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오역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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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기본을 지키지 않아 저지른 수많은 오역의 예시들을 소개하고, 이런 오역들이 판을 치는 세태를 비판한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다룰 때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약점을 지적함으로써, 미래의 번역가들은 물론이고 기존의 번역가들, 또한 영어와 우리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영어 실력을 기르고자 하는 학습자들에게도 보탬이 되어준다.
작가정보
1941년 12월 2일 서울에서 태어나 중동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 헤럴드》, 《코리아 타임스》, 《주간여성》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편집부장을 지냈다. 1975년 가브리엘 가르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번역을 시작하여 150권가량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1977년 장편 수필 『한 마리의 소시민』을 《수필문학》에 발표했고, 1982년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Rabbit Is Rich)』로 제1회 한국 번역문학상을 받았으며, 1985년 《실천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으로 개제)를 발표하여 등단했다. 장편 소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가을바다 사람들』, 『은마는 오지 않는다』, 단편집 『학포 장터의 두 거지』, 『동생의 연구』, 중편집 『미늘』 등을 발표했다. 1989년 영문판 『하얀 전쟁(White Badge)』을 뉴욕(Soho Press)에서 출간하여 《뉴욕 타임스》 추천 도서(Books of the Times)로 선정되었고, 이듬해 『은마는 오지 않는다(Silver Stallion)』 역시 《뉴욕 타임스》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 1992년 『악부전(惡父傳)』으로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은마는 오지 않는다』를 『돌아온 장군(Generalens genkomst)』이라는 제목으로 덴마크에서 출간했고, 1993년에는 일본어판 『하얀 전쟁(ホワイト·バツジ)』을, 2002년에는 『은마는 오지 않는다(Der silberne Hengst)』와 『착각(Illusion: Drei Erz?blungen)』을 독일에서 펴냈다. 이 이외에도 창작교실 『글쓰기 만보』와 『자서전을 씁시다』를 비롯하여 번역 지침서 『번역의 공격과 수비』를 선보였고, 『고전시대 명배우 45』, 『반항시대 명배우 50』, 『낭만시대 명배우 55』 같은 영화 관련 책을 펴냈으며, 2017년에 『3인칭 자서전/세월의 설거지』를 출간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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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대부분의 오역은 개별적인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를 모른다기보다는, 어떤 한 단어의 미세하거나 깊은 감각을 간과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영어 단어 하나에 대해서 우리말 뜻을 하나만 알면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경제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고 스스로 믿기가 쉽지만, 그것은 참으로 미련한 판단이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번역자들은, 단순히 사전을 찾아보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잘 알지 못하는 단어를 대충 짐작으로 꿰어 맞춰서 슬그머니 넘어가려고 하지만, 남들이 보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는 나의 사소한 결점이 가장 먼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게 마련이다. 눈속임은 요령이 아니라 태만이다. -P.5
“What’s your best time of reloading depth charge?”
X 폭뢰를 발사한 다음 다시 탑재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 「상과 하」에서 구축함의 함장 로버트 밋첨이 다른 장교에게 묻는 말이다. your best time은 (새벽 3시냐, 정오냐, 아니면 오후 2시 14분이냐 하는 식으로)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니라, <제군들이 세운 기록>, 즉 폭뢰를 한 발 쏜 다음 다시 발사 준비를 완료하는 데 걸린 가장 짧은 시간의 <기록>을 의미한다. 임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질문이다.
○ 「제군들이 폭뢰를 재장전하는 데 걸린 최단 시간은?」-P.67 : best
“Our lives are in your hands and you have butterfingers?”
X 우리 목숨이 자네 손에 달렸는데 과자나 먹게 생겼어?
☞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표본을 훔쳐 팔아먹으려고 보안 장치를 일부러 고장 낸 컴퓨터 전문가에게 리처드 아텐보로가 화를 낸다. 어쩌다 이런 황당무계한 번역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귀찮아서 사전을 찾아보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butterfingers는 과자가 아니라 (마치 손가락에 미끈거리는 버터가 잔뜩 묻은 듯) 걸핏하면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더듬거리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를 뜻한다. in your hands의 hand와 butterfingers의 finger가 절묘한 관계를 이루는 말장난이다.
○ 「우리 목숨이 자네 손에 달렸는데, 이렇게밖에 못하겠나?」-P.96 : butterfingers
출판사 서평
번역의 대가 안정효가 선보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오역 사전
『안정효의 오역 사전』은 대한민국 최초로 기획된 오역 사전이다. 10년의 작업 기간, 3,000여 편의 영화 자료 수집, 2,000여 개의 오역 사례 수록이라는 수치가 보여 주듯, 이 한 권의 책에는 번역 대가의 40년 가까운 경험이 집약되어 있다. 저자 안정효는 국내외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이자, 수많은 해외 명작들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며, <헐리우드 키드>로 유명한 영화광이다. 이런 그가 오랜 시간 갈고닦아 온 문장론, 번역 노하우, 그리고 영화 지식이 이 한 권의 책에 집대성되었다.
