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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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어들로 내 죽음을 조각하고 있음이,
영혼을 다해 거짓말하는 것이”
하나의 정체성에 머물지 않고 수십 개의 이명으로 창작한 시인
페소아가 그 자신의 이름으로 남긴 기록들
70여 개를 웃도는 이명(異名)으로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원고를 남기고 떠난 포르투갈 최고의 천재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 한국 독자들에게는 산문집 『불안의 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페소아는 일곱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평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긴 시인이었다. 그중 페소아가 본명으로 쓴 시 81편을 엮은 시선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페르난두 페소아 시가집』(대산세계문학총서150)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페소아 사후 발견된 트렁크에는 3만여 장의 유고가 들어 있었는데, 그중 『시가집Cancioneiro』은 페소아가 생전에 출간하지는 못했으나 직접 제목을 정하고 출판을 계획한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이다. 이 책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는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지속적으로 페소아를 소개해온 글 ㆍ 그림 작가 김한민이 페소아의 구상안을 토대로 출간된 『시가집』을 바탕으로 대표작들을 추려 번역하고, 표지 그림도 직접 그린 책이다.
작가정보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의 시인. 70여 개의 이명(異名)을 사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글을 다양한 문체로 썼다. 대표적인 이명으로는 알베르투 카에이루, 리카르두 레이스, 알바루 드 캄푸스 등이 있다. 의붓아버지가 영사로 근무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에 혼자 돌아와 리스본 대학교 문학부에 들어가나 곧 그만두고 이후 무역 통신문 번역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912년 『아기아』에 포르투갈 시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1915년 포르투갈 모더니즘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실험적인 잡지 『오르페우』를 창간하여 편집자 겸 필자로 활동했으며, 직접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영어로 쓴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생전에 포르투갈어로 출간된 책은 시집 『메시지』(1934) 하나뿐이다. 이어 페소아는 수년간 적은 단상을 모은 『불안의 책』을 출간하려 했으나 실현하지 못하고, 이듬해인 1935년 47세의 나이에 간경화로 생을 마쳤다.
사후에 엄청난 양의 원고들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페소아가 생전에 구체적으로 출판을 계획한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인『시가집』은 페소아 본명으로 서명된 시들로 엮여 있다. 오늘날까지도 유고 분류와 출판 작업이 진행 중인 페소아는, 포르투갈 문학이 세계 문학사의 한 장을 차지하게 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글그림 작가. 문화 계간지『엔분의 일(1/n)』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포르투 대학에서 포르투갈 문학을,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원(ISCTE)에서 인류학을 공부했으며,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 소설 『유리피데스에게』 『혜성을 닮은 방』 『카페림보』 『책섬』 『비수기의 전문가들』, 그림 에세이 『그림 여행을 권함』외 다수의 그림책과,『페소아-리스본에서 만난 복수(複數)의 화신』이 있다. 엮고 옮긴 책으로『페르난두 페소아-페소아와 페소아들』 등이 있다.
