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이 반가울 때가 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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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짓껏 한번 밝게 살아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지혜의 말씀
이 책은 흩어져 있던 백성욱 박사의 법문과 일화들을 그러모으고 발굴ㆍ구성하여, 본래 말씀의 형태와 뜻을 살려낸 방대한 책이다. 백성욱 박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구했던 후학들의 증언과 기록은 물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도 복원하여 추가했다. 각각 동떨어져 있던 탓에 이해가 어렵거나 모호했던 내용은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어 구성했다. 무엇보다도 백성욱 박사의 말씀에 담긴 본뜻을 살리는 데 집중하였다. 불교 수행자, 독립운동가,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 철학박사, 정치가, 교육 행정가였으며 기업인이자 생활인이었던 백성욱 박사의 면모가 법문 곳곳에서 드러난다.
백성욱 박사는 일찍이 금강산 안양암에서 단신 수도에 들어가 1일 1식(一日一食) 하며 ‘대방광불화엄경’을 제창하고, 금강산 지장암으로 옮겨 혜정 손석재 선생과 함께 근대 최초의 수행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며 회중수도(會衆修道)를 이끌었다.
해방 후 이승만 박사를 도와 건국 운동에 참여한 백성욱 박사는 제4대 내무부장관, 동국대학교 제2대 총장을 지낸 뒤,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소사리(현 부천시 소사동)에 ‘백성목장’을 세우고 경영하면서 《금강경》을 중심으로 후학들을 지도했다.
백성목장에서 수행자들은 매일 새벽 《금강경》 독송과 ‘미륵존여래불’ 정근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수행자들은 백성욱 박사에게 수행 문답을 청하며 공부했다.
작가정보
1897년 8월 19일(음력) 종로구 연건동에서 출생했다. 만 3세에 아버지를 여읜 데 이어, 9세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정릉 봉국사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 13세에 최하옹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전국 주요 사찰의 불교전문강원에서 8년에 걸쳐 공부하다, 1917년(20세)에 서울로 올라와 동국대학교 전신인 불교중앙학림에 입학했다. 1919년 3월 1일, 한용운 스님의 명을 받아 중앙학림 학생들을 인솔하여 탑골공원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배포했으며, 이후 남대문과 대한문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대대적인 검문과 체포가 시작되자 상해임시정부를 찾아가 독립운동을 했으며, 《독립신문》 제작에 참여했다.
1921년, 24세에 충정공 민영환의 아들 범식·장식 형제의 지원을 받아 그들과 함께 1년 동안 프랑스 북부 보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를 공부했다. 이듬해,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의대에서 공부하던 이미륵을 만나 철학과 한스 마이어 교수를 소개받았다. 시험에 통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 입학하여 1923년 가을부터 마이어 교수를 지도교수로 〈불교순전철학(佛敎純全哲學)〉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매진했고, 이듬해 5월에 초고 완성, 9월에 인준받았다.
1925년 9월, 28세에 귀국하여 신문과 잡지에 시와 논문, 에세이 등을 기고하고, 각종 토론회와 법회에 나서는 등 불교 혁신운동에 참여하다, 1929년(32세) 늦여름, 불교전수학교(구 불교중앙학림)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고 금강산에 입산, 장안사 보덕암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수행 중 혜정 손석재 선생의 권유로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에 함께 가서 100일 기도 정진했으며, 1930년부터 장안사 안양암에서 1일 1식 하며 ‘대방광불화엄경’ 염송 수행을 시작했다. 안양암 3년 정진 중 얻은 바가 있어, 장안사 지장암에서 손혜정 선생과 함께 근대 최초의 수행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며 회중수도(會衆修道)를 시작했다. 조국 독립을 기도하고, ‘대방광불화엄경’을 염송하면서 7년여 동안 500여 명의 제자를 지도했다. 1938년(41세) 4월, 지장암 수도 중에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지목되어 경남 의령경찰서로 연행, 50여 일간 취조받다가 석방되었으나, 일제의 압력으로 하산하게 되었다.
