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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출판사 서평
생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작품화해온 작가 김운하의 세번째 장편소설
자신의 정신적 충일에 대한 한없는 욕망을 견디지 못한, 한 작가의 실종, 그가 남긴 137개 퍼즐 카드와 미발표 원고들을 둘러싸고 의문은 증폭된다.
일상적 삶의 빈곤이 주는 압박감, 그 궁핍 속에서도 현대적 삶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인 근심의 사유를 형상화한 미로 같은 소설.
편집자가 출판사에 찾아온 작가에게 질문하다가을 바람이 스산하게 거리를 배회하던 그날, 소설가 김운하씨가 출판사로 찾아왔다. 곧 출간하게 될 장편소설의 마무리 작업 때문에 들른 것이다. 샛노란 와이셔츠에 길고 두터운 고동색 코트를 입고 들어선 그는 패션 감각이 남달라 보인다. 소리없이 활짝 웃으며 편집자에게 수인사를 건네던 작가는 자리에 앉자마자 교정지와 표지 시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소설의 뒷부분을 손질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크게 바뀌지 않는 범위에서 문장의 손질이 가해졌다. 검토를 끝낸 후 작가는 "소설이 재미없어서 교정보느라 힘들었지요?" 한다. 소설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았던 편집자는 얘기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아, 예…, 전 좀 심각하고 어렵던데요…"짐작했던 얘기라는 듯 작가는 씩 한번 웃어보인다. "소설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 결국은 소설 속의 실종된 작가 '그'를 통해서 김운하씨가 문학에 대해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만.""그래요. 그래서 처음에 소설 제목을 '불가능한 열정'이라고 하고 싶었죠. 그때 편집부에서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하하…, 이 소설의 특징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이 소설은 아마 우리 나라 소설로는 처음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소설 속에 넣은, 형식면에서 파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전체 형식 자체가 여러 글을 모아 놓은 문집 형태를 띠고 있죠. 이 속에는 시부터 전기, 논문, 인터뷰 글 등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들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작가 '그'를 다양한 형태의 글을 통해 조명하고 있죠.""특히, 137개의 퍼즐 카드가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코드로 작용하는, 실종된 작가 '그'가 남긴 137개의 퍼즐 카드는 많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식의 퍼즐 카드 배열로 그 뜻을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각각의 퍼즐들은 여러 글들에서 따온 문장을 패러디하기도 했죠. 프랑스 철학자의 글에서 동양의 노자 사상을 담은 문장에까지 이릅니다.""결국 소설에서 실종된 작가 '그'의 소재는 파악이 되지 않은 채로 끝나고 있습니다."
"예, 작가 '그'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소설에서는 어떤 결말도 내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이 나머지 부분을 채워나가길 바랍니다.""소설을 읽으면서 김운하씨가 동시대의 문학에 대한 어떤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예, 맞습니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문학, 소설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들이 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학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만큼이나 진지한 작가 김운하의 눈빛을 대하면서 그가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엽기와 재미가 판치는 요즘 세태에 '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얘기하는 작가 김운하는 이 소설이 책이 되어 나올 때쯤엔 서울을 떠나 지방 어디론가 실종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소설 속의 작가 그처럼 김운하는 진짜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내용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아주 기묘한 미로 게임에 빠져들어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두하고 있었던 그 미로 게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기도 했던 과정들에 관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결과들만을 요약한 책이다.
1년 반 전,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한 뛰어난 작가의 실종 혹은 죽음과 그가 남긴 유서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수수께끼 퍼즐 상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들…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작가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왜냐하면 그의 부재의 진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기엔 그가 '의도적으로' 복잡한 수수께끼를 남겨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재 뒤에 남은 것은 그의 서재 책상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던 137개의 퍼즐 카드가 든 황금색 '수수께끼 상자' 하나와 20여 편의 미발표 원고들뿐이다. 그는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정말 죽은 것일까? 아니면 잠시 모습을 감추었을 뿐인가? 이 책은 한 사람에 의해 씌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실종이 알려지고 그가 남긴 '수수께끼 상자'가 문학계로 전해지면서 그것의 의문을 풀기 위한 노력이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런 와중에 그와 친분을 갖고 있던 몇몇 작가들과 비평가들이 모여 일종의 연구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의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거나 각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을 한데 묶은 것이 바로 이 한 권의 책이다.
저자 소개
김운하는 196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죽은 자의 회상」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장편소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1996), 『언더그라운더』(1998), 소설집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1999)를 출간하였다. 2000년 『자살 금지법』으로 제1회 동아 인산재단 문학창작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012896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10월 31일 |
쪽수 | 332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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