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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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과 속임수의 경제학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계산대 줄서는 풍경에서부터 식품과 자동차 및 주택과 같은 생활 경제, 자금과 로비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자유시장안에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이러한 속임수와 기만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 경제는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잘 효율하는 메커니즘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싱이 이렇게 많은데도 자유시장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피싱에 관심을 기울이고 피싱을 막기위한 ‘저항의 영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경제학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보여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지 애커로프
저자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는 조지타운대학 정책대학원 매코트스쿨 교수다. 런던정경대학 경제학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UC버클리 교수를 역임하였다. 1970년 발표한 논문〈레몬이론〉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오류를 발견하였다. 레몬이론의 탄생 후, 전통적 시장이론은 물론 게임이론 · 계약이론 등에 그의 이론이 적용되면서 정보경제학 및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마이클 스펜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주요 저서로 로버트 쉴러와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야성적 충동》, 듀크대학 경제학 교수인 레이첼 크렌턴과 정체성과 인센티브의 관계를 조명한《아이덴티티 경제학》등이 있다.
저자(글) 로버트 쉴러
저자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는 예일대학 경제학 및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다. 미네소타대학 교수,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 미국경제학회 부회장, 미국동부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사회심리학을 전통경제학과 접목시켜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대 등 굵직한 경제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자산 가격의 경험적 분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진 파머, 라스 피터 핸슨과 함께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1980년대 초 경제학자 칼 케이스와 함께 고안한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로 활용되며 실물 경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버블을 촉진하는 구조적 · 문화적 요인을 분석한《비이성적 과열》,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화두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새로운 금융시대》, 부동산 버블과 경제시스템의 관계를 분석한《버블 경제학》등이 있다.
목차
- 서문 자유시장, 그 양날의 칼에 대하여
들어가는 글 자유시장과 조작된 선택
제1부 쌓여가는 청구서와 금융붕괴
1장 사방에 널린 유혹
2장 평판 파내기와 금융위기
제2부 피싱은 상황과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3장 광고회사는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다
4장 자동차, 주택, 신용카드에 횡행한 바가지 씌우기
5장 정치의 피싱
6장 식품 및 제약산업의 피싱
7장 좋은 혁신, 나쁜 혁신, 추한 혁신
8장 담배와 술의 피싱
9장 고의 파산
10장 정크본드를 떡밥으로 쓴 마이클 밀컨의 피싱
11장 저항의 영웅들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결론 미국의 새로운 스토리와 그 결과
덧붙이는 글 피싱 균형의 의미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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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커로프와 쉴러는 이윤 추구 동기가 생활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동시에 조작과 기만을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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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실패 이론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향하는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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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 행동경제학 혁명 이후 등장한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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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윤 추구가 극대화된 세상에 내재된 갈취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이 책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다시금 재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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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책이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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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야성적 충동》보다 더욱 강력하고 종합적으로 전통경제학을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온정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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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커로프와 쉴러는 ‘피싱 균형’의 개념을 금융에 적용하는 획기적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단히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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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두 저자의 통찰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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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약점을 식별하고 조종에 저항할 힘을 기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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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심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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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근본주의자를 뿌리채 뒤흔들 만하다.”
-
“대단히 독창적인 책! 두 경제학자는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책 속으로
우리에게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는 한, 그리고 이런 약점을 들쑤시고 이용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한, 시장은 우리의 약점을 이용할 기회를 꽉 움켜쥔다. 시장은 우리를 세밀히 관찰하고 이용한다. 자유시장은 ‘바보를 노리는 피싱’을 행한다. -13쪽
미국에서 거의 모든 경영자는 소비자의 지출을 유도한다. 자유시장은 계속해서 유혹을 만들어낸다. 인생은,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갔는데 (일반인 구역은 꽉 찼고) 장애인 전용 구역이 계속 비어 있는 것과 같다. -54쪽
변호사는 의뢰인이 유죄인 것을 안다 하더라도 성실히 그 사람을 변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광고회사 역시 광고를 의뢰한 회사의 제품이 잘 팔리도록 최고의 광고물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설령 그 제품이 고객의 삶에 해가 될지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광고는 피싱이 만연하는 훌륭한 사냥터가 될 수밖에 없다. -93쪽
세일즈맨은 마법사가(그리고 소매치기가) 흔히 쓰는, 표적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수법을 사용한다. 한 예로, 영업사원의 말솜씨에 홀려 구매자가 매달 할부금으로 관심을 집중하면 이 구매자는 할부 기간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할부 기간이 늘면 늘수록 영업사원은 그만큼 공짜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간다. -123쪽
