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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이 있었다

아침달 시집 3
오은 지음 | 아침달 | 2018년 09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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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91189467005(1189467003)
쪽수 108쪽
크기 127 * 192 * 8 mm /180g 판형알림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오은 시인의 『나는 이름이 있었다』가 아침달에서 출간되었다. 2009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을 시작으로, 2013년 문학동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2016년 문학과지성사 『유에서 유』를 선보이며 활동은 이어온 시인은 2018년 현대문학의 『왼손은 마음이 아파』 발간과 거의 동시에 아침달 시집을 발간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서른두 편의 ‘사람’ 연작으로 구성된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동명의 시 「사람」으로 끝을 맺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갖은 사람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궁리하는 사람」, 「읽는 사람」, 「마음먹은 사람」, 「비틀비틀한 사람」, 「세 번 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무인 공장에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었다.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이 유일하게 습득한 기술이었다. 어느 날에는 스위치를 켜는 심정으로 불쑥 내 이름을 발음해보았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이름이 있었다. 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76쪽 「무인 공장」 중


심지어 사람이 없어야 할 「무인 공장」에서까지 독자들은 사람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공간에 머무는 화자가 ‘무인 공장’과 ‘나’를 비교하며(‘무인 공장과는 달리, 나는 사람이었다’)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까닭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없어도 사람인 채 버티’는 존재이며, ‘무인 공장인데 내가 있’는 것처럼,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스위치가 다시 켜지지 않’게 된 이후에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없게 된 화자는 말한다. ‘비로소 무인 공장이 무인 공장다워졌다’고. 결국 ‘스위치가 켜’져 있다면 제 아무리 무인 공장에 있더라도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란 때문에 궁금해진 옆 반 선생님이 우리 반을 찾았다 장 선생님 어인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장 선생이 선생님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곤 낄낄 웃었다 김 선생은 아직도 그 게임을 해요? 이럴 때 보면 꼭 옛날 사람이라니까 장 선생의 말에 김 선생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새 새로운 게 나왔나요? 그새라니요, 한 달이 넘었는데! 업데이트를 좀 하세요, 업데이트! 장 선생의 훈계에 제기를 차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순식간에 옛날 사람이 된 김 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38쪽 「옛날 사람」 중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사람만큼 다양한 대사가 등장한다. 주고받는 대화에서부터 혼잣말(그는 고개를 떨구며 혼잣말을 했다. 친했었는데…….―66쪽, 「유예하는 사람」 중), 그리고 독백까지도. 그 까닭에 이 시집은 각각의 시편이 누군가의 일상이자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 보는 시가 이토록 정겨운 이유는 시인이 만나고 거쳐 온, 이 시집에 기록한 사람들이 대단히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읽는 독자들은 시 속 장면들이 어디선가 경험한 것처럼 일상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닭에 독자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을 테다. 인간이라면 으레 느낄 법한 감정-후회, 환희, 선호, 기쁨, 부끄러움, 분노(사람을 뭐로 보고 이런 걸 줘요?//불우 이웃을 도울 사람이 화를 냈다―34쪽 「좋은 사람」 중)-들이 곳곳에 머물러 있으니 말이다.


사람과 사람, 그 내면에 흐르는 특별한 감정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지금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에 있다. 많이 변했구나. 나는 말했고 너는 웃었다. 오래되었잖아. 나는 그 말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말인지 헤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둘 다. 너는 덧붙여 말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내 마음을 읽는 것은 여전히 잘하는구나. 그럼, 오래되었잖아. 그 말은 분명 우리가 오랫동안 만났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94쪽, 산문 「않는다」 중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오은 시인의 두 편의 산문이 수록된다. 시편에서 사람 그 자체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너’와의 이야기 「않는다」에서는 사람과의 ‘관계’와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시인이 제시하는 BGM을 재생하고, 그 리듬까지 독서인 양 읽어 내려가다 보면,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고 나아가 그 감정에 눅진하게 녹아드는 경험에 이르기도 한다. 시인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를 통해 사회 속의 사람,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나’로서의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람’, 그리고 그 내면까지 다각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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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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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은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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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차례

사람
궁리하는 사람
바람직한 사람
얼어붙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드는 사람
빠진 사람
읽는 사람
좋은 사람
옛날 사람
도시인
손을 놓치다
마음먹은 사람
산책하는 사람
비틀비틀한 사람
일류학
큰사람
애인
응시하는 사람
갔다 온 사람
선을 긋는 사람
주황 소년
유예하는 사람
58년 개띠
계산하는 사람
무인 공장
서른
시끄러운 얼굴
물레는 원래 문래
세 번 말하는 사람
한발
사람

부록

않는다
물방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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