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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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평론가들과 편집자들이 꼽은 이사카 고타로의 최고의 소설 『마왕』은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순수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엉터리라도 좋으니 스스로를 믿고 세상에 맞서는 이들 형제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동질감과 찡한 감동을 느끼는 한편,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이사카 고타로는 1971년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나 도호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제5회 신초 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 2003년 『중력 삐에로』, 2004년 『칠드런』과 『그래스호퍼』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 2004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제25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사신 치바』에 수록된 단편 「사신의 정도」로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였다. 2008년에는 『골든 슬럼버』로 제5회 일본서점대상 및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외 작품으로는 『마왕』, 『사신의 7일』, 『왕을 위한 팬클럽은 없다』 등이 있다.
역자 김소영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번역기획그룹 ㈜바른번역의 회원이다. 옮긴 책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 『사신치바』, 『마왕』, 『피시 스토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정근』, 시마다 소지의
『용와정 살인사건』, 『마신유희』, 에도가와 란포의 『에도가와 란포 전 단편집1』, 오기와라 히로시의 『유괴 랩소디』, 『유랑가족 세이타로』,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의 엘리베이터』, 『악몽의 관람차』, 다케모토 노바라의 『시모츠마 이야기- 살인사건 편』, 엔도 다케후미의 『프리즌 트릭』 등이 있다.
그림/만화 박경연
목차
- 마왕 - 형 안도의 이야기
호흡 - 동생 준야의 이야기
참고 및 인용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그러니까 살인을 실행하려면 몇 가지 요인이 필요하대요. 예를 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혀 있던데,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에게 ‘왜 사람을 쏘았나?’ 하는 질문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뭐냐 하면.”
“죽지 않기 위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그 책에 따르면.”
“따르면?”
“명령을 받았으니까.” ---p.130
슈베르트의 [마왕]에서는 마지막에 아이가 어떻게 됐지?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캐묻는다. 스스로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어떻게 됐지?” 하고 추궁한다. “죽었잖아” 하고 나는 대답한다. 노래의 마지막, 아버지가 말을 몰아 집에 도착했을 때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이일 수밖에 없는 나는 그 사실에 지독한 공포를 느꼈다. ‘양치기 소년’처럼 제 입으로 한 거짓말이 불러온 비극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의 존재를 알아채고 아버지에게 호소했지만, 아이는 구원받지 못한 것이다.” ---p.167
“난 우리 남편 머리를 무릎에 올려놓고 귀지를 파고 있을 때 늘 이런 생각을 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평화롭다는 증거구나, 하고. 전쟁 같은 게 일어난다면 귀지나 파고 있을 정신이 없을 거 아니야. (중략) 전쟁 중에는 있지, 섹스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귀지는 파기 힘들 거야 아마. 그러니까 남편이 귀를 내 쪽으로 내놓고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거야. 하지만 숨은 쉬고 있으니까 몸이 천천히 움직이잖아. 그 호흡을 느끼면서 한가롭게 지내는 시간이 난 참 좋아. 이렇게 귀지를 팔 수 있는 시간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p.251
“형은 언제나 말했어. 인간이란, 더구나 머리가 좋은 놈일수록 평화나 건강 같은 걸 촌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고.”
“또 나왔다, 음모설.”
“뭐, 실제로 누군가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하지만 드높은 목소리로 ‘전쟁 반대’ ‘평화로운 세상을’ 하고 입바른 소리를 해대면 말이야, 괜스레 ‘시끄럽네’ 하는 생각이 들잖아.
잘난 입 좀 다물어, 같은 생각.” ---p.270
“무솔리니는 최후에 애인인 클라라와 함께 총살을 당하고, 시체는 광장에 공개되었다는 모양이야.군중이 그 시체를 향해 침을 뱉고 매질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체를 거꾸로 매달게 되었는데 그러자 클라라의 치마가 뒤집혔지. 군중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대. 죽여준다, 속옷이 훤히 다 보인다, 하며 흥분했겠지. 어느 시대건 그러기 마련이지, 남자들이란. 아니 여자들도 그랬겠지.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치마를 올려주고 자신의 허리띠로 묶어서 뒤집히지 않도록 해줬대.” (중략) “사실 나는 늘,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사람들이 날뛰고 소란 피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 있지, 뒤집힌 치마 정도는 바로잡아줄 줄 아는, 뭐 그게 무리라면 치마를 바로잡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 ---p.287
출판사 서평
무료한 세상,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가의 등장!