신용카드가 부리는 기본적인 마법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가 필요한 만큼만(아니면 원하는 만큼만) 구매를 하고 있으며 현금을 쓸지 신용카드를 쓸지 등의 사소한 신호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나 이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130쪽
우리는 정치인의 중요한 역할은 대중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스토리를 이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잔디를 깎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TV 선거 광고는 정치인이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전파하는지를 생생하게 말해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그 정치인의 스토리 중 겉으로 드러난 단면에 불과하다. -148쪽
제대로 된 규제가 없던 19세기와는 달리 지금은 규제가 있어 식품과 약품이 안전하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현대로 넘어와 조사에 착수했더니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 식품도 약품도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안전하지는 않았다. 규제기관의 감독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피싱이 더욱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161~162쪽
맥주, 와인, 증류주 회사, 소매상, 레스토랑 등 수많은 이익집단은 알코올의 폐해에 대한 의심을 옹호하고 부추긴다. 그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 일단,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주류세 인상 반대’다. -209쪽
담배와 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금이 조금만 붙어 누구나 쉽게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어디서나 싼 값에 담배를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흡연자를 낚는 기본적인 피싱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싼 값에 쉽게 술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의 과음을 부르는 기본적인 피싱 장치다. -212쪽
규제 장치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규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행복에 더 낫다는 식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는 배우자와 자녀, 친구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259~260쪽
피싱의 일반론은 경제학에 새로운 변수도 제기한다. 그 변수란 인간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스토리이다. 더욱이 이런 일반론은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결정을 내리기도 하며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스토리도 쉽게 조작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사람은 초점이 바뀌면 내리는 결정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306쪽
출판사 서평
피싱 Phishing
private data + fishing의 조합어로, 교묘히 속여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빼가는(낚는) 사기수법을 말한다. 이 책에서 피싱은 단순히 금융사기 수법을 의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정치를 비롯한 인간 활동의 전 분야에서 사기와 기만, 속임수를 통해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된다.
자유시장과 선택의 자유에 대한
두 노벨경제학자의 통렬한 분석과 일격
“지금의 경제시스템에서 누구나 호구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낚싯바늘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고 각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경제학의 대전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도 이 대전제 없이는 성립하지 못한다. 이 전제 위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자유시장경쟁’ 체제다. 그리고 시장 균형market equilibrium은 이 체제를 대표하는 원리다.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두 가지 원칙 하나가 바로 이 시장 균형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균등해진 상태를 말한다. 또 하나는 기회의 찰나성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최고의 기회(높은 이윤을 창출할 기회)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의미다. 쉬운 예로, 슈퍼마켓 계산대 앞의 줄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계산대에 도착하면 어느 줄이 가장 짧은지 혹은 어느 줄이 가장 먼저 짧아질지 둘러본다. 그리고는 나름의 분석을 거쳐 특정 계산대를 선택해 줄을 선다. 그 결과 계산대 줄은 누가 맞추기라도 한 듯 다 고만고만한 길이를 갖는다(시장 균형). 그리고 계산대 줄을 선택함에 있어 재빠르지 않으면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기회의 찰나성).
이 두 가지 조건에서 피싱 균형phishing equilibrium 현상이 발생한다. ‘피싱’은 private data+fishing의 조합어로 누군가를 교묘히 속여 개인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말한다. 이 책에서 피싱은 단순히 금융사기 수법을 의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정치를 비롯해 인간 활동의 전 분야에서 사기와 기만, 속임수를 통해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된다. 계산대 줄서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계산하려는 사람이 많아 줄서기 경쟁이 치열할 경우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떻게든 빠른 줄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거나 가족을 동원해 여기저기 줄을 서게 하거나 친분이 있는 계산원한테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종종 보지 않았는가? 저자는 경쟁시장의 과도한 압력과 이를 버텨야 하는 시장 주체의 이기적인 발버둥(이윤 창출을 위해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야 함)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말한다. 풀어 설명하면, 조작과 기만을 시장체제 안에 굳혀버리는 경제적 힘을 뜻하는 피싱 균형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 이익을 위해 교묘히 피싱을 행한다. 자기 이윤과 이익이 창출되는 어느 곳이든 피싱이 등장한다. 계산대 줄서기와 같은 흔한 일상의 풍경에서부터 식품(6장)과 자동차 및 주택(4장)과 같은 생활 경제, 신용카드사(4장)와 광고회사(3장), 담배 및 주류회사(8장), 제약회사(6장) 등으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투자은행을 선두로 한 금융계(2장, 9장, 10장) 자금과 로비에 좌우되는 정치(5장)에 이르기까지 조작과 속임수의 경제학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시장이 감춘 음험한 낚싯바늘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경제시스템은 이러한 속임수와 기만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뒤틀린 시장 경제는 몇몇 비도덕적인 기업과 경영자의 탓이 아니란 얘기다. 인간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시장 경제는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아직까지는) 가장 잘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그가 준 것이 ‘완벽한’ 선택의 자유라면 이미 그 안에는 인간을 창조한 자신마저 배신할 자유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조물주로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선택의 자유’라는 칼에는 최선最善을 선택할 자유와 최악最惡을 선택할 자유라는 양날이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금의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경쟁시장 체제는 어떤가? 인간에게 완벽한 균형과 순수한 풍요로움만을 선사하는가?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맹신되면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스토리가 있다. 이 스토리는, 자유경쟁시장은 소득분배와 외부효과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최상의 세상을 건설한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 기존 기술과 인간의 능력, 소득분배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지상 낙원이 건설된다, 그것이 자유시장이 전파하는 스토리다.