이후 서울 돈암동과 치악산 상원사 동굴에서 정진 수도하다가, 1945년 해방이 되자 애국단체인 중앙공작대를 조직하고 민중 계몽운동을 시작했다. 상해임시정부 시절 인연이 있던 이승만 박사를 중심으로 한 건국운동에 참여했으며, 1950년(53세) 제4대 내무부장관, 1951년 한국광업진흥주식회사 사장에 취임했다. 1953년 7월, 부산 피난 중 동국대학교 제2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이후 5·16 군사정변으로 동국대학교에서 물러나게 된 1961년 7월까지 중구 필동에 대학교 교사를 건립하고 시설·학사·교수 등 다방면에 걸쳐 동국대 중흥의 기틀을 마련했다. 《금강삼매경론》 《화엄경》 ‘인류 문화사’ 등을 강의했으며, 《고려대장경》 영인 작업에 착수, 총 48권의 현대식 영인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1962년, 65세에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소사리의 야트막한 산을 개간, ‘백성목장(白性牧場)’을 경영하면서 《금강경》을 쉽게 강의하고, 인연 있는 후학을 지도했다. 1981년 8월 19일(음력), 출생일과 같은 날, 84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후학들이 금강경독송회, 청우불교원 금강경독송회, 바른법연구원, 백성욱 박사 교육문화재단, 백성욱연구원, 여시관(如是觀) 등을 세워 가르침을 잇고 있다.
목차
- 1 《금강경》
2 미륵존여래불, 부처님께 마음 바치는 공부
3 교리(연기, 공, 종교)
4 삼독심
5 육바라밀
6 수행
7 도통, 종합적 즉각
8 도인
9 용심(用心), 이야기
10 인과, 윤회, 전생, 신통
11 행복
12 세 가지 생활: 정신·법률·경제
13 인연
14 일화: 학인(제자)들의 회고
15 혜정 손석재 선생님
16 금강산 사람들
17 민족, 국가
18 즐겨 인용하신 말씀과 짧은 말씀들
19 부처님께서 많은 법문을 하셨다지만
백성욱 박사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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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금강경》은 ‘부처 짓’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지, 부처 되겠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금강경》을 외우는 것은 공경심이 아니다. 외우는 것도 좋지만 공경심으로 읽어야 한다. 또 읽는 데 그치지 말고 그 말씀을 받들어 실행해야 한다. 공경심으로 바치고 또한 공경심으로 경을 읽되 직접 부처님 앞에서 강의 듣는 마음으로 하며, 배워서 알고 실행하고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_p. 27
* 중생이 어떻게 중생을 부처로 만들 수 있겠는가? 그 한 방법으로 무슨 생각이든 부처님께 바치는 것, 즉 맡기는 것이다. 생각을 부처님께 바친다는 것은 어두컴컴한 자기 생각을 부처님의 밝은 마음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그러면 자기 마음속의 망념을 부처님 마음으로 바꾸었을 테니 제 마음은 비었을 것이다. 망념을 전부 털어버릴 것 같으면 털어버렸다는 마음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제 마음이 비었다면, 지혜가 날 것이다. _p. 33
* 우리가 이 《금강경》을 읽는 것은, (밝음 그 자체나 마찬가지인) 2,500년 전 석가여래를 향해서, 우리가 자꾸 아침저녁으로, 시간 있는 대로 자꾸 연습하는 것이다. 이 연습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 마치 장님에게 자꾸 해를 향해서 환한 생각을 해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피부가 신진대사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0일이라면, 1,000일의 한 10분의 1(100일)만 연습해도 그 마비됐던 신경이 다시 흥분이 된다는 의학 기록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강경》을 읽으면 우리의 감각도 자꾸 밝아지는 것이다. _p. 45
* ‘미륵존여래불’을 사람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석가여래에 대한 절대 공경심’이 바로 ‘미륵존여래불’인 것이다. 이것을 깨친 후 나는 사람들에게 ‘대방광불화엄경’ 대신 ‘미륵존여래불’을 염송(念誦)하도록 권했다. _p. 73
