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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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들어가며
우리
나의도시 - 정희우
식물을 닮은 세계 - 김이박
치유의 손짓 - 김진희
틈
영롱한 순간들 - 황연주
우리 각자의 이야기 - 권하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 장서영
세계
시간의 얼굴 - 박진희
페이크 파라다이스 - 문소현
기술 앞에 선 예술가 - 하석준
책과 영화들
책 속으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새로움이 보인다. 현대미술은 지금의 우리를 둘러싼 평범한 일상과 사소한 행위를 작품 속으로 가져온다. 작가들은 내가 사는 공간의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기록하고, 공간과 엮인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또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작은 화분에서 시작해 식물의 특성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읽어내고, 식물과 사람의 관계를 관찰한다. 일상적 행위인 바느질에 서사를 부여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행위로 바꾼다. 현대미술 감상은 우리 곁의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시선의 끝에서 우리의 내면이 드러난다.
-13p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겐 20년 전 지은 아파트 단지가 낯선 풍경이었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아파트 단지는 유년기의 역사를 모두 품은 익숙한 풍경이다. 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쌓인다. 그래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역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눌 수 없다. 이 도시는 가만히 머물러 있는 배경이 아니라 움직이고 살아있는 존재다.
-19p
작가 역시 지금 사는 집에 정착하기까지 약 15년 동안 끊임없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계약 기간이나 보증금처럼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는 문제들 때문에 어느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자신의 삶과 화분에 담긴 채 옮겨 다니는 도시의 식물들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서울이라는 삭막한 대도시에, 그리고 매번 새로운 거주지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자신의 모습은 유해한 도시환경 또는 새로 옮겨 심은 자리에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는 식물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39p
시는 짧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시의 언어는 세계를 응축하고 본질과 핵심을 향한다. 그래서 단어 하나, 쉼표 하나가 단단하게 빛나고 여백이 많은 짧은 글 하나가 사람의 가슴을 울린다. 별이든 인간이든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그들이 모여 움직이고 빛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치 시의 언어처럼 아주 작은 존재 하나에도 얼마나 커다란 우주가 담겨 있는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146p
소름 돋는 이야기지만, 영화의 줄거리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우리의 삶이라고 크게 다를까. 사실은 세트장인 섬을 가장 살아가기 좋은 곳이라고 트루먼이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도 사회의 통제 하에 제공 받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라고 여긴다거나, 또는 가까운 친구가 건넨 말에서 각본대로 짜여진 깨달음을 얻는 트루먼처럼, 우리도 사회에서 주입받은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것도 어쩌면 진짜 삶이 아닐 수도 있다.
-151p
출판사 서평
"우리와 같은 땅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표현하는 이야기 속에는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 그렇게 현대미술은 쉽게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삶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그리하여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힘을 길러줍니다. 그래서 당대의 미술이야말로, 더욱 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가까이 두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현대미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술계 종사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멀리 있지 않다. 명화가 그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듯이, 현대미술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세상을 관찰하고 표현한 결과물이다.
현대미술은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동시대의 미술 작가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펼치거나,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틈을 발견하여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말을 걸기도 한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눌 수도 있고, 내 고민의 답을 얻을 수도 있고, 때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만날 수도 있다. 현대미술은, 우리의 오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현대미술 작품들이 뭘 표현한 것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고, 전시 서문을 읽어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 건지, 거기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야 할지 낯설고 어렵다. 어렴풋한 의미의 윤곽 정도 느껴지지만,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더이상 물어보길 멈추고 입을 다물기 일쑤다. 이런 현대미술과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을까? 〈보통의 감상〉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감상 방법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가까워지고 싶을 때 함께 알고 있는 공통 주제를 꺼내곤 한다. 그래서 〈보통의 감상〉은 현대미술과 가까워지기 위해 영화나 책, 일상의 에피소드 등 우리 주변의 익숙하고 평범한 서사를 가져온다. 보통 사람들이 현대미술을 감상할 때 꼭 어려운 이론이나 전공지식으로 무장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작품이 말하는 주제를 읽어 내면 충분하다. 이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보통의 감상〉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9인 작품들을 각각의 주제를 담은 에세이로 소개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편견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작가가 건네는 말을 하나씩 들어보고, 나의 경험에 대입해 이해해보고, 다시 질문하며 함께 대화한다. 특별할 것 없고 누구나 가능한 "보통의 감상"방법이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같은 곳에서 지금, 오늘을 함께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애정이 생겨나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친근감이 솟아날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당신만의 "보통의 감상"을 시작할 시간이다. 앞으로 현대미술과 수많은 대화를 경험하며 고민의 답에 가까워지고 삶이 한 뼘 더 풍성해지길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151804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9월 14일 |
쪽수 | 192쪽 |
크기 |
124 * 178
* 18
mm
/ 20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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