번역은 문학이고,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므로 번역 문학은 문화의 한 영역이다. 번역을 위해서는 해당 언어와 그 언어를 낳은 문화, 그리고 두 언어의 구조적인 차이까지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영상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 시각적인 정보도 매우 중요해진다. 등장인물의 손짓이나 시선은 대본에 적힌 글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영어 학습과 바른 우리말 사용법을 한데 어우르는 대장정을 펼친다.
번역 학습을 위한 교재로 여기에서 영상물을 선택한 까닭은, 체계를 만들고 거기에 맞춰 원칙적인 예문을 열거하는 학습서 방식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인들이 국제적인 인증 시험에서는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면서도 실생활에서 싱싱한 화법을 구사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렇게 공식만 알고 다채로운 표현에는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일 듯싶다. 영화 대사는, 비록 이 또한 작가들의 인위적인 생산품이기는 하지만, 작품과 작가와 내용과 기법에 따라 하나하나의 문장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보인다.
_머리말, 8쪽
이토록 깐깐한 번역 길라잡이는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작가는 발과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안정효의 번역론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지론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번역은 <요령이 아닌 끈기>인 것이다. 그는 이 책 곳곳에서 좋은 번역을 위해 기본과 뚝심을 강조하고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야 한다.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대신 한글로 표기하는 무성의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잘 알지 못하는 단어를 대충 꿰어 맞춰 슬그머니 넘어가면 안 된다. 영어로 쓰면 멋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져 번역 대신 영어 음차를 남용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봐 왔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기본을 지키지 않아 저지른 수많은 오역의 예시들을 소개하고 이런 오역들이 판을 치는 세태를 비판한다.
(……) 메릴 스트립이 “No, no, that wasn't a question”이라고 말을 가로막는다. 번역은 “노, 노, 질문한 거 아냐”다. 그리고 전화를 받는 어떤 장면은 이렇게 번역했다. “Hello.”(옙.) yep은 yes의 패셔너블한 익스프레션이다. 그리고 앞에 나온 “I don't understand why it's so difficult to confirm appointments”라는 대사를 “옙”식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어포인트먼트를 컨펌하기가 쏘 디피컬트한 와이를 언더스탠 노 하겠어.”
_504쪽
『안정효의 오역 사전』은 초보 학습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단순히 단어의 뜻을 열거한 것이 아닌, <번역 기술>을 모아 정리한 사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상 번역이란 화면 속 맥락과 시각 정보 등 다양한 지식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 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접 영한사전을 찾아 가며 단어의 뜻을 익혀야 한다. 특정 구절의 출처나 대사의 어투까지도 부수적으로 공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답 제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런 작업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이 책 전반에 걸쳐 거듭 강조하는 바람직한 번역가의 태도다. 네 음절의 간단한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길 때도 안정효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바늘구멍」을 텔레비전에서 방영할 때는 이 영화의 제목 Eye of the Needle을 직역하여 <바늘의 눈>이라고 붙였다. 이 제목의 출처는 마태오의 복음서 19장 24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_265쪽
좋은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안정효의 오역 사전』을 펼쳐라
이 책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영어를 다룰 때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약점을 지적한다. 평범하지만 치명적인 번역의 오류를 제시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요령을 밝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오역은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기보다는, 그 단어가 가지는 미세하고 깊은 감각을 간과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전체적인 문장의 논리와 문맥을 따지지 않을 때도 오역은 어김없이 발생한다. 에누리와 덤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흐릿한 계산 방법은 번역에서 상당한 폐해로 작용한다. 특히 이런 부정확성에 대한 무감각은 전문 번역인들 사이에서도 만연한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저지르는 실수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습득된 기초적인 정돈 습관은 결과적으로 번역 문장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상 번역은 두 가지 언어에 능통해야 함과 동시에 시각적 정보를 꼼꼼하게 짚어 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우리말과 영어로 소설을 쓰고, 수많은 번역 작품을 남기고 있는 헐리우드 키드 안정효는 누구보다도 영상 번역에 적합한 인물이다. 그는 이미 영어와 번역 관련 서적을 출간한 경력이 있다. 영화와 문학을 하나로 정리하고자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 『안정효의 오역 사전』은 그 작업 기간과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종합적인 대작이라 할 수 있다. 800쪽을 훌쩍 넘기는 이 사전은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군것질을 하듯 재미 삼아 야금야금하는 공부가 가장 더디면서도 사실은 영어와 우리말을 배우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책은 미래의 번역가들에게는 물론이고 기존의 번역가들에게, 또한 영어와 우리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영어 실력을 심화하고자 하는 학습자들에게도 정도를 가는 길라잡이가 되어 줄 귀중한 참고서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916217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6월 15일 |
쪽수 | 830쪽 |
크기 |
148 * 210
* 40
mm
/ 115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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