목차
- 1부
키츠에게
지루함
“내 마을의 종소리”
애서가(愛書家)
분석
퇴위(退位)
부조리한 시간
기울어진 비
노래
추수하는 여인
그림자 속 일기
“내 거리의 피아노”
“나의 생각은, 발설한 순간”
신원미상
“아, 무대와 픽션 속에”
풍자시
필요 없음
행인
크리스마스 1
“나는 꿈꾼다”
“밤중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비계(飛階)
제 어미의 자식
“이런 종류의 광기”
모두
해안가
“아무 음악이든”
체스
“얼마나 오랫동안”
“수면에 맴돈다”
크리스마스 2
집중 폭격 후 우리는 마을을 점령했네
“나는 고요한 연못을 바라보네”
“내가 기쁜지 슬픈지”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경계 있는 영혼은”
“아 모든 것을 느끼는 것”
“자유로우면서”
“나도 안타깝다 대답 없이”
“존재만으로도 놀랍다”
“잿빛 하늘에 비가 내리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길거리에서 노는 고양이”
“아니, 아무 말도 하지 마”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른다”
아우토프시코그라피아
“나는 탈주자”
“나는 오로지 이성으로써”
“나의 것이 아니야”
이것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너의 이름, 잊어버렸어”
“잠과 꿈 사이에”
“빨래하는 여인”
“나는 느낌이 너무도 많기에”
“여행한다는 것”
“제자 없는 스승은”
틈
실바 씨
“모든 아름다움은 하나의 꿈”
“우리가 잊고 사는 이 세상에서”
“갈매기들이 낮게 난다”
“내가 죽고 나서”
“내 안에 아지랑이 같은 게”
간극
“어느 날 누군가 너의 문을”
“너에게 모든 걸 말한 사람에겐”
자유
“사랑이야말로 본질적인 것”
“푸름, 푸름, 푸름”
「리마의 저녁」
조언
“병보다 지독한 병이 있다”
2부
고등 불가지론
신(神)-너머
습지들
십자가의 길
미라
마지막 주술
전수(傳授)
기독교 장미십자회의 무덤에서
옮긴이 해설ㆍ『시가집Cancioneiro』―페소아 자신의 이름으로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출판사 서평
포르투갈 모더니즘의 선구자, 페르난두 페소아
페르난두 페소아는 일생 동안 70개를 웃도는 이명(異名) 및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해 포르투갈어, 영어 및 프랑스어로 각기 다른 문체를 구사하며, 시, 소설, 희곡, 평론, 편지, 일기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썼다. 페소아 스스로 작성한 이력서에 따르면 그의 “가장 적절한 명칭은 ‘번역가’, 가장 정확한 명칭은 ‘무역 회사의 해외 통신원’일 것”이며, “시인 또는 작가는 직업이라기보다 소명이다.”
실제로 많은 작품을 남기고 문예지 『오르페우Orpheu』를 창간하고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생전에 출간한 책은 영어 시집 몇 권과 포르투갈어 시집 단 한 권뿐이고, 1935년 일생을 마칠 때까지 주로 무역 통신문 번역가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사후에 세계문학사에 한 장을 차지하는 포르투갈의 대표 작가로 남았다. 그가 시인 및 예술가들과 함께 창간해 시와 희곡, 에세이, 조형예술 도판 등을 수록한 계간지 『오르페우』는 2호까지만 발행하고 넉 달 만에 폐간되었으나, 포르투갈 문학사에서 모더니즘의 시작을 선언한 실험적인 잡지로서 후대에 높이 평가받는다.
“나는 진화하지 않는다. 나는 여행한다.”
- 자연인 페소아, 시인 “페소아”, 다수(多數)의 페소아
이명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는 페소아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페소아는 실제 세계의 틀에 맞춰 인물을 창조하고, 개성을 부여해 이명을 창조해냈다. 이명은 필명이나 가명과 달리 각자의 정체성, 일대기가 있으며 각자의 문체와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다. 페소아에 따르면 “가명으로 쓰인 작품은, 서명하는 이름만 빼고는 모두 저자 자신에 의한 것이다. 이명의 경우는 자신의 개성 바깥에 존재하는 저자가 쓴 것이며, 완벽히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이다.
페소아는 왜 수많은 ‘이명’으로 창작을 했을까? 언제나 하나의 정체성에 머물고 싶지 않고, 자아와 사고방식이 유난히도 유동적이었던 페소아에게 ‘비규정성’은 시인의 본질이며, 시인의 정체성에 관한 사색을 탁월하게 녹여낸 시 「아우토프시코그라피아」에서 말하듯 “시인은 흉내내는 자”이다. 시인이 “정말로 느끼는” 것조차 일종의 흉내, 또는 “척하기”의 산물로 보는 페소아에게 ‘이명’ 창조는 가장 ‘시인’다운 작업이며,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사상을 담는 ‘그릇’이었던 것이다.
