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코끼리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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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6년 6월 4주 선정
평생에 걸쳐 짊어지게 될 운명적인 사건으로 인해 아홉 살 매슈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곳곳에서 형의 부재를 확인해야 했던 매슈는 점차 내면으로 파고들며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소년은 성인의 문턱에 선 19세의 나이가 되지만, 힘겨웠던 성장 과정과 마찬가지로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180센티미터의 큰 덩치에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데다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 바로 자신이 아홉 살 때 죽은 형 사이먼의 환청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 2013년 코스타상 수상
작가정보
저자(글) 네이선 파일러
저자 네이선 파일러 Nathan Filer는 1980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났다. 2002년 웨스트잉글랜드 대학교에서 정신보건 간호학을 공부한 후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정신건강학 연구원으로 일했다. 공연 시인이기도 한 그는 영국 각지에서 열리는 문학 행사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전파를 탄 바 있다. 2005년 단편영화 <오이디푸스>로 BBC 최고의 신예 영화제작자 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제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2009년 어느 비 오는 봄날, 심리학 관련 학회에 참석했다가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어 귀갓길에 올랐던 그는 집 안 한 구석에 놓여 있던 상자를 뒤적이다가 수년째 20페이지에 멈춰 있는 습작 원고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날 이후 시간 나는 틈틈이 책상 위에 앉아 묵묵히 글을 써내려 갔고, 5년이란 기간에 걸쳐 완성한 데뷔작 《달이 없는 세상(The Shock of the Fall》으로 코스타상, 베티 트라스크 문학상, 내셔널 북어워드 등 다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소설과 정신의학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상처받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던 이 책은 코미디언이자 전직 간호사 출신인 조 브랜드로부터 ‘정신의학과 관련하여 이제껏 읽었던 최고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작가는 2015년 웨스트잉글랜드 대학교에서 명예 석사학위, 에버테이 대학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현재 네이선 파일러는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 유수의 문학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배스스파 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박아람은 전문 번역가. 현재 KBS 더빙 번역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앤디 위어의 《마션》,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빅 브러더》와 《내 아내에 대하여》를 비롯하여 《잃어버린 희망》,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 《올 크라이 카오스》, 《포이즌우드 바이블》, 《아메리칸 보이》, 《아넬의 소녀들》, 《작가의 시작》, 《로움의 왕과 여왕들》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소녀와 인형
가족의 초상
제발 어깨너머로 훔쳐보지 마세요
우렁차게 울며
근긴장 저하:근육의 긴장이 저하된 상태
숟가락으로
모나미
학교 가는 길
어린이는 ‘반드시’ 어른과 동행해야 합니다
죽은 사람에게도 생일이 있다
다른 이야기
다른 소견
완전히 새로운 장
악수
전구증상:어떤 질병의 발생을 알리는 초기 증상
관망대
연기구름
이 질문이 유용한가?
목련색 코끼리
이정표
같은 이야기
어서 오세요
최선의 지원 방법
시간 죽이기
환청은 안 들려요
그림 그리는 행동
글 쓰는 행동
공허해, 둔탁해, 쿵
크게 벌려
따끔
조현병(정신분열증):사고, 현실 인식, 감정 반응 등의 프로세스에서 분열을 보이는 중증 정신 질환. 어원은 그리스어 ‘skhizein(분열되다)’와 ‘phren(정신)’의 합성어
작별 인사
보물
감사의 말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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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소설이다. 절묘하고도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야심 찬 작품으로, 충격적이고 참혹하며 가슴 절절하다.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새로운 인재가 탄생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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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마크 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계보를 잇는 작품. 두 작품 모두 재미와 고통을 함께 안겨준다. 분명히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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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쌉쌀하면서도 가슴 깊이 남는다. 의식 있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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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감동을 주는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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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뭉클하며 달콤하고 재미있고 아름답다. 정신의학을 다룬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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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상실의 문제를 다룬 매력적인 이야기. 파일러는 삶의 블랙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고 매슈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도 우리를 매료시키는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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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퀵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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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데뷔작이다. 슬프고 절절하며 사실적이고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뛰어나다. 파일러는 데뷔 작가임에도 복잡한 내러티브와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인물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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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재미있으며 독창적인, 훌륭한 데뷔작!