* 평소에 무슨 생각이든지 부처님께 바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위급한 경우에도 부처님께 그 급한 마음을 바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장 위급한 경우는 아무래도 죽음을 맞을 때다. 평소에 공부[修道]를 얼마나 잘했는지는 그때 비로소 알 수 있다. 이때에도 흔들리고 급한 마음을 부처님께 바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_p. 112
* 무슨 생각이든 부처님께 바치되, 알아지는 것이 있어도 또 부처님께 바칠 뿐 자신이 갖지 않아야 한다. 도통하는 것도 부처님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할 것이지, 자신의 목표로 삼지는 말아라. 《금강경》을 읽을 때도 부처님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읽는 것과 자신을 좋게 하려고 읽는 것은 크게 다르다. 올라오는 마음을 바치면 그 뒤가 검은 경우도 있고, 회색인 경우도 있고, 밝은 경우도 있다. 밝은 경우는 잘 바쳐진 경우이고, 나머지는 덜 바쳐진 경우인데, 어쨌든 모두 바칠 뿐이다. 어떤 결과도 다시 ‘미륵존여래불’ 바칠 뿐이다. 올라오는 순간순간의 마음을 바칠 뿐이다. _p. 115
* 흔히들 견성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견성이란 아주 쉬운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볼 줄 아는 것이 견성인데 무엇이 어렵겠는가? 배고플 때 배고픈 마음을 아는 것이 견성이고, 남이 미울 때 미운 마음이 나는 줄 알면 곧 견성이다. 자기 마음을 볼 줄 아는 것이니 이렇게 연습해가는 것이다. 세간의 일을 따라다니며 살지 말고, 줏대를 세워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라. _p. 279
* 무엇을 보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네가 부처님의 눈으로 보고 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기가 마음에 항상 부처님을 모시면, 상대방을 부처님으로 보게 된다. 자기 마음이 부처님과 같아야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부처님’ 하는 그 마음에 대고 절할 줄 알아야 한다. _p. 312
* 공부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밝은 선지식을 모시고 해야 하느니라. 직접 모실 선지식이 안 계시면 막대기라도 꽂아놓고 스승 삼아서 공부해야 한다. 언제라도 ‘밝은 선지식을 모시고 부처님 잘 모시기를 발원’ 하여라. _p. 320
* 도통한 사람들이 마음에 무슨 생각을 더 하겠는가? 이렇듯 도인들은 안과 밖으로 끄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세상을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삼시 세 때 밥 먹고 싸고 자는 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밥 먹으려고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하고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는 등의 세상살이를 한다. 그런 도인은 세상에 살며 세상에 있지 않다. 우리는 그들을 마음을 다 닦은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_p. 413
* 마음은 늘 비워야 하고 과거의 인연은 해탈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서 이 생에 모두 마음 정리를 하여야 한다. 전생에 갚을 것이 있었다면 이 생에 주고 싶게 되고, 전생에 상대에게 받을 것이 있었으면 이 생에서 상대가 주게 된다. 그때 얼른 받으며 원 세워라. 또 내가 주고 싶으면 갚을 것이 있어서 그러니 얼른 주어야 한다. 주고받는 인과의 셈을 모두 해탈해야 마음이 비고, 마음이 비어야 밝아진다. _p. 520
