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죽지 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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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낯선 자들의 피』의 작가가 20년 만에 발표한 신작
얀 미할스키 상 최종 후보작
자동차 사고와 갱단의 전투, 알코올과 약물의 과다 복용…
어둠의 흔적들 속에서 인간의 숨결을 잡아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서늘한 고뇌와 처참한 희망
작가정보
Frank Huyler
응급의학 전문의, 시인, 소설가, 논픽션 작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후 국제학교 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런던과 두바이, 고베 등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현재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대형 병원에서 일한다. 1990년대 후반, 첫 책 『낯선 자들의 피(The Blood of Strangers: Stories from Emergency Medicine)』를 발표해 “고도로 밀도 있는 응급실 회고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그들 역시 의사이기도 한 아툴 가완디와 에이브러햄 버기즈, 소설가 폴 오스터에게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의 법칙(The Laws of Invisible Things)』 『갈망할 권리(Right of Thirst)』를 출간했고, 《애틀랜틱(The Atlantic)》 《조지아 리뷰(The Georgia Review)》 《포에트리(Poetry)》 등에 시를 발표해 왔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인문, 사회 등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고 번역한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독일 병사와 함께한 여름』 『심리학을 말하다4: 섹스』가 있다.
“하일러의 글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응급실 너머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응급실에서 목격하거나 직접 겪은 현대 사회의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동시에 친절과 연민, 회복력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현실이 어떠하든 인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저자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진리일지 모른다. 삶은 고통이라는 것! 누구나 살면서 아픔을 겪게 된다는 것! 하지만 그런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에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목차
- 1부
소년
우박
전쟁
착한 아들
결혼식
하느님
모터사이클
자비
총기 쇼
방문객
제스처
크레인에 대한 이야기
말
해바라기
눈보라
현기증
2부
자전거
구세주
왜소한 여자
기계
윈스턴 비게이의 컬렉션
밤의 여자들
리사는 우리를 기다리게 했다
영광
노교사
교훈
강의 소년
잠든 사람
거울
시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사
-
“하일러는 원대한 목표 의식이 담긴 이야기를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놀랍도록 부드럽고 친절하게 풀어낸다.”
-
“완벽한, 짧은 에세이.”
-
“잊히지 않는…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일러의 연민 어린 시각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그가 이끄는 삶과, 그가 보고 때로는 구하는 환자들에 대한 기억할 만한 설명이 되었다.”
-
“응급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간결함과 명료함, 연민의 시선으로 담겨 있다. 『낯선 자들의 피』 이후 독자들이 오래 기다려온 이 책에서 저자는 응급실에서의 경험을 더 흥미로운,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로 전한다.”
책 속으로
“일 분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새로 생겨난 묵념의 시간. 현대적 의식이다. 젊은 외과의사들은 나이 든 의사들이 수술실을 나가는 와중에도 이 의식을 치른다.
그래서 모두가 하던 일을 멈췄다. 간호사들, 외상 팀, 할 일이 없어 구석에 서 있는 엑스선 기사.
잠시 모두가 조명 아래 조용히 서서 소년의 몸을 보았다. 아무도 소년의 사연을 몰랐고, 아무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순간 경건함이 흘렀고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1분은 천천히 지나갈 수 있다. 1분이면 충분하다.
-「소년」 중에서
그는 폐암과 폐렴이 있었고, 중성자수가 0이었다. 그의 아내는 그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모든 걸 잘 헤쳐 나갔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그가 호흡이 가빠지더니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들은 임상실험에 등록하려던 참이었다.
“희망은 언제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선생님은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지 마세요.”
종양내과의들이 비록 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삽관을 했고 그들이 하는 것처럼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지금 죽게 두느냐 며칠 후에 죽게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나는 며칠 후를 선택했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를 중환자실로 데려갈 때, 그의 아내는 남편을 구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고, 나는 그것을 기억한다. -「하느님」 중에서
오피오이드(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옮긴이 주) 과다 복용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투명한 액체 몇 방울을 투여한다. 그러면 죽어가는 것을 멈춘다. 이를 보며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식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유 의지와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을 때, 그들은 알지 못한다.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차가운 숨결은 없었다. 공포는 추상적이다.
“어떻게 된 거죠?” 그들은 묻는다. “여기가 어딘가요?”
그래서 설명을 해준다. 그들이 어디서 발견됐는지 말해 준다. 지금 이 대화와 무덤 사이에는 고작 몇 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모터사이클」 중에서
“마취과 불러요.” 내가 말했다. 이는 응급의학과의 실패를 인정하는 말이다. 이 말을 처음부터 했어야 함을 알지만, 나는 사건의 앞이 아닌 뒤에서 처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과정 속 어디에도 없다시피 했다.