책 속으로
“아무도 나를 안 좋아하면 어떡해?”
“당연히 좋아하겠지.” 엄마는 내가 어릴 때 그랬듯이 내 귀 뒤로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당연히 좋아할 거야.”
“하지만 안 좋아하면?”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여름방학에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았지만 그 아이들도 자신과 똑같은 기분이었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점심때쯤 되자 엄마의 깁스에는 새 친구들이 써준,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다음 이야기가 더 멋지지.” 엄마가 베개를 세우며 말했다. “생활지도 선생님이 낙서 가득한 엄마의 깁스를 보고 교복 규율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뭐니! 그래서 등교 첫날부터 교장 선생님께 보내졌어. 교장 선생님이 여자였는데, 그 생활지도 선생님께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하고는 내 깁스를 보더니 펜을 집어 드는 거야. 그러곤 펜파크 중등학교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써줬지 뭐니.”
물론, 멋진 이야기이다.
정말 있었던 일이라면. ?본문 79~80 p
“오래전에 해야 했어.” 아빠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아빠.”
맞는 말이었다. 그때 바로 해버렸다면 커다란 작별 의식의 일부가 되어 이왕 슬퍼하는 김에 슬퍼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망설이고 미루다 보면 얼마나 미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1년이면 충분할까? 1년이 2년이 되고 3년이 된다. 결국 5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우리는 방 안에 커다란 코끼리가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엔 방 자체가 코끼리이지만. ?본문 111~112 p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당신의 잠재력입니다. 하지만 그냥 불가능이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놓쳐버린 기회이거든요. 당신이 끝내 충족시킬 수 없는 기대치랍니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큰 희망을 품어도 저는 늘 당신을 조롱하죠. 목욕을 시킨 뒤에는 엉덩이에 땀띠 분을 발라주면서 어차피 우리의 똥 냄새는 다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해보세요.’
모른 척해주기 바란다. 그냥 오늘은 조금 화가 난다. 데니즈 러벌은 대체 자기가 뭐라고 집에까지 찾아와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까? 왜 그들은 나를 내버려두지 못할까? ?본문 137~138p
“넌 우리 팀의 자산이야.” 주임이 말했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루돌프 사슴 코 넥타이를 어루만졌다. 루돌프 코에 붙은 전구에서 불이 반짝거렸다. 나는 크리스마스 내내 일했고 신년 연휴에도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만 하면 국가 자격증 취득 과정을 밟게 해줘야겠다. 웃어도 돼, 매슈. 널 칭찬하는 거야.”
“야간 근무 해도 돼요?”
“해도 된다고 얘기했잖아.”
“낮 근무도 같이 해도 돼요?”
그는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근무 당번표를 보았다. “근로시간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데. 관련 법규가…….”
“돈이 필요해요.”
그는 근로시간을 늘려주었다. 그는 항상 그랬다. 나는 임대료를 내기 위해, 그리고 혼자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시간 일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무렵 나는 적지 않게 외로웠다. 그래서 일하지 않을 때에는 나의 특별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나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 병은 확실한 노동관을 갖고 있다. ?본문 168p
형의 얼굴에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코끝에는 검은 점을 찍었고 선으로 수염을 표현해놓았다.
“난 호랑이야.” 형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호랑이처럼 보여?”
“최고의 호랑이인데.” 내가 미소를 지었다.
형은 또 한 번 으르렁거렸다. 그러곤 바닥에 배를 대고 기었다. “난 호랑이처럼 보이지만 뱀처럼 스르르 움직이지.”
형은 예전에도 ‘ㅅ’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언어 치료 시간에 그 발음을 한참 연습하곤 했다. 그래도 뱀처럼 스르르 움직이는 일은 제법 잘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게 분명했다.
“아주 잘하는데. 진짜 훌륭해, 사이먼 형.”
