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 그러나 난디는 식민주의자들이 구축한 체계 안에서 독립투쟁을 한 인도 민족주의자들보다, 인도인을 희생자의 지위에서 끌어내는 정신적 지평을 연 오로빈도가 인도의 자존심을 세우고 자율성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키플링과 오로빈도, 이 상반된 두 인물이 만나는 지점이 간디다. 간디는 키플링 같은 식민주의자의 내밀한 상처를 열어 보이면서 지배자의 정당성을 위협했으며, ‘비폭력’이라는 기존 식민주의자의 틀에서 벗어난 저항 방식을 택해 식민주의자가 다져놓은 식민주의 체계를 붕괴시켰다.
광복 70주년, 식민지배에 관한 본격적 성찰이 필요하다
2015년 7월, 한국 사회는 광복 70주년을 자축하는 분위기로 떠들썩하다. 사회 각계에서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이고 8·15 남북공동행사도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는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며 사면에 부정적이던 기존 원칙을 바꿀 정도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만을 강조한 나머지 식민지 시기와 식민지배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성찰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친밀한 적』의 논의를 빌려오자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과거 지배자 일본’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서구적 가치를 당연시하는 오늘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제에서 심리적으로 해방됐는가? 총칼로 진행된 첫번째 식민화에 그토록 저항했으나 글로벌화라는 두번째 식민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우리의 콤플렉스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외국 문물에 대한 맹목적 선호(xenophilia)와 지각 없는 혐오(xenophobia)가 일맥상통한다고 일러주는 『친밀한 적』이 한국 사회가 풀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85986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7월 31일 | ||
쪽수 | 274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6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Intimate Enemy : Loss and Recovery of Self under Colonialism/Nandy, Ash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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