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 도르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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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시배스천 폭스
시배스천 폭스는 1953년 영국 뉴베리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데일리 텔레그래프」,「인디펜던트」, 「가디언」, 「이브닝 스탠더드」 등의 신문사에서 14년간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1984년 첫 작품 『빛의 장난』을 출간하고 1991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3년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새의 노래』가 출간과 동시에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40만 부 이상 팔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작품으로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로 <포스트모던 전쟁 소설 작가>로 불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 폭스는, 1995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 선정 <올해의 작가> 상을, 2002년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영국 문화 훈장을 받았다. 또한 2003년에는 BBC에서 조사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20편 안에 대표작 『새의 노래』가 올라 시배스천 폭스에 대한 영국인들의 여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작품 목록
소설
『빛의 장난A Trick of the Light』(1984)
『리옹 도르의 여인The Girl at the Lion d'Or』(1989)(열린책들, 2007)
『바보의 알파벳A Fool's Alphabet』(1992)(열린책들, 2006)
『새의 노래Birdsong』(1993)(열린책들, 2005)
『세 영국인의 죽음The Fatal Englishman』(1996)
『샬럿 그레이Charlotte Gray』(1998)
『초록 돌고래의 거리On Green Dolphin Street』(2001)(열린책들, 2005)
『인간의 흔적Human Traces』(2005)
『엥글비Engleby』(2007)
에세이
『피스타슈Pistache』(2006)
옮긴이 이예원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OCN에서 영상 작품을 다수 번역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시배스천 폭스의 『초록 돌고래의 거리』, 에드워드 고리의 『윌로데일 핸드카』, 『오래전의 방문』, 『비밀 다락방』, 『독이 든 사탕』 등이 있다.
번역 이예원
책 속으로
스스로 철학자라 자부하던 루베는 불행이라는 것은 그 형태가 아무리 다양한 듯해도 결국 한 가지 감정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안은 비 내리는 광장을 둘러보며 버림받은 느낌에 몸을 떨다가 루베가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하느님께선 그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 중에서 이 세계를 만드는 길을 선택하셨고, 피조물에게 안겨 줄 고통을 선택하실 때도 무한한 가능성 중 단 한 가지를 모델로 삼으셨네. 상실감의 순간을 말이야. 죽음, 버림받음, 배신…… 결국 다 같은 것들이야. 부모 품에서 내몰린 아이, 과부, 연인에게 버림받은 이. 이들 모두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그리고 이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눈물이란 형태로 표현되는 거지.> 오랜 연마 덕에 루베의 불경스러운 결론은 하나의 종교만큼이나 설득력이 있었다. <사랑하는 안, 그렇기에 우린 하느님께서 상상력이 부족하셨거나 어쨌든 좀 단순하신 편이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거란다.> (본문 12면)
<용감해져야 한다, 안.> 술 취한 루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용기, 중요한 건 그뿐이야.> 아르트만에게 지난 일을 얘기하지 않는 이상 그가 안을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 할 수 없고, 그렇다면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함을 제일로 여기는 이상한 강박 관념 때문에 그녀에 대한 아르트만의 감정을 갖고 모험을 하는 것도 정신 나간 짓이 아닌가 싶었다. (본문 182면)
안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지금껏 의식 못 했던 그의 심약함을 자극했다. 며칠간 그는 집 뒤쪽의 들판을 뛰어가는 작은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그 소녀가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도 상상됐다. 그는 경찰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장면을 그려 보면서 제복 차림의 무심한 공무원과 상황을 이해 못 하는 세심한 소녀의 모습이 이루는 부조화에 고개를 흔들었다. 경찰관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했다. 그는 소녀에게 그녀의 세계와 지금까지의 삶이 완전히 끝났음을 알린 것이었다. 아르트만은 다시 소녀의 입장에서 상황을 상상해 보려 했다. 자신이 그런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하지만 그것만큼은 상상이 불가능했다.