* 우리 인생은 영생으로 가는 길거리에서 하룻밤 주막에 든 것과 같다. 그러나 주막에 든 것을 임시로 들었다고 생각지 않고, 곡식이 필요하면 곡식을 심고 추수를 해서 알뜰하게 살다가, 뒤에 오는 이를 위해서 갈무리도 하고 깨끗이 청소도 해두고 떠나는 넉넉한 마음이라면, 그 사람의 앞날은 분명히 풍요롭고 밝을 것이다. 그러나 주막에 들어 몸이 고단하다고, 있는 것이나 먹어치우고 함부로 어질러놓고 떠난다면 뒤에 오는 사람은 퍽 고생이 될 것이다. _p. 556
*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안 된다’라는 말은 가급적 삼가고, 일단 ‘네’ 또는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하여라. ‘안 된다’는 말을 해서 피차 마음에 안 되는 것을 그리지 않는다. ‘아니’ 할 때 마음속에 파괴의 싹이 트고, ‘네’ 할 때 마음속에 건설의 싹이 튼다. _p. 576
* 다른 인연들은 여러 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지만 도반은 부처님을 향할 때마다 매 생애 만나니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가족은 한 번 흩어지면 다음 생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우나, 함께 수도하는 도반들은 늘 공부하고자 하는 원이 있는지라, 자주 만나게 된다. 깨달음을 얻으면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 어디서 뭘 하나 관찰하여 구제하게 되기도 한다. 도반은 참 소중한 것이다. _p. 787
* ‘부처님 날 좋게 해주십시오’ 하는 것보다는 ‘부처님 잘 모시기를 발원’ 하라. ‘부처님 날 좋게 해주십시오’ 하면 깜찍하고 실감 나는 것 같지만, ‘부처님 잘 모시기 발원’ 하는 것이 싱거운 것 같아도 더 공덕이 크다. 자꾸 연습하면 싱거운 것이 변해 실감을 느낄 때가 오게 된다. _p. 791
출판사 서평
시대의 선구자이자 불세출의 도인
백성욱 박사가 남긴 법문(法文)과 일화
가짓껏 한번 밝게 살아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지혜의 말씀
백성욱 박사 전집 3권, 《분별이 반가울 때가 해탈이다》는 한국 근현대사의 선구자이자 불세출의 도인으로 알려진 백성욱 박사의 법문(法文)과 일화를 집대성한 책이다. 그동안 백성욱 박사의 법문은 후학들의 기록을 통해 여러 형태로 전해져 왔으나, 체계 있게 정리되지 못한 채였다.
이 책은 흩어져 있던 백성욱 박사의 법문과 일화들을 그러모으고 발굴ㆍ구성하여, 본래 말씀의 형태와 뜻을 살려낸 방대한 책이다. 백성욱 박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구했던 후학들의 증언과 기록은 물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도 복원하여 추가했다. 각각 동떨어져 있던 탓에 이해가 어렵거나 모호했던 내용은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어 구성했다. 무엇보다도 백성욱 박사의 말씀에 담긴 본뜻을 살리는 데 집중하였다. 불교 수행자, 독립운동가,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 철학박사, 정치가, 교육 행정가였으며 기업인이자 생활인이었던 백성욱 박사의 면모가 법문 곳곳에서 드러난다.
백성욱 박사는 일찍이 금강산 안양암에서 단신 수도에 들어가 1일 1식(一日一食) 하며 ‘대방광불화엄경’을 제창하고, 금강산 지장암으로 옮겨 혜정 손석재 선생과 함께 근대 최초의 수행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며 회중수도(會衆修道)를 이끌었다.
해방 후 이승만 박사를 도와 건국 운동에 참여한 백성욱 박사는 제4대 내무부장관, 동국대학교 제2대 총장을 지낸 뒤,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소사리(현 부천시 소사동)에 ‘백성목장’을 세우고 경영하면서 《금강경》을 중심으로 후학들을 지도했다.
백성목장에서 수행자들은 매일 새벽 《금강경》 독송과 ‘미륵존여래불’ 정근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수행자들은 백성욱 박사에게 수행 문답을 청하며 공부했다.
《금강경》 독송과 미륵존여래불,
생각이라 할 것들을 모두 부처님께 바쳐라
《금강경》 독송과 ‘미륵존여래불’ 염송은 백성욱 박사가 정한 수도(修道)의 근본이었다. 부처님의 진리(말씀)가 담겨 있는 곳이 곧 《금강경》이며, 그것에 가까워지는 방편이 독송이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방법이 ‘미륵존여래불’ 하고 회향하는 것이다.
