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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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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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평등하고 자유로운 개인이 즐겁게 일하고 쉬고 나누는 푸르른 세상을 꿈꾸었던 희망의 아나키스트
정의롭고 공정한 모두의 삶을 위해 평생 권력에 저항했던 불굴의 노(老)전사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의 삶과 사상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재검토하다!!
표트르 크로포트킨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도 그의 대표작인 『상호협력(부조)』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명쾌한 한 줄로 표현 가능한 그 책의 핵심은 20세기 초 아나르코-코뮤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의 한·중·일 3개국에 수용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특히 신채호가 대표적인 크로포트킨주의자였다.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고, 혁명가이며 언론인이었던 신채호의 독립운동은 누가 뭐래도 아나키즘의 일환이다. 크로포트킨에게 차르 치하의 러시아 민중 해방이 그의 아나키즘운동에서 최우선 과제였다면, 신채호에게 식민지 아나키즘의 제일 과제는 독립운동이었다. 신채호를 비롯한 많은 독립운동가가 크로포트킨을 존경하고 그의 사상과 행동을 따랐던 이유다. 그 밖에도 크로포트킨의 사상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열망했던 많은 청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로포트킨의 저작은 물론 그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한 자서전들이 거의 다 번역되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평전은 10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삶과 사상을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계와 연결시키려는 국내 최초의 시도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지구상에 ‘상호협력’의 가치만큼 오늘 이 시점에서 반드시 부활되어야 할 사상이 있을까? 하지만 이 책은 비판적인 시각도 잃지 않는다. 귀족으로 살면서 ‘상호협력’이라는 개념을 생각했다면 그것이 과연 온당한가 하는 점, 중세를 상호협력사회로 과도하게 이상화했다는 점, 사회개혁문제와 더불어 인간의 상호협력과 자주성을 특별히 강조하지만 그것들이 과연 언제 어떻게 발휘되는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비평적으로 바라본다. 서로 협력하고 돕는 사회,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를 지닌 사회, 소외당하는 사람 없이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한때 ‘그런 젊은이’였던 기성세대, 사람을 위한 인문학의 진수를 맛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모든 권력에 반대한 창조인 아나키스트』를 권한다. 크로포트킨의 다양한 저작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뿐 아니라 빅토르 세르주,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미하일 바쿠닌, 루이즈 미셸 등 혁명적 이상사회를 위해 헌신한 여러 사상가와 학자, 행동가들을 소개한 것 역시 이 책이 지니는 특장이다. ‘2021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작가정보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며 인문·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내와 함께 작은농사를 짓는다.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자 늘 노력한다.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2015년 『독서독인』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비주류의 이의신청』 『저항하는 지성, 고야』 『내 친구 톨스토이』 『불편한 인권』 『인문학의 거짓말』 『놈 촘스키』 『오노레 도미에』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공저) 『수정의 야인 조지 오웰』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에드워드 사이드』 『메트로폴리탄 게릴라 루이스 멈퍼드』 외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간디 자서전』 『예술은 무엇인가』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머리말 ● 저자 일러두기
1장 왜, 지금, 크로포트킨인가?