형은 자랑스러운 듯 활짝 웃다가 와락 달려들어 두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형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냈다. 형을 껴안고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본문 253p
아마도 그 모든 혼란을 야기한 사람은 나일 것이다. 크게 달라진 건 없겠지만 어쨌든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망가진 삶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데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듯하다.
열여덟 살이 되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이.
“뭐라고 했어?” 엄마가 다시 물었다.
“아니야. 별 얘기 아니었어.”
나는 엄마에게로 몸을 기울여 엄마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댔다. 그러곤 엄마의 숨소리를 들었다. ?본문 305 p
출판사 서평
아마존UK 종합베스트 1위!
2013년 영국 문학의 권위 코스타상 수상작!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계보를 잇는 걸작.
읽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데일리 메일
■ 작품 소개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의미일 거야,
스스로 책임지는 것……”
아마존UK 14주 연속 종합베스트 1위
2013년 영국 문학의 권위, 코스타상 올해의 책 수상작
독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등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
영국 내셔널 북어워드, 베티트라스크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 석권
전 세계 3천만 독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던 화제의 소설!
“읽고 나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 -데일리 메일
“마음을 사로잡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소설.” -가디언
“책장을 덮는 순간,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타임스
“진한 페이소스와 유머, 철학적 영감이 가득한 책. 강력 추천한다.” -독자 Mel R
어른이 하라는 일은 절대 안 하지만, 하지 말라는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소년.
한없이 마음이 약해 누군가 무슨 말을 하면 한동안 실의에 빠져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소년.
외로움을 참지 못해 작은 일에도 호기심을 보이며, 지루함을 견디디 못해 매사에 새로운 사건을 찾는 아홉 살 소년 매슈는 오랜 시간 먼 길을 달려 가족과 함께 찾아간 휴양지에서 한시라도 빨리 여기저기 들쑤셔보고 싶은 생각에 차 문을 박차고 나간다. 다운증후군을 앓던 두 살 터울의 형 사이먼을 한밤중에 깨워 남몰래 외출을 감행했던 그는 부모님이 절대 가지 말라고 당부했던 해안 절벽 길로 향했고, 그곳에서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고 마는데……. 길가에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에서 피가 났던 자신 때문에 형은 위험을 무릅써야 했고, 그런 그에게 형은 언제나 영웅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철부지 소년 매슈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나는 아픔을 잘 참지 못한다. 나도 나의 이런 점이 싫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다. 사이먼 형이 나를 따라잡았을 때 나는 절벽 길의 굽이에서 아기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휘어잡는, 그런 곳이었다.
형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형은 커다랗고 둥근 얼굴에 늘 미소를 짓고 있었으므로 나는 형을 볼 때마다 달덩이가 떠오르곤 했다. 그런 형이 갑자기 죽을 만큼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중략)
형은 혼자서 나를 옮겼다. 그러나 그는 튼튼하지 않았다. 장애의 한 증상으로 근육이 약했다. 정확한 병명이 생각나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찾아보겠다. 어쨌든 그래서 나를 안고 돌아왔을 때 형은 초주검이 되었다. 캐러밴에 돌아온 뒤로는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본문 16~17페이지
평생에 걸쳐 짊어지게 될 운명적인 사건으로 인해 아홉 살 매슈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하룻밤 사이 아들의 죽음과 직면해야 했던 부모님은 그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저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곳곳에서 형의 부재를 확인해야 했던 매슈는 점차 내면으로 파고들며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소년은 성인의 문턱에 선 19세의 나이가 되지만, 힘겨웠던 성장 과정과 마찬가지로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다.
내겐 병이 있다. 뱀의 모양과 소리를 가진 병이다.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면 그 병도 함께 배운다.
