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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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창작집 「은어낚시통신」(문학동네, 1994), 「남쪽 계단을 보라」(세계사, 1995), 중편 「장미 창」(작가정신, 1998),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중앙일보사, 1995) 「추억의 아주 먼 곳」(문학동네, 1996) 「달의 지평선」(해냄, 1998). 1994년 제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1996년 중편 「천지간」으로 제20회 이상문학상 수상, 1998년 단편 「빛의 걸음걸이」로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말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남북 관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년에 동남아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제주도에 내려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와중에 한일문학작가회의에 다녀와 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소설의 중반부는 안개가 많던 계절에 강화도에서 썼고 마지막 부분은 무더운 속초의 온천에서 썼다.
다 쓰고 나서는 잠시 일본에 가 있었다. 9월의 일본은 더웠다. 가을비가 계속 내리면서 뼈가 춥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온종일 두렵다. 그렇기는 해도 깨끗하고 사나운 적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과 싸우는 힘으로 살아낼 터이니까.
출판사 서평
윤대녕은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은어낚시통신」「남쪽 계단을 보라」를 비롯해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달의 지평선」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90년대 문단의 대표 작가로 급부상그의 작품 세계는 '존재의 시원에 대한 탐구'로 요약된다. 1980년대의 획일적인 인간관을 했다.
문학성의 회복을 요구하는 1990년대적 시대 정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 불리는 거부하며, 1990년대의 소설 화두를 '사람'으로 삼고 독특한 구성과 미학적인 문체를 통해 시대와 존재의 시스템이 어떻게 갈등하고 화해에 이르는가를 개성 있는 고집으로 이야기하였다. 서사적 재미보다는 시적 이미지가 충만한 그의 소설들은 장편보다는 중 단편에서 단연 빛을 발해온 터.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문체, 섬세한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한 삶을 추억과 환상을 통해 신화처럼 아득하고 그윽한 시원의 세계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란」은 계간 『문학과 사회』 2000년 가을호부터 2001년 가을호에 걸쳐 연재했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이 소설엔 성(姓)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두 사람의 미란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또한 이들이 결국엔 동일인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도 실은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운 사람조차도, 또 다른 낯선 이의 그림자가 그 사람 내면 깊숙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윤대녕의 장편 소설 「미란」은 얼핏 비루한 일상에 관한 보고서처럼 보인다. 윤대녕 소설에 늘 등장하는 여자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미묘한 갈등, 그리고 그 주위를 겉도는 '나'의 의식적인 편린들이 그것을 예증하고 있다. 그런 상투적이고 일상적인 읽기 층위에서 「미란」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미궁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묘한 마력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이전에 윤대녕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나'와 그녀(타자)와의 불일치성, 혹은 미끄러짐의 문제가 아니라 묘하게 꼬여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간신히 기생하는 인간들의 일상적인 '파열'에 기인한다. 그 파열을 견뎌야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에게 내려진 '저주'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따라서 「미란」에 등장하는 미란('들')은 그 파열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매개물인 것이다.
소설 「미란」에는 세 가지 존재적 층위로서의 미란이 등장한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타입'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자로서의 김미란, 그리고 다른 한편, 파열된 주체로서,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일상을 겉도는 자신과 지극히 닮아 있는 나르시시즘적 타입의 여자 오미란. 마지막으로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에 인접해 있는 반사막 도시 유적 미란이 그것이다. 이 유적은 건조화를 거듭하면서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제주도와 이국(異國)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란」의 갈등은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야말로 항상성의 상징인 김미란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혼란과 고통을 주며 명확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 오미란이라는 인물의 대비로 극대화된다.
가족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견디면서 정체되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김미란은 내게 안락함을 주는 존재인 동시에 '나'에게 끊임없이 자기 동일성이라는 존재론적 환원을 강요하는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르고 결국 자신의 죽음 충동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죽어간 오미란을 자신의 의지 상대로 선택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란/오미란, 삶/죽음, 고통/쾌락, 자기 동일성/자기 분열의 갈등과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윤대녕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들 사이의 구분이 아니라 '차이'다. 김미란과 오미란은 나에게 삶과 죽음 사이를 배회하게 하지만 그 어느 쪽에서도 완벽하고 주체적인 충만을 얻을 수 없다는, 다시 말해 주체란 원초적으로 찢긴 채 존재하기 때문에 분열된 주체를 봉합할 수 있는 신기루를 만들어 이를 견딜 '이유'로 삼지 못한다면 결국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존재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배회는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적 긴장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인 무의 상태로 복귀하려는 생물학적 속성을 갖고 있으며 정상인(김미란)과 비정상인(오미란)은 결핍이 아니라 불일치, 차이에 의해 나뉘는 존재가 아니라 구분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폐허의 유적으로 남은 반사막 도시 '미란'의 건조함을 '제주도'로 상징되는 섬의 유동성과 시시각각 변하는 운동성으로 치환하고 있는 윤대녕의 미적 자의식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아내의 말대로 나는 아내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동안에 많은 이해가 쌓여온 게 사실이었다. 내가 아내에게 무리하게 이해를 바라지 않았던 것은 나 자신도 그만큼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오미란을 만나러 간 건 그녀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안 하고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삶에 있어서 보다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을 함께 공유했던 기억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것은 안개와도 같이 형체가 분명하지 않지만 내 삶을 아프게 감싸고 있던 것들이었다. 저 푸르렀던 순수의 시대로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말이다. 아내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도 이제는 사라진 다음이었다. 내 삶의 둘레에 더 이상 푸르스름한 안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 소개
윤대녕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창작집 「은어낚시통신」(문학동네, 1994), 「남쪽 계단을 보라」(세계사, 1995), 중편 「장미 창」(작가정신, 1998),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중앙일보사, 1995) 「추억의 아주 먼 곳」(문학동네, 1996) 「달의 지평선」(해냄, 1998). 1994년 제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1996년 중편 「천지간」으로 제20회 이상문학상 수상, 1998년 단편 「빛의 걸음걸이」로 제43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말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남북 관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년에 동남아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제주도에 내려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와중에 한일문학작가회의에 다녀와 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소설의 중반부는 안개가 많던 계절에 강화도에서 썼고 마지막 부분은 무더운 속초의 온천에서 썼다.
다 쓰고 나서는 잠시 일본에 가 있었다. 9월의 일본은 더웠다. 가을비가 계속 내리면서 뼈가 춥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온종일 두렵다. 그렇기는 해도 깨끗하고 사나운 적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과 싸우는 힘으로 살아낼 터이니까.
기본정보
ISBN | 9788932012971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11월 16일 |
쪽수 | 326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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