백성욱 박사는 《금강경》이 2,500년 전 석가여래 부처님께서 설한 최고의 법문이며, 부처의 살림살이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은 말씀이라고 하였다. 《금강경》을 읽고 그 말씀을 실천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밝았던 석가여래 부처님과 차츰차츰 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음속에 갖가지 업장분별(業障分別)들이 올라올 때마다 ‘미륵존여래불, 미륵존여래불’ 염송을 하며 올라오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부처님께 바치고 나면, 그 자리에 밝은 빛이 채워지게 된다고 하였다.
“‘미륵존여래불’을 마음으로 읽고 귀로 들으면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이든지 부처님께 바치는 연습을 하십시오. 가지면 병이 되고, 참으면 폭발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읽되, 직접 부처님 앞에서 법문을 듣는 마음으로 하고, 이를 실행하여 습관이 되도록 하십시오. 몸은 움직여야 건강해지고 마음은 안정함으로써 지혜가 생기니, 육체로는 규칙적으로 일하고, 정신은 절대로 가만두십시오. 그저 부지런히 《금강경》을 읽고 ‘미륵존여래불’ 하여 자꾸 바치십시오. 이와 같이 백일을 일기(一期)로 대략 10회 되풀이하면 몸뚱이로 인한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장차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것은 아상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_p. 18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읽되, 실제로 부처님 앞에서 마음 닦는 법을 강의 듣는 자세로 믿고 읽고 실행하여 습관이 되도록 하십시오. 궁리는 가지면 병이 되고, 참으면 그 견디는 힘이 다할 때 폭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이든지 거기에 대고 ‘미륵존여래불’ 하여 부처님께 바치는 연습을 하십시오.
육체는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정신은 절대로 가만히 두십시오. ‘부처님 날 좋게 해주시오’ 하지 말고, ‘부처님 잘 모시기를 발원’ 하십시오. 이와 같이 하는 것이 닦는 사람이 그 마음을 항복받는 방법입니다.”_p. 21
백성욱 박사의 수행은 곧 ‘아상(我相)’을 녹이며 바치는 공부이다. 마음에 병을 일으키는 분별심인 탐(貪)·진(瞋)·치(痴) ‘삼독심(三毒心)’은 ‘나라는 생각’, 즉 아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아상을 잘 닦아 소멸하면 부처님처럼 밝아질 수 있는 것이다. 아상을 닦는 것은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여러 가지 분별들을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부처님 앞에 바치는 일이다. 내가 마음을 닦겠다는 마음조차 가지지 않고 부처님에게 바치고 나면, 저절로 아상에서 해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행의 방편과 실제를 밝힌 살아 있는 지침서
이 책은 백성욱 박사가 금강산 안양암, 지장암, 그리고 소사 백성목장에서 설하고 몸소 보여준 수행의 방편을 담아내고 있다. 수행에 대한 기본 지침뿐 아니라, 수행자들이 여러 상황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경계(境界, 수행 중 마주칠 수 있는 환상이나 착각) 등 주의해야 할 일에 대해 설한다. 나아가 수행의 방법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목적과 의미를 풀어 전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의 마음만을 관찰하고 올라오는 생각을 부처님께 바칠 뿐이지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참견하지 말라. 남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이 아니라 내 생각일 뿐이다. 바로 곁에 있는 도반을 호랑이가 달려들어 물어간다고 하자. 안타까운 생각에 들떠 어떤 행동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생각은 일단 부처님께 바쳐라. 그리고 부처님께서 주신 응답에 따라 행동할 뿐, 자신의 판단에 따른 행동은 하지 말라.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하려는 자는 윗목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뜯어도 상관치 말며 자신의 공부에 몰두하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공부를 이루기까지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절박하게 정진하여 주위를 돌볼 겨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_p. 298
“무엇을 보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네가 부처님의 눈으로 보고 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기가 마음에 항상 부처님을 모시면, 상대방을 부처님으로 보게 된다. 자기 마음이 부처님과 같아야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부처님’ 하는 그 마음에 대고 절할 줄 알아야 한다.” _p. 312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을 일부러라도 내는 연습을 하여라. 그러면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다. 그런데 사람에게 고맙다고 하면 업보 연습이 되기 쉽고 기쁨이 오래 유지되기 어려우나, 부처님께 ‘고맙습니다’ 하면 기쁨이 오래 유지된다.” _p. 328
동서양의 가르침을 융합한 선구자적 시대관
