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녹천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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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지 8년 만에 첫시집을 내는 장대송 시인의 시 속에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쓰라림과 그것의 반영 같은 혹은 원형감정 같은 유령의 나타난다. 자신의 생의 미래와 과거의 경계점에 서 있는 시인은 그런 마음을 "나 언제쯤 껍데기인 채로 모래톱에 버려질 수 있을까?"(「김제평야에 갇히다」) 하고 삶과 죽음에의 열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명태 덕장에 박힌 말뚝처럼 쓸쓸해져봤으면」에서도 그는 "나는 지금 이승에서/ 황혼의 배후가 되는 분지에 쓸쓸히 박혀 있"다고 자탄하면서 "쓸쓸한 것을 바람도 황혼도 모를 것이다"라고 규정하듯 자신를 세상에 던지고 싶은 시인의 소외와 반어의 심리를 함께 보인다. 이같은 주제의 변주는「중랑천 뚝방길」「늙은 여자의 뱃속이 그립다」
「상뻘祭」「민달팽이의 집」등에서 잘 나타난다. 시인의 소외와 반어의 문법은 고향이자 어머니인 안면도 서해안의 노을과 어둠, 밀물과 썰물과 관련된 듯싶다. 그런가 하면 장대송 시인에게는 향일성(向日性)이 있다. '초분' 속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하는 젊은 시인의 의지는 만만찮다. 시인이 "지루한 겨울잠에서 도망나온 도마뱀…… 겨울 햇살을 등에 지고/ 저 공중에 정지한 새매/ 산수유는 언제 물을 빨기 시작할까" 하고 정령들에게 자신의 갈망을 대신하여 물어보는 내용은 비극적 숙업으로부터 훌쩍 벗어나고 싶은 생의 욕망이다. 그의 시에서 중요한 접점은 동해안 오지의 회전부락인 무건리(無巾里) 여행에서 시작된다. 고려말 유민들이 삼척으로 향하다가 갓을 벗어던지고 적막의 산중에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삶을 개간했다는 사실이 그이 내면과 다른 시들을 활기 있게 한다. 또 그는「밤섬을 바라보며」 "검은 물에서 수런거리고 있다// 빗물 배수관 안 노숙자의 거적들이 먼지들을 감싸안는다"고 햇다. 먼지들을 감싸안는 거적이란 사람의 몸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의 향일성은 충돌을 일으키면서 생동한다. "골짜기에 부는 바람을 맞으러 산으로 간다"는 일탈의 욕구와 "빛의 무덤"을 들여다보는 아파트에서 "벼락을 삼킨다"는 공포성이 가학적이고 슬프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21847 | ||
---|---|---|---|
발행(출시)일자 | 1999년 03월 05일 | ||
쪽수 | 98쪽 | ||
크기 |
125 * 20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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