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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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자가 한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한의원을 물려받는 순탄한 길을 거부했다. 진정한 한의사로 준비되기 위해 주역 책을 들고 지리산으로 들어갔고, 세상을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길에서 배운 것들은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정립하게 했고, 한의사로서의 갈 길을 알게 했다.
살구나무는 명의를 상징한다. 아버지라는 살구나무 아래에서 미래를 꿈꾸고 한의사로 성장해 가는 저자의 의업 분투기가 담겨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재규
1975년 문경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닮고 싶어 한의학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동탄에서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 환자와 소통하며 치유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바른 한의사의 길을 모색하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많은 고전을 탐구했고, 지리산 자락에서 두문불출하며 주역 전문을 통강하기도 했다. 삶의 현장 속에 뛰어들어 이웃의 고통을 확인하고자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죽어가는 소의 곁을 지키며 한 달 동안 헌신하는 어느 여행자를 만났다. 그를 통해 1퍼센트의 생존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전력을 다하는 한의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저자는 그간 길 위에서, 진료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부단한 의학 연구, 환자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최선을 다하는 진료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길이라 믿고 있다. 그간의 인연과 감동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작가의 길로 나섰다. 걷기와 여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며, 진료실에서 치열하게 느꼈던 생각들을 글로 옮기고 있다.
저자에게 아버지는 혈육을 넘어 존경의 본으로 삼을 스승이었다. 아버지를 통해 한의학의 깊은 지식을 전수받았으며, 환자를 대하는 바른 자세를 익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아들에게 맥을 잡게 했던 아버지의 의업 정신과, 아버지를 본받아 바른 한의학의 정신을 올곧게 실현하려는 아들의 분투 과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목차
- 프롤로그
Chapter 1 · 살구나무 아래에 서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서 감사해요...
아버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눈물...
살구나무 숲...
전약국. 우리 아버지...
경상도 남자...
Chapter 2 · 대를 이은 의업의 길
한의대 입학, 그리고 유급...
인제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작약꽃이 필 무렵...
그해 여름, 지워지지 않는 괴로움...
한방 해부학 대부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
한의학도로서 최선을 다하리라...
당신을 닮고 싶다...
아버지 뇌경색이 오다...
의학의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Chapter 3 · 길 위의 한의사
아버지와의 동행...
의학과 역학의 뿌리는 같다...
길 위의 한의사...
죽음을 기다리는 집에서...
테레사 수녀의 길을 좇아서...
갑작스런 귀국...
귀국 그리고 개원...
Chapter 4 · 나를 뛰어넘어라
난 나의 약장이, 넌 너의 약장이 있다...
개원하던 날의 출사표...
아버지와 아들의 처방 논쟁...
치유의 시간이었던 외국인 의료봉사...
늘 환자만을 생각하라...
영창당에서 의인까지...
Chapter 5 · 마지막 처방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오늘...
암 투병 중인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다가오는 이별...
고향에 모시고 가리라...
눈물의 귀향...
마지막 처방전...
에필로그
책 속으로
아버지라는 나무 아래서 뛰어 놀았다.
햇살이 비칠 때도 비바람이 불 때도.
가지 끝에 달려 있던 의업이라는 열매를 맛보며 자라났다.
그리고 커서야 보게 되었다.
아버지라는 나무에 새겨진 인고의 옹이들을.
그리고 커서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커다란 살구나무였음을. p11
“행림(杏林)이라고 들어봤니? 남강 할아버지가 잠깐 이야기했던 살구나무 이야기다. 중국 삼국시대에 동봉(董奉)이라는 의사가 있었는데, 병이 나으면 돈 대신 살구나무를 받았단다. 그 의사가 어찌나 명의였는지, 나중엔 그 주변 산이 살구나무로 가득 찼단다. 살구나무 숲은 명의이기도 하고 인술을 베푸는 의사이기도 한 거야.” p39
세 명이 함께 작두질을 해 원형의 얇은 절편으로 만드는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이제 이틀 동안 잘 건조하는 작업만 남았다. 안채에 들어가 방을 따뜻하게 하고, 녹용을 쭉 깔아 놓았다.
오후부터 시작해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녹용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녹용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게 수작업으로 정성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구나. 방안 가득히 꽃이 핀 듯한 녹용 절편을 보니 절로 뿌듯했다. p.107
아버지는 업권 때문에 진맥 또한 공식적으로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위 세대의 고수들에게 몸으로 직접 배우셨던 분이다.
“지금 내 맥이 긴맥(緊脈)이다. 새끼줄이 꼬인 듯한 느낌, 뻑뻑한 느낌의 맥이다. 기억해라.”
20대의 나의 맥과 비교하니 확연히 비교되었다. 부드럽게 힘이 있는 나의 맥에 비해, 몇 가닥의 실이 꼬인 듯한 아버지의 맥.
“다시 맥을 잡아보아라. 왼쪽, 오른쪽 맥을 비교해봐라. 어디가 세게 뛰냐?
