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 바우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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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김윤배 시인. 1944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출생하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의 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1986년)하였다. 시집 <겨울 숲에서>(1986년), <떠돌이의 노래>(1990년), <강 깊은 당신 편지>(1991년), <굴욕은 아름답다>(1994년),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1997년),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1999년), <부론에서 길을 잃다>(2001년).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2000년),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2004년). 평론집 <온몸의 시학 김수영>(2003년).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1996년).
목차
- 첫째 마당. 돌무덤에 핀 이끼꽃
늦은 만가
피거품 물거품
꽃가슴 흙가슴
둘째 마당. 하님 하님 족두리 하님
돌개바람
임술년 오월 열나흘
덩기덩기 바우덕이
셋째 마당. 검은 땅 검은 돌
푸른 꿈 붉은 꿈
보아라 저 솟구치는 민심을
장대 끝 바람 소리
넷째 마당. 하염없는 물길 몸길
저승패의 노래
살꽃 눈물꽃
피반령 뜬구름
다섯째 마당. 엽전재 뜬구름아
춘삼원 먼 산 그리메
불당골 살 깊은 솔바람 소리
얼름사니 땅줄 핏줄
여섯째 마당. 애사당 새파란 불꽃 가슴
바람 같은 꽃잎 같은 나비 같은
은전 한 닢
갈대 속울음
일곱째 마당. 상쇠 가락 깊은 혼
저승 꽃길
사당 가슴 흐르는 유등
개다리패의 상공운님
여덟째 마당. 뜬쇠 상쇠 불타는 쇳가락
꼭두쇠의 노래
가락이여! 민초여! 마음날이여!
가슴길 떠돌이 길
아홉째 마당. 이 땅의 영원한 울림
서러운 메아리
비천한 재주놀음 넘어
은전 위에 부서지는 달빛
책 속으로
[나는 이 시집 한 권을 위해서 수많은 시편을 쓰고 버렸다. 나는 그녀로 인해 신열을 앓았고 한 슬픔을 맞았으며 한 슬픔을 보냈다. 그녀가 청룡천변 작은 돌무덤으로 누워 있을 때 들국 몇 송이 무덤 위로 청옥빛 가을 하늘 흔들어 나를아프게 했다.그 이후 나는 그녀의 거사가 되어 그녀의 가파른 생을 등짐으로 지어 날랐다. 이제 그녀의 모든 것을 벗는다. 2004년 가을, 용인 서천 우거에서. 김윤배.] <시인의 말> 전문.
출판사 서평
『 탁월한 소리꾼 바우덕이의 일대기를 다룬 한 편의 장시 한 시인의 고된 노역을 통해 유랑 예인의 삶이 되살아나고 민중 연희의 현장이 재현된다. 』 - - 이 시집은 조선 후기의 이름난 사당 바우덕이의 일생을 다룬 한 편의 장시이다. 「바우덕이」는 「국경의 밤」과 「금강」을 잇는 장형의 민중 서사시로서, 이 시들은 모두 민족의 수난기에 고난을 감내했던 민중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국경의 밤」은 국권 상실기에 연인과 남편을 잃고 떠돌던 유랑민의 비애를, 「금강」은 동학혁명과 관련된 민중의 활약상을,「바우덕이」는 동학혁명과 관련된 가족사와 구한말 유랑 광대의 생애를 다룸으로써 민족적 격변기를 헤쳐간 민중 연희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바우덕이」는 민중 서사시의 역사의식과 공동체적 정서를 충실히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우선 이 시에서는 주인공의 입지가 상당히 독특하다. 주인공인 바우덕이는 전형적인 기층 민중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민중 서사시의 주인공들과 유사하지만 춤과 노래와 줄타기에 뛰어난 예인이었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당연히 이 시에서는 평범한 민중의 삶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예술적 성취의 과정을 드러내는 데 비중을 둔다. 따라서 기존의 민중 서사시에서 기층 민중의 보편적 삶의 양상과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이 시에서는 주인공이 활약한 민중 연희의 세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재현해낸다. 바우덕이는 또한 기존의 민중 서사시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주인공이다. 「국경의 밤」의 순이도 여성 주인공이긴 하지만 비극적 운명과 수난을 강조하기 위한 소극적 인물인 것에 비하면, 바우덕이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인물이다. 바우덕이는 예인으로서도 일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여자로서 사당패를 이끄는 꼭두쇠가 될 만큼 탁월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를 통해, 신분 질서뿐 아니라 남녀 차별로 인해 여성들이 이중의 질곡을 겪었던 시대에 남다르게 운명을 개척해갔던 선구적 여성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는 또한 서사 구조에 있어 기존의 민중 서사시와 변별된다. 