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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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수술 이후 오랜 시간 미뤄두었던 유학을 다녀왔다. 삶에 빛이 드나 싶었는데, 2017년, 남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재수술을 받았다. 그럴수록 꿈은 더욱 절실해졌다. 다시 유학을 준비했다. 도시개발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원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믿었다.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러던 2020년 초, 다발성 전이를 확인했다. 시한부 인생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해볼 만할 줄 알았다. 이번에도 견뎌낼 줄 믿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발성 전이의 통증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욕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다.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에 짜증이 솟구쳤다. 단번에 죽는 약을 들이켜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만큼 절실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죽는 마당에, 이제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글쓰기였다. 말기 암에 저항하며 숨통이 턱턱 막혀올 때마다 저자를 구원해준 누군가의 글처럼, 시한부 날들이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 썼다.
작가정보
나은 세상을 위해 돕는 사람, 사람 살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경희대학교는 그런 내게 세계지도를 쥐여 주었다. 관광경영학 전공, 국제회의 부전공으로 졸업했다.
꿈을 잘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상을 깊이 있게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주 자원 봉사를 시작으로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인턴십, 자원봉사, 여행, 직장 생활, 유학 등을 이유로 40여 개 국가에서 살아보았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성실히 걸으며, 다채로운 경험의 가치를 체득했다. 변화와 성장 속에서 다이어리는 나를 행동하는 사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게 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가에 사는 이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LSE(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국제보건개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 유방암 발병으로 수술했고, 2017년 재발해 두 번째 수술을 했다. 두 번 다 잘 극복했다고 여겼으나 2020년 다시 영국으로의 유학을 앞두고 다발성 전이를 확인,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꿈, 세계지도, 다이어리를 품고 산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오늘의 나를 살게 한다.
목차
- 1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80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 이걸 왜 쓰고 있는 걸까요 / 나와 약속을 했습니다 / 숙제와 숙제 검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통증을 아십니까? / 집을 나왔다.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 병원 가는 날 / 너무나 경제적인 이유와 선택 / 말기 암 환자가 되고 달라진 점 / 오늘 밤엔 살고 싶다 / 마지막 생일 / 단식 / 관장 / 시한부의 좋은 점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 당신이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부 반짝거렸던 날들
다이어리를 선물하고 싶어요 / 미련이 있냐고요? / 후회하고 있어요 / 내가 사랑한 여행 / 의사가 아니어도 괜찮겠다 / 런던 라이프 / 스물세 살에 피웠던 꽃 / 다음 생에 잘하고 싶은 일
3부 그럼에도 고맙습니다
당신의 글은 누군가의 삶을 바꿀 힘이 있다 / 추천 도서 목록 / 살고 싶은 순간들은 너무 많지요 / 그런데도 감사한 것들 / 나의 조카 봄이 / 가장 미안한 사람 / 그러니까,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 나의 친구들 / 제발 업보라고 말하지 마세요 / 노란색 라이언 비닐 봉투 이야기 / 신께 드리는 당부 말씀 / 내 장례식에 못 올 가능성이 큰 당신에게
책 속으로
1. 누군가 말했다. 인생에서 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죽음’과 ‘섹스’ 뿐이라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으라고. 그들은 진실을 말하니까. (19쪽/프롤로그)
2. “일을 그만두시고, 신변 정리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이 문장이 귀에서 무한반복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는 건 잘할 수 있겠는데, 신변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24쪽/80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
3. 매사 잘 참고 견뎠다. 인내와 끈기 하면 나였다. 근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 사실 내가 두려운 건 죽음 같은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진행되는 나에 대한 믿음의 상실, 자신감의 상실 같은 것이다. (35쪽/나와 약속을 했습니다 )
4. 한국은 안락사, 존엄사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말기 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내가 나의 죽음에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권이다. (40쪽/사전연명의료의향서)
5. 밤 12시. 예전의 나라면 다이어리를 펴고 오늘의 to do list를 적으며, 더욱 효율적인 하루를 계획하고 있을 하루의 첫 시간. 나는 마약성 진통제를 삼킨다. 그렇지 않으면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눕기조차 힘들다. 뭘 모를 땐 마약성 진통제만 먹으면 제어될 줄 알았는데, 실전에 돌입해보니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참을 수 없는 통증과 견딜 수 있는 통증으로 구분되는 진통제 전후의 상황이 두렵고, 무엇보다 변비, 구토증, 가려움증, 어지럼증, 졸림과 불면증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견뎌야 한다. (44쪽/통증을 아십니까?)
6. 직장을 핑계로 집을 나왔다. 매일 밤, 마약성 진통제를 먹을 때마다 오늘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일까? 하며 자리에 누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왼쪽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오직 죽음, 끄트머리만 생각하던 나에게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임종이 내가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것,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 허덕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51쪽/집을 나왔다.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
7. 병원에 다녀오면 뒷일 생각 없이 단번에 죽는 약을 한입에 털어 넣고 막걸리랑 원 샷 하고픈 기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증으로 차곡차곡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누구든 날 건드리면 독화살 같은 말을 받을 줄 알아라! 커피 머신 앞에서 버벅거리던 아빠가 걸렸다. “아빠, 전에 내가 다 설명했잖아!” 남아 있던 에너지를 실어서 내질렀다. 곧 후회했지만, 미안하단 말은 못 했다. 아까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55쪽/병원 가는 날)
8.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늘 계획부터 세우던 나였는데, 이제 더는 그러지 않는다. 하루가 끝나고 자리에 누울 때면 삶이 끝난 듯이 눕는다. 부디 저를 축복하셔서 오늘 밤 고통 없이 잠든 사이에 떠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그러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새롭게 다시 시작된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몸무게를 재고, 물을 마시고. 그렇게 주어진 하루를 담담히 산다.(66쪽/말기 암 환자 환자가 되고 달라진 점)
9. 나의 진가를 확인하고 있다. 고통 속에서도, 죽고 싶을 만큼 아픈 순간에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 아프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란 걸 깨달았다. 내가 없이는, 세상도 없다는 것을. (87쪽/시한부의 좋은 점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
10. 가지고 있다고 여기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 말하자면 살면서 차곡차곡 적금 붓듯 적립해온 자존감을 계속 까먹어가는 기분이다. 작은 성취들로 다져졌던 나의 견고한 성이 모래성처럼 자꾸 힘없이 무너진다. 늘 쓸모 있는 인간이길 바랐는데 지금 나는 아무 짝에 쓸모가 없는, 아니 어쩌면 오히려 누군가의 무거운 희생으로 살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러니까 내 소중한 당신은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92쪽/당신이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1. 고통과 죽음을 끌어안고 보냈던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최선을 다 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엄마의 목표와 꿈이 나였던 게 기억나 울컥 목이 멘다. 차갑게 돌아서려던 내 인생 앞에, 눈물이 자꾸만 툭툭 떨어진다. (103쪽/미련이 있냐고요?)