간호사가 전화기로 달려갔다.
“내가 해보죠.” 내가 말했다. 내가 해야 했고, 내 일이자 내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화면을 보아서 알고 있고, 그 몸의 구조와 그 구토물이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고, 레지던트는 실력이 좋았으며 나만큼 이 수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더 강인하고 더 젊기에 메스로 더 세게 턱을 들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녹슬었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서로 포지션을 바꿔보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됐다.
-「왜소한 여자」 중에서
너무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바라보는 온도가 0에 가까우면, 모든 것이 들여다보이고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인다. 이 삶, 아니면 다음 삶. 이 남자, 아니면 다른 남자. 이 여자, 아니면 다른 여자. 이 아이, 아니면 다른 아이. 하지만 모든 것이 같지는 않고, 우리는 그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내과 팀은 호출에 또 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있는 방으로 직접 간다. 그들은 밤새 녹초가 되고 패배한 모습으로 컴퓨터 위로 몸을 숙인 채 앉아 있다. 내과 팀 중 단 두 명만이 있다. 그들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때로는 무력감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호출기가 그들의 뒷주머니에서 울리고, 그들은 버튼을 눌러 무시한다. 그들은 우리가 결국 그들을 찾으러 올 것을 안다.
“호출 좀 받으시죠.” 내가 말한다.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호출하는 것이 내 일이듯, 응답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다. 지치고 패배자가 된 기분인가?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글쎄, 그건 아니지. 당신은 그냥 피곤한 거야. 일은 곧 끝날 거고.
-「시간」 중에서
출판사 서평
미국의 남서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프랭크 하일러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것은 “고도로 밀도 있는 응급실 회고록”이라 일컬어지는 첫 책 『낯선 자들의 피(The Blood of Strangers)』를 통해서였다.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아툴 가완디와 에이브러햄 버기즈는 “레이몬드 카버가 의사였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썼을 것이다. 여기에 미숙한 영웅은 없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다. 사랑스럽고 동시에 불안하다”, “운율적이고 아름답게 통제된 산문”이라고 하일러의 글을 칭송했다.
작가로서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은 하일러 박사의 두 번째 의학 에세이 『아무도 죽지 않은 밤』은 본능적이고 잊히지 않는, 때로는 초현실적인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의학의 투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응급의학 전문의로 25년을 일한 저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환자와 의사, 의사와 의사, 의사와 간호사, 병원과 의사의 삶을 투명하게 묘사하는데, 저자의 강력하고 시적인 문체는 사소해 보이는 에피소드에서조차도 감동을 이끌어낸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출간되는 소설과 논픽션을 대상으로 하는 스위스 얀 미할스키 문학상의 2021년 최종 후보작 3편 중 하나로 손꼽혔다.
저자는 뇌가 폭탄 파편으로 가득 찬 이라크 파병 군인, 크레인에 아이들을 태워주다 갑작스런 돌풍으로 사고를 당한 노동자, 마약에 손을 댔다가 에이즈에 걸린 남자 등을 보며 무심한 선택 뒤에 온 무자비한 결과를 응시하고, 가슴 통증을 진정시키겠다고 복부에 바늘을 수없이 꽂은 여자, 암이 갈비뼈가 드러나게 할 때까지 대마기름을 믿은 사람, 하느님의 뜻에 따른다며 골육종으로 썩어가는 발을 자르지 못하게 하는 젊은 여성처럼 이해 불가능한 환자들 앞에서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냉정해진다. 차가운 저자의 시선은 아내가 출산하던 날 밤 맞은 우박, 말기 암 투병 중인 학창시절 친구의 아름다운 결혼식 풍경을 되새길 때 따스하고 애잔하다. 젊은 인턴과 간호사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부드럽게 다독이고, 냉철한 외과의와 치료를 조율하면서도, 밤샘 이후 무신경해진 의사들에게는 따끔한 일침을 날리며 저자는 노회한 자신을 되돌아본다. “기억할 것이 있기에는 너무 젊은” 후배 의사들에게 “내가 자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도록” 두는 저자는 노련하기 이를 데 없다. 직업의식에서 오는 책임감과 피로감, 죽어가는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동경, 그리고 최선을 다한 후 삶이라는 행운과의 만남은 숨 막히는 위대함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가장 취약하고 가장 기본적인 사회를 비추는 한 의사의 잊을 수 없는 초상을 담은 의학 에세이 『아무도 죽지 않은 밤』을 통해 독자들은 삶의 진정성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548314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05일 | ||
쪽수 | 324쪽 | ||
크기 |
142 * 210
* 25
mm
/ 473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White Hot Light/Huyler, Fra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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