백성욱 박사는 상해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충정공 민영환의 아들 민범식·민장식 형제의 집사 역할로 프랑스에 도착한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한국인 최초로 독일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2세에 출가하여 심도 있는 불교 경전 공부를 했던 백성욱 박사는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넓고 깊은 시야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의 억압과 해방기의 혼란상, 한국전쟁의 참상과 국가 재건기를 모두 겪었던 백성욱 박사는, 어두운 시대를 지나던 우리나라와 동양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당신이 몸소 겪은 서구 사회의 정신적 한계를 명확히 간파하는 동시에, 진정 우리가 찾고 지켜야 할 정신적 가치가 바로 우리 동양의 정신에 있음을 직관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불교의 가르침이야말로 인류를 구할 최상의 정신 가치임을 결론 내리게 되었다. 백성욱 박사가 독일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인준받았던 〈불교순전철학(佛敎純全哲學)〉은 백성욱 박사 사상을 집약적으로 잘 나타내준다.
이와 같은 바탕을 두고 백성욱 박사는 당신을 따르는 수행자들에게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혜를 전해주었다. 특히 동서양의 고사를 통해 마음공부와 수양의 방법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라는 책을 보면, ‘종합적 즉각(綜合的卽覺)’에 대해서 쓴 것이 있다. 우리의 마음은 경험이나 궁리로 분석하지 않고도 종합해서 느닷없이 그냥 알아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분별심이 소멸되고 마음이 밝아지면 나와 너의 구분이 없어지며 진리니 비진리니 하는 분별심도 사라진다.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분별심도 사라지게 되며 이들이 모두 다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모든 구분이란 다 밝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별심이 사라진 사람이 보면 동양의 성현들이 말하는 지혜와 서양식 표현인 ‘종합적 즉각’이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도통한 이들의 판단은 과거의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 즉각이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이 느닷없이 나온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_p. 341
“나폴레옹이 힘으로 유럽 대륙을 휩쓴 영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총칼밖에 모르던 사람은 아니었구나 싶다. 느닷없이 나오는 지혜, 이것은 몸뚱이 착을 닦아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닦는 장소가 따로 있거나 이러저러한 형식이 있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성직자가 되어 겉으로 불법(佛法)입네 하는 형식을 갖추면, 도리어 아상을 키우기가 쉽다. 평소에 분별심을 부처님께 잘 바친다면 위기에도 두렵지 않게 된다.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참 지혜가 나오는 법이다. 나폴레옹은 그 당대에는 마음을 쉬는 연습을 하지 않았겠지만, 틀림없이 전생에는 분별심 쉬는 연습을 많이 했던 사람일 것이다.” _p. 454
이 책에는 동국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학생과 교수들에게 펼친 대중 법문도 함께 담았다. 당시 넓은 세계를 아직 체험하지 못한 대중들에게 백성욱 박사의 대중 법문은 세상의 진면모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말씀이었다. 나아가 백성욱 박사는 우리 민족과 나라가 갖추어야 할 시대정신과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일본 사람이 똑똑해서 우리를 점령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무식해서 점령당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학문에 과학과 실증을 더하지 않고 ‘공자 왈, 맹자 왈’ 하던 탓이었음을 전하기 위함이다. 조선 제22대 정조대왕 때 정약용과 그 후 홍대용 등 실학파가 당파 싸움에서 나가떨어지지 않고 나라를 일으켜 서양 과학문물과 우리 전통학문을 조화했더라면 쪼끄만 왜놈들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겠는가?” _p. 763
“동국대학교 시절, 총장실에 한 영국 사람이 찾아왔다. OECD 관계 업무차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대뜸 작은 한국에 무슨 대학교가 그리 많으냐고 물었다. 조금은 책망하듯 말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는 대학이 많은 것이 당연하고, 그런 현실에 스스로 기쁘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다른 나라처럼 자원도 많지 않고, 40년 동안 식민 지배로 고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을 겪고, 전쟁이 끝난 지 10여 년이 지났으나 나라가 반 토막 난 채 아직도 기운을 못 차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민중이 밥은 굶어도 자식은 공부시킬 만큼 학구열이 높아 대학이 많은 것이다. 나중에 보아라. 우리 민족은 교육으로 성공한다.”
