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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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0년 선정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이 문장은 성립하지 않고 시상이 전개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말을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하므로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그러나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
증명할 길이 없지만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
에르덴조 사원에서 에르덴조 사원을 생각하거나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하려다가 생각을 못하고 놓친다
그들은 먼 나의 생각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문장 성립은 둘째치고 나는 늘 이렇다
나는 이 사유 자체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는 말이 꼭 성립해야 하는가
길을 가면서, 나는 혼자, 그 생각에 골몰한다
분명하게 말해서 나는 지금
에르덴조 사원이 있는 것처럼 에르덴조 사원에 있다
그래 에르덴조 사원에 내가 있다는 것은
에르덴조 사원이 없다는 것과 진배없다
나에게 에르덴조 사원이 있다는 것은 에르덴조 사원이
없다는 것과 동급의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문제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문제가 발생한다
허나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내가 너무나 고독하다
음률을 맞추며 고통스러워하는 자의 행보
왜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슬퍼한다
에르덴조 사원에 없는 나는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그런데 그대여 왜 그대는 에르덴조 사원엔 없는 건가
나는 지금, 그때, 에르덴조 사원에 멀물고 있어라
나는 정처가 없어서 나무처럼 외로워 보인다
나 없는 사막 입구의 산처럼 나는 하늘을 쳐다본다
에르덴조 사원의 하늘에 나타난 눈부신 구름처럼
나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정보
1954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났다. 1979년 '현대문학'에 시 '장자'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고, 백석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현대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00년 계간 '시평'을 편집했으며,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출강했다. 시집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장시 『리틀 보이』 『붕(鵬)새』,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 『고형렬 에세이 장자』(전7권) 동시집 『빵 들고 자는 언니』 등이 있다.
목차
- 장미가 책이
투명유리컵의 장미
푸른미선나무의 시
달개비들의 여름 청각
오늘은 죽을 먹는 토요일이다
전기모기채
백척간두의 까치 낯짝
재미나는 여자들의 정낭
브롱크스 장터를 간 시인
붕새처럼
풀이 보이지 않는다
육체의 씨뮬레이션
어느날은 투명유리창의 이것만이
한번 불러본 인간 송장의 노래
서 있는 내부의 빌딩들
조그만 수조의 형광물고기
가재
서서 별을 사진찍다
수박
손톱 깎는 한 동물의 아침
우리집 전신거울 여자
광합성에 대한 긍정의 시
서 있는 터럭에 대한 감상(感傷)
비정치적 남양주시
저 깊은 곳, 비밀 백화점에서
꼭 말해야만 하나요?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기억
나방과 먼지의 시
통화권 이탈지역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너와 나의 밑바닥의 밑에서
은빛투명전자볼펜
뻬이징의 모래 한 알의 시
발코니에 서 있는 여자
시간
거미의 생에 가보았는가
마천루 러브체인
나의 황폐화를 기념한다
바늘구멍 속의 낙타
파산자
물구나무서기하는 나
조금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달개비의 사생활
우스꽝스러운 새벽의 절망 앞에
기막힌 가계
어느새 사자를 통과하고 있다
보르고 식물원을 향하여
'암(癌)'자 화두
결코 조용하지 않은 시에게
로마 아침 K호텔에서
0.1 밀리미터의 러브체인
꽃이 올라오는 나이테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
부디 나무뿌리처럼 늙어라
사랑의 고무지우개똥
도자기가 된 목소리들
미토콘드리아에 사무치다
액자 밖의 시인
시퍼런 칼날의 세월
지하 천호역 화장실
검은 백설악에 다가서다
광케이블의 기적의 시
해설 - 김종훈
시인의 말
기본정보
ISBN | 9788936423155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5월 31일 | ||
쪽수 | 142쪽 | ||
크기 |
125 * 200
* 20
mm
/ 20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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