기존의 시들이 서술의 일관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비해 개성적이고 일관성 있는 서사 구조를 도입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시는 전체 아홉째 마당으로 구성된 마당극 형식을 채용하였고, 각각의 마당은 세 개씩의 장으로 정연하게 짜여 있다. 독특한 마당극 구성은 유랑 예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데 썩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시 전체가 리듬감이 강한 율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개 서술적인 산문과 서정적인 운문이 교직되어 있는 다른 서사시들에 비해 이 시는 전체가 한 편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리듬감이 강하다. 리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사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킬 정도로 리듬에 대한 시인의 배려는 각별하다. 탁월한 소리꾼인 바우덕이의 일대기를 그리기 위해 한 편의 노래보다 더 좋은 형식은 없을 것이다. 노래를 위해 노래와 더불어 살다 간 예인의 삶은 한 편의 노래를 통해 부활한다. - 시인은 쇄말성과 개인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의 시적 경향에 역행하여 노래로서의 시의 본래적 기능과 공감의 정서를 회복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넘는 과거를 배경으로 이제는 사라져가는 민중적 연희의 양태와 그 정신을 되살리려 한다. 바우덕이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한 열렬한 경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시인의 고된 노역을 통해 한갓 유랑 예인의 삶이 되살아나고 민중 연희의 현장이 재현된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경외심과 삶에 대한 열정이, 빈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서사시의 전통에 이 힘차고 아름다운 긴 노래를 추가할 수 있었다. 서정시가 주류를 이뤄온 우리 현대시사에서 한 권 분량의 장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시의 다양하고 발전적인 분화를 위해 이러한 시도들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 * * * - 장시 『바우덕이』는 바우덕이의 일대기가 서사의 주요 뼈대를 형성한다. 전체 아홉 마당은 서시에 해당하는 첫째 마당과 본시에 해당하는 여덟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첫째 마당: 서시에 해당한다. 안성 청룡사 불당골 돌무지길에서 스물여섯으로 숨진 기구한 인생을 노래한다. 둘째 마당: 바우덕이 할아버지 대를 묘사한다. 동학의 초군 두목이었던 바우덕이의 할아버지가 임술년 민중 봉기를 주도하다 처형된다. 그 아들인 돌이는 동학 공부에 연루되어 사노비로 팔리고 나이 서른에 새아씨 몸종으로 따라온 족두리 하님과 인연을 맺고 바우덕이를 낳는다. 셋째 마당: 동학의 마름 접사 노릇을 하던 돌이는 충청도 강외 땅에서 진압군과 혈투를 벌이다 붙잡혀 효수되고 족두리 하님은 자결한다. 넷째 마당: 혈혈단신이 된 바우덕이가 안성 난전에 찾아들어 사당패의 일원이 된다. 다섯째 마당: 바우덕이가 어름타기(줄타기)를 배운다. 여섯째 마당: 바우덕이가 처음으로 줄을 타고 첫 남정인 양반에게서 은전 한 닢을 받는다. 일곱째 마당: 노랫가락에 깊은 혼을 담아 부르고 기둥서방인 비가비가 죽을 때까지 지극하게 간병한다. 안성 남사당패 개다리와 합류한다. 여덟째 마당: 개다리 행수의 죽음으로 바우덕이가 꼭두쇠로 앉게 된다. 아홉째 마당: 행수가 된 바우덕이는 계간을 금지하고 기예를 닦게 한다. 계간의 금지로 패거리가 반으로 줄자 진위패의 이경화와 합류한다. 어름을 하던 중 줄에서 떨어져 죽게 되자 이경화에게 평생 간직해온 은전 한 닢을 주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비장한 최후를 맞는다. - 시인은 단순히 유랑 예인의 삶을 그리기보다는 민중 연희와 결합되어 있는 동학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한다. 민중의 정서와 연희에 자리잡고 있는 동학의 정신이 핏줄처럼 선명한 뿌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바우덕이 가계와 동학을 연계시킨 것이다. 바우덕이의 삶과 예술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동학의 정신을 충실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015378 |
---|---|
발행(출시)일자 | 2004년 09월 17일 |
쪽수 | 198쪽 |
크기 |
158 * 218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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