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렇게 한국어판 서문을 쓰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이 책은 기독교의 역사와 의식(儀式)과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서로서, 기독교가 지난 2,000년의 역사를 거치며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탐구하고 최근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성경의 역사와 구조뿐 아니라 몇 가지 중요한 사상도 세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주요 교회들의 기원과 사상도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기독교 신앙 고백의 기본적인 사상을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제시하며, 기독교 내에서 신앙 고백의 해석을 두고 벌어진 몇몇 논쟁들도 고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기독교의 주요 절기들을 소개하며, 각각의 절기가 기념하고 기리는 사건과 사상도 함께 설명합니다.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유익하길 바랍니다. 독자들이 쉽게 읽으면서 기독교에 대한 정보를 얻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썼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기독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기독교에 대해 거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기독교의 사상과 주제를 접하는 입문서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게 이 책을 쓰는 일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더더욱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앨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옥스퍼드에서

§ 『들어가는 글』 p. 18-19 중에서
기독교는 무엇을 믿으며 왜 믿는가?
AD 60년경, 로마 당국은 로마 심장부에서 급속히 세를 불려 가는 새로운 비밀 집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집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크레스투스 또는 크리스투스라는 미스터리 인물이 모든 문제의 발단으로 보였다. 그는 로마 제국의 변방 출신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인가? 이 새로운 종교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이들은 걱정할 만한 대상인가? 아니면 무시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무리인가?
이내 이 새 종교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음이 분명해졌다. 64년 네로 황제 때 로마를 휩쓴 대화재의 책임이 이 새로운 종교 집단에게 덮어씌워졌다. 누구도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로마 당국은 화재와 그 후유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실정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50여 년 후 이 사건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는 이 새로운 종교 집단을 ‘그리스도인들’, 즉 디베료 황제 때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처형된 크리스투스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 ‘유해한 미신’은 로마까지 침투해 많은 추종자를 얻었다. 타키투스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를 모욕하는 말 내지는 욕설로 이해한 것이 분명하다.
이 운동에 대한 로마의 공식 기록들이 혼선을 빚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크리스투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로마는 이 운동을 항구적인 것으로 보기보다 작은 소란 정도로 여겼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이것은 황제 숭배에 대한 위협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300년이 지나자, 이 새로운 종교는 로마 제국의 공식 종교가 되었다.
이 새 종교는 어떤 것인가? 무엇을 가르치는가? 어디서 온 것인가? 그토록 매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몇 세기만에 그토록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는가? 로마에서 성공을 거둔 후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개인의 삶과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이 책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기독교 연구는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익할까? 기독교 신앙을 살피는 것일까? 교회의 역사를 탐구하는 것일까? 기독교 미술을 조사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나사렛 예수에 대해 모르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생각하거나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는 그를 중심으로 기독교 신앙의 모든 면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예수님과 그의 중요성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