나는 한 권의 시선집.
너무도 다양하게 쓰지.
시들의 가치가 있든 없든 간에
아무도 시인 한 명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누구나
한 명의 사람이 될 순 있다. 원래 그러니까.
하지만 시인은 한 명 이상이어야 한다. -‘미완성 무제시’ 부분(1932)
시인은 흉내 내는 자.
너무도 완벽하게 흉내 내서
고통까지 흉내 내기에 이른다
정말로 느끼는 고통까지도. -「아우토프시코그라피아」부분(1931)
『시가집』, 페소아 자신의 이름으로
페르난두 페소아 시선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의 바탕이 되는 『시가집』은 그의 대표 산문집 『불안의 책』과 더불어 그가 구체적으로 출판을 계획한 기록이 전해지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로, 페소아 사후에 연구자/편집자들은 페소아의 구상을 바탕으로 이 시집을 구성해냈다. 페소아에 따르면 ‘망명’ 또는 ‘여행 일정’ 등 몇몇 다른 제목들도 후보에 오르긴 했으나, 그는 응집성이 약한 자신의 시들을 느슨하게 엮기 좋은 “모호하고 특징 없는” 제목으로 ‘시가집’을 선택했다. 실제로 『시가집』의 시들은 한두 기준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보여주는데,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페소아 본명으로 서명된 시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본명으로 남긴 작품들에서도 페소아는 그답게, 어느 한 분야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정처 없이 부유했다. 이 책의 작품들은 존재와 부재, 고정된 정체성에 대한 회의 등 그가 줄기차게 천착해온 주제들 외에도, 민족과 역사, 유년의 기억, 사랑과 성(性), 기존 종교에 대한 회의와 대안적 종교에 대한 관심, 새로운 문체와 형식 실험 등을 보여준다. 페소아의 화두들이 망라되어 있는 이 시선집은 페소아 시 세계의 분화와 동화 추이를 그려보는 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의 고향은 포르투갈어” - 페소아의 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시가집』
페소아는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적지 않은 글들을 남겼으나, 그가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언어는 단연 포르투갈어였다. 유년 시절 영국식 교육을 받고 한때 영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 되기를 희망했었으나 성인이 된 후 포르투갈어로 창작에 몰두했다.
이 책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는 포르투갈어로 창작을 시작한 초기의 작품 「키츠에게」에서부터 완벽한 포르투갈어의 표현의 전형이 되는 「“내 마을의 종소리”」, 페소아가 창시한 문학사조’의 전범이 되는 「습지들」과 페소아 스스로 “더 진정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인 것, 더 내밀하게 페르난두 페소아인 것”으로 평가한 「기울어진 비」까지 실려 있다.
또한 시인의 유년 시절 아프리카 체류 경험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시 「리마의 저녁」, 본명과 이명을 막론한 페소아의 모든 화두들이 망라된 「“푸름, 푸름, 푸름”」과 「마지막 주술」 「기독교 장미십자회의 무덤에서」 「신(神)?너머」 「십자가의 길」「신(神)?너머」 등 영적인 탐구가 모티프가 된 비전적 시들, 그가 포르투갈어로 쓴 마지막 시 「“병보다 지독한 병이 있다”」등도 실려 있다. 사랑과 성을 다룬 「“사랑이야말로 본질적인 것”」 「“존재만으로도 놀랍다”」 등은 시 자체의 문학적 성취와는 별도로, 시인의 사랑관 및 성적 정체성에 관한 흥미로운 전기적 자료로 연구되기에 함께 엮었다. 이 시선집은 페소아의 문학 인생 전반에 걸쳐 본명으로 쓴 시 중 대표작 81편을 추려 페소아의 문학세계를 총망라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034690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0월 10일 | ||
쪽수 | 228쪽 | ||
크기 |
150 * 222
* 25
mm
/ 34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대산세계문학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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