미래를 예지한 듯한 놀라운 이야기
부정적이고 따분한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세상.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도 모두들 쉽게 잊어버리고, 사람들은 타인과 세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젊은이들은 ‘사색’ 아닌 ‘검색’을 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어른들은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거짓말만 일삼고, 제대로 하는 일이라고는 없다. 대중은 변화를 갈망하고,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강력한 리더를 원한다. 바로 이때, 개혁을 부르짖으며 대담하게 등장한 정치가 이누카이. “5년 안에 내가 이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다면, 내 목을 쳐도 좋다!”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프로파간다처럼 내세우며 군중을 선동하고 권력을 쟁취한 그에게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형 안도는 이유 모를 공포를 느낀다. 모두가 한쪽 방향만 쳐다보는 ‘획일성’과 ‘자각 없는 집단행동’ 때문이다.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것은 2005년 10월이지만, 형 안도의 이야기 「마왕」은 2004년 12월, 동생 준야의 이야기 「호흡」은 2005년 7월에 발표되었다. 즉 2005년 9월 고이즈미 자민당이 ‘역사적 대승’을 거두고, 전후 처음으로 여당이 중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석(개헌을 가능하게 하는 의석수)을 획득하기 이전에 쓰여진 것이다.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한 아베 내각이 개헌을 전제로 하는 국민투표법을 성립한 2007년 5월 이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극우의 부활 등 최근 세계의 정치 상황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또한 이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상황은 일본의 것이 아니라, 흡사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는 이야기와도 같아 뒤통수를 맞은 듯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어쨌든 나는 묻고 싶네. 전원이 결속하고 마음을 모아 초에 불을 밝히는 것은 파시즘 아닌가?” 나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뜻을 이해하지 못해 말문이 막혔다. 촛불을 들고 있는 집단을 파시즘이라고 비판해야 하는지 어떤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과거 이사카 고타로는 “언제나 작품을 쓸 때 10년 혹은 최소한 2~3년 앞을 내다보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혹시 그에게는 앞날을 예지하는 ‘초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정치라는 것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결국 비슷하기 때문일까.
보잘것없는 초능력의 두 형제,
그들은 과연 세상에 맞설 수 있을까?
『마왕』의 주인공 안도와 준야 형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형 안도는 상대방의 입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말을 나오게 하는 ‘복화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모토는 ‘생각하라, 생각하라’다. 동생 준야는 가위바위보든 경마든 모든 내기에서 이기는 행운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제일 잘하는 말은 “그럼, 내기해도 좋아”이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이라는 건 사실 우스울 정도로 보잘것없다. 형 안도의 복화술 능력은 30보 거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동생 준야의 행운은 10분의 1의 확률에서만 통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힘으로 과연 그들은 세상에 맞설 수 있을까?
형의 시점으로 쓰인 「마왕」과 동생 준야를 주인공으로 형의 죽음 5년 후를 그린 「호흡」. 두 개의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지만, 각각이 독립된 작품이기도 하다. 항상 ‘생각해, 생각해’를 되뇌이는 형 안도. 사색보다는 직감에 뛰어난 동생 준야는 형의 죽음 후, TV와 신문을 일절 끊고, 숲에 들어가 새를 관찰하며 산다. 두 작품 사이에 흐르는 5년이라는 시간 속에 시대의 변화 역시 진행되고 있다. 준야의 아내 시오리는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지만, 투표용지에 대충 O를 그리고 마는 그녀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저도 모르는 새 집단의 폭주에 가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형 안도는 믿는다.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고. 신념을 실행으로 옮겨 절명한 형, 휩쓸리지 않는 나무가 되겠다는 동생. 그가 꿈꾸는 미래가 ‘황야’일지 ‘푸른 하늘’일지 모를 여운을 남긴 채, 소설은 막을 내린다.
결국 마왕은 누구인가
우리 안의 괴물에 대한 섬뜩하고 기발한 우화
책 앞머리에는 두 개의 에피그래프가 내용을 암시한다. ‘어쨌든 시대는 변하고 있다’는 밥 딜런의 말과 ‘시대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다’라는 다자이 오사무의 말. 밥 딜런이 노래한 1964년은 시민 평등권 운동과 베트남 반전운동이 격화되기 직전의, 그야말로 시대의 변혁기였다. 반면,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은 1946년의 것으로, 이른바 ‘다이쇼 데모크라시’와 패전 직후 민주주의 노선으로의 급진적인 변화 속 혼란스러움과 허무함이 잘 드러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마음속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두 가지 심리의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결국 시대는 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변하지 않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시 시대는 변한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고,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선 인간은 그 중대함을 깨닫기 어렵다. 그렇다면 홍수가 일어나기 전, 작고 하찮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마왕은 이누카이일까, 군중일까. 혹은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세상에 저항해 보려던 형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실실거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날카로운’ 준야일까. 형 안도의 능력은 정말 초능력일까, 혹은 그저 그의 바람이나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동생 준야는 무엇을 위해 초능력으로 돈을 벌어 모으는 것일까. 하지만 이 모든 건, 어쩌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두 형제는 홍수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형은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을 거듭함으로써, 또 동생은 현실에 거리를 둔 채 작은 평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말이다. 방법은 정반대이지만, 홍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왕』은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너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고독한 싸움에 견디고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은 있는가, 하고.
기본정보
ISBN | 9788901217147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10월 18일 | ||
쪽수 | 328쪽 | ||
크기 |
132 * 192
* 23
mm
/ 35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ISAKA KOTARO COLLECTION
|
||
원서명/저자명 | 魔王/伊坂幸太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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