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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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조진주가 글로 빚어낸 음악과 삶
피아니스트 김규연 추천
작가정보
저자(글) 조진주
바이올리니스트.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9살 강아지 미소의 집사. 낭만적 이성주의자다.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꿈꾸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힙스터의 삶을 상상하지만 연습과 연주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다. 쪼꼬렛과 커피 그리고 일 벌리기 중독자이며 프랑스에 정착한 예술가들을 사랑한다. 유난스러운 사람들과 재밌게 살다가 삶의 끝엔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고 싶다.
목차
- 프롤로그 이름도, 책임도 없는 하루
1장
선택의 힘
사중주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내 편인 몸
쾌감
채우기 위하여
2장
괜찮은 어른
넌 후회하게 될 거야
보편적인 취향
잔고의 지혜
상실의 단계
집
에필로그 계속하는 수밖에
책 속으로
연주자는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연주를 마칠 때까지 소리의 생명력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지나간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며, 제아무리 완벽한 음악도 소리의 파장이 끝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 (15쪽)
갓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들은 한계점까지 경쟁했다. 과열된 경쟁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장려되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연습실 안에서 울고 있거나 얻어맞는 아이들을 보는 게 두렵고 무서웠지만 곧 익숙해졌다. 우리는 너무 어릴 때 실패를 경험했고 모두 함께 패배자가 됐다. (33쪽)
사람들은 예술가가 예술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진짜 예술가들은 돌연변이로 태어나 그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만둘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불행하고 같은 이유로 행복한 양가적인 사람들이다. (47~48쪽)
큐레이션 능력은 괜찮지만 창작 능력은 별볼일없는 나. 호기심은 많지만 용기는 부족한 나. 감각은 있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나. 냉정하고 싶지만 뜨거운 나. 흔들리고 싶지 않지만 흔들리는 나. 나의 이상과 부합하지 않는 나. 질투심이라는 거울에 열등감이 비칠 때면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못나게 만든다. 그런 나를 벌한다. 스스로 내린 벌에 아파한다. 최악의 사이클을 반복하며 몸과 마음을 망친다. (59쪽)
끈기와 의지가 부족한 나를 채찍질하려면 스스로를 최대한 어렵고 한계가 많은 상황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일을 벌이고 보는 거다. 일단은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 다음 미친 듯이 배우는 수밖에 없다. 나는 점점 게을러지니, 전과 비슷한 수준의 도전을 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질 거다. 젊은 정신을 유지하는 건 계속 똑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어렵고 힘든 자세를 자처하는 것이다. (128쪽)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성공의 어머니는 아마 분노일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분노를 먹으며 자라나는 마음속 상상일 것이다. (142쪽)
출판사 서평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조진주가 글로 빚어낸 음악과 삶
피아니스트 김규연 추천
김지수 기자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물었다. “칠순이 될 때까지 솔리스트로 사랑받으니 얼마나 행복하세요?” 정경화는 “어떻게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볼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녀는 “늘 공포의 우산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습량은 엄청나다. 말도 잘 뱉지 못하는 어렸을 때부터 악기와 살아가야만 한다. 현으로 한 음 한 음을 일일이 잡아 만들어야 하는 바이올린 특성상 아주 많은 훈련이 필요해서다. 손이 현(絃)을 느끼는 감각, 아주 사소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음의 차이. 그들은 이 감각과 살기 위해 악기를 놓지 않는다.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쓴 저자 조진주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다뤘다. 아마 대다수는 기억도 잘 못할 네다섯 살 때부터 평생 해야 할 일이 정해져버린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던 자신의 업과 생활을 소화해내기 위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했다.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는 조진주는, 자신의 첫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에 갖는 양가적인 감정과 박수갈채와 조명이 가득한 무대 뒤 개인으로서 느끼는 삶을 담아냈다.
음악가라는 업(業)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거의 평생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았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업을 갖고 살기에 나는 너무 평범한 거 아닐까? 특별히 예술적인 직업을 가지기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인 건 아닐까? “완벽한 테크니션도, 매력적인 연예인도 아닌 나는 도대체 어떤 강점을 갖고 살아남아야 하는 연주자인가?”(55쪽)
저자는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1장에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뇌하고 또 노력하는 과정들을 풀어냈다.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될 때는 누군가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했고, 더 용감한 선택을 하고 싶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자괴하는 자신의 못난 모습과도 마주해야 했다.
아둔한 마음을 깔끔하고 쉽게 도려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자는 계속해서 노력한다. 음악을 더 잘하기 위해 몸을 감각하며 단련하고, 이름도 책임도 없는 마음으로 연습한다. “연습 좀 안 해도 악기에서 원하는 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13쪽) 생각하지만 ‘언젠가 반짝이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악보대 각도까지 생각하며 연습을 해내고 만다. 자신의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동양인 여성
1988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간 ‘동양인 여성’이다. 연주자로 성공하고 싶어 유명하다는 대학도 들어갔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도 했지만, 저자는 “너는 충분하지 않아. 너는 안 돼”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바라본 세계는 멋지지도, 공정하지도 않았기에 분노할 때도 많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저자를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저자는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2장에 연주자가 아닌 밀레니얼 동양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밀레니얼로서 겪는 기존 세계와의 갈등부터 못난 어른이 아닌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처럼 멋지고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지만 그조차 음악과 연결시켜야 하는 슬픔,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레슨을 하고 패딩을 껴입고 자야 했던 시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확인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방황, ‘내 집’에 대한 바람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이라면, 어딘가에서 분투하고 있을 여성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는 이 책,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자로서의 마음과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최대한 가감 없이, 가장 창피하고 부끄러운 욕망까지 포함해”(198쪽) 드러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저자의 글에는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일을 해내고, 주어진 삶이 아닌 만들어가는 삶을 꿈꾸는 모습이 담겼다. 치열하지만 유쾌하고, 논리적이지만 자유롭게 춤추는 저자의 글은 ‘언젠가 반짝이고 싶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895013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07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34 * 194
* 17
mm
/ 30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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