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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국경제 > 2009년 선정
작가정보
1950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난 사사키 조는 삿포로쓰키사무札幌月寒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고대리점과 자동차회사의 판매촉진부에서 근무했다. 회사생활을 하던 1979년에 『철기병, 날았다?騎兵、跳んだ』로 제55회 All 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0년에는 『에토로후 발 긴급전』으로 제4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3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제8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의 3관왕을 달성했는데, 이 작품은 1993년에 <아득한 에토로후エトロフ?かなり>라는 제목으로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를린 비행지령』『에토로후 발 긴급전』『스톡홀름의 밀사』로 이어지는 ‘제2차 세계대전 3부작 시리즈’를 통해 첩보소설에 뛰어난 재능을 선보인 사사키 조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소설에도 도전하여 2002년 『무양전武揚?』으로 제21회 닛타 지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경찰소설 집필에 전념하여 『웃는 경관』으로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0위, 『제복수사』로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경관의 피』로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라 경찰 미스터리의 대가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다졌다. 특히 2009년에는 『웃는 경관』이 영화로, 『경관의 피』가 아사히 TV ‘개국 50주년 기념’ 특집 드라마로 제작되어 경찰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 외에도 서스펜스, 하드보일드, 청춘소설 등 다채로운 작풍을 선보이며 폭넓은 층의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979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한 뒤,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번역 작품으로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월광 게임』『외딴섬 퍼즐』『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 등이 있다.
목차
- 『에토로후 발 긴급전』의 한국어판에 즈음하여
머리말
프롤로그 은빛 하모니카의 추억
제1부 시간의 그림자
제2부 새로운 스파이의 탄생
제3부 코드 네임 ‘폭스’
제4부 그해 겨울
에필로그 다른 풍경을 찾아
작품 해설_인물 조형이 뛰어난 현대 일본 소설계의 명작
역자 후기_사사키 조가 보여주는 한 줄기 희망의 빛
책 속으로
유키가 언급한 사실은 메이지 17년, 슈무슈섬에서 있었던 쿠릴인 강제 이주 정책이다. 당시 메이지 정부는 주로 국방상의 이유를 들어 치시마열도 맨 북쪽 끝의 슈무슈섬에 사는 100명 남짓한 쿠릴인들을 가차 없이 홋카이도 시코탄섬으로 이주시켰다. 그 섬에 살던 쿠릴인들은 러시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그리스 정교를 믿고 러시아 이름을 가지며, 러시아어를 썼다. 바다짐승 사냥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주한 사람들은 급격한 생활 변화와 익숙지 않은 풍토에서 겪은 노고 탓에 줄줄이 병마로 쓰러졌다. 반년 사이에 97명이었던 일족은 84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시코탄섬은 슈무슈섬에 비해 바다짐승도 거의 서식하지 않아 수산자원도 부족한, 자연환경이 썩 좋지 않은 섬이었다. 그들은 시코탄섬을 ‘눈물의 섬’이라 부르며 그들 일족에게 내린 비운을 한탄했다. - 85쪽에서
문득 겐이치로의 머릿속에 4년 전의 알바세테 거리 정경이 떠올랐다. 국제여단의 훈련기지가 있었던 그 마을의, 국제여단 클럽이라는 이름이 붙은 카페 내부. 그 가게도 역시나 천장에 팬이 있었고, 하얀 벽이 있었으며, 밖에서는 의용군 청년들의 씩씩하고 활기찬 목소리가 넘나들었다. 아직 세상에 인간이 생명을 걸 만한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었던 시절의, 어리석고도 그리운 빛과 공기. 그리고 몇몇 사내들의 빛나는 눈동자. 겐이치로는 천천히 창문에서 캐서린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고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캐서린이 안도한 듯이 말했다. “정보 수집.”
“스파이란 말이로군. 위험하고 추잡하고 보수는 적은 일이야.” - 111쪽에서
“당신 일본어는 어디 억양이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어하고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조선 억양입니다. 일본어는 제 모국어가 아닙니다. 지금도 불편합니다. 왜 그런지 사정은 아시겠지요.” 가네모리는 대답했다.
“미국에서 얼마간, 이 나라가 극동에서 한 짓을 가르쳐주었어. 당신도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건가?”