에이즈나 암, 무좀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병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줄 수 없다. 애슐리 스톤은 뇌척수막염으로 죽어갈 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지 몰라도 그의 뇌척수막염은 그 사실을 몰랐다. 뇌척수막염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병은 내가 아는 것을 전부 다 안다. 그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았지만 내가 그것을 이해한 순간 나의 병도 이해했다. -본문 85~86페이지
당연하게도 매슈 주변에는 늘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 다정한 부모님, 음식 등을 챙겨주는 경외할 만한 할머니, 틈날 때마다 농장을 가꾸는 할아버지 등이 함께한다. 하지만 그들조차 그날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기에, 소년은 홀로 감당하기엔 버거운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마땅히 털어놓을 상대 없이 결국 스스로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180센티미터의 큰 덩치에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데다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바로 자신이 아홉 살 때 죽은 형 사이먼의 환청이다. 소년은 자신의 슬픔과 죄의식의 근원이자 언제나 영웅으로 군림했던 형을 상상 속에서 소환해냈던 것이다.
“좋아. 이거 두 개는 이상한 생각과 환청을 잠재워주는…….”
“환청은 안 들려요.”
“그게…….”
“환청이 아니에요. 우리 형이라고요, 씨발! 대체 이런 얘길 몇 번이나 해야 알아들어?” -본문 216페이지
‘상처 입은 아이’에서 ‘용감한 한 남자’로 나아가는
고집불통 소년의 ‘웃프고’ 재기발랄한 성장 스토리!
슬픔과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찾는 사람을 위한 책
열한 살 때 죽은 형 사이먼이 병원 침대 밑에 숨기 시작했을 때, 그는 최대한 형을 보살피고 돌봐주려고 노력한다. 형 사이먼은 매슈에게 불굴의 용기를 지닌 영웅이었고, 그런 형의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이미 죽은 형을 다시 한 번 잃게 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비록 형의 최후는 가혹하고 갑작스러웠지만, 영혼까지 파괴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매슈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낡은 타자기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다양한 서체와 형태를 지닌 글자로, 의식을 반영한 그림으로, 그리고 일기로……. 날마다 매슈가 써내려 가는 글들은 매슈의 삶을 정의하고,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의 향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글들은 미래로 가는 통로에 놓인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매슈의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삶에는 이정표들이 있다. 어떤 날을 여느 날과 달리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건들 말이다.
이런 이정표들은 우리가 인지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으로 온전한 낱말 하나를 내뱉은 날, 혹은 처음 한 걸음을 내디딘 날처럼 말이다. 또, 기저귀를 안 차고 밤새 잠을 잘 수 있게 된 날도 있다. 우리는 어느 날 타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고, 어느 날 보조 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본문 118페이지
동시에 매슈는 자신이 기억하는 이야기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즉, 자신의 기억과 그 기억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아는 사실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있는 그대로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 사이를 맴돌면서도 그 기억을 단단히 붙잡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의 관찰일지는 이러한 모든 행위들과 그 과도함에 대해 조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그가 공책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렇게 기록했다. ‘환자는 글 쓰는 행동에 몰두하고 있다.’
대체 무슨 뜻일까?
모르는 척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 솔직하게,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그런 걸까? 나도 글 쓰는 행동에 몰두하고 있나? 나는 그림도 그린다. 그럼 그건 ‘그림 그리는 행동’일까? 우리끼리 얘기지만 나는 똥을 좀 누기도 한다. 그럼 ‘똥 누는 행동’에 몰두하고 있나? -본문 244페이지
“하지만 말했듯이 구조조정이 있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우리 모두 허를 찔렸지. 이번 주 안에 협의가 이뤄질 거야. 하지만 지금으로 봐선……. 어쨌든, 이제는 서비스 이용자들한테도 알려야 한다고 결정했지. 나중에 놀라지 않게.”
“누구한테요?”
“서비스 이용자들. 그러니까 환자들 말이야.”
“아, 그렇군요.”
그들이 우리를 지칭하는 말은 여러 가지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최신 명칭일 것이다. 월급을 받고 이런 쓸데없는 것을 정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본문 263페이지
삶에는 ‘깨알 같은 활자’들이 있다. 그가 하는 말 혹은 쓰는 글에 대해 사람들은 의심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다. 다만, 죽은 형과 대화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이로 인해 매슈는 자신이 떠안고 살아가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부모와도 공유할 수 없던 심적 부담감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밝혀졌을 때 매슈의 죄의식과 그로 말미암은 비극은 더욱 극명해진다.