긴장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제지간이기도 했다. p.120
“인생 어렵게 살지 마라. 평범히 살아라. 남들처럼 살아!”
아버지는 배낭을 멘 아들을 만류했고, 호통을 쳤고, 애써 달래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여러 번 설득했지만,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당신의 허락을 받고 떠나면 더 좋았겠지만, 이건 나의 인생이었다.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이튿날 새벽, 아버지께 마음속으로 큰 절을 드린 후 첫차로 고향을 떠났다. p147
에이즈 환자에게 주사를 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고름을 짜내던 수녀님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이 세상에 내려온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몇 달 먼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선배들의 평온한 얼굴을 보면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해질 수 있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p.154
나는 아버지의 경험과 혜안에 감탄을 거듭했다. 학생 때는 이론으로만 공부하고, 무작정 외우기만 했다. 하지만 한의대 졸업 후 환자들을 실제 보면서 이론대로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아버지의 말씀으로 비로소 이유가 선명해졌다. 특히 육미지황탕에 관한 설명은 입을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p.187
“재규야, 놀라지 마.”
거기까지 말해놓고 누나는 울먹였다.
“아빠가 암이래, 그것도 당장 수술해야 할 만큼 위급하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수화기 너머 누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난 담담했다. 아니 담담한 척을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이제 아버지 연세에 암 발병할 수 있을 수도 있지. 어느 부위래? 자세히 얘기 들었어?”
누나는 훌쩍이느라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
“조직검사를 또 해봐야 된대. 서울대병원 쪽에 담도암 전문으로 하는 교수님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보려고 해. 크기가 5센티 정도 되는데, 위치가 안 좋아서 간을 크게 절제해야 된다고.”
아……. 탄식과 함께 주위가 휘청이는 느낌을 받았다. p.225~226
병마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 집을 덮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잉태되었다.
당신의 철없는 막내아들이 이제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손녀를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당신의 품에 안겨드렸다.
그 아이가 백일이 되고, 조촐한 백일잔치를 하며 아름다운 새 생명을 축하하던 그날, 아버지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셨다. 며칠이면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예정된 퇴원 전날 고열과 급성황달로 담관에 관을 꽂게 되었다. 다시 호전이 되어 퇴원하던 날, 앰뷸런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담즙배액관이 빠져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엔 병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p.241-242
귀향을 결정했다.
앰뷸런스를 섭외하고, 젊은 의사 한 명이 동승했다. 나는 가족을 대표해 앰뷸런스에 올랐다. 비상시를 대비해 의료인인 내가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게 낫다는 형제들의 판단이었다.
2월 1일 저물 무렵, 앰뷸런스는 경광등을 켜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석양이 서울대병원 건물을 아스라이 비추고 있었다. 당신이 병마와 사투했던 지난 두 달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사투, 그리고 옆을 지켰던 나의 분투가 떠올랐다.
앰뷸런스 창밖으로 병원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시원섭섭했다.
이제 고향으로 간다. 길 위에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할 순 없다. 반드시 아버지를 점촌까지 모시고 갈 것이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p252-253
아버지의 맥을 잡았다.
느리게 힘없이 뛰고 있었다. 서맥(徐脈)이었다. 또한 불규칙적이었다. 부정맥인데, 가끔 튀는 듯한 맥이 나왔다. 산맥(散脈)이었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가라앉고 느린 맥, 찰흙같이 식고 가라앉은 느낌의 맥이었다. 촌관척이 약간씩 다르게 뛰고 있었다. 이런 맥은 처음 잡아보는 것이었다.
“아버지, 서맥(徐脈), 허맥(虛脈), 부정맥 중의 산맥(散脈)이 잡힙니다. 하나 더, 가라앉고 촌관척이 따로 뛰는 듯한 느낌의 맥이 있습니다. 이게 아마…….”
사증(死症)의 맥이리라.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p.261
출판사 서평
아버지와 아들의 의술 동행 여정이 담긴 책
저자에게 아버지는 혈육을 넘어 스승이었다. 좋은 녹용을 고르고 손질하는 법, 약재를 다루는 법 등을 손수 가르치고, 처방 논쟁을 벌이며 아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아들에게 맥을 잡아보라며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죽음을 넘어서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부성애는 책 속 부자의 의술 여정 가운데 감동적으로 녹아 있다. 또한, 현대판 동의보감이라고 할 만큼 한의학 처방 및 치료와 관련한 경험들이 흥미롭다.
아버지를 닮고 싶었던 아들의 한의사 성장기
저자는 늦은 밤까지 처방을 고심하고, 묵묵히 약을 조제하고 탕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레 한의사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삼수 끝에 입학한 한의대, 약사 한약 조제권 반대 시위로 유급, 최전방으로 군 입대 등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저자의 성장 과정이 책 속에 그려져 있다. 개업을 앞둔 방황의 시간들도 펼쳐진다. 주역을 공부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떠났고, 세상을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죽음의 집’ 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숭고한 자세를 배웠다. 저자의 직업을 준비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과 직업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103339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1월 10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40 * 200
* 24
mm
/ 392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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