“규슈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다가 10년쯤 전에 탈주했습니다.”
“한 가지 묻고 싶은데, 당신은 지금 이 일을 자기 의사로 하고 있는 건가?”
“무슨 뜻입니까?”
“자발적으로 미국의 첩보 활동을 돕고 있는 건가. 아니면 뭔가 약점을 잡혔다거나, 돈이 목적이라거나.”
가네모리는 무표정하게 겐이치로를 마주 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조국을 빼앗기고, 가족을 빼앗기고, 이름도 말도 빼앗겼습니다. 전 이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겁니다.” 겐이치로가 잠자코 있자 가네모리는 거듭 말했다.
“부득이하게 일본인을 죽여야 할 때, 조금이라도 망설여진다면 제게 말하십시오. 기꺼이 대신해드리겠습니다.” - 243쪽에서
난징에 남았던 얼마 되지 않은 서양인들은 이 무법 사태를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국제난민구위원회는 시민들의 통보를 받고 그때마다 일본대사관과 일본군 사령부를 찾아가 항의했으며, 단속을 강력하게 요망했다. 그런 학살, 방화, 약탈, 강간과 강간살인 숫자는 너무나 많았다. ‘약탈과 강간은 군의 일상 모습’이라고 공언하는 사단장마저 있었다. 고작 스무 명 남짓한 위원회 멤버로는 도저히 저지할 방도가 없었다.
슬렌슨은 시민 구원 활동에 힘쓰는 한편, 일본군의 만행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일본군의 잔학 행위는 대부분 구역질이 날 정도였고, 그것이 매일 엄청난 규모로, 조직적으로, 더군다나 버젓이 계속되었다. 그 방법에 비하면 기관총 난사로 죽는 것은 행복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수많은 포로와 시민들이 군도에 목이 날아갔고, 그도 모자라 총검에 꿰뚫렸다.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힌 사람도 있거니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내몰린 사람, 머리에 불을 놓인 사람, 몽둥이에 맞아죽은 사람도 있었다. 흡사 인간에게 내재된 잔인성의 표본과도 같았다. 놀랍게도 일본군은 그 행위를 사진으로 촬영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숨겨야만 할 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것이다. - 251쪽에서
출판사 서평
시대의 비극에 휘말린 스파이가 에토로후섬에서 보내온 마지막 통신!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대한 음모, 지상최대의 공습을 막아라!”
일본 굴지의 문학상 3관왕 수상작!
사사키 조는 최근 일본에서 ‘경찰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경찰을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으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이지만 그 이전에는 ‘첩보소설의 대가’로 인정받던 작가이다. 일본의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다 휩쓴 그를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불후의 명작 『에토로후 발 긴급전』이다. 그는 1979년 ALL 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0년 후 『에토로후 발 긴급전』을 출간하기 직전까지 일본 문단에서 그다지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1989년 『에토로후 발 긴급전』 출간하자마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역사의 큰 파도에 휩쓸린 채 희생당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획기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평론가는 물론이고 독자들에게도 극찬을 받는 인기 작가로 거듭났다.
『에토로후 발 긴급전』은 그에게 많은 상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뛰어난 이야기의 힘을 가진 문예작품에 수여하는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그 해에 가장 돋보이는 추리작품에 수여하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 그리고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까지 일본에서는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상들을 모두 휩쓸었고,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사키 조는 전쟁이라는 소재로 ‘제2차 세계대전 3부작 시리즈’를 기획하였는데 『에토로후 발 긴급전』 외에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아시아 정세를 기록한 『베를린 비행지령』,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시기의 일을 그린 『스톡홀름의 밀사』가 그것이다. 『에토로후 발 긴급전』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 그의 3부작 중 단연 백미로 꼽히고 있다.