이 책의 두 저자도 자유경쟁시장이 풍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유경쟁시장에도 양날이 있음을 지적한다. 풍요를 만들어낸 인간의 창의성은 한편으로 온갖 세일즈 기술도 만들어낸다. 자유시장은 ‘나한테 좋고 너한테도 좋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나한테 좋고 너한테는 나쁜 것’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윤 창출이 지속되는 한 자유시장은 두 가지 일을 다 한다. 자유시장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른다. 강력한 무기가 다 그렇듯 자유시장도 또한 양날의 칼이다. 이 책은 말한다. 이런 양날의 칼을 우리가 직접 뽑아들었으며, 진짜 바보만이 ‘이런 칼에는 단점이 전혀 없고 예방조치도 전혀 필요 없다’ 떠벌린다고.
경제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본다. 경제의 병리현상은 외부효과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는 것이 전통경제학 본연의 특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보를 노리는 피싱을 다양한 변종으로 만들어내는 자유시장의 능력은 외부효과가 아니라 자유시장의 작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특징이다. 이윤 추구의 동기는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처신할 때는 건강하고 순조로운 경제를 안겨주는 한편, 피싱이라는 경제적 병리현상도 불러온다.
- 제3부 ‘새로운 경제학을 위하여’ 295쪽 중에서
돈 - 민주주의 - 피싱의 트라이앵글
피싱은 정치 세계에도 통용된다. 정치인은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순수한 모금액만으로는 선거자금을 충당할 수 없는 현실 조건이 피싱의 빌미를 마련해준다. 2012년 US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08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쓴 비용은 각 선거 당 200만 달러가 넘었으며 현직 의원은 도전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을 썼다. 의원 한 명이 매일 공식적으로 모아야 하는 돈은 주말과 연휴도 포함해 1800달러이다. 의원직이 공석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그 두 배가 넘는 470만 달러가 들었다. 상원 선거에는 돈이 더 많이 든다. 2008년에 치러진 상원 선거전에서는 선거구 당 1300만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재선에 나선 현직 의원은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이렇듯 개인이 충당할 수 없는 대규모 선거자금은 필연적으로 자금과 정치인을 연결해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으며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로비스트다. 이들은 의회와 이익집단을 연결해주면서 각각의 목표 이익을 달성하도록 돕는다. 이들의 로비 활동에 따라 법안이 마련 · 수정되고 예산이 집행되며 다음 번 선거 출마 등의 향방이 바뀌기도 한다. 돈과 정치인, 이익집단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는 피싱이 자라나기에 좋은 텃밭이다.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피싱을 더욱 간교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투표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 취득의 어려움이다.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문제의 경우 아무리 적극적이고 대범한 유권자일지라도 필요한 정보를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부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투표자가 심리 바보(감정이 상식의 지식을 무시하거나 착시와 비슷한 인지 편향에 휩싸여 잘못 해석한 내용을 고스란히 믿은 결과로 피싱에 걸려든 사람)가 되기 쉽다는 사실도 정치 피싱을 활성화시킨다. 후보자의 정책이나 업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잔디를 깎고 있는 선거 광고에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위험한 자유, 조작된 선택 …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늘날의 경제에서 우리 인생이 그럭저럭 괜찮은 이유는 무엇인가? 잠복해 있는 피싱이 그렇게 많은데도 자유시장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다수 경제 분석의 기본 가정과 피싱 이론이 대전제로 삼는 ‘자기중심적 기회주의자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피싱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운동을 시작하고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상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품의 품질을 측정하고 품질 기준과 등급을 마련했다. 몇몇 기업 연합체는 자체적인 윤리 강령을 만들어 스스로를 경계했고 정부 및 감독기관은 피싱을 막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책은 이들을 ‘저항의 영웅’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사회주의 체제하의 ‘절대공동체absolute community’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공동체는 경제 행위를 전혀 장려하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지금 세계에는 도덕공동체moral community가 존재해야 하며 개개인이 행동하는 자유시장도 그런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도덕공동체는 피싱을 막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25558837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4월 11일 | ||
쪽수 | 424쪽 | ||
크기 |
152 * 225
* 30
mm
/ 61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Phishing for Phools/Princeton University Press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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