톨스토이의 마지막 편지 ● 세르주의 크로포트킨 ● 아나키즘은 민중의 창조물이다 ● 과학적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 ● 러시아인 크로포트킨 ● 귀족 크로포트킨 ● 크로포트킨 『자서전』과 『평전』 ● 크로포트킨은 한반도에 어떻게 소개되었을까 ● 이 책을 쓰는 이유 ● 『러시아문학의 이상과 현실』 ● 러시아문학의 특징 ● 조국(祖國)전쟁과 데카브리스트
2장 소년 사관생도 크로포트킨 1842~1862
모스크바의 크로포트킨 ●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 출생, 그리고 이별 ●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다 ● 중학교 시절 ● 소년사관학교 시절 ● 새로운 지식인들이 등장하다 ●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 농노제 폐지
3장 청년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 1862~1877
시베리아에서 보낸 한철 ● 아나키스트로 성장하다 ● 크로포트킨의 아나키즘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절 ● 미하일 바쿠닌 ● 청년 아나키스트의 길 ● 차이콥스키단에서 활동하다 ● 토끼섬에서의 감옥살이
4장 망명객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 1876~1890
라쇼드퐁에 정착하다 ● 결혼, 그리고 최초의 아나키즘 주장 ● 『청년에게 호소함』 ● 『법과 권위』 ● 1881년 런던 아나키스트회의에 참석하다 ● 루이즈 미셸과 파리코뮌 ● 클레르보 감옥에 갇히다 ● 런던 생활 ● 『자신을 위해 행동하라』 ● 예외적인 폭력
5장 창조인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 1890~1902
창조적 아나키스트 ● 『정의와 도덕』 ● 『아나키즘의 도덕적 기초』 ● 『빵의 쟁취』 ● 아나키즘적 코뮤니즘 ● 농업아나키즘 ● 『들판, 공장, 작업장』 ● 통합교육으로서의 노동교육을 강조하다 ● 『국가-역사에서 국가의 역할』 ● 아나키즘적 사회란 무엇인가
6장 『상호협력』의 아나키즘
『상호협력』 ● 『상호협력』의 특징 ● 다윈과 맬서스 ● 동물들의 상호협력 ● 원시사회의 상호협력 ● 미개인의 상호협력 ● 중세도시의 상호협력 ● 근대인의 상호협력 ● 크로포트킨 학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 상호협력론과 생물학적 결정론
7장 노년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 1902~1921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다 ● 1905년 러시아혁명 ● 『프랑스 대혁명』 ● 크로포트킨은 왜 1차 대전 시 연합국을 지원했을까 ● 41년 만의 귀향 ● 1917년 10월혁명 ● 레닌과 크로포트킨 ● 『윤리학』 ● 노(老)전사의 죽음 ● 최후의 승리자는 누구인가 ● 말라테스타의 크로포트킨 비판
맺음말 ● 크로포트킨 연보 ● 더 읽어볼 만한 책들 ● 주석
책 속으로
한반도 사람들이 언제부터 크로포트킨의 글이나 그에 대한 글을 읽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20세기에 들어 일본에 유학한 학생들 중에는 그를 알았고 그의 책을 일본어로 읽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1920년대부터는 한글로 그를 소개한 글도 상당수 나왔다. 한글로 쓰인 최초의 아나키즘 관련 글은 ≪학지광≫ 1915년 2월호에 실린 나경석의 「저급의 생존욕」이었다. 나경석(羅景錫, 1890~1959)은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의 오빠로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도 했으나 아나키스트는 아니었다. 당시 일본이나 한반도에서 크로포트킨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곳들이 농업지역이고 전제정치가 행해진 곳인 탓이다. 그러나 크로포트킨 사상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러시아 문화도 마찬가지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19세기 후반 러시아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농본주의적 급진 사상을 가지고 농민을 주체로 한 혁명적 계급인 나로드니키(Narodniki)의 브나로드(vnarod) 운동을 비롯하여 아나키즘은 평등주의적 민주주의와 함께 농지 접수 및 농민에 대한 균등분배를 강력하게 요구했기에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학대당하는 농민들을 위해 시골에 흩어져서 일해야 한다는 것은 일제하 계몽주의의 최대 과제였다. 이광수의 『흙』이나 심훈의 『상록수』 같은 농촌계몽 소설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 지금 한국인은 대부분 크로포트킨을 모른다. 그러나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의 차원에서 그만큼 인류에게 영향을 준 사람도 드물다.