통신이 단절된 섬 에토로후에서
마이너리티들의 격렬한 첩보전이 펼쳐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미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에토로후 발 긴급전』은 전쟁을 막으려는 자와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진주만 기습 공격이라는 소재를 배경으로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일본과 미국의 쫓고 쫓기는 추격신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1941년 미국은 하와이 진주만에서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스파이를 물색한다. 그중 일본계 미국인 사이토 겐이치로는 일본어가 가능하다는 것과 스페인 의용병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여러 후보 중에서 선택된다.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던 겐이치로는 살인죄를 덮어주겠다는 미국 정부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기습의 출격지가 홋카이도 근교 에토로후섬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겐이치로의 스파이 활동을 돕는 사람은 미국인 신부 슬렌슨과 ‘가네모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조선인 김동인. 일본 특별고등경찰은 그런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집요한 추격을 시작한다.
한편 에토로후섬에서 외삼촌이 물려준 역참을 운영하는 오카야 유키는 혼혈아에 사생아라는 이유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간다. 그녀는 일본인이 전쟁을 위해 사람들을 학살하는 모습에 회의를 느끼며 어느 날 찾아온 겐이치로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유키를 속일 수밖에 없는 상황의 겐이치로도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적에게 쫓기며 첩보 활동을 하는 그에게 전쟁은 시시각각 다가온다.
소외된 인생을 살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당당히 숨 쉬던 마이너리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전쟁을 막으려는 자와 일으키려는 자가 에토로후섬에서 격돌하면서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사사키 조를 첩보소설의 귀재로 만든 화제의 문제작!
『에토로후 발 긴급전』에서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첩보전!
『베를린 비행지령』『에토로후 발 긴급전』『스톡홀름의 밀사』로 이어지는 ‘제2차 세계대전 3부작 시리즈’를 통해 첩보소설의 귀재가 된 사사키 조. 그는 대표작 『에토로후 발 긴급전』을 통해 현대 첩보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스파이이자 일본계 미국인인 겐이치로와 일본의 특별고등경찰 이소다 모헤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독자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 만큼 긴박감이 넘친다. 동료의 도움을 받아 최종 격전지가 에토로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겐이치로는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에
통신이 단절된 채 고립된 섬 에토로후. 그곳에서 펼쳐지는 지상 최후의 스파이의 활약이 담긴 『에토로후 발 긴급전』은 출간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뿌리며 작가에게 수많은 문학상을 안겨주었고, 그후에도 NHK에서 <아득한 에토로후>라는 제목의 TV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토로후 발 긴급전』의 상징적인 인물 조선인 김동인!
사이토 겐이치로의 곁에서 스파이 활동을 돕는 의문의 인물 가네모리. 그는 작가 사사키 조가 창조한 특별한 인물이며, 『에토로후 발 긴급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가네모리는 강제로 조선에서 쫓겨난 조선인으로 규슈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다가 탈주한 경력이 있다. 그런 그가 첩보활동을 하는 이유를 언급한 부분은 도저히 일본인 작가가 썼다고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리는 조국을 빼앗기고, 가족을 빼앗기고, 이름도 말도 빼앗겼습니다. 전 이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겁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벌인 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악랄하고 잔학하지만 그런 행위들은 식민지였던 타국에서만 회자되었을 뿐 대부분의 일본인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문제였다. 하물며 이 책이 출간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9년이니 지금보다 더 경직되어 있었다.
작품 후반에 겐이치로는 오카야 유키와의 만남에서 어색한 자신의 억양을 감추기 위해 조선인 행세를 하기도 할 만큼 이 가네모리라는 캐릭터는 사이토 겐이치로와 끈끈한 우정과 인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두 나라간의 미묘한 관계를 비극이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담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을 한국 독자는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일본인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다!
『에토로후 발 긴급전』에는 일본인이 썼다고 보기 어려운 캐릭터와 사건들이 등장한다. 난징대학살에서 사랑하던 연인이 강간, 살해된 뒤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슬렌슨 신부와 고향 땅에서 강제로 이주되어 이국에서 평생 고국을 그리며 살아가는 쿠릴인 센조, 나라 잃은 설움에 말과 이름까지 빼앗겨버린 조선인 김동인, 러시아와 일본의 혼혈아로서 평생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오카야 유키, 그리고 미국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으며 살아온 사이토 겐이치로가 그렇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자의적, 타의적으로 일본인이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등장인물의 연결을 통해 작가는 일본이 저지른 잔학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인의 목소리로 그간 외면해온 사건의 진실을 직시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것으로,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에토로후 발 긴급전』을 통해 독자 스스로 판단하길 바라는 진정한 작가로서의 면모가 담겨 있다.