(본문 207면)
「크리스틴, 당신은 그녀를 조롱했어. 당신도 알잖아. 말동무가 필요해서 그 사진들을 보여 줬던 게 아니라고.」
아르트만은 이제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가 유리가 깨질 정도로 잔을 꼭 쥐는 걸 보면서 크리스틴도 용기를 잃었다. 대놓고 그의 불륜에 대해 따질 수는 없어 그녀는 심술 맞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뭐 어때요? 웨이트리스일 뿐인데. 나이도 어리고 강하니까 금방 잊어버릴 거예요.」
아르트만은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 위에 요란하게 내려놓고는 문을 쾅 닫으며 방을 나섰다. 크리스틴은 앉은 채로 몸을 굽혀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곤 그 젊은 여자의 예쁜 눈과 자신의 말라 버린 자궁을 생각하며 울기 시작했다. (본문 268면)
물건 하나하나 모두 의미가 있었다. 그 물건들의 의미를 모두 합한 것이 곧 안의 인생이었다. 아르트만은 저택에 널려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신의 소유물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 엄청난 숫자와 그로 인한 익명성은 아르트만에게 피난처를 제공해 주었지만 안의 집에 있는 몇 안 되는 보물과 같은 물건들은 그녀를 발가벗기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본문 288면)
안에게 앨범을 보여 준 일로 다툰 이후로 크리스틴과 아르트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오랜 시간 지속됐던 기다림의 시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에게 그의 불륜에 대해 따지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 위해 그녀는 그동안 엄청난 용기로 버텨야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르트만을 괴롭히던 내면의 갈등이 이제 절정에 다다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은 그녀가 바란 대로 진행될 듯이 보였다. 아르트만은 그녀의 질책 없이도 이미 그 자신의 양심의 올가미에 점점 얽혀 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본문 291면)
출판사 서평
영국의 대표적 작가인 시배스천 폭스의 소설 『리옹 도르의 여인』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리옹 도르의 여인』은 1995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 <올해의 작가>상과 2002년 영국 왕실에서 영국 문화 훈장을 받은 바 있는 시배스천 폭스의 두 번째 소설로, 이후 폭스가 줄기차게 탐구하는 전쟁과 사랑이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소설이다.
영국 작가이면서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과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써왔다는 점에서 폭스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폭스는 고전적 소설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도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특히 『리옹 도르의 여인』은 『새의 노래』, 『샬럿 그레이』와 더불어 <프랑스 3부작>으로 불리며, 폭스의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안은 제1차 세계 대전 중 일어난 사건에 의해 가족을 잃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인이다. 소설 초반, 안의 후견인이었던 루베가 한 말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고통의 원천으로서의 <상실감>에 대해 말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소설이 전개되면서 밝혀지는 안의 과거와 현재를 예시한다. 안의 삶은 ‘버림받음’의 연속이라 해도 될 만큼 외롭고 고통스럽지만 안은 꿋꿋하게 두 발로 일어선다. 어떤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그 시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용기 있게 생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폭스는 전쟁이나 정치 같은 거대 담론에 묻히기 쉽지만, 한 개인의 삶이나 사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한다. 안의 아버지가 겪은 전쟁 자체보다 그의 사망으로 인해 안의 인생이 어떻게 뒤바뀌게 되었는지를 살핌으로써, 제아무리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작은 생활을 이어가는 <개인>이 존재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총리 관저에 <침입>한 <20세 전후의> 여성에 대해 단 한 줄로 다루는 신문 기사를 제시함으로써 연약한 개인을 익명의 혹자로 취급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이 소설은 일견 흔한 불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전쟁의 상흔과 사랑, 양심과 죄책감의 문제를 세심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흔한 통속 소설과 달리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를 그려 내기 위한 시대와 장소의 선택 역시 작품을 구성하는 폭스의 탁월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줄거리
1930년대 중반 프랑스, 안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바닷가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리옹 도르 호텔의 웨이트리스로 온다. 무언지 모를 비밀을 간직한 그녀는 호텔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밝고 활기 있게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중 그녀는 부유한 변호사인 아르트만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는 이미 아내가 있는 몸이었지만 안은 자기감정에 충실하며, 그에게 사랑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르트만의 사랑을 확인한 안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족사를 아르트만에게 털어놓고, 용기 있는 그녀의 고백에 자극받은 아르트만 또한 그녀처럼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 한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눈치를 채고, 아르트만은 연민을 느끼는 아내 크리스틴과 보호해 주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안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기본정보
ISBN | 9788932907567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6월 30일 | ||
쪽수 | 330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girl at the Lion d’Or/시배스천 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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