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즘이나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지리학, 생물학(진화론), 프랑스혁명사, 러시아문학사 등 여러 방면에 충격을 주었고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아나키즘은 크로포트킨주의와 동의어였다. 특히 1920년대에는 그가 쓴 『청년에게 호소함An Appeal to the Young』(1880)이 청년들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세르주를 비롯하여 많은 사회주의자나 작가들, 시인들이 그 책을 읽고 아나키스트나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도 박열, 홍명희, 임화가 그러했고, 해방 후에는 신동엽 등이 그 책의 감동을 글로 남겼다. 나아가 크로포트킨의 삶과 사상은 신채호를 비롯한 많은 아나키스트들에게 지표가 되었다._〈크로포트킨은 한반도에 어떻게 소개되었을까〉 중에서
그 저택에는 주인 식구에게 봉사하는 하인들이 많았다. 가령 크로포트킨 가족은 8명이었으나 하인은 50명이었다. 주인 가족을 위한 요리사가 3명, 하인들을 위한 요리사가 2명, 식사할 때 주인집 식구 각자의 뒤에 서서 시중드는 하인이 12명, 식구가 타는 열두 마리 말을 돌보는 마부가 4명, 기타 무수한 하녀들이 있었다. 8명이 식사를 하는데 12명의 하인이 그 뒤에 도열해 식구들을 보살피는 꼴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지주들은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을 하인더러 직접 만들라고 했다. 따라서 하인들의 자녀는 모두 열 살만 되면 그런 일을 배우는 도제가 되었다. 그들은 일터에서 5~6년간 끊임없이 매를 맞으며 일을 배웠다. 도시의 저택도 거대하고 화려했으나 더 큰 재산은 당시 러시아 땅이었던 바르샤바 부근 시골의 영지에 있었다. 크로포트킨 가문은 조상 대대로 모스크바에서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랴잔주의 우루소보(Ur?sovo)에 거대한 영지를 소유했다. 그곳은 “울창한 삼림, 굽이치는 강,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아름다움에 누구나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자서전 58-59). 그 영지에도 물론 거대한 저택이 있고 하인들이 있었다. 크로포트킨의 아버지는 세 지역에 1,200여 명의 농노와 그들에게 소작으로 준 넓은 토지를 소유했다. 농노의 수에는 남자만 포함됐고 여자는 제외됐으니 실제 수는 그 두 배 이상이었으리라. 이런 끔찍한 나라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_〈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중에서
한편 크로포트킨은 프루동의 『경제적 모순의 체계 또는 빈곤의 철학』을 1864년 시베리아에서 처음으로 읽고 프루동이 주장한 노동자의 협동조직과 인민의 태환은행 설치, 그리고 토지소유제의 부정에 매료된다. (……) 시베리아에서 크로포트킨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시베리아 동물의 생활에 특별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자연조건이 비정상적으로 험난해지면 생존경쟁이 더욱 가열하게 나타나지만,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 사이에서는 그 투쟁이 한정되고 희박하며, 동물의 수가 풍부한 곳에서는 상호협력과 상호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찰은 뒤에 그가 상호협력을 전개하는 데 기본이 됐으나, 시베리아에서는 물론 그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귀환하여 지리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혁명 활동에 뛰어든 탓에 연구는 중단된다. 크로포트킨은 뒤에 『상호협력』 서문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젊은 시절 시베리아 동부와 만주 북부를 여행하는 동안 동물들의 삶에서 관찰한 두 가지 모습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중 하나는 극히 혹독한 생존경쟁의 모습이었다. (…) 다른 하나는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들 사이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모습은 나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상호 10).” 시베리아에서 경험한 상호협력에 대한 통찰은 20년 후 정교한 이론으로 다듬어진다. 상호협력만이 아니라 도덕에 대한 평생에 걸친 탐구도 시베리아에서 시작된다. 그 단초에 대해 크로포트킨은 『정의와 도덕』(1888)에서 “몽골족, 퉁구스족 그리고 우리가 야만족이라고 부르는 종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양을 도살하여 고기를 먹을 때, 모든 마을 사람들을 공동식탁에 초대하지 않으면,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간주될 것입니다”(아나키즘 148-149)라고 적었다._〈크로포트킨의 아나키즘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중에서