온 세상이 손을 쓰지 못하고 등 돌린 채 가버린 것 같았다. -본문 282페이지
매슈는 말한다. 자신의 삶은 ‘헬륨 풍선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국 모든 일은 스스로 극복해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설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을 날카롭고 사실적이며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책장을 다 덮은 후에도 상처받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19세 소년 가 보여줬던 순간순간의 글들은 여전히 읽은 이의 마음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 넘치는 에너지,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표현……
또 한 명의 천재작가가 탄생했다는 극찬을 받은 초현실적 성장소설
“이 책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밤을 지새우게 되는 책,
삶의 은밀한 부분을 들춰내어 면밀히 들여다보게 하는 책,
단어 하나하나가 읽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책이다!”
2013년 12월, 데뷔작임에도 영국 문학의 권위 코스타상 올해의 책을 수상하며 전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네이선 파일러의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는 죄의식과 죽음, 그리고 그 여파에 관한 잊지 못할 강력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지난 10여 년간 영국 잉글랜드의 브리스틀 대학교에서 정신건강학 연구원으로 일하며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읽어왔던 작가 네이선 파일러는 2008년 어느 비 오는 봄날, 심리학 관련 학회에 참석했다가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어 귀갓길에 올랐다. 집 안 한구석에 놓여 있던 상자를 뒤적이다가 수년째 20페이지에 멈춰 있는 습작 원고를 마주하게 되었고, 이날 이후 시간 나는 틈틈이 책상 위에 앉아 묵묵히 글을 이어나가던 것이 5년이 지나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읽는 이마다 ‘인간의 비극을 희극적으로 그려냈다’, ‘슬픔과 따뜻함, 경이로움과 애통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책’, ‘깊은 감동을 주는 수작’ 등의 찬사를 보내며 입소문만으로 대중의 뜨거운 인기와 지지를 받았던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는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영국 최고의 권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코스타상 올해의 책을 수상하며 아마존UK 종합베스트 1위에 14주 연속 랭킹되었다.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3천만 독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 화제의 소설이기도 하다.
■ 작가 인터뷰
-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
책을 출간한 작가들만 영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3년 전에 나의 침실이나 사무실, 나의 온 세상을 들여다보았더라면 ‘사로잡혔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치 어둠 속을 탐험하듯 내가 무얼 찾고 있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러다 278쪽에서 엄마 아빠가 잠결에 기침하는 장면에 이르렀다. “……우리는 둘 다 얼음이 되었다. 형은 잔뜩 긴장한 척 몸에 힘을 주고 뻣뻣하게 굳은 시늉을 하며 눈만 좌우로 움직이다 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거야. 이게 진짜야.’
독자가 다시 읽어본다거나 공책에 적어놓을 만한 문장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문장이었다. 나는 거기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순간들에 영감을 받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말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나는 매슈 홈스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러면서 그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어쩌면 ‘매료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을 쓰면서 매슈라는 인물 안에 거하는 기분이 어땠나? 특히 그는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 않은가?
가끔 주인공이 완성된 형태로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일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매슈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감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청년이다. 그래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아가야 했다.
우리는 차가운 홍차 한 잔과 말아 피우는 담배를 들고 우리 집 뒤뜰을 걸으며 한 단락을 수십 가지 방식으로 읊조려보았다. 너무 감상적이거나 너무 약하거나 너무 나 같은 부분은 모두 쳐냈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늦은 시각이나 짧은 새벽 시간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우리의 윤곽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그런 시간에 말이다. 따라서 가끔은 누가 누구 안에 거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당연히 나는 그의 감정 기복을 (그리고 가끔은 그의 수면 부족도) 함께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신건강은 그토록 깨지기가 쉬운데, 나의 정신은―적어도 비교적―건강하기 때문이다. 매슈는 늘 나보다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쏟고 그에게 중요한 일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를 놓아주려니 기분이 이상하다. 왠지 보호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한동안 서로의 안에 거할 것이다.
- 매슈와 사이먼에게 일어난 일을 놀라운 구성으로 드러냈다. 어떻게 그런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는가?