12. 약을 안 먹었을 땐 통증에, 약을 먹었을 땐 부작용의 한계에 봉착해서 제발 이제 그만 눈 감았으면 하다가도 오늘 밤이 끝이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하고 중얼거린다. 그러다 빈다. 동생 생일까지만, 조카 생일까지만, 겨울이 지날 때까지만. 밤마다 딜을 한다. 제가 더 견뎌볼게요. 그러니까……. (151쪽/살고 싶은 순간들은 너무 많지요)
13. 죄가 커서 그런 게 아니라고,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이 나를 피하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참을 만은 했다. 그런데, 내가 아픈 게 엄마 아빠의 업보란 소리는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내가 암에 걸린 이후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하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그러는 건, 반칙이다. (178쪽/제발 업보라고 말하지 마세요)
14. 나의 장례가 슬픔과 눈물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각오와 유머로 가득 채워지길 바랍니다. (193쪽/내 장례식에 못 올 가능성이 큰 당신에게)
15. 적지만 나눌 게 있는 삶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몇몇 사람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꽤 괜찮은 삶이었다. 고통 속에 무릎 꿇고 엎드려 쓴 글들이 내가 세상에 진 빚을 갚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도한다. (198쪽/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당장 죽고 싶을 만큼 버티기 힘든 통증 속에서도,
끝내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말기 암 환자의 시한부 날들의 기록
태어나면서부터 병약했던 탓일까.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계지도와 다이어리를 품고 국내·외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며, 개발도상국에 사는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심리적, 경제적 자립이 늘 우선이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을 밀쳐냈고, 좋아하는 것은 모두 나중으로 미뤘다. 지독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아서 대학을 마쳤다. 가족에게도, 친한 이들에게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럴수록 더 날을 세우며 감췄다. 그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 여겼다. 그러다 2015년, 유방암 발병으로 첫 수술을 했다.
수술 이후 오랜 시간 미뤄두었던 유학을 다녀왔다. 삶에 빛이 드나 싶었는데, 2017년, 남동생 결혼식을 앞두고 재수술을 받았다. 그럴수록 꿈은 더욱 절실해졌다. 다시 유학을 준비했다. 도시개발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원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믿었다.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러던 2020년 초, 다발성 전이를 확인했다. 시한부 인생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해볼 만할 줄 알았다. 이번에도 견뎌낼 줄 믿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발성 전이의 통증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욕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다.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에 짜증이 솟구쳤다. 단번에 죽는 약을 들이켜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만큼 절실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죽는 마당에, 이제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글쓰기였다. 말기 암에 저항하며 숨통이 턱턱 막혀올 때마다 저자를 구원해준 누군가의 글처럼, 시한부 날들이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 썼다.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된 날들
그럼에도 고맙습니다.
솔직하고 매력적인 문장들로 써내려간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은 시한부의 한정된 삶과 우리의 오늘을 연결 지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핵심 메시지는 스스로를 더 돌보고 사랑하라는 것. “아프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란 걸 깨달았다.”는 고백, “내가 없이는 세상도 없다”는 깨달음은 비단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터. 난생 처음 죽음에 관해 공부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영정사진, 수의, 유서를 준비하며, 삶과 이별해가는 과정이 담담하고 위트 있게 그려진다.
매일 밤, 고통 없이 잠결에 세상을 마감하게 해달라는 기도와 함께 유언장을 왼쪽 뺨 옆에 두고 잠드는 장면. 아침에 눈을 뜨면 유언장을 다시 집어넣고, 화장실을 가고, 몸무게를 재고, 관장을 하며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뒷모습.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임무, 어린이집에 다니는 조카를 집으로 데려오는 산책 길. 너무도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조차 못하겠는 이들에 대한 마음. 죽고 싶을 만큼 아파서 당장 죽고 싶다는 절규를 쏟아내다가도, 살고 싶은 마음이 기어이 비집고 나오는 상황을 동요 없이 읽어내기란 어렵다.
그러나, 저자가 독자를 이끌고 가는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절망과 포기가 아닌 희망과 투철한 삶의 욕구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생의 목표가 솟아나기를 바란다. 실패하고, 넘어지더라도 굴하지 말자고. 힘들지 않은 날이 어디 있더냐고. 그러니 고꾸라진 자리, 그 지점에서 끝내 최선을 다해, 마음껏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자고. 말기 암 환자가 다정한 손을 내민다.
기본정보
ISBN | 9791196872250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2월 01일 |
쪽수 | 200쪽 |
크기 |
133 * 181
* 18
mm
/ 26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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