크로포트킨이 38세가 된 1881년, 영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스위스 쥬네브에서 간행한 『청년에게 호소함』은 1년 전인 1880년 8월호 〈르 레볼테〉에 실었던 그의 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다. 이 글은 일제강점기에 신채호나 박태원을 비롯하여 많은 조선 청년에게 감동을 주었고, 1920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1세기 동안 우리말로도 몇 차례나 번역되었다. 신채호는 45세가 된 1925년에 쓴 「낭객의 신년 만필」에서 “이해 문제를 위하여 석가도 나고 공자도 나고 예수도 나고 마르크스도 나고 크로포트킨도 났다”고 하면서, 『청년에게 호소함』의 “세례를 받자. 이 글이 가장 병에 맞는 약방(藥方)이 될까 한다”고 썼다. 한편 1927년 18세 청년이던 박태원은 당시 조선의 작품들은 실망과 불만을 주었고 따라서 슬픔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이라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과 열’의 문학은 『청년에게 호소함』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 1장에서 그는 대학생에게 호소한다. 의대생이 뒤에 의사가 되어 가난한 환자나 부자 환자를 만날 때 “병을 고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조금만 더 생활을 개선하고 조금만 더 지적인 발전이 이뤄져도 환자와 질병의 반을 없앨 수 있어. 약은 악마에게나 줘버려! 대신 신선한 공기, 좋은 음식, 과로하지 않는 노동, 이런 걸로 시작해야 해. 이것이 없다면 의사라는 이름의 모든 직업은 속임수와 거짓에 불과해”라고 생각하면 ‘사회주의’와 ‘이타심’을 이해하고(청년 36) “사회변혁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반면 청년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높이는 데만 전념한다면 주정뱅이와 다를 게 없다, 라고 하면서 그런 사람은 오직 이기적인 목적에 따라서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_〈『청년에게 호소함』〉 중에서
『들판, 공장, 작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1장에서 제7장까지 크로포트킨은 도시든 농촌이든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살아야 하며, 이런 상태가 가장 자연적이라고 설명한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역체제를 아나키 사회의 좋은 예라고 하면서, 산업체 규모를 소규모 생산 단위로 줄여 제조업을 시골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크로포트킨은 푸리에(Charles Fourier, 1772~1837)나 오언처럼 사람들이 들판에서 즐겁게 일할 것이라고 가정한 다음, 집약적 농업으로 식품생산량을 늘리면 인구가 많은 나라라고 해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의 식생활을 충분히 책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더 나아가 공업이 성장하려면 국민을 공업 종사자와 비공업 종사자로 나누지 말고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고는 사회가 진보하려면 공업이 중앙집권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크로포트킨은 한편으로 선진적인 전원도시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에버니즈 하워드(Ebenezer Howard, 1850~1928)와 패트릭 게디스(Patrick Geddes, 1854~1932),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루이스 멈퍼드보다 앞선 셈이다. 현대 도시 계획의 선조라고 불리는 에벤에저 하워드의 『내일의 전원도시』(1902)는 당시 대도시의 빈곤, 과밀, 저임금, 배수로 없는 더러운 골목, 통풍이 잘되지 않는 주택, 독성 물질과 먼지, 탄소 가스로 가득한 공간, 전염병, 상호작용 부족과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여 도시와 자연이 공생하고, 도시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협동적인 사회주의로 연결되는 전원도시를 구상했다. 이 점은 크로포트킨의 주장과 유사하다._
〈『들판, 공장, 작업장』〉 중에서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평등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아나키 사회는 모든 가능한 목적을 위해 지역, 국가, 국제 차원에서 다양한 규모로 결합한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 코뮌이다. 이것이야말로 최초의 사
출판사 서평
왜 ‘평전’으로 크로포트킨을 만나야 하나?