감사드린다. 이 소설에 서스펜스를 넣는 일은 큰 도전이었다. 특히 나는 이야기의 주요 ‘사건’을 아주 초반에 드러내기로 했으므로 더욱 그랬다. 하지만 물론 이것도 서스펜스의 한 기법이다. 일부는 내주고 일부는 숨기는 것. 나는 손에 땀을 쥐고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러려면 언뜻 보아서는 알 수 없는 근원적인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어야 했다. 나는 이 일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문예창작 석사과정에 등록해 서스펜스 픽션 과목을 수강했다.
- 《달빛 코끼리 끌어안기》을 쓰면서 특별히 읽은 작품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언 뱅크스의 프랭크 콜데임(《말벌공장》의 등장인물), 마크 해던의 크리스토퍼 분(《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등장인물), J. D. 샐린저의 홀든 콜필드(《호밀밭의 파수꾼》의 등장인물) 등이 내가 작품의 플롯을 구상하는 문제와 씨름할 때 만났던 인물들이다.
나는 인물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별난 인물에게 끌린다. 그러나 한편으론 조심해야 했다. 내 글을 절반쯤 썼을 때 잠시 쉬면서 DBC 피에르의 《버논 갓 리틀(Vernon God Little)》을 읽었다.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챕터를 썼는데 매슈의 말투가 텍사스 사람처럼 변했다. 결국 그 장들은 몽땅 날려버렸다.
그 밖에 비소설도 많이 읽었다. 정신보건법과 각종 약의 부작용들에 대해 (물론, 닌텐도의 진화 과정과 <이스트엔드 사람들>의 다양한 줄거리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작품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이미지와 편지 형식, 다양한 장별 제목, 다양한 폰트들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러한 요소들이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하는가?
매슈가 물리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이 소설의 기본적인 설정이다. 그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글을 쓰는 장소도 다양하며,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쓰는 동안에도 그의 삶은 계속된다. 이는 곧 그가 가끔 다른 데 주의를 빼앗기고 산만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사건에 대해 털어놓다가도 갑자기 사회복지 실습생(입에서 박하향이 나고 커다란 금귀고리를 한 젊은 여성)이 그의 글을 훔쳐보면 오로지 ‘그’ 생각만 한다.
그것이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도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화자를 이해하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에서 매슈는 마지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의 옆에는 그의 모든 글들과 그림들이 쌓여 있다.
내가 머릿속에 구상한 작품은 이러했다. 구겨진 채로 쌓여 있는 매슈의 글들과 그림들, 잉크 얼룩이 묻은 타자 용지들, 데니즈의 편지들, 퍼트리샤가 낱말들을 오려내 풀로 붙여 만든 미술 작품. 이 모든 것이 호프로드 복지센터의 탁자 위에 남겨진 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광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출판사에서도 말했듯이 그런 상태로 서점에 꽂아놓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최대한 타협한 결과물이다.
- 이 소설은 정신건강을 탐구하는 한편, 슬픔이 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를 심도 깊게 파헤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이러한 주제와 함께 우리가 하나의 사회로서 슬픔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을 탐구할 의도가 있었나?
나는 사이먼을 죽일 생각이었으므로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었다. 슬픔이 이 이야기에서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나는 1장에서 사이먼 홈스를 죽인다. 그렇다면 당연히 2장에서는, 어쩌면 3장에서도 몇 단락쯤은 슬픔을 다뤄야 하고 그러다 7장쯤에서 의미 있는 회상이 한 번쯤 나와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획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인물들은 전적으로 허구이며 누군가는 그들을 지휘해야 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수전 홈스는 아들을 잃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이 산산조각 난다. 그저 두세 개 장에서만 망가지다 마는 것이 아니다.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그녀의 슬픔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 끝나버리는 것은 결코 있음직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슬픔이 끝까지 남았다.
-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무엇을 얻었으면 좋겠는가?
이 소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기본정보
ISBN | 9788925559216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6월 15일 | ||
쪽수 | 344쪽 | ||
크기 |
146 * 209
* 30
mm
/ 463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 Shock of the Fall/Filer, Nat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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