이렇게 설명하니 그 영국 사람이 대답할 말이 없는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_p. 770
삶과 깨달음을 관통하는 지혜의 순간들
이 책의 중심에는 백성욱 박사를 따랐던 후학들의 증언이 있다. 백성욱 박사의 말씀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처님께 자기 마음을 바치는 삶을 실천해온 후학들이 전하는 백성욱 박사의 일화, 말씀뿐 아니라 몸소 행함으로 보인 가르침의 순간이 빛나는 감동을 선사한다.
“선생님은 “몸을 가진 사람은 일하고 먹는 것이니라” 하시며, 손수 빨래를 하고 대중들의 옷을 직접 바느질하여 지어주시는 것 외에도 도량의 크고 작은 일에 몸을 아끼지 않으셨다. 또 처음에 제자들이 공부하러 들어오면 그들의 바지저고리를 직접 빨아서 말려 풀을 먹이고 다림질까지 해서 입히면서 공부시키셨다.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 자신들이 직접 할 마음을 내면 그때부터는 본인들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셨다.” _p. 670
“선생님은 종종 “공부란 삶에 도움이 되고 밝아지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시거나 “공부는 메소딕(methodic, 방법)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셨다. 누가 살아가는 방법과 관계없는 주장이나 공부와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면 침묵을 하시거나 꾸짖어주셨다. 간혹 “그건 질문이 안 되지”라고 말씀하셨고 “그런 거, 나는 모른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_p. 680
“선생님은 “의지하는 마음, 누가 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은 약한 마음이다. 무엇이든 할 줄 알아서 이 세상 사는 데 걸릴 것 없는 건강한 마음이 되어라”라고 하셨다. 김장하는 법, 메주 만들어 띄우는 법, 된장ㆍ간장ㆍ고추장 담그는 법까지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손수 가르쳐주면서 ‘불가능하다’ ‘못 한다’라는 마음을 하나하나 닦게 해주셨다. 반찬 만드는 법이든, 농사에 관한 일이든 두세 번씩 다시 찾아가 여쭈어도 이해가 될 때까지 가르쳐주셨다.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시면서도 말씀의 핵심은 늘 마음 닦는 데 있었다. 일을 통해서 ‘못하는 마음’ ‘모르는 마음’을 ‘가능한 마음’ ‘아는 마음’으로 바꾸게 하셨다. 일과 공부가 둘이 아님을 닦고 깨우치게 해주셨다.” _p. 691
부처님께서 8만 4천 가지 법문을 하셨다지만
부처님께서 8만 4,000 많은 법문을 하셨다지만
그것이 다 부처님의 말씀은 아니다.
다만 중생의 무량한 번뇌일 뿐이다.
부처님께서 무슨 하실 말씀이 있었겠는가?
오직 한마디 ‘나는 밝은 빛이다’라는 정도가 있었을까?
내가 그대에게 한 이런저런 말 역시 내 소리가 아닌
그때그때 그대들의 업장을 닦고 밝아지는 데 필요했던
그대들의 소리였다.
다른 사람을 대했다면 그이의 업장에 따라
나는 또 달리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말을 갖지 말고 다 바쳐라. _p. 809
기본정보
ISBN | 9788934979845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9월 23일 | ||
쪽수 | 840쪽 | ||
크기 |
159 * 223
* 35
mm
/ 109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백성욱 박사 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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