‘자서전’을 비롯한 크로포트킨의 저작은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크로포트킨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평전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책들은 혁명가로서의 크로포트킨, 혹은 아나키스트로서의 크로포트킨 등 일부분에 초점을 두어 출간된 것이 주종을 이룬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했다. 크로포트킨은 어느 하나의 이름으로 특정할 수 없는 전인적 인간으로서 우리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모든 권력에 반대한 창조인 아나키스트』은 ‘자서전’이 다루지 않았던 부분은 물론 그간 충분하게 소개되지 못했던 과학자이자 탐구자로서의 크로포트킨의 생애, 그의 아나키즘사상의 형성과 성숙에 대한 이야기, 사회사상가이자 혁명가로서의 삶과 사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집중하여 조명한 부분은 크로포트킨이 긴 망명생활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온 1917년 이후의 삶이다(그동안 이 부분은 소련 당국에 의해 비밀에 부쳐졌다). 한편으로 이 평전에서는 청소년 시절 이야기처럼 기존에 출판된 『자서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은 대폭 줄였다. 이 평전은 그의 삶을 사상과 현재의 관점에서 톺아보는 시도이므로 『자서전』에서 참조한 바는 지극히 부분적이지만, 크로포트킨의 『자서전』은 세계 5대 자서전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좋은 책이니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창조인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 혁명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역사가, 정치학자, 지리학자, 아나르코 코뮤니즘을 옹호한 철학자, 행동가, 에세이스트, 조사가, 작가, 생물학자, 지질학자, 과학자. 이 모두가 크로포트킨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중 특히 생물학을 연구한 과학자로서의 업적에 방점을 찍는 데엔 이유가 있다. 크로포트킨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한 『상호협력Mutual Aid, a Factor of Evolution』(1902)이 “진화의 원리에는 생존경쟁만이 아니라 상호협력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 생물학책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크로포트킨은 직접 탐험과 항행을 통해 연구한 지리학이나 지질학을 비롯하여 과학 전반에 조예가 깊었다. 그야말로 과학자 아나키스트였다. 그는 한편으로 창조적 인간, 즉 ‘창조인’이었다. 소위 전공분야에만 올인한 기계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학문의 경계를 넘어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발판 삼아 끊임없이 통합적이고 연계적인 사유를 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사회를 추구했던 창조의 인간이었다. 아나키즘이란 부당한 권력이나 권위를 거부하고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자는 것이므로 창조적인 정신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스트 창조인으로서 우리의 모범이다. 이 책의 부제에 ‘창조인 아나키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한 배경이기도 하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언제 어디서든 상호협력하라!
크로포트킨은 평생 소수의 지배계급과는 거리를 두고 인민의 한 사람으로 살았다. 그 점에서 그는 진정한 아나키스트다. 젊은 시절 한때 장교로 복무했지만 인민의 일원으로 살았고, 제대 후에는 죽을 때까지 어떤 권력의 자리에도 오르지 않았다. 말년에도 역시 아내와 딸과 함께 외롭게 살면서 평생의 숙원이었던 상호협력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1917년, 그가 75세였을 때 러시아혁명이 터져 41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갔지만, 크로포트킨은 정부의 입각 권유를 거부하고 시골에 묻히는 내부 망명을 선택했다. 마지막 저서 집필에 몰두하다가 4년 뒤에 죽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그러니 서로 공평하게 나누고 도우며 살자”라는 그의 외침은 100년이 지난 이 순간까지 살아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크로포트킨이 갖는 의미, 그가 우리에게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소용이나 효용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레베카 솔닛은 ‘이타주의의 전형’으로 크로포트킨을 다루었고,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협력적 공유사회의 모델로 크로포트킨이 말한 상호협력사회를 제시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크로포트킨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코로나19와 같은 비극적인 재난을 극복할 길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다. 경쟁만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지구상 생명체의 운명인 탓이다. 인류가 진정 다 함께 나누고 협력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100년 전 그의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7032523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9월 28일 |
쪽수 | 384쪽 |
크기 |
131 * 190
* 28
mm
/ 41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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