우리도 미처 관심을 두지 못한 역사의 어두운 한 페이지가 일본인 작가에 의해 자성의 목소리로 공개되는 『에토로후 발 긴급전』. 이 작품이 지금의 사사키 조를 있게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에토로후 발 긴급전』의 한국어판에 즈음하여
이번에 제 작품 『에토로후 발 긴급전』이 한국어로 소개되어 원작자로서 대단한 영광임과 동시에 감개무량합니다. 이 작품은 직접적으로는 1941년 일본 해군에 의한 진주만 공격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소설화한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한국 분들께 선보일 기회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이유는 일본 역사 속에서도 부정적인 부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며, 한국 분들에게도 지극히 불쾌한 기억으로 이어지는 사건일 터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작품에는 당시 일본에 살고 있던 한국인이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사실에 근거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기술과 묘사에 철저를 기했지만, 한국 분이 읽을 경우 역시 불쾌함을 느낄 부분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애초에 그 전쟁은 일본인 독자들에게도 오락 소설의 소재로 삼기에는 복잡한 역사이며, 어떻게 묘사해도 비판은 면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필을 시작할 때, 저는 일본인 입장에서는 썩 상기하고 싶지 않은 역사적 사실까지 포함해서 쓰겠다는 결의를 출판사 편집부에 전했습니다. 편집부도 제 구상에 찬성했고, 일본과 한국 사이의 예민한 문제에 대한 언급도 지지해주었습니다. 1988년 무렵이었으니 이윽고 일본 사회도 성숙해, 그 전쟁과 시대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던 건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저는 ‘그곳에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일본인 작가 중 어느 누구도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일본에서 살았던 한국인의 모습을 소설 속에 그릴 수 있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김동인의 인생은 제가 보고 들으며 조사했던 한국인들의 실제 인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제 한국인 친구들도 재일 한국인이 가지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생각, 전쟁에 대한 감각 등에 대하여 솔직한 조언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주인공 케니 사이토와 김동인이 맺는 끈끈한 우정과 인연은, 한일 두 나라의 시민들 사이에도 그러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저의 진심이 우러난 표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에토로후 발 긴급전』은 일본방송협회 NHK에서 <아득한 에토로후>라는 제목으로 총 여덟 시간짜리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로 제작되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김동인을 연기한 분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재일 한국인 배우 김수진金守珍 씨로, 그의 열연은 지금까지도 시청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본서가 한국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읽히고, 받아들여질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하루 빨리 한국 독자 여러분의 반응을 알고 싶어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본서의 한국어판 간행이라는 용단을 내려주신 출판사, 그리고 부족한 작품인 『경관의 피』의 한국어 번역에 이어 한층 더 어려운 번역 작업에 나서주신 번역자 김선영 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9년 10월
홋카이도 동단의 초암에서 사사키 조
■ 작품 해설
전체의 귀추는 대체로 역사적 사실을 따르고 있으므로 주절주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서의 역점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오히려 개개인의 등장인물에 투영된 인생의 무게이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보편적인 테마의 무게가 아닐 수 없다. …… 이렇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본서의 주요한 등장인물에는 귀속 의식의 상실이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선교사인 슬렌슨은 신에게 귀의하지 못하고, 가네모리도 센조도 일본 국적에 대한 반발심을 품고 있다. 겐이치로는 아나키스트이며, 유키도 일본 사회의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이러한 기존의 가치 체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드라마 속에서, 예를 들어 헌병인 이소다처럼 자신의 사회적 입장에 전혀 의문을 품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도 확연히 보인다. - 문예평론가 하세베 후미치카
■ 역자 후기
이 작품에는 소수민족, 보통사람,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등장합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만나고,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작품은 교차 서술을 통해 그들의 행적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원하지 않는 전쟁의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이 작품에 아련한 그늘을 드리우지만 이 작품의 결말이 한없이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작가가 보여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지고, 고향을 빼앗겨도, 면면히 이어지는 생명의 힘. 그리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인간의 굳건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101576 |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11월 09일 | ||
쪽수 | 512쪽 | ||
크기 |
197 * 138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미도리의 책장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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